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은 한없이 그윽한 영매(靈媒) 작가이다. 사람과 사람, 산 자와 죽은 이,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식물 사이에서 하염없이 고통받으며, 끊어진 영혼의 길을 이어주려는 감수성과 상상력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녀는 있는 이야기, 있었던 과거를 단지 그대로 재현하는 작가가 아니다. 있었던 사건에서 고통받은 이들의 차가운 손을 어루만지고, 이미 식어버린 영혼 안으로 스며들어 시리면서도 뜨거운 감각의 실존을 수행한다. 스며든 순간에 몰입하여 시나브로 엑스터시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 법열(法悅)의 에너지와 감수성으로 말미암아, 한강이 스며든 어떤 인간이나 사물도 단지 홀로인 존재의 차원을 넘어선다.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게 되는, 더 나아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죽은 이도 새롭게 시선과 목소리를 지니게 되며, 가장 고통스럽고 속절없는 서발턴(subaltern, 자신들을 표현할 수단마저 박탈당한 종속된 하층민) 혹은 벌거벗은 호모 사케르(사회적·정치적 삶을 박탈당한, 예외적 상태에 놓인 사람들)들의 눈물 속에서도 청량한 생명의 메시지를 얻게 된다.
한강의 문학적 출발은 소설 아닌 시
무엇보다 고통의 심연을 길어 올리는 한강의 시적 문체는 중층적 가역반응의 결과이자 원인이다. 자아와 세계가 충돌하면서도 그 충돌한 세계를 엄청난 에너지로 끌어안는 자아의 감수성으로 인해, 그토록 이상한 가역반응의 결과로 빚어질 수 있었던 게 한강의 시적 문체이다. 다시 말해 문학적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마땅할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면서도 그 고통의 만화경을 모두 자기 안에서 끌어안고 ‘고통하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워서역설적으로 아름다운 문체로 빛난다. 그런 시적 문체를 독자들이 읽으면, 독자 또한 새로운 가역반응을 일으킨다. 아름다운 문체에 이끌려 한강의 세계로 들어간 독자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엄청난 고통의 항아리에서 슬픔의 숨결과 교감하면서 함께 고통을 나누려는 진실한 인문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가역반응의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것일 수 없다. 서로의 외로운 영혼을 이어주는 현묘한 영매 작가의 창작과 소통 과정에서 매우 복합적으로 빚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붉은 닻>(필명: 한강현)으로 당선되기 한 해 전인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외 시 네 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그 전에 연세대 4학년 때인 1992년 시 <편지>로 연세대 신문인 ‘연세춘추’가 주관한 연세문화상-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때 심사위원은 정현종 시인과 김사인 평론가였다. 애도의 정념과 밀도가 어지간한 이 시에 대한 심사평도 인상적이다. 한강 시의 능숙함을 칭찬하는 과정에서 “굿판의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의 내적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독특하다고 하면서, “그러한 불과 같은 열정의 덩어리”에 들어 있는 풍부한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청 시절부터 이미 한강은 샤먼 시인, 영매 작가로서 에너지가 넉넉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면에서 1992년 심사위원들의 안목은 탁월했다.
영매 작가의 탄생
샤먼 시인 한강의 곁에 있는 ‘나무’는 언제나 “하늘과/ 나를 이어주”(<새벽에 들은 노래 2>,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p.24)는 우주수(宇宙樹, cosmic tree)이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여러 작품에서 꿈 장면에 그런 우주수들이 모여 있는 신비로운 숲의 정경이 배경화되는 것은 차라리 자연스럽다. 그런 우주나무 숲에서 서사 속 캐릭터는 종종 엑스터시의 순간으로 입사한다. 가령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 숲에서 밀물에 떠밀려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죽음들의 풍경을 떠올리던 주인공은 갑자기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고 서술한다. “마치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과 같은 떨림”이었지만, 공포, 불안, 전율, 혹은 “돌연한 고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것에 휩싸인다. 그런 전율과도 같은 떨림의 순간을 충분히 고통스럽게 침례한 다음 “이가 부딪히도록 차가운 각성”(《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2021, pp.11~12)에 이른다. 이런 떨림과 고통, 전율과 공포, 불안과 각성의 과정에 몰입하는 영매 작가의 에너지는 엄청나다. 마치 작두를 타는 무당의 열기를 방불케 한다. 그 순간 끊어졌던 여러 관계가 이어지고, 안 보였던 상처의 얼룩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가 들린다.
가령 <거울 저편의 겨울 6―중력의 선>이라는 시는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샤먼 시인이 중력의 선을 따라 지구 반대편 한국의 풍경을 보는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남미 대륙 남부에 원래 살던 인디오들을 거의 절멸시키고 아르헨티나를 건설한 군인 “로카의 동상을 올려다보다가” “반대편의 학살을 생각”(《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p.106)하는 “나”의 초상을 전경화하고 있다. 그렇게 “난자하는/ 죽음의 직선들을 생각하는 나는” 거기에 몰입하여 1980년 5월 광주에서 죽어간 어리고 여린 영혼 ‘동호’의 눈이 되고 입이 되어준다. ‘80년 5월 광주’를 애도한 《소년이 온다》는 그렇게 우리에게 전해지고 세계문학사를 수놓게 된다.
