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이진아기념도서관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2005년 10월 산책길로 거슬러 올라가요. 산책을 하다 우연히 도서관을 발견하고 입구 현판에 붙은 이진아 양의 사연을 알게 되었죠. 순간적으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한동안 서 있었던 기억에 지금도 코끝이 찡하네요. 진아 양의 생일과 나의 큰딸 문정이의 생일이 겹쳐서였을까, 아님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절절함이 느껴져서였을까. 이진아기념도서관과 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Q 처음에는 다른 분들처럼 도서관 이용자이셨을 텐데 이진아기념도서관이 선생님께 각별한 공간이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A 도서관 3층 휴게실은 서울에서 몇 안 되는 멋진 풍광을 가진 곳이었어요.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 그 풍광이 다 사라져버렸지만. 당시 함께 책을 읽는 모임이 있었는데 매번 모일 장소가 마땅치 않아 여기저기를 전전하던 터라 아직 이용객이 적어 한산하던 도서관 휴게실은 최적의 장소였죠. 매주 모여 책 한 권씩을 읽어가며 토론하던 우리에게는 도서관이 정말 유용한 장소였어요.
Q 그러다가 특강을 하시게 되었는데요, 그 전까지는 독서만 하셨잖아요. 강의와 관련한 일을 하지 않으셨으니 부담이 됐을 것 같아요. 독서 특강을 열기까지 준비 과정에서 즐거웠던 점, 그리고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A 운명의 그날!! 그날을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뛰네요. 그날도 우리는 여느 때처럼 책을 읽고 열심히 토론하고 있었는데, 그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된 당시 도서관 이정수 관장님이 우리 모임에 뜻밖의 제안을 하셨습니다. 그 제안은 내년(2006년) 1월 초등학생 대상의 겨울방학 독서 특강을 진행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저를 포함, 아직 경험이 일천한 우리들은 약간의 망설임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죠. 우여곡절 끝에 방학 특강은 무사히 마무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뜻이 맞지 않아 다섯 명이던 팀원들 중 나와 다른 한 명의 친구만 남게 되었습니다.
관장님은 그 남은 친구와 2006년 이진아기념도서관 독서 동아리 진행을 맡겨주셨고, 그 독서 동아리 모임이 현재까지 진행 중입니다. 일면식도 없던 제게 과감히 독서회를 맡겨주시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던 이정수 관장님과의 만남은 제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Q 그렇게 시작한 독서 동아리는 어떻게 발전했나요.
A 2006년부터 시작된 도서관 독서 동아리를 2022년 현재까지 16년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어요. 처음엔 초등 1~2학년 반, 3~4학년 반, 5~6학년 반, 성인독서반 등 네 개 반으로 시작했고 현재는 청소년 1, 2반, 성인 2, 3반이 추가되어 이진아기념도서관과 분관 도서관인 홍은도담도서관에서 총 여덟 개 반이 저를 포함 다섯 명의 선생님들에 의해 운영 중입니다.
Q 첫 특강 이후에 16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강의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독서 동아리라는 것이 요즘 유행과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는데, 어떻게 계속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게 만드셨는지요.
A 한 자리에서 16년간 지속적으로 강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책은 스승이요, 친구요, 선택의 길에서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어요. 책을 통해 만나는 수많은 인생 선배들과 동료들, 위인들은 늘 저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었고 큰 위로자가 되어주었습니다. 게다가 저와 같이 책을 읽는 회원들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독서회에 임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누군가와 더불어 가고 있다는 안도감, 동지 의식도 생겼습니다.
또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역할이 생기게 되었고, 그 역할은 지역 내 거점으로서의 도서관, 사랑방이 되는 도서관으로 자리잡아갔어요.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일하니 성인이 되어 찾아오는 제자들도 있고, 독서회가 엄마와 아이들의 크고 작은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이 주민들의 일상에도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저희 어린이독서회에서 활동하는 선생님들도 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책을 읽었던 샘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분들 역시 현재도 열심히 책을 읽고 계십니다. 선생님들이 비록 다소 기교는 부족하더라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열정과 도서관을 향한 애정으로 똘똘 뭉쳐 한마음으로 함께 가다 보니 그 오랜 기간 독서 동아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도서관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독서회를 지원하고 믿어준 것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무엇을 만들었다기보다는 모든 것이 합쳐져 자연스럽게 도서관의 한 부분을 이루게 된 것 같아요.
