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국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AI가 생성한 그림이 1등상을 수상했다. 제이슨 앨런이라는 참가자가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디지털 회화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그 주인공이다.
제이슨 앨런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 (출처: J. M. Allen, 2022, Wikimedia Commons)
이 작품의 우승 소식이 알려지자 예술가들과 대중 사이에서는 ‘예술의 죽음’, ‘창작 일자리의 위협’이라는 논쟁이 확산되었다. 대회 심사위원들은 AI 사용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지만, 설령 알았더라도 작품의 완성도와 독창성을 고려해 동일한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밝혔다(Kuta, 2022). 이 발언은 창작의 주체보다 결과물이 더 중시되는 평가 기준의 현실을 드러낸다.
문학 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졌다. 2016년 호시 신이치 문학상 예선에서는 AI가 공동 집필한 단편소설이 통과돼 문장 완성도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다만 플롯 구성과 문체 설계에 인간이 깊이 관여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기계 창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되었다(Lewis, 2016).
2024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도쿄도 동정탑의 작가 구단 리에는 소설 일부를 ChatGPT로 생성했음을 공개했다. 전체 분량의 약 5퍼센트에 해당하는 문장을 그대로 활용했으며, AI가 제시한 예기치 않은 표현이 인물의 내면 묘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AI를 경쟁자가 아니라 창작 과정의 협업자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Anderson, 2024).
이처럼 예술 영역에서 AI의 활용은 창작의 의미와 저작 윤리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AI가 기존 예술가의 화풍이나 문체를 학습해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와 데이터 이용의 정당성을 둘러싼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De Vynck, 2023). 논쟁의 핵심은 결과의 품질뿐 아니라 창작 과정의 정당성에 있다.
인공지능의 창의성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창작물과 기계 생성물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AI의 산출물을 창의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학계의 입장은 나뉜다.
보든(Boden)은 창의성을 기존 요소의 새로운 조합으로 정의하고, AI 역시 조합적 창의성과 탐색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았다(Boden, 1998). 그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새롭고, 놀라우며, 가치 있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새로움을 개인 수준의 P-창의성과 역사적 차원의 H-창의성으로 구분했다. AI 연구는 주로 P-창의성의 모델링에 집중하며, 이 수준이 충분히 구현될 경우 일부 사례에서는 H-창의성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브레이너드(Brainard)는 창의성의 조건으로 참신성, 가치성, 주체성을 제시하면서, 현재의 AI는 주체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Brainard, 2025). 그는 특히 호기심과 같은 내적 동기가 창의성의 핵심 요소인데, 이는 현존하는 AI 시스템이 갖추지 못한 특성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질문을 생성하지만, AI는 주어진 목표와 데이터에 따라 확률적으로 출력을 생성할 뿐이다.
이 두 관점을 종합하면 ‘AI가 창의적인가’라는 이분법적 질문보다 ‘AI의 산출물과 인간의 창작 사이에는 어떤 질적 차이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적절하다. 인간의 창의성은 의도와 자기성찰, 사회적 맥락을 포함하는 반면, AI의 생성은 통계적 패턴 학습에 기반한 예측 결과라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를 가진다. 이러한 차이는 AI가 자율적 목적 설정과 의미 해석 능력을 갖추지 않는 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도서관 분야의 시사점
도서관은 전통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조직하고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왔으나,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중심 사회의 도래로 정보 활용과 지식 창출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서의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으며, 인간의 전문적 판단과 AI의 처리 능력을 연결하는 중개자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예술 분야에서 나타난 인간과 AI의 협업 구조는 정보 서비스 영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특히 정보의 신뢰성 문제는 인간 전문가의 개입이 여전히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거대 언어모델 기반 챗봇은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답변을 생성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논문이나 허위 참고문헌을 제시하는 사례도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듀크대 도서관이 AI 생성 참고문헌의 무비판적 활용을 경고한 사례는, AI 환경에서 정보 검증 역량의 중요성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Welborn, 2023).
또 다른 과제는 정보 윤리와 이용자 권리 보호이다. AI 서비스는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개인정보 활용, 알고리즘 편향 문제를 동시에 수반한다. 국제도서관연맹(IFLA)은 도서관이 책임 있는 AI 활용과 윤리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AI 활용 교육을 핵심 책무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FAIFE, 2020). 이는 도서관이 기술 수용 기관을 넘어 사회적 학습 거점으로 기능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AI의 도입은 사서에게 위기라기보다 전문성 확장의 계기로 해석할 수 있다. AI가 기본적인 검색과 요약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문제를 구체화하며 탐색 전략을 조정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영역에 속한다. 이는 예술가가 AI의 제안을 참고하되 최종 판단을 스스로 내리는 창작 구조와도 유사하다.
창의성 교육과 AI 리터러시의 과제
AI의 확산은 교육과 도서관 모두에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가장 일반적인 대응 전략은 리터러시 강화이다. 동시에 창의성 교육 역시 미래 핵심 역량으로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AI가 다양한 산출물을 빠르게 생성하는 환경에서 인간의 창의성은 어떤 방식으로 길러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AI 시대일수록 비판적 사고와 문제 정의 능력 같은 인간 중심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지적한다. 카네기재단과 ETS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 소통, 호기심, 디지털 및 AI 리터러시를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으로 제시했다(Misha, 2025). 여기서 창의성과 AI 리터러시가 함께 제시된다는 점은 두 역량이 상호 보완적임을 보여준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AI를 무조건 차단하기보다 학습 과정에 통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학생들은 프롬프트 설계를 통해 AI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생성된 결과를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며 확장하는 훈련을 수행한다. 이는 AI를 단순 도구가 아니라 사고를 자극하는 협업자로 활용하는 학습 방식으로, 메타-창의성 역량의 형성으로 볼 수 있다.
AI를 활용한 독서, chat gpt 이미지 생성
아울러 창의성 교육에서는 인간만이 경험할 수 있는 정서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예술 활동에서의 신체적 표현, 문학 토론에서의 감정 공유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동시에 AI 리터러시 교육에서는 정보 검증, 저작권 인식,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윤리적 판단 능력이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이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요컨대 창의성 교육과 AI 리터러시 교육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강화되는 관계에 있다. AI를 활용해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되 최종 판단과 가치 부여는 인간이 수행하는 구조가 교육의 핵심 과제가 된다.
공존을 향해
AI와 인간 창의성의 경계는 고정된 선이 아니라 기술 발전과 사회적 인식에 따라 이동하는 영역이다. AI의 생성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은 오히려 의도성, 자기성찰, 윤리적 책임과 같은 고유한 창의성의 속성을 더 분명히 인식하게 된다.
AI와 인간의 관계는 경쟁이라기보다 상호 보완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AI는 방대한 조합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인간은 그 결과에 의미와 방향을 부여한다. 중요한 것은 경계를 설정해 배제하기보다, 각자의 역할을 인식한 상태에서 책임 있게 활용하는 태도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인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확장할 것인가에 있다. AI 시대의 창의성은 인간과 기계가 함께 구성하는 새로운 창작 지형 속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박진호_한성대 크리에이티브인문대학 지식정보문화트랙 교수
한성대 크리에이티브인문대학 지식정보문화트랙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다. 주요 연구 관심사는 오픈 데이터와 시맨틱 웹이며, 정보기술 관련 주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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