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 기행은 문학관이 배경으로 하는 문학인의 삶을 소개하고 문학관이 설립된 마을을 둘러싼 문학적 · 공동체적 가치를 전달하는 코너이다.
문학관 기행 연재를 맡은 신구도서관재단 이창경 이사가 노작홍사용문학관을 방문하고 쓴 에세이를 5월호(첫 회)에 싣는다.
문학가의 삶과 태도가 현대로 와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지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동탄, 해 저문 현량개
문학관을 찾는 일은 아름다운 기억들을 소환하는 일이다. 문학이 그만큼 지난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도 된다. 몇 번이고 노트에 적어보았던 가슴 뛰던 시 구절, 밤새 써놓았던 연애편지 찢어버리고 달랑 시 한 편 적어 보냈던 젊은 날의 기억, 그런 기억들이 그리워질 때 문학관을 찾는다.
문학관에서는 작가와 작품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공유하려는 역동적 힘도 만나게 된다. 노작 홍사용문학관은 바로 그런 힘을 느낄 수 있는 문학관이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수난과 아픔을 노래한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널리 알려진 홍사용은 용인군 기흥면 농서리 용수골에서 태어났다. 본적지는 화성군 동탄면 석우리 492번지다. 노작 홍사용문학관은 동탄 신도시 반석산 아래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동탄 신도시는 2천 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인구 80만을 헤아리는 활기찬 젊은 도시로 발전했다. 작품 <통발>에서 동네 친구 노마와 물고기 잡던 시골 풍경을 떠올리기에는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스쳐갔다. 20대 초반 혈기 왕성한 그 시절, 뒷동산 장군바위 뜬구름은 얼마나 많은 그의 눈물을 실어 날랐을까. 그가 바라보던 맑은 구름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동탄(東灘)은 ‘동쪽에 있는 여울’이란 아름다운 지명이지만, 1914년 수원부에 속했던 이 지역의 동북면과 어탄면을 통합하면서 각각 한 글자를 따서 만든 지명이다. 그가 남긴 작품 <해 저문 현량개>는 당시 석우리 고향 마을의 풍경을 담고 있다. 학생 신분으로 3.1운동에 가담한 죄로 수감되었다가 풀려난 후 절친한 친구 정백과 함께 이곳 고향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때 그와 함께 쓴 작품이 <해 저문 현량개>다.
지금 잘 정비되고 다듬어진 깔끔한 아파트 숲에서 그가 바라보았던 동탄의 옛 모습은 찾기 어렵다. 멀리 수묵화 같은 무봉산, 아이들 소 몰고 돌아오는 방초 언덕, 구름 쉬어가는 주봉산, 먹실골에서 들려오는 농부들 노랫가락······. 통발 놓아 고기 잡던 현량개는 신도시 개발로 매립되고 다만 반송리, 청계리 등이 지명으로 남아 있다.
2010년 개관한 노작 홍사용문학관은 2개의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산유화극장, 작은 도서관 노작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시실에서 노작의 삶과 문학, 유품 등을 찬찬히 살펴보며 흰 두루마기에 흰 고무신 차림의 다정한 노작을 만나게 된다. 그가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를 듣는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왕성한 지역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이 전시된다. 1층 산유화극장에서는 시 낭송회, 단막극 등이 수시로 공연된다. 문학관 어디서든 노작과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억압된 일제강점기 한 지식인이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이루려고 했는지, 문학은 그에게 무엇이었는지, 비애를 열정으로 승화시킨 그의 삶이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문학관의 참모습은 전시실에만 있지 않다. 노작과 그의 문화 활동을 어떻게 이 시대와 연결하고 확산시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문학관 프로그램 운영에서 나타난다. 문학평론가 노지영은 “시대적 조류 속에서 문화운동의 물적 기반들이 변동하는 것을 기민하게 바라보았고 시와 소설, 연극, 영화, 라디오 방송, 대중가요 등 자신이 감각하는 세계감을 진정성 있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양식을 끊임없이 탐색해 왔다”고 노작을 평했다. 이러한 노작의 개방적 행보는 눈물이 눈물로 그치지 않고 존재를 변이시키는 강한 힘으로 작용한 데 있다고 보았다.
노작이 자신을 고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장르의 문화 양식을 오간 것은 그가 간직한 대중에 대한 따뜻한 시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대중에 가까이 다가가고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양식을 찾고 실천했다. 노작 홍사용문학관은 노작이 그랬듯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며 전통의 새로움을 모색한다.
