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부터 출근 전 아침 알람 시간이 빨라졌다. 평소에는 오전 7시 29분에 맞춰져 있던 시간을 7시 24분으로 5분이나(!) 앞당긴 것이다. 이유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기 위해서. 철쭉, 실남천, 청짜보, 오엽송, 꼭지윤노리, 석화회, 고려담쟁이……. 어느덧 하나둘 늘어난 나의 반려 분재들의 이름이다. 분재는 원예 식물들과는 다르게 물 주기에 훨
“사서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책을 구해줄게”사서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박사 공부를 하던 시절에 생겨났다. 유럽에는 도제식 박사 수업이 있었는데, 아마 내가 그런 도제식 수업을 한 거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논문을 쓰던 초기, 지도교수와 2주에 한 번씩 만나 지도를 받았고, 논문에서 다루어야 할 고전을 한 권씩 읽어가고 그걸 교수에게 설명하는
2024년 1월, 미국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앞두고 ‘투표하지 말라’는 전화가 수만 명의 유권자에게 걸려왔다. 문제는 전화의 목소리가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의 목소리였다는 점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동급생 얼굴을 합성한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으로 유통하다 적발되었다. 이즈음부터 유명인을 대상으로 합성 미디어를 제작한 사기 광고, 투자
나는 종종 ‘스톤 수프’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마다 궁금증이 바뀌었다. 어릴 적에는 돌 하나로 맛있는 수프를 끓일 수 있다고 마을 사람들을 속이는 나그네의 꾀에 놀라고 마을 사람들의 어리석음에 웃음이 났다. 어떻게 사람들은 그런 터무니없는 속임수에 넘어갔을까. 대기근으로 늘 배가 주렸을 테니 돌이 수프가 되는 기적을 바랐을 것이다. 과연 돌은 아무 맛
Q 권석 작가님은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아버지 PD’로 알려졌는데 최근 소설을 쓴다는 기사를 접했다. 왜,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방송국 입사 후 정신없이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니 관리자가 돼 있었다. 몸은 편해졌지만 현장에서 연기자들과 부대끼며 콘텐츠를 만드는 재미는 없었다. 나는 갓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
답보다 질문이 중요한 AI 시대, '프롬프트 리터러시'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사실도, 자기주도적 학습의 시대에 독서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는 점도 이제는 익숙한 이야기다.그러나 정작 독서 교육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막함을 느끼는 양육자가 많다. 이번 핫앤쿨 인터뷰에서는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처음 보면, 무엇을 먼저 봐야 할지 잠시 망설이게 된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인지, 그 뒤로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인지, 화면 한쪽을 가린 붉은 우산인지 쉽게 분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망설임이 사울 레이터 사진의 시작점이다. 그는 세상을 선명하게 설명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눈에 보이나 끝내 확신할 수 없는 순간을 사랑
시네마테크 프랑세즈(Cinémathèque Française)는 나에게 오래전부터 익숙한 건물이었다. 북부 프랑스의 뚜흐꾸앙(Tourcoing)에 살던 시절, 파리에 올 때면 나는 늘 기차보다 저렴한 장거리 버스를 탔다. 종착지는 늘 베르시 버스터미널이었다. 바로 이 버스터미널 앞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있다. 버스에서 내려 백팩을 메고 지나갈 때면 나
충북 영동군 매곡면 노천리. 야트막한 야산을 뒤로하고 자리 잡은 한가로운 농촌 마을이다. 마을 길로 들어서면 초입에 2층 붉은 흙벽돌집이 눈에 들어온다. 고향집에 들어선 것 같은 포근함이 느껴지는 이곳이 농민문학기념관이다. 바로 옆에 노천상리마을회관이 있어 더욱 정겹다. 작지만 큰 역할을 하는 농민문학기념관은 국내 유일의 농민문학 전문 문학관이다.
Q 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영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번역가로 일하는 동시에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전공을 선택했을 때, 그리고 학교에 다닐 당시 이러한 경로를 미리 계획하거나 예상했는지 궁금하다.A 나도 내가 졸업 후에 번역을 하고 시나리오를 쓰게 될지 몰랐다. 모두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된 일이고, 그래서 지금도 ‘번역가’와 ‘시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