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같은 동영상으로 얻은 지식들이 정보로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주체적으로 사고를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책은 독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해요.”
“책 안의 단어가 주는 통찰로 인해서 인생이 바뀔 수 있어요.”
혼자 살면서 스스로 생산해내는 삶
더라이브러리(이하 ‘더’): 첫 번째 질문이에요, 교수님. 저는 ‘미역창고[美力創考]’를 가봐서 아는데, 모르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 공간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할까 하는데요, 그 공간과 그곳에서의 교수님 일상을 듣고 싶습니다. 김정운(이하 ‘김’): 섬에 미역 가공 공장을 하다가 버려진 곳을 샀어요. 그걸 개조해서 내 개인 라이브러리 겸 화실로 만들어놓고 개 한 마리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서 보냅니다. 요즘엔 아침에 바닷물이 정말 시원해요. 아주 적당하게 시원해.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다 벗고 들어가서 수영 한번 쫙 하고 나와 샤워하고 아침을 맛있게 먹어요. 오전에는 주로 책을 쓰고 그다음엔 점심을 먹고 그림을 그려요. 그러고는 저녁을 먹고 음악을 듣다가 물때가 맞으면 나가서 낚시를 하죠. 낚시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내가 어부예요, 어부. 고기를 잡아서 내가 손질 다 해서 원하는 친구들한테만 보내줘요.
더: 제가 교수님 글 중에 많이 좋아하고 많이 인용하는 게, 교수님이 <여수만만> 칼럼에서 말씀하신 ‘슈필라움’에 관한 것이거든요.1) 슈필라움의 의미로 보면 이 책 《창조적 시선》도 미역창고가 아니었으면 못 나왔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셨잖아요? 김: 사람들이 나한테 왜 섬에 사느냐 그러는데, 내가 섬에서 혼자 지낸 지 벌써 8년 가까이 돼요. 물론 내가 일본에서 혼자 4년 동안 외롭게 유학하면서 훈련이 됐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게 가능해요. 그런데 사람은 외로워야 생산적이 돼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면서 에너지를 소진하고, 그렇게 늙어가는 것처럼 슬픈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다들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처럼 그러지만 돈 있다고 노후의 삶이 다 행복하고 건강하고 재밌느냐,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이에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혼자 살면서 스스로 생산해내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실험하고 있는데, 혼자 지내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두꺼운 책도 쓸 수 있었잖아요. 스스로 생산하는 삶, 타인의 시선에 구속되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내 삶과 공부의 내용을 결정하는 삶, 그런 삶이 가능하려면 최대한 관계를 줄이는 게 좋아요. 쓸데없는 시간들, 쓸데없는 관계들로부터 자유로워지니까 훨씬 생산적이 되고, 생산할 때 가장 즐거운 거예요, 내가.
창조성,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책
더: 교수님, 근데 이제 책을 내셨으니까 다시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오셔야 하잖아요. 김: 사실 내가 지금 이런 활동을 왜 하냐면, 책을 내놓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으니까 저자로서 최소한의 홍보 활동을 하는 거예요. 더: 공공도서관에서 작은 단위로 한 권씩만 주문해줘도 도움이 될 텐데요. 지금 책 홍보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웃음) 김: 이 책은 정말 유튜브로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세상,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세상에서 책을 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를 고민하고 쓴 책이에요. 그러니까 저자와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실험한 책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여주고 싶었고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에 동의 안 하는 부분이 나올수록 좋다고 봐요. 왜냐하면 생각은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튜브 같은 동영상으로 얻는 지식들이 정보로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주체적 사고를 하는 데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을 봐야 하는 거예요. 책을 보다가 뭔가 의문이 생기면 스톱하거든요. 그런데 동영상은 보고 있다가 스톱을 할 수가 없어요. 그냥 보게 돼 있어. 일방적인 거예요. 상호작용이 안 일어납니다.
근데 이 책은 독자와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가능한가, 창조성이 어떻게 가능한가, 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내 의식의 흐름대로 공부하고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가졌던 의문들을 풀어놓은 거예요. 독자들이 읽으면서 ‘저 사람이 왜 이런 생각을 했지?’ 의문이 드는 순간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독자의 주체적인 관점이 생기는 거거든요.
