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옆]은 각 지역의 여러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가 아니라 도서관 옆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하듯 탐방하는 코너이다.
울산도서관 전경 ⓒ권민조
여천천 옆 아름다운 산책로를 거느린 명당
울산은 강변마다 생태공원을 조성해 산책로가 잘 이루어져 있다. 여천천 산책로는 공업탑에서부터 출발해 태화강역 근처까지 이른다. 6킬로미터가 넘는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다. 주민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신정동과 달동을 꿰고 흐르다 보니 산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산책하다 동네 사람을 만나 손을 맞잡고 수다 떠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는 정다운 곳이다. 이용자가 많다 보니 타일 벽화나 포토존으로 꾸며둔 조형물도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좋은 산책로다.
첫 발령을 받아 근무했던 곳이 여천천 옆에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로를 따라 걸어 울산대공원이나 울산박물관을 가기도 하고 환경 정화 봉사활동도 했다. 아이들이 철새도 보고 예쁜 꽃도 보며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낭만적인 길이었다.
그런 여천천 산책길에 꼭 가봐야 할 장소가 생겼다. 바로 2018년에 개관한 울산도서관이다. 뒤로는 푸른 산을 두고 앞으로는 여천천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명당에 울산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울산에서의 ‘내 기억 속 도서관’
나는 대학만 타지에서 다니다 울산으로 임용시험을 쳐서 돌아온 울산 토박이다. 그런데 울산에서 도서관을 이용한 경험은 정말 손에 꼽는다. 내 기억 속 도서관은 불편하고 후미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지역 도서관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책을 빌렸던 적이 있다. 도서관에 갈 땐 몰랐는데 빌린 책 세 권을 들고 나와서 걸으니 버스정류장까지도 꽤 먼 거리였다. 반납일이 되고도 미루고 미루다 결국 엄마에게 반납을 부탁드렸고, “다시는 책 빌리지 마라”는 엄포를 들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니 엄마도 주차가 복잡해서 무진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열심히 읽던 친구들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책과 멀어졌다. 그날의 도서 반납 사건 이후로 울산에서 도서관이란 근처 주민들만 운 좋게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울산도서관이 개관한 것이다.
심지어 175대 동시 주차 가능한 주차장을 갖춘 도서관이라니, 울산에 살면서 가장 괄목할 만한 소식이었다. 도서관 개관 소식에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앞 다투어 SNS에 사진을 올렸다. 실제로 처음 도서관에 와본 날, 높은 층고의 웅장한 로비에 압도당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티켓을 안 끊고 들어온 건 아닌지 두리번거렸다. 도서관에 목말라 있던 울산 시민들의 바람을 모두 만족하는 도서관이 나타난 거다. 강렬한 첫 만남 이후로 울산도서관은 나의 참새 방앗간이 되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로비 ‘글향' ⓒ권민조
도서관과 함께 크는 아이
도서관이 개관하던 해에 첫째 아이가 태어났다. 우리 아이들은 운 좋게 울산도서관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자라고 있다. 아기띠를 매고 데려왔었는데 이제는 이 아이들이 꿈마루 동산에서 신나게 뛰노는 어린이가 되었다.
집에 책이 차고 넘치게 많지만 그래도 도서관에서 매주 책을 빌린다. 도서관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아이들은 집에서 책을 볼 때면 “이 책 빌린 책이야?”라고 꼭 묻는다. 빌린 책이라고 하면 책을 다 읽자마자 신줏단지 모시듯 고이 덮어서 따로 모아두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태어나면서부터 도서관의 책들을 누린다고 생각하니 내 아이가 부럽기도 하다.
사계절 내내 도서관과 함께하는 우리집 아이들 ⓒ권민조
도서관 북카페엔 ‘올해의 책’이 한가득
울산도서관에 온다면 2층 북카페는 꼭 들르기를 권한다. 커피도 커피지만 북카페에는 경남은행에서 기증받은 책들이 서가에 빼곡하다. 주제별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색깔별로 책을 나누어 꽂아두었는데, 둘러보다 평소 궁금했던 책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도 쏠쏠하다.
