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는 도쿄의 변천사를 직접 보고 느끼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하는 곳이다. 도쿄에 오는 많은 여행자들이 우에노에 오면 우에노공원, 동물원, 아메요코 시장만 살짝 보고 지나간다. 그러나 도쿄가 초행이 아니고 일본문화 기행을 원한다면 일단 우에노공원을 보고 구글지도 앱에서 ‘국제어린이도서관’을 검색해보자. 핀이 표시된 방향으로 10분만 더 우에노 안쪽 깊숙이
춥고 긴 겨울을 보냈다. 3월 초순, 한발 먼저 봄을 맞고 싶었다. 순수한 동심으로 마음을 다독여준 이주홍 선생을 만나고 싶었다. 부산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던 꽃은 아직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았지만 투명한 햇살과 맑은 바닷바람이 먼저 맞아준다. 아쉬운 마음으로 동래에 있는 이주홍문학관으로 향했다. 명륜역을 나와 부산전자공업고등학교 방향으로 가다 보면 향파
1900년대 빈에서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화가 지망생들 2024년 11월 30일부터 2025년 3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가 열렸다. 1900년대 세기 전환기 속에서 빈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빈 분리파’를 중심으로 모더니즘 미술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미술은 사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해를 맞았다. 예전과 같았다면 다소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한 해의 잘한 일과 못 한 일을 생각해보고 멋쩍게나마 소소한 바람을 마음에 새겨보았을 그런 평범한 일상이 사라진 새해였다. 대신 너 나 할 것 없이 불안하고 두려운 공포의 균형 상태를 경험했다. 더불어 같은 단어와 같은 사실이 극단에서 대치하는 지독한 불균형의 모순도 경험했다
우이동은 산 아래에 있는 동네다. 나는 그곳에서 자랐다. 산봉우리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까치발을 들면 인수봉의 매끈한 이마가 보였다. 바위의 눈과 귀, 코와 입을 오르는 아주 작은 사람들도 보였다. 어른이 되면 그곳에 오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산은 어른의 영역이었다. 산에 오른다는 건 어른이 되었다는 징표 같기도 했다. 그들은 단순히 힘이 센 사
살바도르 달리를 그린 원종국의 ‘믹스언매치’ 연작살바도르 달리의 화실에 밀레의 만종 실물 액자가 걸려 있었다면, 이제 우리 시대의 한국 작가 원종국의 서재에는 디지털 액자가 있고, 거기엔 언제나 달리의 그림들이 흐른다. 특히 대단히 인상적인 원종국의 ‘믹스언매치Mix-and-Match’ 연작 안에 삽입된 살바도로 달리의 디지털 액자 그림들은 소설의 기본적
"번역도 하고 영문학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독서모임도 하고, 참 다양한 일을 하시네요.” 처음 만난 이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참 다양한 일을 한다는 말. 대체로 나는 하하, 그렇다고, 단 하나에 매섭게 몰두하는 편이라기보다는 이 일에서 저 일로 철새나 물고기처럼 이동하면서 나 스스로를 조금씩 변모시키는 쪽을 더 편안해한다고, 명징한 전문성이나 정
프랑스 파리 동쪽 교외에 위치한 몽트뢰이(Montreuil)의 로베르 데스노스 시립도서관에 다녀왔다. 나는 파리 서쪽 교외에 위치한 낭테르(Nanterre)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방문이 더욱 특별했다. 프랑스어로 ‘방리유(Banlieu)’는 파리 도심 바깥의 교외 지역을 뜻한다. 이 단어는 중세시대에 성벽이 있는 주요 도시 주변의 마을을 가리키는
2024년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호명했다. 마침 그날 한강 공원에 텐트를 치고 책을 읽고 왔던 나는 아무런 뜻 없는 우연을 언어적 유사성에 기반하여 뭔가 필연인 것처럼 여기곤 감동에 빠졌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질적 성장과 ‘K-OO’로 높아진 한국문화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다.
2022년 2월로 기억한다. 8년째 진행하는 책 이야기 프로그램(YG와 JYP)에서 한강 작가 특집을 한 적이 있다. 그 전해(2021년)에 나온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루면서 평소 흠모하던 이 작가 특집을 기획했다. 그 방송에서 어쩌다 이런 얘기를 했던 모양이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상을 받는 첫 영예는 한강의 몫이 될 거라고.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