키 161센티미터에 48킬로그램의 체중을 가진 남자. 단정하게 빗어 넘긴 은빛 머리카락에 우뚝 솟은 코, 부드럽지만 형형한 눈빛, 미소를 짓는 듯 마는 듯 일자로 다문 얇은 입술에 늘 말쑥한 양복 차림. 표정에 품위가 드러나는 이 신사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조국이 전쟁에 휘말리자 입대를 자원하는 열정의 소유자였다. 누구에 대한 이야기냐 하면 바로 프랑스 작곡
하루가 다르게 해가 짧아지더니 어느새 겨울이 코앞이다. 2025년도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에 한 해를 되짚어보다가 그만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내 인생까지 돌아보게 됐다. 길 위에 떨어져 뒹구는 마른 잎들이 언제 윤기 나는 초록을 지녔었는지 흔적을 찾기 어렵듯, 지금 늘어지고 주름진 피부에서 한때 빛나던 내 젊음을 찾아볼 수 없다. 너무도 당연한 자연의
마침내 완전한 가을이다. 기후 위기는 해가 갈수록 우리의 여름을 점점 더 견디기 힘들게 한다. 올여름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이 가을이 오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도 아니요, 겨울의 초입도 아닌 가을의 한복판이다. 비로소 안도하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 불같이 뜨겁던 여름 햇빛은 어느새 가을의 필터를 끼우고 어루만지듯 나뭇잎을 시나브로 물들
나는 문자 중독자다. 늘 읽고 쓴다는 얘기면 좋겠지만 실은 딴짓을 더 많이 하는 것도 같다. 책 읽어야지 하고는 영화를 보고, 번역해야지 하다가는 음악을 듣는다. 미술 칼럼 써야지 했는데 갑자기 미술관 북 숍에 가서 육중한 그림책을 사버리기도 하고, 문학 칼럼에 실을 자료 사진을 찍으러 부러 멀리 떠났다가 스치는 사람들 목소리나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8월 목포, 용해동 갓바위문화타운은 여름 햇살에 눈부시게 빛난다. 이곳은 목포의 역사와 예술, 생활문화를 품은 문화예술 복합지구다. 목포문학관을 비롯해 남농기념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문예역사관 등 여러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어 다양한 목포 문화의 아름다운 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목포의 문학적 기억을 응축해 보여주는 목포문학관은 푸
해리포터가 갑자기 나타가 마법을 쓸 것 같은 앤트워프대학(Universiteit Antwerpen) 도서관 건물은 천주교 예수회가 1575년에 세운 중등교육 학교 건물에서 기원한다. 1902년부터는 예수회에서 세운 세인트 이나시우스 경상대학으로 쓰였고, 2003년 여러 대학들이 ‘앤트워프대학’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면서 현재의 건물에 도서관이 들어서게 되었
문학관 기행은 문학관이 배경으로 하는 문학인의 삶을 소개하고 문학관이 설립된 지역을 둘러싼 문학적·공동체적 가치를 전달하는 코너이다.문학관 기행 연재를 맡은 신구도서관재단 이창경 이사가 부산에 소재한 추리문학관을 기행한 내용을 6월 호에 게재한다.문학가의 삶과 태도가 현대로 와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지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6월 바닷바람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호주 출신의 조각가 론 뮤익의 전시가 2025년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주말에 하루 평균 6천 700여 명, 주중에는 4천 600여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서울관 개관 이래 단일 전시로는 최대 관람객 기록을 세운 것이다. 어떤 점이 론 뮤익의 전시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
도서관을 멸망시켜야 한다지난번 마지막에 작별인사를 드렸는데, 한 번 더! 앙코르를 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 번 더! 무엇을 쓸까? 지난번까지는 일본의 도서관과 관련된 이야기와 함께 책 몇 권을 소개했습니다. 주제에 맞지 않아 소개하지 않은 책도 몇 권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중 한 권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제목은 ‘찾으시는 책은(おさがしの本は)’이
긴 겨울의 끝이라고 하지만 신학기가 시작되는 봄을 기다리기엔 아이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늘 새로웠고 불편했고 설레기도 했던, 복잡한 심경의 3월이었다. 새로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학교도서관에서의 3월 풍경은 아직도 삭막한 겨울의 한중간쯤에 와 있는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생님도 아이만큼 자란다고 하지만, 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