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휴학생의 소설 첫 문장 쓰기 v-log> 영상은 서은총 필자가 직접 제작해 보내왔다.
Q 나의 20대를 다섯 개의 단어로 표현해본다면?
A 불안, 상상, 영영, 꿈, 산책. 성인이 되고 나서 줄곧 낯선 곳을 산책하고 있는 것만 같다. 불안과 상상에 매달리거나 때로는 시달리면서.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매달리고 시달린 덕분에 계속 습작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러한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닫고 나서 기분이 아주 생경했다. 요새 꿈을 자주 꾼다. 꿈을 꾸고 나면 바깥에 나가 조금이라도 걷는다. 그러다 간혹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으면 그걸 가지고 소설을 쓴다. 이게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 때까지 가능한 그것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Q 가장 만나고 싶은 책 속 주인공은 누구인가.
A 주인공보다 오히려 주변 인물들에게 매료되는 편이다. 최근에 앨리스 먼로의 <자존심>을 읽었는데, 작중 인물인 ‘오나이다’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는 불행하다고 여길 만한 일들을 오랫동안 겪어왔고, 그것들로부터 도망친다고 해서 자기 삶이 쉽게 나아질 수 없음을 잘 아는 듯하다. 소설이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만큼 오나이다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소설을 읽는 내내 그를 버티게 한 ‘자존심’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Q 책을 쓴다면 어떤 책을 쓰고 싶은가.
A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전공 수업 과제 중에 ‘문학상 수상 연설문 쓰기’가 있었다. 과제 내용을 일부 변형해 말하자면, 책에 실린 모든 소설 속 이러한 장면이 있으면 좋겠다. 어떤 인물이라도 상관없으니 누군가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었으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경 쇠약 직전의 여자>라는 영화를 보면 절대로 친해질 것 같지 않던 두 인물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왜인지 모르게 숨통이 트였다. 경청하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이 안정된 상태여야 한다. 작중 인물들이 잠깐이라도 그러한 여유를 가졌으면. 가까운 미래에 그러한 소설을 써보고 싶다.
Q 나의 어느 하루를 단편영화로 만든다면 그 제목은? 그리고 배경음악은 무엇으로 하고 싶은가.
A 영화로 만드는 거니까 어느 정도 상상이 가미돼도 괜찮을까? 일정이 없을 때 거의 집에만 있는 편이다. 쉬고 있는데, 누군가 날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면 재밌겠다. 이왕이면 고양이가 문을 두드리는 걸로. 낯선 누군가를 따라가려면 그럴듯한 이유가 필요한데, 고양이라면! 일단은 ‘노크’라는 가제를 쓰고 더 나은 제목이 생각나는 대로 바꿔야겠다. 배경음악은 에프엑스의 <빙그르>. 지친 ‘너’한테 마법 같은 사랑을 주겠다는 내용의 노래인데,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설렘을 느끼는 영화 속 ‘나’의 심정을 잘 드러내는 듯해 골라봤다.
Q 책을 읽고 책에서 읽은 대로 무엇인가를 실행한 적이 있나.
A 지금 생각해보니 한 번도 그렇게 해본 적 없다. 어쩌면 기억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만약 후자가 맞아도 지금 기억나는 게 없는 것을 보면 무언가 크게 와닿았던 경험은 아니었나 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책을 읽다가 재밌는 소재나 문장을 발견하면 바로 노트에 적어두는 편이다. 수시로 읽어보면서 머릿속으로 살피고 변형시키기를 반복한다. 내가 몰랐던 영역의 지식을 처음 알게 된 날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기록해두기도 한다.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어느 인물의 흔하지 않은 반응을 상상할 때도 있다. 무엇인가를 쓰는 데 필요한 자극을 자주 얻는 것 같다.
Q 내가 도서관장이라면 도서관을 어떻게 구성하고 싶은가. 그리고 도서관 이름은 무엇으로 짓겠는가.
A 현재 동네 도서관에서 주말 근로를 하고 있다. 일하면서 도서관 업무가 얼마나 다양하고 유동적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상상력에 기대 전체적인 구상을 하는 게 어쩐지 어렵게 느껴진다. 근무하는 중에 우연히 엄청나게 푹신한 일인용 소파를 발견했다. 도서관에 이런 소파가 몇 개 더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바로 옆에는 아늑한 빛을 내는 길고 가느다란 회색 스탠드 조명을 놓고. 도서관의 구성이라고 하기에는 허술하지만, 막상 생기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도서관 이름을 고민하다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이 떠올랐다. 왜인지 모르게 그것보다 더 나은 이름을 짓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 종일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근사한 이름을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생각했더라도 말하지 않았을 거다. 이미 먼저 쓰였거나 혹시나 누군가 쓸 수도 있으니까. 나만 알고 있어야겠다.
