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의 세계가 보여주는,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의 도서관이제 중학생인 큰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로봇 3원칙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로봇은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되고, 인간에게 복종해야 하며, 그런 조건 하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현실에서 이런 건 없고, 그건 그냥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 나오는 얘기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
새봄에 대학생이 될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도 이제 엄마 인생 살아.” 입시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엄마를 배려한 말인 걸 알면서도 훌쩍 커버린 아이에 대한 대견함과 서운함이 교차했다. 내 몫의 인생은 어디에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기로 했다. 마침 집 근처에 ‘감초마을 현진건 기념 도서관’이라는 예쁜 이름의 도서관이 새롭게
4년 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에 미국까지 가세하며 그로 인한 희생과 피해는 해당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인간은 입으로는 평화와 공존을 외치면서 손에는 무기를 들고 서로를 향해 겨눈다. 그 모순된 풍경에서도 봄은 여전히 색색의 꽃을 피우고 산천을 초록으로 물들이며 여름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작가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드라마, 박해영이라는 세계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배우의 이름보다, 방영되는 시간대나 방송사보다, 작가의 이름이 먼저 언급된다는 것은 작가에게는 최고의 영예일 것이다. 과거 김수현 작가가 그랬고, 송지나와 노희경 작가가 그랬으며, 지금은 김은숙과 김은희 작가 같은 소수가 이런 영광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 하나의 이름이 추가되었다.
저는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실은 공예를 잘하지도 못하고 끈기도 부족합니다. 소질 있다는 말을 듣고 덜컥 시작한 목공은 나무를 자르고 조립하는 것보다 사포질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슬쩍 발을 뺐고, 우드 카빙은 조각도에 손을 베인 뒤 학을 뗐습니다. (수저 세트를 몇 년째 완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팬데
파리 중심에 위치한 샤틀레레 알 역(Gare de ChâteletLes Halles)은 다섯 개의 지하철 노선과 세 개의 RER 노선, 총 여덟 개 노선이 지나는 거대한 철도역이다. 낡고 복잡한 구조, 그리고 늘 붐비는 인파 속을 지나 환승할 때면 나는 종종 서울의 신도림역을 떠올린다. 물론 두 공간 사이에는 분위기부터 냄새, 온도까지 모든 것이 다르
2023년 장편소설 《디어 마이 송골매》를 출간하면서 작가의 말 말미에 나는 이렇게 썼다. ‘작가의 말을 근사하게 쓰고 싶었는데 잘 안 된다. 글보다 앞서는 어떤 마음 때문이다. 그 마음을 간략하게 줄일 수 없어 소설로 대신했으니 길이로 보나 쓴 시간으로 보나 가성비는 그야말로 꽝이다.’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어떤 마음’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오사카에 있는 헌 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라는 이름이 적힌 책을 발견했다. 별 생각 없이 집어 들었는데,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다가 이내 '이거다' 하고 직감했다. 아무리 헌책이라도 나에게는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일단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감춰놓고 나왔다. 결국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안도 다다오 건축을 배운 적 없
생태도시, 우리가 말해온 이름 뒤에 숨은 의문 올해 초, 팀별로 모여 한 해 활동 계획을 짜던 날이었습니다. 오전에 한 차례 회의를 마치고 선배와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선배가 물었습니다. “해민은 생태도시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선배가 6년째, 제가 4년째 몸담고 있는 팀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 질문이 새삼스러웠지만, 그날 오전 내내 비슷한
역사는 누구의 손에 의해 쓰이는가?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기록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기록을 선택하여 역사를 서술할 것인가? 역사와 기록 사이에 형성되는 이러한 긴장 관계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전통적으로 역사는 ‘살아남은 기록’과 ‘선택된 기록’을 바탕으로 서술되어왔다. 그리고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살아남은 기록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