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찾아낸 로페 데 베가의 작품 원본(이미지 출처: BIBLIOTECA DIGITAL HISPÁNICA)
지난 5월, 스페인 극작가 로페 데 베가(Lope de Vega, 1562~1635)의 새로운 희곡 작품 《프랑스 여성 로라(La Francesa Laura)》가 출판됐다. 스페인국립도서관에 숨겨져 있던 이 작품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발견했기 때문에 이번 출판이 더욱 의미 있다. 이 작품은 국립도서관의 기록보관소에 있는 17세기 말 익명의 원고들 중 하나였는데, 국립도서관이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와 스페인 바야돌리드대학 연구원들과 협력한 ETSO 프로젝트 덕분에 작가가 밝혀졌다.
‘스타일로메트리와 스페인 황금시대 극장(Estilometría aplicada al Teatro del Siglo de Oro)’을 뜻하는 ETSO 프로젝트는 빈대학교의 연구원 알바로 쿠엘라르(Álvaro Cuélar)와 바야돌리드대학의 교수 헤르만 베가 가르시아 루엔고(German Vega García-Luengo)의 문학적 관심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약 천 300개의 원고와 3백만 개의 단어를 기계에 학습시켰고, 텍스트를 분석해 저자가 누구인지 추적하는 스타일로메트리(stylometry) 등을 통해 16~17세기 스페인 문화 부흥기에 활동했던 로페 데 베가의 작품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분류할 수 있었다. 정확도는 99퍼센트 이상이었다. 국립도서관은 “이번에 발견한 작품에 사용된 어휘가 로페 데 베가의 어휘와는 밀접하게 일치했지만, 다른 350명의 극작가들이 사용했던 어휘와는 일치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드론을 활용한 효율적인 장서 관리
도서관에서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3월, 일본 치바현에 있는 후나바시시립도서관은 인공지능과 드론을 활용한 장서 관리 시스템을 시험 운영했다. 당시 시립도서관은 26만 7천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매년 5일 동안 도서관 문을 닫고 30여 명의 도서관 직원이 모든 장서를 점검하고 관리해왔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는 휴관 기간이 길어지고, 직원들의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됐다.
이에 모든 장서의 바코드와 전자 IC 태그를 스캔해 장서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기존 장서 관리 방식의 업무 부담과 비효율성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됐다.이를 위해 후바나시는 교세라커뮤니케이션시스템(Kyocera Communication Systems), 리베라웨어(Liberaware)와 협력해 새로운 장서 관리 시스템을 시험 운영하기로 했다. 새로운 장서 관리 시스템은 책등에 있는 도서명과 작가명을 등록된 텍스트 정보와 자동으로 연결한다. 예를 들어, 책장을 태블릿으로 촬영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해당 이미지에 있는 책등 이미지가 도서명과 작가명으로 분석된다. 기존 장서 관리 방식에서는 한 권씩 스캔했는데,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25권의 장서를 한 번에 스캔할 수 있어 도서관 직원들이 특정 장서를 찾는 작업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준다.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자 태블릿으로 책장을 촬영하는 수동 작업을 드론이 대신하기도 했다. 리베라웨어가 만든 드론 ‘IBIS’는 LED 조명, 배터리, 방진 모터, 프로펠러 등을 구비했는데도 크기가 작고 가볍다. 자율 비행하는 IBIS는 칠흑 같은 환경에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찍을 수 있는 고감도 카메라가 특징이어서 새로운 장서 관리 시스템을 시험 운영하는 데 적합했다. 특히 도서관의 장서를 관리하는 데 드론을 활용한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였다.
리베라웨어가 만든 드론 IBIS(이미지 출처: Jgoodtech홈페이지)
이용자들의 관심까지 분석해 책을 추천하는 인공지능 로봇
중국 톈진대학교는 인공지능 로봇 ‘즈투(Zhi Tu)’를 개발해 2019년부터 도서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즈투는 도서관 내 책의 배치를 최적화하며, 도서관 이용자들의 관심을 분석해 책을 추천한다. 즈투는 인공지능 기술뿐 아니라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물건 등의 대상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 컴퓨터 비전을 통해 자동으로 선반에 있는 책을 스캔하고, 라벨 정보를 읽고, 책등에 있는 단어를 파악해 책의 위치를 정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높은 정확도를 가진 즈투가 조사한 재고 결과를 도서관의 데이터베이스 정보와 비교하면 잘못된 서가에 있는 책을 찾을 수도 있다.
즈투를 개발한 톈진대학교 리커치우(Li Keqiu) 교수 팀은 ‘즈취(Zhi Qu)’라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카메라와 RFID 기술을 이용한 즈취 시스템을 책꽂이 상단에 고정해, 도서관 이용자들이 책을 찾는 움직임과 얼굴 인식을 통해 책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을 파악했다. 이런 방식으로 즈투는 특정 책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을 분석해 개개인의 관심에 맞춘 책을 추천할 수 있다.