울산도서관은 ‘책 읽는 울산, 올해의 책’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연령대별로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도서관 외벽에 크게 붙은 올해의 책을 한 번은 읽어보고 싶은데, 대출 예약은커녕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올해의 책으로 뽑힌 책들은 2층 북카페에 한 권당 족히 열 부쯤은 배치해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간 책 이름을 검색하며 대출 기회만 엿보던 나는 이런 발상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울산도서관의 도서 보유량은 30만 권이 넘는다. 산만한 나는 열람실에서 목적을 잃고 책등만 실컷 보다가 돌아오는 날도 있다. 그런데 북카페에는 웬만큼 알 만한 유명 도서나 인기 도서를 집약적으로 갖추고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읽기 좋다. 나서야 할 시간이 되면 독서 기록 앱으로 몇 쪽까지 읽었는지 표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음에 북카페에 다시 와서 그 책을 찾을 때는 마치 보물을 찾은 것마냥 반갑다.
울산 토박이들의 맛집, 도서관 옆 ‘촌놈밥집’
울산도서관 구내식당은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하다. 아이와 왔을 때는 돈가스 정식이나 오므라이스를 먹으면 좋다. 하지만 남편과 갈 때면 걸어서 맛집을 찾아가는 편이다. 멀지 않은 곳에 울산 토박이라면 다 알 만한 맛집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부터 푸근한 ‘촌놈밥집’이다.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밥시간에 주차를 하려면 몇 바퀴 뱅뱅 돌다 포기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울산도서관에서 600미터 거리에 있는 식당이라 산책도 할 겸 걸어서 방문해보면 좋다.
만 원짜리 고등어구이 백반세트는 노릇노릇한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 푹 익은 김치찜이 나온다. 사장님께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오지랖 넓은 걱정까지 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남편과 나는 늘 식당에서 제일 비싼 촌놈모듬세트를 시킨다. 팬심이랄까? 그래봐야 1인분 12,000원이지만 말이다. 촌놈모듬세트는 고등어구이, 된장짜글이, 김치찜, 두루치기에 신선한 상추까지 나온다. 나오는 것 중 어느 하나는 맛이 모자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식사를 하지만 촌놈밥집의 반찬은 모두 맛있다. 지인들을 데려가도 섭섭한 소리를 절대 듣지 않는 식당 중 하나다.
촌놈밥집의 ‘촌놈모듬세트’(좌), 갈바트 에스프레소바(우)
촌놈밥집 다음 코스, 힙한 ‘갈바트 에스프레소바’
촌놈밥집 바로 맞은편에는 울산에서 요즘 힙한 ‘갈바트 에스프레소바’가 있다. 동네 주민만 아는 작은 카페였지만 입소문이 나서 현대백화점 옆에 팝업 스토어까지 열게 됐다. 에스프레소의 맛이 깔끔하고, 텁텁한 입을 청량하게 할 탄산수를 함께 내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블루와 화이트로 포인트를 잡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거울로 된 포토존도 있어서 젊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나들이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여천천을 가로지르는 울산도서관 다리를 바라본다. 책을 모티프로 만든 거대한 대문을 통과해야만 울산도서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책장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문은 지날 때마다 마치 해리포터의 ‘9와 3/4 정거장’을 통과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앞으로도 울산에 사는 한 나는 마르고 닳도록 이 문을 지날 것이다. 집에 돌아갈 때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는 밝아진 눈을 갖고서 말이다.
초등학교 교사, 그림책 작가. 여덟 살 이후로 평생 학교만 다녔지만 현재 육아를 핑계 삼아 인생 처음으로 학교를 쉬고 있다. 어린 두 자매를 키우느라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는 하루를 보내지만 시간을 쪼개서 가치 있는 일을 하길 좋아한다. 프로 도전러. 지은 책으로 《할머니의 용궁 여행》 《몽돌 미역국》이 있다.
[도서관 옆]은 각 지역의 여러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가 아니라 도서관 옆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하듯 도서관을 탐방하는 코너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곳‘도서관 생활자’. 이만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섭렵했다거나 하다못해 한 분야의 서가를 통째로 읽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라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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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알토대학으로 유학을 왔다. 연고 없는 이국땅에서 생활한다는 게 녹록지 않은 일임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런데 수시로 불쑥불쑥 밀려드는 외로움과 헛헛함은 짐작했던 것 이상이었다. 사회적인 활동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외딴 섬에 갇힌 듯한 소외감에 빠져들기도 했다. 나는 마치 한국에서 28년 동안 살면서 하나하나 획득했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