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는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쓴 글이다”라는 말을 했다. 내가 읽은 책이 나의 생각을 만들고, 내가 쓴 글이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문호의 명언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읽기와 쓰기는 생각을 키우고 확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마중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 역시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매 순간 느낀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각 교과가 담고 있는 지식의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읽기와 쓰기는 모든 교과에 공통으로 요구된다. 읽기를 통해 지식을 알아가고 쓰기를 통해 생각을 확장하는 것, 그럼으로써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야말로 왕도 없는 배움의 과정일 것이다.
각 교과마다 고유한 가치가 있지만 미술 교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매력이 있다. 미적 체험과 표현, 감성과 지식, 예술과 사람, 마음과 신체 등 그 영역이 통합적이고 종합적이다. 여기에 읽기와 쓰기까지 덧붙여지는 시간이 있다. 바로 미술 감상 시간이다.
먼저 미술 감상은 시각적 정보를 살피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선과 색은 어떤지, 대상의 형태와 명암은 어떤지, 각각의 조형 요소들은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지 등 작품의 조형 요소를 살피고 각 조형 요소들이 만드는 원리를 찾는다.
물론 이 방법만이 정답은 아니다. 분석적으로 작품을 볼 수도 있지만, 작품이 주는 느낌을 중시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숲을 보고 나무를 볼 수도 있지만, 나무를 보고 숲을 볼 수도 있으며 아예 나무만 보거나 숲만 봐도 괜찮다.
작품이 주는 분위기 속에 자유롭게 젖어 있다 보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올라온다. ‘고흐는 왜 노란 해바라기를 많이 그렸을까’, ‘피카소는 왜 서로 다른 방향에서 그린 그림을 하나의 화면에 담았을까’, ‘뭉크의 절규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떠오르는 궁금증은 감상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한다. 작품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한 인간에게 눈을 돌리도록 하는 것이다. 즉, 화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의 시대를 살아보게 한다. 예술가로서의 고민, 시대와의 갈등을 알게 되면 작품의 선과 색, 형태의 의미는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작품과 화가와 시대를 연결하는 과정은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이고 개별적이면서도 종합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품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음미할 수 있다.
“그저 보지만 말고 생각하라.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 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아라”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생각의 힘, 예술과 사람과 시대를 통합하며 지식과 감성을 키우는 시간이 바로 미술 감상 시간이다.
타고난 천재? 엄청난 노력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밀레, 마티스, 피카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화가들은 당대 최고의 천재로 칭송받아왔다. 그들의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위대한 예술가로 창의적인 작품을 남긴 이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마티스는 인생의 대부분을 병상에서 보냈지만 병든 노구의 몸을 이끌고 하루 열 시간 이상 그림에 매달렸다. 피카소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내 몸을 빌려 태어나는 것”이라며 매일 네다섯 점의 그림을 그렸다. 거센 태풍을 뚫고 자연을 그리러 밖에 나갔던 세잔은 며칠 뒤 극심한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고, 백내장이 된 눈으로도 모네는 300점이 넘는 수련을 그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엄청난 노력의 천재들이었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 안다면 그 누구도 천재니 하는 말을 가볍게 입에 올리지 못할 것이다”라는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화가의 삶을 알게 되면 ‘타고난 천재’라는 세간의 평가가 얼마나 안이하고 손쉬운 것이었는지 새삼 숙연해진다. 자기 자신과 시대를 뛰어넘으려 했던 예술가들의 불굴의 의지는 우리 삶에도 잔잔한 파문을 준다.
미술 감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고고한 취미 활동이 아니다. 작품을 감상하며 지식과 감성을 키울 수 있고, 동시에 삶에 대한 태도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아이들에게 화가의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고 미술관 체험을 권한다.
미술 감상의 신세계, 온라인 미술관
하지만 미술관에서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미술관을 활용해 이색적인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다. 그중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는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에 장점이 많은 유용한 도구다. 아트 앤 컬처를 활용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미술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 세계 유명 미술관 내부의 스트리트 뷰를 제공하고 있어 작품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실재감을 준다.
또 다양한 작품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가령 고흐를 검색하면 고흐의 초기 작품부터 후기 작품까지 한 페이지에 펼쳐진다. 작품이 시기별로 정리되어 있어 클릭 몇 번만으로도 고흐 작품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변화들을 알 수 있다. 주로 사용한 색, 붓 터치, 그림의 특징, 주제의 변화 등을 부연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림을 감상한 뒤 고흐의 삶이나 친구 관계, 그가 살았던 집까지 궁금증을 확장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놀이 체험이 가능하다. 명화 색칠하기, 명화 퍼즐 맞추기, 연도별 그림 퍼즐 맞추기 등 명화를 활용한 놀이로 색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 온라인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한 뒤 명화와 관련한 놀이 체험을 해본다면 효과 만점의 미술 교육 활동이 된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멈추었던 교육 활동이 정상화되고 각종 체험 활동이 되살아나면서 전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아이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방법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많은 어린이들이 미술 작품과 화가의 삶에 감화되어보는 것이다.
미술 감상은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도전과 열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시대를 이해하고 작품의 숨은 의미를 발견해 말과 글로 표현하는 시간이다. 보이는 것 너머의 세상을 보는 마법 같은 시간. 그 특별한 기쁨을 누려보기를 권한다.
안소연_초등교사
EBS, KBS, CBS 방송국에서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의 방송 원고를 썼다. 현재 경기도 시흥 하중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놀이와 배움의 경계를 허무는 수업놀이연구회 ‘놀이위키’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여기는 바로섬 법을 배웁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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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무려 20년 만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새로운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헬싱키의 38번째 도서관이기도 하다. 그 주인공이 바로 깔라사따마도서관으로, 그냥 새로운 도서관인 것 말고도 재미있는 특징이 몇 가지 더 있다. 우선은,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의 도서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도시 한가운데 있는 대형 쇼핑몰 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밥을 다 먹고 나가려던 뭉구가 살짝 열어놓은 철문과 문틀 사이 틈이 좁아 나가지 못하고 문에 몸을 비비고 있다. 문을 활짝 열어주니 뭉구가 놀라서 화단 쪽으로 도망갔다. 나가려던 게 아니었는지 밥그릇 쪽으로 가서 다시 밥을 먹는다. 뭉구는 이곳에서 밥을 주기 시작한 첫 고양이다. 이곳은 시골집을 개조해서 만든 책방 겸 카페다. 낡은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