내용적으로도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은 책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나는 영어도 하고 독어도 하고 일어도 해요.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소스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어떤 책보다도 더 풍요로운 내용, 독자가 스스로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내용, 저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각 도서관에 하나씩 비치해놓으면 좋겠다 싶은 거예요.
인생을 바꾸려면 사는 장소를 바꿔라
더: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 중에 대중이 궁금해할 만한 중요한 요소가 두 가지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가. 두 번째는 사람들이 창조적이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해야 창조적인 사람이 되는가. 《창조적 시선》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셨으니 이 책을 읽어보시라는 것으로 답을 대신해도 될까요? 김: 첫째로, 내가 여수에서 배 타고 40분 들어가는 섬에 삽니다. 내 후배 교수들이 내가 사는 모습을 보고 가면서 한결같이 얘기해요. “형, 이렇게 살 수도 있네요. 이렇게 사는 게 가능하네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하게 돼요. ‘난 교수 그만두고 10여 년을 보내면서 겨우 이 삶을 찾아냈는데, 왜 내 선배들은 이런 삶에 대해서 아무도 얘기를 안 해줬지?’ 그때는 그렇게 오래 살 줄 몰랐던 거죠. 100년을 산다고 했을 때, 50년 부지런히 살았으면 나머지 50년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전혀 다른 인생이 어떻게 가능하냐. 과감하게 사는 장소를 옮겨라, 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생을 바꾸려면 사는 장소를 바꾸라. 이게 내가 깨달은 거예요. 장소가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삶의 태도도 바뀌고 즐거워져요. 새롭게 도전하면서 거기서 성취하는 기쁨도 있고요. 쉽지는 않죠. 쉽지는 않은데, 익숙한 환경에서 매일 똑같은 얘길 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사는 거에 비해서 훨씬 즐거워요.
둘째로,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냐. 인생을 가장 즐겁게 사는 방법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는 거예요. 근데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 그게 문제예요. 여행 얘기를 많이들 하는데, 만날 다른 사람들 가는 똑같은 데 가서 사진 찍고 인스타에 올리고 그런 여행 말고, 내 관심에 따라서 여행을 하라는 거죠. 나는 ‘바우하우스’라는 주제, ‘창조성’이라는 주제를 찾아내서 그것에 따라서 독일의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는데 그 즐거움이 말도 못해요. 갈 때마다 비슷한 동네를 다니는데 매번 다른 게 보여요. 왜, 그 사이에 내가 공부를 많이 했으니까. 그 깨달음이 말도 못해요. 그러니까 볼 때마다 너무 즐거운 거예요. 공부를 안 하는 여행은 즐겁지 않은 여행, 피곤한 여행이에요. 인스타에서 남들한테 자랑하려고 여행하는 거는 스스로를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 여행도 공부하듯이 내가 관심 있는 주제와 관련된 장소를 돌아다니면 새로운 의문들이 생기고, 돌아와서 그 의문을 해결하려고 공부하다 보면 또 새로운 의문이 생기고, 그럼 가서 또 보고, 그러면 막 깨닫는 즐거움이 있고, 그게 진짜 여행인 거예요.