한국현대사를 소재로 보편적 공감대 형성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는 죽음과 유령들의 세계와도 같았던 참혹한 홀로코스트의 현장에서 “이 저주받을 망령들아, 비통할지어다!”라고 했던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신곡》의 세계를 떠올리며 가까스로 그 죽음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그는 자신의 기록에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깊은 탄식의 제목을 붙였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5.18 민주화운동 불과 몇 달 전인 1980년 1월 서울로 이사하게 된다. 만약 이사하지 않았더라면 작중 동호의 처지가 되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한강은 더욱 고통스러워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동호를 비롯해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간 비통한 유령들을 애도하는 영매자가 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영매 작가로서 한강의 문학적 성공의 원인 또한 복합적일 터이다. 우선 제주 4·3이나 광주 5·18과 같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재현한 서사가 선배 작가들에 의해 상당히 축적되었다는 문학사적 추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홍희담, 황석영을 거쳐 임철우와 최윤 등 여러 선배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5월의 현장과 상처를 다루었다. 특히 체험 작가인 임철우가 《봄날》에서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상세히 다뤄준 것이, 미체험 작가인 한강으로 하여금 다르게 감각하고 달리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았을까. 제주 4·3의 경우 <순이 삼촌>에서 《제주도우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쓴 현기영이 있었다. 광주 이야기를 《봄날》처럼 썼던 임철우가 4·3을 《돌담에 속삭이는》 모양으로 다소 몽환적이고 신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쓸 수 있었던 것처럼, 한강 또한 그 덕분으로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방식으로 형상화할 수 있었다. 사건의 전개나 속성보다 그 사건 속 인간의 고통의 심연으로 들어가 고뇌하고 질문했기에, 세계 독자들의 보편적 공감의 지평을 형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딱따구리 문고에 빠졌던 독서광이 만든 ‘한강의 기적’
또 가족의 분위기나 개인적 기질 같은 것도 포함된다. 한국의 전통 정서와 한의 세계를 웅숭깊게 다룬 작가 한승원을 아버지로 둔 딸 한강은, 어렸을 때부터 책 이외에 다른 살림이 별로 없어 도서관과도 같은 분위기의 집에서 홀로 책 읽으며 공상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아버지가 사준 딱따구리 문고를 읽다가 글자가 눈에 잘 안 들어와 웬일이지, 하면 벌써 날이 저물어 있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앞으로 차근차근 한강 문학의 요인들이 밝혀질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두고 어떤 이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것을 기점으로 하여, 2017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9년 제24회 아르세비스포 후안 데 산 클레멘테 문학상, 《작별하지 않는다》로 2023년에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2024년에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고, 내처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으니, 이전의 관례로 보면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겠다. 1970년대에 있었던 경제적 측면의 ‘한강의 기적’은 후유증이 많기도 했지만, 2024년의 ‘한강의 기적’은 새로운 문화적 에너지를 거듭 창출할 수 있는 소망스러운 기적의 기관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찬제_문학평론가
문학평론가, 대학교수.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카오스모스 수사학》(2023), 《책의 질문》(2023), 《애도의 심연》(2018), 《나무의 수사학》(2018), 《불안의 수사학》(2012), 《프로테우스의 탈주-접속시대의 상상력》(2010), 《고독한 공생》(2003), 《타자의 목소리》(1996), 《상처와 상징》(1994), 《욕망의 시학》(1993) 등을 썼고, 대산문학상, 팔봉비평상, 김환태평론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엔 기후 침묵을 넘어 기후 행동을 위한 생태학적 지혜와 상상력을 탐문하는 환경인문학을 모색하면서, 문학과 문화 교류 양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고귀한 예술적 과정, 고통의 향유정연두의 백년 여행기에서 보이는 횡단의 상상력의 기저에는 디아스포라 고통이란 정동이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전시를 관람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관련한 여러 사유의 거점들을 역동적으로 횡단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고통이 바로 사유의 시작이라고 했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 예술을 ‘고통의 언어’라고 불렀던 테오도르 아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올해의 작가상 2023’(2023.10.20.~2024.3.31.) 전시는 최근 예술의 동향과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권병준, 갈라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 등 네 예술가의 작품은 인류학적 투시주의와 문명사적 성찰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인간과 자연, 존재와 타자 등 여러 다발의 관계론적 사고를 통해 존재론적 탐문의 심화
살바도르 달리를 그린 원종국의 ‘믹스언매치’ 연작살바도르 달리의 화실에 밀레의 만종 실물 액자가 걸려 있었다면, 이제 우리 시대의 한국 작가 원종국의 서재에는 디지털 액자가 있고, 거기엔 언제나 달리의 그림들이 흐른다. 특히 대단히 인상적인 원종국의 ‘믹스언매치Mix-and-Match’ 연작 안에 삽입된 살바도로 달리의 디지털 액자 그림들은 소설의 기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