텐진대학교 인공지능 로봇 즈투(Zhi Tu)(이미지 출처: 톈진대학교 홈페이지)
챗GPT가 저자인 책의 등장과 우려
인공지능만큼 요즘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챗GPT(ChatGPT)다. 지난해 11월 챗GPT가 세상에 선보인 지 3개월 만에 아마존 킨들 서점(Amazon Kindle Store)에서 판매하는 책 중 챗GPT가 단독 작가이거나 공동 작가인 전자책이 200권을 넘어섰다. 아마존은 전자책뿐 아니라 일반 도서도 가장 많이 판매하는 기업이며, 미국 전자책 시장의 약 8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아마존의 킨들 직접 출판(Kindle Direct Publishing) 서비스는 자체적으로 출판하는 작가들을 위해 마련됐는데, 요즘 카밀 뱅크(Kamil Banc)와 같이 챗GPT를 이용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유입 통로가 됐다. 카밀의 본업은 작가가 아닌데, 카밀은 챗GPT를 이용해 단 네 시간 만에 27페이지의 삽화가 들어간 책을 출판했고 현재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크리스 코웰(Chris Cowell)은 1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 책을 준비했으나 출시되기 3주 전에 똑같은 제목의 책이 아마존에 등장했다. 그 책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언어 모델에 의해 대부분 작성됐다는 징후가 발견되었고,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가 이에 대해 아마존에 문의하자 그 책은 아마존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이렇게 챗GPT가 저자인 책이 성행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미국작가조합(The Authors Guild)의 메리 라센버거(Mary Rasenberger) 이사는 “이러한 책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저자와 플랫폼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리는 “그렇지 않으면 저급한 책들이 많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화하는 것은 집필 작업을 수공예 작품에서 상품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챗GPT의 기능과 효용성을 비판한 SF작가 테드 창(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챗GPT의 작품은 흐릿한 사본 같은 것
영화 <컨택트>로 제작된 원작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로 유명한 사이언스픽션 작가인 테드 창(Ted Chiang)은 “챗GPT를 JPEG”에 빗대어 “JPEG가 이미지의 많은 정보를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챗GPT는 웹에 있는 많은 정보를 유지”하지만, 우리가 “챗GPT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근사치뿐”이라고 강조했다. 테드는 “JPEG를 반복적으로 저장하면 화질이 나빠지는” 것처럼 챗GPT와 같은 “언어 모델에 의해 생성된 텍스트가 웹에 게시될수록 웹은 더 흐릿한 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가로서 테드는 챗GPT가 만들어내는 “흐릿한 사본으로 작품을 시작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테드는 “작가는 독창적인 작품을 쓰기 전에 독창적이지 않은 작품을 많이 쓸 것”인데 이런 작업에 “소비되는 시간과 노력은 낭비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 작업이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할 수 있게 해주는 정확한 바탕이 된다”고 덧붙였다. 테드는 “작가의 초고와 언어 모델의 산출물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그건 표면적인 유사성”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작가의 초고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이며, 작가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초고 사이의 간격에 대해 인식하며 초고를 고쳐 쓰는데, 이는 챗GPT에 의해 생성된 텍스트로 작품을 시작할 때 부족한 점”이라고 테드는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기우는 아니었던 것이, 지난 3월에 사용자들이 챗GPT와 나눈 일부 대화가 타인에게 누출됐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중요한 오류는 해결되었다고 밝혔다. 챗GPT도 인공지능만큼 도서관에 유용한 기술이 되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청소년-노년이 짝을 이뤄 열띤 토론을 하는 도서관 지난 5월, 미국 브루클린공공도서관은 ‘자유로운 노년’이라는 주제로 노년층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매년 노년층을 대상으로 행사를 하는데 올해로 7회를 맞이했다. 이번 행사는 55세 이상의 시민들이 노년층을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지역사회가 고정관념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를 제
도서관이 지식의 보고이자 종교와 민족에 상관없이 학문 연구의 장으로서 역할을 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8세기 바그다드를 수도로 한 이슬람 아바스(Abbasid) 왕조는 고대 알렉산드리아 박물관에서 영감을 받아, 전 세계의 지식을 보존하는 도서관을 설립하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아바스 왕조 2대 칼리프 만수르(Caliph Al Mansur)가 통치하는
지난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전체가 진행했던 ‘인종차별 반대 프로젝트’는 구조적인 인종차별과 편견의 영향을 해체하는 데 주력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소장품 개발 총책임자인 사라 맥클렁(Sarah McClung)과 동료들은 도서관의 인종차별 반대 도서와 기사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했다. 사라는 “캘리포니아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