책에서 만난 단어 하나가 주는 통찰
더: 교수님이 책을 쓰실 때 다른 저자들하고 조금 다른 과정을 거치신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외국 여행 때 중고책 서점을 뒤지시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 얘기 좀 들려주세요. 김: 나는 책은 무조건 많이 삽니다. 나한테 통찰을 주는 단어가 하나라도 보이면 무조건 사요. 그 책 비싸봐야 2, 3만 원이에요. 그런데 그 단어가 주는 통찰로 내 인생이 바뀌어요. 《에디톨로지》의 ‘편집’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발견된 거예요. 일본 책방을 뒤지고 있는데 ‘편집’이라는 단어가 눈에 딱 들어온 거야. 내가 그 전에 ‘창조는 뭔가를 섞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편집’? 그 저자가 마츠오카 세이고였는데, 그 사람 책을 다 샀어요. 읽어보니까 재미는 하나도 없는데 그 말이 날 사로잡는 거예요. ‘편집’ 이란 단어 하나를 십 몇 년 동안 붙잡으면서 결국 이런 아웃풋을 만들어냈잖아요. 책이 싸요. 비싼 그림 걸어놓을 벽을 폼나게 책으로 채워놓고 시간 날 때마다 한 번씩 들춰보는 사이에 얻는 통찰, 그건 수천만 원 줘도 못 얻는 통찰이에요. 내가 원하는 책들 중고책방에서 다 사다가 벽을 쫙 채워놓으면 얼마나 뿌듯하고 좋아. 더: 맞는 말씀이에요. 그 책들을 열 때마다 하이퍼링크가 되는 거죠? 다른 세계로. 김: 아, 그럼요. 책이 싸요, 책이 싸. 더: 중고책 서점 문 닫고 헌책 고르신 얘기 좀 해주세요. 김: 독일에서 한번은 중고책방 가서 주인한테 내가 책을 많이 살 테니 이제 손님 받지 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주인이 그냥 책을 갖다놓으면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그래. 근데 내가 책을 많이 갖다놓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문을 닫고 날 따라다니면서 내가 고른 책들을 모아요.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어떻게 이런 좋은 책들만 뽑아내느냐, 당신 뭐 하는 사람이냐 물어요. 내가 약간 거짓말을 했지. 내 개인 섬이 있는데 그 섬에 내 개인 도서관이 있다고. 그러면서 옆 동네 조그만 섬 사진을 보여준 거야. 이게 내 섬이야, 그랬더니 이 사람이 내가 무슨 오나시스인 줄 알고 너무 나한테 잘 하는 거야. 그 책방에서 한 200만 원어치 책을 샀는데 중고책방이니까 책이 어마어마했지.
여행지에 가면 나는 그 동네 중고 책방을 뒤지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어마어마한 책들이 막 발견되는 거야.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일단 책을 왕창 사서 한국으로 보내놔야 그 다음에 다른 델 돌아다닐 생각을 해요. 그런 즐거움이 있어요. 그래서 섬에 있는 내 창고에 이름을 붙였어요. 미역창고. 한자로는 미력창고(美力創考). 아름다울 미(美) 자에 힘 력(力) 자, 창은 ‘창의’ 할 때 창(創) 자, 고는 생각 고(考). 아름다움의 힘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한다. 이렇게 이름을 붙였어요. 한 8미터 되는 벽에 다 책장을 세웠어요. 거기에 책이 꽉 찼어요. 수만 권이 되겠죠? 그러면 사람들이 내 서재에 와서 꼭 물어봐요. 이 책 다 읽었어요? 세상에 무식한 질문이 ‘이 책 다 읽었어요?’예요. 책은 읽고 꽂아두는 게 아니에요. 읽으려고 꽂아두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수많은 책, 그 좋은 책을 다 읽어야 되니까 내가 오래 살겠지. 나는 영생할 수도 있어요.(웃음)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
더: 교수님은 ‘창조성에 대한 숭고한 집착’이라는 표현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에디톨로지》에서는 ‘모든 창조적 행위는 유희이자 놀이다’라고 하셨죠.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김: 우리가 ‘창조적이 돼야 한다’고 얘기를 하는데, 어떡하면 창조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을 안 해줘요. 스티브 잡스가 창조적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창조적이야, 근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창조적인데? 아무도 설명을 안 해줘요. 그래서 내가 심리학적으로 연구를 해보니 ‘창조는 편집이더라’라는 답이 나와요. 창조의 단위들을 모아서 새롭게 엮어내는 것, 편집해내는 것, 이게 창조라는 거예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그건 짜깁기가 아니냐고 해요. 짜깁기와 창조의 결정적인 차이, 편집과 창조의 차이는 뭐냐. 전혀 다른 요소들끼리 편집을 했을 때 나오는 것을 메타언어라고 해요.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지는 거지. 메타언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 짜깁기라고 해요. 편집을 하려면 편집에 소스가 많아야죠. 편집의 단위가 두 개밖에 없으면 편집해서 하나밖에 안 나와요. 네 개면 더 나오고, 더 많으면 더 많이 나오고, 계속 늘어나잖아요. 그래서 언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여러 언어를 많이 하면 창조의 단위들이 많아져요. 그러면 편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고. 우리나라가 케이팝, 케이컬처, 이러면서 잘 나가는 이유가 뭔 줄 알아요? 한국사람들이 그만큼 창조의 소스들을 많이 축적한 거야.
