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art : Vividly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중 작품의 모티브를 찾아 소개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모티브가 된 이야기를 함께 떠올려보면서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번 “Vividly”에서 다룰 작품은 2003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 보이’입니다.

영화 ‘올드 보이’는 15년 동안 감금당한 오대수와 오대수를 감금한 이우진의 쌍방 복수극입니다. 평범한 소시민 오대수는 딸의 생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납치됩니다. 사설 감옥에 감금되어 있는 동안 오대수는 아내를 죽인 살인범으로 누명을 씁니다. 죽지도 못하게 하며 자신을 가둔 이에게 복수를 결심한 오대수는 15년 동안 감금되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풀려난 후 일식집에서 미도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자신을 감금한 이우진을 찾아내는데, 감금부터 풀려나 미도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까지 모두 이우진이 계산한 판이었습니다. 과거에 이우진과 그의 친누나 수아의 근친애를 목격하고 친구에게 전한 뒤 전학을 간 오대수. 소문이 퍼지고 나서 수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오대수가 자신의 딸 미도와 사랑에 빠지도록 만듭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오대수는 이우진을 찾아가 본인의 혀를 자르며 미도에게 알리지 말 것을 애걸합니다. 이우진은 “우린 알면서도 사랑했는데,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라고 말하며 자살합니다. 오대수는 기억을 지우기 위해 최면을 의뢰하고, 미도와 만나며 영화는 엔딩을 맞이합니다.

ⓒ올드 보이 스틸컷
납치당하는 오대수	자살하는 이우진	미도와 만나는 엔딩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칸 국제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2016년 BBC에서 선정한 21세기의 위대한 영화 100선에서 30위를 기록했습니다. 현재는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랑프리(Grand Prix): 심사위원대상으로, 강한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은 작품에 수여된다.

# 모티브를 찾아서 ··· (1)신화와 비극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이었으며,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돌고 돌아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인물입니다. 그리스 비극 3대 작가인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바탕으로 비극  ‘오이디푸스 왕’ 을 씁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Λάιος)는 "아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아들이 왕비와 결혼할 것이다"라는 신탁을 듣고 갓난아기를 버리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부하는 아기를 죽이지 못하고 산에 버립니다. 이를 양치기가 발견해 코린토스 왕 폴리보스(Πολύβιος)와 왕비 메로페(Μήροπη)에게 바치고, 아기는 ‘오이디푸스(Οἰδίπους)’라는 이름으로 자라납니다. 성인이 된 오이디푸스는 어느 날 "네 운명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것이다"라는 신탁을 듣고 이를 피하고자 코린토스를 떠납니다. 여행 중, 삼거리에서 한 노인과 다투다가 그 노인과 그의 수행원들을 죽입니다. 하지만, 그 노인은 사실 오이디푸스의 친아버지인 테베 왕 라이오스(Λάιος)였습니다. 테베에 도착한 오이디푸스는 사람들을 괴롭히던 스핑크스(Σφίγξ)의 수수께끼를 풀어 도시를 구하고, 왕이 되어 왕비 이오카스테(Ιοκάστη)와 결혼합니다. 몇 년 후, 테베에 역병이 돌기 시작하고 신탁은 "라이오스 왕의 살해자가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합니다. 진실을 조사하던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라이오스 왕(Λάιος)의 친아들이며, 신탁을 피하려다 결국 그것을 이루게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이오카스테(Ιοκάστη)는 자신이 낳은 아들과 결혼한 사실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아 자살합니다. 절망에 빠진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브로치로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장님이 되고, 방랑의 삶을 시작합니다. 그 후, 오이디푸스는 테베에서 추방되어 방황하며, 결국 콜로노스(Κολωνός)에서 고독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곳은 예언대로 "오이디푸스가 죽음을 맞이할 곳"이기도 했습니다.

오이디푸스 신화에서는 오이디푸스의 무지보다는 왕비 이오카스테의 무지가 강조됩니다. 신탁을 믿고 아들을 버린 라이오스와, 자신이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임을 모르고 결혼한 이오카스테는 모두 자신의 운명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오이디푸스는 부친 라이오스를 살해하고 모친 이오카스테와 결혼하는 죄를 저지르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테베를 계속 통치합니다. 이에 복수의 여신들이 그에게 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되죠. 

반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는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죄를 알게 되자,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절망에 빠져 자신의 눈을 브로치로 찔러 장님이 되며, 결국 테베에서 추방되어 방황합니다.

#모티브를 찾아서 ··· (2) 원작 

영화 <올드 보이>의 원작은 츠치야 가론의 일본 만화 <올드보이>입니다.

만화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고토’는 폭력배가 운영하는 사설 감옥에 10년 동안 감금됩니다. 고토를 감금한 이는 초등학교 동창 ‘카키누마’ 인데요, 초등학교 시절 고토는 카키누마가 부른 동요를 듣고 고독이 느껴져 눈물을 흘렸는데 카키누마는 자신의 약점을 고토가 알게 되었다는 이유로 고토를 10년 동안 감금한 것이었습니다.  

