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첫 돌을 맞고 난 후 ‘엄마’나 ‘아빠’, ‘맘마’ 같은 의미 있는 단어를 내뱉기 시작하면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이와 같은 고민으로 첫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때부터 문턱이 닳도록 도서관을 드나들었던 안병화 님. 대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초등학교 4학년 딸 셋을 도서관에서 키웠다. 첫 아이가 스물한 살이 된 지금까지 교육의 동반자, 양육 보조자로서 도서관을 이용하며 양육과 교육의 부담을 덜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언제부터 못골도서관 인근에 거주하셨나요?
A 못골도서관이 2018년에 개관했어요. 도서관이 개관하기 전인 2015년부터 자곡동에 살았고 못골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송파글마루도서관, 세곡도서관 등으로 다녔지요.
Q 못골도서관 근처에 맛집이나 둘러볼 만한 장소로 어떤 곳이 있을까요?
A ‘내가국수다’라는 국수집이 있는데, 수타면 칼국수와 김치가 맛있어요. 도서관 바로 앞에 있는 ‘신참떡볶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출출할 때 요기하기 좋아요. 못골도서관에 구내식당이 없거든요. 퍼즐로 된 명화를 전시해놓은 ‘픽처레스크 카페’는 커피가 맛있어요. 아이들과 못골도서관에 왔다가 대모산 둘레길을 걷거나, 헌인릉을 산책하거나, 마당이 있는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좋죠.
Q 동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요, 못골도서관은 어떤 곳인지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
A 세곡동, 자곡동 주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일상이고 답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못골도서관은 이 지역의 사랑방과 같아요. 굉장히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요. 모임이 필요할 때 지역 주민에게 장소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도서관에 가면 이웃들을 만날 수 있어요.
못골도서관 서가에서 ⓒTHE LIVERARY
“첫째아이가 세 살 때부터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책을 많이 빌리기 위해 못골도서관과 다른 도서관까지 이용하지요.”
Q 아이들과 도서관에 자주 가시는 편인가요?
A 첫째아이가 세 살 때부터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대출 권수가 일인당 다섯 권이잖아요. 식구들이 모두 책을 읽으니까 한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이 도서관에 있는 책이 저 도서관에는 없기도 하니까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과 세곡도서관까지 이용해서 책을 빌리지요.
Q 원래 독서를 즐기셨나요?
A 아이를 낳기 전에도 책을 읽긴 했지만, 아이들과 도서관에 다니면서 정말 많이 읽게 되었어요. 아이들 책을 빌리면서 화제가 된 책이나 베스트셀러를 빌려 봤어요. 좌우명이라고 하기엔 거창한 느낌이 있지만 ‘삶과 배움과 일과 독서는 하나다’라고 생각해요. 일년에 책을 몇 권 읽을지 목표를 세워놓는 편이에요. 작년과 올해 각 30권 정도씩 읽었는데, 고전을 읽는 독서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일년에 열 권은 읽을 책이 정해져 있어요.
Q 못골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특별히 아이들의 교육이나 성장에 도움이 된 것이 있나요?
A 지금 둘째아이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 ‘고수족 독서 동아리’를 꼽고 싶어요. 아이와 부모가 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인데, 《명심보감》을 시작으로 고전을 필사해요. 아이가 필사한 글들 중 최고로 꼽는 구절을 고수족 카페에 이유와 함께 올리면 부모들도 필사를 하고, 아이가 올린 글에 답글을 올려요. 고전을 읽으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봐야 하는지 등을 아이와 함께 고민해보게 되었어요.
Q 나만의 도서관 이용법 꿀팁, 어떤 게 있을까요?
A 도서 대출에 대한 팁인데요, 못골도서관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두 배 대출을 해줘요. ‘두배데이’를 꼭 이용하는 편이에요. 또 도서관에 가기 전에 무슨 책을 빌릴지 미리 리스트업을 해요. 도서관사서협회 추천 도서나 학교 도서관 추천 도서, 각종 권장 도서 목록은 물론 시리즈로 나온 책의 뒷부분이나 책날개에 소개된 시리즈 도서 목록도 참고하지요. 시리즈 도서 목록을 보면 어떤 책이 수상 도서고 추천 도서인지 쉽게 알 수 있어요. 그 목록을 보고 같은 시리즈에서 릴레이 대출을 하면 좋아요. 또 아이 이동 동선에 도서관을 넣어서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도록 했어요. 학원이 끝나고 나면 학원 숙제를 열람실에서 한 다음 책을 읽고 집에 오도록 한 거죠. 이렇게 루틴을 만드니 아이가 도서관에서 집중력 있게 스스로 숙제를 마치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와요. 아이 숙제를 봐줘야 하는 제 숙제까지 더는 거죠.
“아이 이동 동선에 도서관을 넣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게 했어요.
학원 끝나고 숙제를 열람실에서 한 다음 책을 읽고 집에 오도록 한 거죠.”
Q 학부모로서 독서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자녀 교육을 하신 건가요?
A 큰애가 세 살 때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가르쳐야 할까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자녀 교육서를 많이 읽었죠. 그때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작은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책이 답이니 책을 읽히라고요. 책을 읽어야 학습을 잘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얘기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도서관이랑 연애를 하게 된 거지요.