2017년 문예지 《백조》를 복간했다. 당시 낭만주의 경향을 주도한 이 잡지의 편집인이 노작이었다. 불과 3호 발행으로 중단되었지만 문학사적 의미는 크다. 백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그 치열한 창간 정신이 그대로 투영된 《백조》 4호로 우리들과 만나게 한 것이다. 연 4회 발행되고 있는 이 잡지는 이름뿐만 아니라 편집 정신까지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노작의 백조 편집 정신을 염두에 둔 손택수 관장의 말이다.
“전국지이지만 우리 지역 작가의 비중을 30퍼센트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편집위원도 3회 이상 위촉하지 않음으로써 편집 권력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한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도 뜻 깊다. 문학관 개관 이듬해 노작이 힘을 기울인 신극운동의 뜻을 이어 시민극단 산유화를 부활했다. 1920년대 신극의 연구 공연을 위해 노작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단체가 산유화회였다. 창작단막극제는 단막극의 전국으로의 확산이고 노작 연극운동의 발전적 부활이다. 연극제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손택수 관장은 말한다.
“매회 7, 8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응모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냥 희곡이 아니라 극단과 조인해야 되거든요. 70명의 작가들이 70개 극단과 조인해야 합니다. 어마어마한 극단들이 참여하고 있는 거죠.”
지난해에는 노작홍사용문학상에 싱어송 라이터들에게 주는 음유시문학 부문을 신설하고 루시드 폴의 <한 줌의 노래>를 선정, 시상하였다. 이 역시 문학과 연극뿐 아니라 음악과 대중가요에도 힘을 기울였던 노작의 자유로운 예술 정신을 선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음유시인문학상 수상자 루시드폴, 시상자 정호승 시인_2023년에 새로 제정한 문학상이다. 루시드폴이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백조》 창간 100주년이 되는 2022년에는 많은 공력을 들여 《정본 노작 홍사용 문학전집》을 간행했다. 두 책으로 간행된 이 전집은 1책에 시, 소설, 산문, 희곡, 평론, 기타로 구분하여 노작의 전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부록에는 노작 연구 목록, 추모의 글, 생애와 연보, 작품 연보, 청구가곡 등을 수록하여 노작 연구의 토대를 삼게 했다. 2책 ‘노작과 백조 문학 연구’에서는 초기의 노작 연구부터 현재까지의 학술적 성과, 그리고 백조 문학 연구를 아우르는 연구서를 수록했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원전 검토, 친절한 각주로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독서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문학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문학관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전제되어야 할까? 자료의 수집과 정리, 시각적 효과를 고려한 체계적인 전시, 주민 친화적 프로그램 운영, 연구활동 지원 등을 든다. 손택수 관장은 “문학관이 문학에 갇히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잃게 된다. 문학이 열리려면 끝없이 관계대명사로서 관계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개관 15주년을 앞둔 노작 홍사용문학관도 아쉬움은 있다. 문학관이 공공재로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한 고민이다.
“문학관이 15년 가까워지다 보니 시설이 노후해졌습니다. 문학관은 미디어 실천자로서 새로운 미디어 활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노작이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대중과 호흡하며 문화운동을 펼쳤듯, 노작 홍사용문학관은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창의적 사업 수행을 통하여 노작의 자유로운 문학정신을 이어가는 가운데 동탄 주민이 사랑하는 문화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방문객에 대한 손 관장의 소망은 단순하다.
“세상에서 성공한 삶이라고 얘기하는 비교 논리들이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와서는 참새의 다정다감한 노랫소리를 듣는 그리고 자기를 치유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문학관 2층에 마련된 작은 도서관 카페에서 동행한 아우와 찻잔을 앞에 놓고 앉았다. 잠시 창밖을 본다. 전시실 사진 속 청년 노작이 뚜벅뚜벅 문학관 안으로 들어온다. 옆자리에 앉는다. 오월 노작공원의 햇살은 상당히 낭만적이다.
이창경_신구도서관재단 이사, 수필가
신구도서관재단 이사, 한국출판학회 고문, 수필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에서 수학했다. 1991년 《추강 남효온 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04년 《문예운동》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고전 편찬 일을 도왔고 1989년부터 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출판 교육, 출판 역사에 관심을 갖고 이 분야 연구에 힘써왔다. (사)출판문화학회 회장, (사)한국출판학회 회장, (사)아시아민족조형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쓴 책으로 《함께 걷는 책의 숲》과 《세계의 식물원 산책 1》(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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