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고도 이 책상들은 남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품을 내어주고 그의 너저분함에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은 책상일 것이다. 우리는 겨우 지나가는 발자국이다. 책상 앞에 앉아 먼저 하는 생각은 나를 책상으로 이끈 이유와 가장 멀리 떨어진 생각뿐이다. 매일 출근하여 자리에 앉아 모니터의 전원을 켜며 나는 요즘 온통 이직 생각에 빠져 있
클래식 작곡가의 팝송 〈All by Myself〉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팝송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의 곡을 들어보지는 못했어도 에릭 카먼의 팝송 〈All by Myself〉는 아마 익숙하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카먼은 클래식을 사랑한 음악가였다. 그는 깊이 심취해 있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의 선율을 팝송 벌스에 사용했고, 해당
1916년 겨울, 사서들의 손에 얇은 소책자가 한 권씩 조용히 건네졌다. ‘독서의 일곱 가지 기쁨’이라는 제목의 16페이지짜리 작고 얇은 책자였다. 펼치면 한 호흡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고, 덮으면 금세 잊힐 것 같은 이 작은 책 안에는 오늘 우리가 ‘사서’라고 떠올리는 얼굴이 담겨 있었다.단정한 옷차림의 차분한 목소리, 그리고 책 곁에서 오래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가끔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던 지난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처럼 지금의 여름을 보낼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특히 도시에 산다면 이제 에어컨 없는 여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의 어느 날, 더위와 싸우던 나는 마침내 나만의 피서법을 찾아냈다. 그날도 목덜미를 타고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땀을 견디며 책상머
작년 이맘때부터 출근 전 아침 알람 시간이 빨라졌다. 평소에는 오전 7시 29분에 맞춰져 있던 시간을 7시 24분으로 5분이나(!) 앞당긴 것이다. 이유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기 위해서. 철쭉, 실남천, 청짜보, 오엽송, 꼭지윤노리, 석화회, 고려담쟁이……. 어느덧 하나둘 늘어난 나의 반려 분재들의 이름이다. 분재는 원예 식물들과는 다르게 물 주기에 훨
나는 종종 ‘스톤 수프’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마다 궁금증이 바뀌었다. 어릴 적에는 돌 하나로 맛있는 수프를 끓일 수 있다고 마을 사람들을 속이는 나그네의 꾀에 놀라고 마을 사람들의 어리석음에 웃음이 났다. 어떻게 사람들은 그런 터무니없는 속임수에 넘어갔을까. 대기근으로 늘 배가 주렸을 테니 돌이 수프가 되는 기적을 바랐을 것이다. 과연 돌은 아무 맛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처음 보면,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잠시 망설이게 된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인지, 그 뒤로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인지, 화면 한쪽을 가린 붉은 우산인지 쉽게 분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망설임이 사울 레이터 사진의 시작점이다. 그는 세상을 선명하게 설명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 보이나 끝내 확신할 수 없는 순간을 사랑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행사력(Fasti)〉이라는 시에 6월 ‘June’의 유래가 로마의 신 유피테르(Jupiter)의 아내 유노(Juno)에서 비롯됐으며, 또 다른 해석으로는 ‘젊은이’를 뜻하는 라틴어 ‘iuniores’에서 유래했다고 썼다. 이는 5월 ‘May’가 ‘연장자’를 뜻하는 라틴어 ‘maiores’에서 유래했다는 것과 짝을 이루며 나
책이 닿지 않던 곳1930년대 미국 켄터키주는 여러 위기가 한꺼번에 덮친 땅이었다. 대공황으로 석탄 광산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마을에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들의 생활수준은 처참했다. 전기나 상하수도를 갖춘 마을은 드물었고, 도시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도 없었다.생필품을 사러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환경에서 책은 당연히 그들의 손에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첫눈에 반한 메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말실수를 주워 담기 위해, 안타깝게 놓친 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는 몇 번이고 과거로 간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어두운 곳에서 두 손을 꼭 쥔 채 돌아가고 싶은 순간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팀의 좌충우돌 소동극에 웃음이 터진다. 그러다 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