Q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나 ‘미친 척’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스쿠터 타기. 어느 영화감독의 인터뷰 영상을 봤는데, 현장에 스쿠터를 타고 온 거다.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차림으로. 인터뷰 끝나고 나서 스쿠터 타고 도로 한가운데로 사라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근사했다. 탈것을 타는 일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언젠가 용기를 내보고 싶다.
Q 무료 북스테이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어떤 주제로 누구와(혼자도 좋다) 어디에서 어떻게 북스테이를 하고 싶은가.
A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이라 책을 단번에 완독해본 경험이 드물다.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혼자 종일 고전을 읽고 싶다. 만약 책을 갖고 간다면 최근에 산 시공사 판 《돈키호테》를 선택하겠다. 두께가 엄청나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북스테이에 임할 것 같다.
Q BTS의 노래 가사처럼 내 팔과 다리, 심장, 영혼까지 사랑하고 싶을 때는 어떤 때인가.
A 나를 의심할 때. 나는 나를 자주 의심하는 편이라 그때마다 사랑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랑하면 덜 의심하고 더 지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가끔 과할 때도 있는데, 그러면 윤성희 소설가가 쓴 <부메랑> 속 문장을 생각한다. ‘심장박동을 느끼고 나면 그날 하루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겸손하게 살아진다.’ 심장이 계속 뛰고 있는 동안 여전히 내게 주어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침착해지려고 한다.
Q 우주여행 갈 때 챙겨가고 싶은 책은?
A 이탈로 칼비노의 《모든 우주만화》. 제목에 ‘우주’가 들어가서 골랐다. 실은 이 책을 산 지 꽤 됐는데, 아직 한 페이지도 못 읽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책을 읽으면 재밌겠다 싶어 챙겨가고 싶다.
Q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당황스럽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기보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7월 초에 엄마랑 주 3회씩 저녁 산책을 다니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둘 다 너무 바쁜 거다. 도저히 시간이 안 나서 일단 적당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여유가 생기면 엄마한테 동네 한 바퀴 돌러 나가자고 말해야겠다.
Q 이 세상에 지금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A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가치를 말하기 전에 우선 지금은 어떤 때인지 고민해야 할 듯싶다. 요새 특히 위태롭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섣불리 넘겨짚자면, 나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싶으면서도 완전히 해소하는 건 어쩐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한 순간들을 통과하고 나서 비로소 알 수 있었던 것들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가령, 나의 의도가 완벽히 전달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긴 빈틈을 메우는 것. 그러한 의지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는 일에 끊임없이 집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이니까 더더욱.
서은총이 추천하는 책 다섯 권
《굉음》(정나란)
시집의 화자는 끊임없이 듣는다. 최대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소리가 나는 곳을 찾고자 한다. 거스를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곳의 소리를 세심히 담아낸 시들에 잔잔히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웃는 동안》(윤성희)
소설집 속 인물들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도 그럴 만하다고 납득할 만한 사정을 갖고 있다. 떠날 수밖에 없었던 순간에도 그들은 울지 않는다. 간혹 떠났다 돌아오기도 하는데,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말 뿐이다.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으냐고 외치려다 새삼 삶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으로 꾹 삼켰다.
《눈먼 부엉이》(사데크 헤다야트)
왜 이 책을 좋아하는지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늘 어떤 매혹을 느끼곤 했다. 현실과 환상을 완벽히 구분할 수 없는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화자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아주 낯선 방식으로. 그러한 화자의 호흡에 눈을 뗄 수 없다.
《빨강의 자서전》(앤 카슨)
성장의 가볍고 은밀한 면을 드러내는 서사를 좋아한다. 그리스 신화 속 빨강 괴물 게리온은 이 책에선 어리고 미숙한 소년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제대로 감각하고자 한다. ‘우린 경이로운 존재야’라고 생각하면서.
《침묵의 세계》(막스 피카르트)
침묵이 무언가를 견디는 일이라면 고뇌할 수밖에 없다고 이 책은 말한다. 견딘다는 건 곧 받아들이는 일. 이는 결국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며 그러한 일은 언제나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서은총_국어국문·문예창작과 전공 대학생
2001년 의정부에서 태어나 동두천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학을 전공하면서 습작 활동에 매진 중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약진하는 것은 국내 사정만이 아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조사한 최근 5년간의 해외 판매된 한국문학 부수는 185만부.옆 나라 일본의 경우 한국문학 판매량이 영미문학을 제친지 오래라고 한다.일본에 120여종의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출간한 출판사이자2011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2024년 박경리의 토지완
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5월호에서는 현직 교사이며 청소년 경제 분야 작가로 10대 경제교육 신드롬을 일으킨 김나영 선생님을 인터뷰했다.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경제를 청소년기에 놀이처럼 배울 수
코앞에 닥친 시니어 천만 시대! 이제 도서관에서도 열람실을 이용하거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실버 세대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독서, 그리고 독서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여가 선용을 하거나 자기계발, 자아실현을 하는 시니어들이 도서관의 주 이용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독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독서 활동을 하며 삶을 완성해가는 실버 이용자 두 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