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은 책,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을 감상하고 느낀점을 글과 창작이미지 등으로 자유롭게 표현해보는 콘텐츠 서비스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면, 함께 끄적끄적 해보는건 어때요? 이번에 끄적끄적할 작품은 도서 <설이>입니다.

줄거리｜ 눈이 내리는 새해 첫날,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소녀 설이. 12년 전 갓난아기로 버려져 풀잎보육원에서 자라난 설이는 세 번의 파양 과정에서 더욱 날카롭고 세상의 악의에 예민한 시선을 가진 아이가 된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설이는 진짜 부모와 진짜 가족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한 채 보육원 원장의 뜻에 따라 유명 사립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부잣집 아이들로 가득한 교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 속에서 위탁모인 이모의 사랑과 상류층 학부모들의 교육열 사이의 차별점을 느끼게 된다. 성공이라는 조건 위의 사랑을 알아갈수록 사랑과 가족에 대한 환상은 깨져가고, 설이는 진짜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찾게 된다.

감상글｜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설이 옆에서 맞장구를 치는 어린이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시현처럼 호화로운 교육환경은 아닐지라도,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님 등쌀에 밀려 책상에 앉거나 혼난 적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설이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마음에 품었던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응어리진 의문들을 날카롭고 집요하게 추궁하는 설이의 외침은 그 시절 어렸던 나에 대한 위로이자 이젠 훌쩍 자라 내가 싫어했던 어른의 행동을 답습하고 있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가르침으로 들렸다. 만약 어린 나를 위로해 줄 어른이 없었던 당신이라면, 책을 읽는 사이 아직 당신의 마음속에서 울고 있던 어린이가 어느새 살짝 눈물을 그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어른들의 위선을 벗기기 위해 손톱을 세우고 몸부림치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상처를 많이 입은 설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

마음에 남은 책 속 문장 ｜복잡한 조건법 시제 따윈 없이 나는 그렇게 사랑받았다. 별다른 감사조차 없이 당연하게 받아먹었던 그 소박하고 따스한 사랑이 기적인 걸 이제 알았다.

글. 정인턴*

* 언젠가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꿈이다. 책과 영화 음악을 좋아한다. 스토리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OST를 들으며 읽어가는 재미를 최근에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