Q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A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기 위해선 책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스스로 갖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이 재밌다는 걸 자꾸 느끼게 해주면 수레바퀴 구르듯 책 읽는 아이, 책 좋아하는 아이로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죠.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잠자리에서 많이는 30권, 적게는 열 권씩 읽어줬어요.
“책을 읽어야 학습을 잘 할 수 있다, 그 얘기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도서관이랑 연애를 하게 된 거지요.”
Q 책은 어떻게 골라주시는지,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
A 연령별로 추천 도서, 권장 도서 목록을 리스트업해 파일을 관리하면서 읽혔어요. 그런 목록 없이 내가 좋은 책을 골라주면 부모의 입맛대로 고르게 되더라고요. 반면 추천 도서, 권장 도서 목록은 문학, 역사, 과학 등 각 영역의 책을 고루 추천하기 때문에 분야별로 넓게 읽힐 수 있어요. 이 리스트를 참고해 3분의 2는 제가 골라요. 방대한 서가 앞에 서면 어른도 막막하잖아요. 아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죠. 서가에서 책을 빼 살펴보고 여러 책을 읽어봐야 알게 되는 거죠. 다행히 아이들이 엄마가 고른 책은 항상 재미있다고 말하곤 해요.
Q 빌려온 책은 완독을 하게 하는 편인가요?
A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규칙을 세웠어요. 도서관의 책은 공공자산이고, 우리가 빌려가는 게 누군가의 독서 기회를 뒤로 미루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이해시켰어요. 책을 대출할 때 읽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좋아하는 책과 읽기 어려울 것 같은 책의 비중을 조절해요. 아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지만 제가 꼭 읽게 하고 싶은 책은 절반을 읽어주고 나머지를 읽게 한다거나, 한 페이지 읽어주고 아이가 한 페이지 읽는 방식으로 완독을 시켰어요.
Q 자녀들 독후 활동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독후 활동은 하지 않았어요. 시키는 순간 아이에겐 책 읽기가 즐거움이 아니라 책 공부가 되지 않을까요? 대신 독서 통장을 만들어 읽은 책의 목록을 기록하게 한 적이 있어요. 편독을 하는지, 몇 권을 읽는지 궁금해서 기록을 하도록 한 거지요. 줄 공책에 1번부터 시작해 아이 스스로 책 제목만 적게 했어요.
Q 아이들이 한창 책을 읽을 때는 일년에 몇 권 정도 읽었나요?
A 각 도서관에서 책 읽는 가족으로 선정된 적이 있어요. 대출 권수가 그만큼 많았던 거죠. 한 아이당 3천 권 정도 읽은 것 같아요. 책을 매일같이 들고 날라도 아이들이 책 읽는 걸 재미있어하니까 힘들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엄마가 이쯤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직접 만든 곰 인형을 주인공으로 그림책을 펴낸 안병화 작가 ⓒTHE LIVERARY
“도서관이 양육 보조자였고 양육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게 해줬어요.
경제적 부담 없이 질 좋은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었거든요.”
Q 도서관이 자녀 교육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면 어떤 점이 그랬는지요?
A 물론 아이들 개인의 능력을 기르는 데 좋은 영향을 많이 미쳤지만 저는 제게 좋았던 점을 꼽고 싶어요. 도서관이 양육 보조자였고 양육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게 해줬어요. 관장님을 비롯해 전문가 사서 선생님이 아이에게 필요한 책을 추천해주고, 코딩이나 로봇처럼 필요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줘서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하지’ 고민할 때 가까이에서 경제적 부담 없이 질 좋은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었거든요.
Q 도서관을 자주 다녀서 이것 하나는 진짜 좋았다, 하는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A 아이들과 책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요. 책은 한 권인데 읽을 사람은 여럿이니까 책 읽을 순서를 정하고, 책을 기다리면서 얘기를 나누고, 또 읽고 나서 책 내용을 공유하는 일련의 과정이 대화거리이고 추억이 되더라고요.
Q 아이들이 특별히 좋아한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A 에린 헌터의 《전사들》이라는 시리즈를 좋아해요. 지금도 계속 출간 중인데, 시즌을 따라 읽어가면서 새 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집에서도 보고 도서관에서도 보고, 또 학교도서관에서도 같은 책을 대출해서 볼 만큼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해요.
Q 도서관은 안병화 님에게 무엇이었나요? 짧은 명사 하나로, 혹은 문장으로 답하셔도 됩니다.
A 도서관은 ‘애인’이다. 나를 설레게 하고 기대하게 하고 새로운 모습을 자꾸만 보여주는 그런 애인 같은 존재입니다.
게스트 소개 양지윤 사서 · 번역가우연히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매료되어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도 단골 동네 책방을 수시로 들락날락할 만큼 책과 책방을 좋아한다.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에세이 《사서의 일》을 썼으며, 《앞으로의 책방 독본》 《빨강머리 앤이 가르쳐준 소중한 것》 《
신구문화상(新丘文化賞)은 신구문화사의 창립자 故 우촌 이종익 선생(1923~1990)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한 우촌 정신을 미래세대로 잇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한 상이다. ‘올해의사서상’, ‘올해의책’ 총 두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며, 이번 제2회 시상식은 10월 17일 제61회 전국도서관대회가 열리는 정선 하이원리조트 컨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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