더: 편집의 원본이요. 김: 그렇지, 편집의 재료들을 많이 축적한 거예요. 이제 이걸 내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는 주체의식이 생긴 거야. 서양 것들을 막 가져와서 우리의 관점으로 편집하고 제시하니까 오, 이건 자기들이 못 보던 거야. 서양 애들이 이렇게 반응을 하는 거예요. 우리는 지금 가장 발달된 인터넷 환경을 갖고 있으니까 세계 각국에 있는 모든 정보들을 쫙쫙 빨아들인다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의 젊은이들이 주체의식을 갖기 시작했어. 내 마음대로 편집할 거야! 이렇게 되는 거지. 그게 중요한 거예요. ‘창조는 편집’이라는 방법론으로 설명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져요. 그래서 이 책은 편집의 구체적인 사례, 독일의 바우하우스라고 하는 오래된 학교가 왜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쳤을까에 주목하는 거예요. 바우하우스에서 실험됐던 감각의 교차 편집, 독어로 파르벤 훼렌 클랭에 젠(Farben hören und Klänge sehen). 색을 듣고 소리를 본다. 그게 바우하우스 공방의 방법론이었어요. 더: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김: 그렇지. 색을 듣고 소리를 보게 하는 훈련을 한 거예요. 그게 감각의 교차 편집이에요. 그 훈련을 하고 나니까 사람들이 창조적이 되는 거지. 오늘날 애플의 스마트폰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에요. 엄청난 지식혁명이에요. 왜? 그 전까지는 책을 선형으로 봤어요. 이렇게 책을 펼쳐서 페이지를 넘겨가며 선형으로 봤다고. 근데 인터넷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냐면, 클릭하면 날아가, 클릭하면 날아가요. 그러니까 이전에 가졌던 지식 습득의 기본적인 논리, 선형에 의한 삼단논법, 이런 논리 구조를 뛰어넘는 전혀 다른 사고를 하는 인간들이 나타난 거예요. 클릭하면 날아가고 클릭하면 날아가고. 그래서 나오는 새로운 지식체계를 네트워크적 지식 혹은 폭소노미(Folksonomy), 이렇게 얘기해요. 더: 하이퍼링크 같은 거요. 김: 네. 애플이 위대한 것은 핸드폰을 예쁘게 만들어서가 아니고,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메타언어를 만들어내서 위대한 거예요.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도구를 통해서 네트워크적 지식, 폭소노미라고 하는 새로운 지식체계를 가능케 했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더: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을 바꿨죠. 김: 완전히 바꿨죠. 그래서 요즘 우리가 MZ세대를 제대로 이해 못 해요. 당연하지. 사고하는 방식이 다른데. 우린 지식을 체계화한 트리 구조로 사고하는데, 이 친구들은 날아가는 구조로 사고해요. 옛날에는 그런 사고를 천재들만 했어. 그걸 심리학에서는 의식의 흐름이라고 그래요. 이게 어마어마한 창조적 개념이에요. 클릭해서 날아가는 네트워크적 사고가 사이버스페이스라고 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더: 메타버스 같은 거요.
김: 그렇지. 사실은 우리가 표상을 공간적으로밖에 못 하기 때문에 그걸 사이버스페이스라고 얘기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네트워크예요. 그런데 그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냈느냐? 클릭하는 것. 그래서 나는 그걸 마우스 혁명이라고 하는데, 그 마우스 혁명이 애플에서부터 시작된 거거든. 애플에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라는 걸 만들어내고 그게 오늘날 챗GPT까지 다 연결이 되는 거예요.
자신을 성찰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서의 책
더: ‘더 라이브러리’가 공공도서관 사서와 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인데요, 이 기회에 도서관이라는 공간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사서에 대해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김: 출판사도 그렇고 요즘 도서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책과 책의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으로 얘기해요. 물론 책은 절대 양에서는 줄어들 수밖에 없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책 말고도 많아졌으니까. 그런데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에요. 아까 얘기한 대로 저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죠.