# 무엇이 같고, 또 무엇이 다를까?

✅희곡 ‘오이디푸스 왕’  VS  영화 ‘올드보이’

✅만화 ‘올드 보이’  VS 영화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원작 만화와 같은 동기는 상업영화로는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고민 끝에 감독은 질문을 바꿔보았고, 이것이 영화 <올드 보이>의 출발점이었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영화에도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 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라는 이우진의 대사가 나옵니다.

#PLUS  ART IN  ▶▶▶ 작품 속으로  

👨🏽‍🤝‍👨🏻상호 의존적 존재, 올드보이 속 오대수와 이우진

소년 이우진에게 오대수는 자신과 누나 수아의 사랑을 금기로 느껴지도록 만든 존재이며, 오대수에게 이우진은 오대수의 친딸 미도와 금기의 사랑에 빠지게 만든 존재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시네마 토크에서 오대수와 이우진은 상호 의존적인 존재로, 서로가 있어야 삶의 의미가 생기는 관계라고 밝혔습니다. 서로에게 복수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고 살았기 때문이죠.

🥟🦑감금된 오대수의 주식 “군만두”와 풀려난 오대수의 첫 끼 “산낙지”

올드보이 스틸컷

감금된 오대수에게 15년 동안 개구멍으로 군만두만 지급됩니다. 오대수는 감금에서 풀려나 복수를 위해 군만두와 함께 온 젓가락에 쓰여 있던 ‘청룡’을 기억해 내고, 중국집 ‘자청룡’의 배달원을 쫓아 자신을 감금한 이우진을 찾아냅니다. 많은 중화요리 중 오대수에게 군만두만 지급된 이유는 15년간 먹었을 때 가장 느끼하고 물릴 법한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15년 동안 감금되어 있다가 갑자기 풀려난 오대수가 가장 먼저 먹은 음식은 산낙지입니다. 살아있는 생생한 낙지를 우적우적 먹으며 복수심을 불태우는 장면은 갇혀 있던 시간과 대비되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산낙지를 먹으러 찾아간 식당에서 오대수는 보조 요리사이던 미도를 만나게 됩니다. 산낙지를 먹다 쓰러진 오대수는 미도의 집으로 향하고, 이것이 사랑의 시발점이 됩니다.

🔨올드보이: 원테이크로 완성된 전설의 장도리 액션신

이 장면은 올드보이에서 약 3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액션 신을 원테이크로 촬영해 화제가 된 장면입니다. 원테이크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긴박감 넘치는 액션을 담아내었고, 그로 인해 이 장면은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 액션 신은 IGN(Internet Gaming Network)*의 아시아 영화 최고의 격투신 20에서 12위를 차지했으며, 또한 50 Greatest Movie Fights Of All Time(역대 영화 싸움신 톱 50)에도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액션 씬은 올드보이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 그 자체로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IGN(Internet Gaming Network): 비디오 게임, 영화, TV 프로그램, 만화,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으로, 영화와 TV 프로그램에 대한 평론과 분석을 제공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영화 엔딩 해석: 결말의 의미와 숨겨진 메시지

오대수는 미도에게만큼은 자신이 아버지임을 알리지 말아 달라며 이우진에게 애원하고, 스스로 혀를 자릅니다. 이우진이 죽은 후, 기억을 지우기 위해 최면을 의뢰하지만, 최면술사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오대수는 미도를 끌어안고 울면서도 웃습니다. 이 장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합니다. 과연 그는 기억을 지운 채 미도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모든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한 걸까요?

🎞️영화 <올드 보이> 명대사

명대사 1

📽️“누구냐 너”

<올드 보이>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로 많은 패러디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명대사 2

📽️ “오대수는요... 말이 너무 많아요.”

이우진이 오대수를 감금한 이유를 암시하는 말로, 과거 오대수의 말에서 시작된 소문으로 수아가 죽자, 복수를 위해 이 모든 것을 계획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오대수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혀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고 혀를 스스로 잘라 속죄합니다.

명대사 3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모든 사실을 다 알게 된 오대수에게 미도가 자기 딸임을 알면서도 계속 사랑할 수 있겠냐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이우진은 자기 자신을 죽이며 길고 긴 복수를 끝냅니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오대수의 울면서 웃는 표정은 이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합니다.

✂운명과 진실의 교차로

진실을 외면한 가위와 진실을 향한 고통의 상징, 황금 브로치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일까요?

오이디푸스는 신탁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신탁이 예언한 길을 그대로 걸었습니다. 오대수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복수를 위해 달려갔지만, 그 끝에는 더 끔찍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공통적으로 묻습니다. “우리는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예정된 길을 걸어갈 뿐일까?” 오이디푸스는 모든 진실을 깨달은 뒤 스스로 장님이 되어 떠돌았고, 오대수는 혀를 잘라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이 곧 망각이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억을 잃는다고 해서 죄가 사라질까요? 진실을 모른다고 해서 그 진실이 없던 일이 될까요?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비극을 넘어섭니다. 두 작품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질문을 던집니다. 진실을 아는 것이 항상 옳은 일인지, 아니면 모르는 편이 더 행복할지. 그에 대한 답은 결국 각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까요?

글. 최인턴*

*책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장소에서 독서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장소를 찾아 자연 속에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여유를 느끼고 있다.

 ⓒ사진을 포함한 콘텐츠 저작권은 THE LIVERAR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