Q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독서 특강을 시작하게 된 것을 계기로 김은실 선생님 개인에게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A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첫째는 공부하는 자세와 태도가 달라져 책으로 익힌 지식을 직접 몸으로 움직여 경험하는 답사나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남편과 함께 다녀온 러시아 여행은 러시아 문학과 미술사, 음악을 공부하며 오랜 시간 준비해 떠났던 여행이었어요. 둘째는 단순한 책읽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 대한 호기심으로 전시회, 음악회, 강의 등을 찾아다니게 됐습니다. 셋째는 배경 지식으로 필요한 전문적인 책도 오랜 기간 함께 읽는 회원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읽게 되어 아마추어지만 전문가 수준이라 자랑할 만큼의 자부심을 갖게 됐죠. 마지막으로 혼자 하기 힘들었던 철학 수업도 8년간 꾸준히 들을 수 있는 열정과 자세를 배웠습니다. 제 일상의 많은 부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Q 다른 도서관에서도 특강을 하고 계시면 소개해주시겠어요?
A 오랜 책읽기의 훈련으로 쌓인 경험과 지식이 발현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어요. 중고등학교의 방과후 교실이나 동아리 수업도 진행하게 되었죠. 국립한글박물관에서 2015년 3월부터 여러 가지 분야에서 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어린이 ‘한글탐험대’, 우리나라 고전을 초등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배울 수 있는 ‘우리가족 고전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제가 한글박물관에서 일을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공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프로그램 ‘전설의 이야기꾼’은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답니다.
Q 도서관에 모임을 유치하고 싶은 사서분들,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고 싶은 이용자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 도서관 모임을 하고 싶은 사서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이라면 관이 중심이 되는 모임은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용자들이 주체가 되어 이끌고 가는 모임이어야 자생력을 갖게 되고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모임을 이끌어갈 리더 교육이 가장 중요하죠. 도서관 정책을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면 그 리더가 중심이 되어 모임의 성격이나 방향이 정해진다고 봅니다. 그 방향이 도서관의 그것과 일치할 때 파급 효과도 극대화되겠지요.
크고 작은 강의를 계획하고 계신 이용자분들도 도서관의 공공성을 꼭 우선으로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요즘은 대형 도서관보다는 지역의 작은 도서관, 거점 도서관들이 많이 생기는 추세인데 이 속담과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한 강의와 활동을 계획하신다면 반드시 잘 될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김은실 선생님께 도서관(이진아기념도서관)이란?
A 이번 6월 한 달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독서 동아리 양성과정 실습지도 담당자로 참여하면서 수강생들에게 네 가지 조언을 했어요. 첫째, 나는 ‘네‘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 둘째, ’연대‘하여 함께 가자. 셋째, 열심히 공부하여 ’남’ 주자. 넷째,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자,입니다. 어쩌면 이 네 가지 교훈이 이진아기념도서관이 지난 16년간 나에게 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진아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름값 하는 도서관을 만들자는 첫 마음을 늘 갖고 살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제게 ‘선물’이죠. 인생에서 만난 가장 큰 선물!!!
서울시립대 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책이 아닌 ‘사람’을 빌릴 수 있다. 2000년 봄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로부터 시작된 ‘사람책’ 프로젝트는 현재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처음에 사람책은 난민이나 소수자 등 쉽게 만나기 어렵고, 목소리를 잘 들어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누구나 사람책이 되어서
예술고등학교 문창과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며 나아가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남산도서관이 2011년부터 운영해온 남산문학아카데미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문학교육의 충실한 장이 되고 있다. 남산문학아카데미를 통해 예비작가 지망생으로서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Q 학창시절 남산도서관 ‘남산문학아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