그 다음, 책을 읽을 때 더 중요한 건 뭐냐면, 자기 성찰이 가능해져요. 그래서 나는 될 수 있으면 책을 사서 봐라,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책 여백에다 다 써라, 그래요. 책에 여백이 있는 이유는 쓰라고 있는 거예요. 책을 보면서 중요한 뭔가가 떠오르잖아요? 그럼 바로 여백에 쓰는 거야. 그러고 몇 달 지난 다음에 보면 ‘맞아,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는 거지. 책을 읽는 건 저자와 대화하는 것인 동시에 나 자신과 대화하는 거예요. 어떤 정보 전달 매체도 책만큼 상호작용을 정말 효과적으로, 성찰적으로 할 수 있는 매체는 없어요. 그런 성찰적인 요소가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거예요. 그냥 소진하며 살잖아, 자기 걸 다. 책을 읽을 때만이라도 나하고 대화하는 성찰적인 시간을 갖고, 또 저자와 대화하면서 내 주체적 시각을 키워나가는 경험들을 하고, 이거는 책 아니면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그러니까 책과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자부심을 가져야 돼요.
생산하는 삶이 즐거운 삶
더: 마무리 질문이에요. 요즘 ‘단순하게 살아라’가 하나의 트렌드잖아요. 교수님의 삶은 단순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그런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김: 단순하게 사는 게 맞죠. 우린 너무 복잡해. 인간관계가 너무 복잡해요.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줄일 필요가 있어요. 나는 섬에서 강아지하고 살면서 책으로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그렇게 단순하게 살되, 자기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 생산이 제일 재미있는 거예요.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 있어요.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노예가 주인에게 종속돼 살지만, 어느 순간부터 노예가 자의식이 생기면서 주인하고 위치가 뒤집어져요. 노예가 어떻게 예속됐던 삶에서 벗어나서 주인이 될 수 있느냐. 노동을 하기 때문에, 생산하기 때문이에요. 생산을 못 하면 소외된 삶을 살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죠. 공부하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콘텐츠 생산하고, 유튜브를 하고······ 이렇게 생산하는 사람이 가장 즐거운 삶을 사는 거고, 자기 생산물을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1) 독일어에 ‘슈필라움(Spielraum)’이란 단어가 있다. ‘놀이(Spiel)’와 ‘공간(Raum)’이 합쳐진 단어는 우리말로는 ‘활동의 여지’, ‘여유 공간’으로 번역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다.(조선일보 연재 칼럼 ‘김정운의 麗水漫漫’ <천국에서는 '바닷가 해 지는 이야기'만 한다!>의 일부 내용. 2019. 02. 27.)
김정운_문화심리학자
문화심리학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이자 ‘나름 화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디플롬, 박사)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전임강사 및 명지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일본 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서 일본화를 전공했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와 여수 끝 섬에 살면서 그림 그리고, 글 쓰고, 가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눈먼 고기도 잡는다. 베스트셀러 《에디톨로지》를 비롯해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을 집필했다. 최근, 창조의 비밀을 밝혀낸 《에디톨로지》 이후 10년 연구의 완결판으로 《창조적 시선》을 출간했다.
신구문화상(新丘文化賞)은 신구문화사의 창립자 故우촌 이종익 선생(1923-199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한 우촌 정신을 미래 세대로 잇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한 상이다. 상은 ‘올해의사서상’, ‘올해의책’ 총 두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이번 제1회 시상식은 10월 19일 제60회 전국도서관대회가 열리는 제주컨벤션센터 전시
40년 동안 10여 개 사업을 성공시킨 청담캔디언니 함서경을 만났다.평소 20대 아들에게 부와 성공에 대한 경험을 들려주듯이 《부의 인사이트》를 쓴 함서경은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자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잘 활용하면 직장을 다니면서도 창업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고 말하는 화제의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설화나 동양 고전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A 동양 신화는 메소포타미아 신화나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상상동물이나 신화적 인물의 수가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