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원화를 전시하고 출간할 책의 아이디어를 얻는 곳, 아이들과 그림책을 보러 왔다가 다문화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되는 곳, 또 함께 책방을 열 책방지기를 만난 곳, 이곳이 바로 2008년에 개관한 교하도서관이다. 교하 생활 6년차인 니카미 유리에, 쩜오책방 책방지기 이정은, 《책이 책으로만 남지 않도록》을 쓴 스물네 살 대학생 조서진, 유유출판사 대표 조성웅 이용자에게 교하도서관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먼저 교하도서관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조성웅:일단 도서관이 집에서 가까워 좋습니다. 장서가 무척 풍부하고 독서 관련 프로그램이 다양하지요. 교하도서관이 있어서 생활이 즐겁고 삶이 윤택해지는 걸 느낍니다.
조서진:열두 살 때부터 교하도서관 근처에 살았어요. 규모가 크면서 깔끔하고, 바로 뒤에 산이 있어서 자연과 가까운 느낌이 들어 좋아요. 도서관 3층을 특히 좋아합니다. 브라우징룸의 책 큐레이션이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니카미 유리에:아이가 있어 주로 어린이 자료실에 가는데 사서 선생님들이 이모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세요.그래서 더 책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이정은: 2006년 1월 교하로 이사를 왔고 도서관이 지어지는 과정을 지켜봤어요. 개관했을 때부터 ‘마을로 들어간 도서관’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었을 정도로 도서관에서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지요. 시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이라는 점이 교하도서관의 자랑거리예요.
왼쪽부터 니카미 유리에, 이정은, 조성웅, 조서진 이용자 ⓒTHE LIVERARY
Q 교하도서관 주변의 맛집이나 둘러볼 만한 장소를 추천하신다면?
조성웅:도서관과 문발초등학교 교차 지점에 있는 ‘일산국수’의 잔치국수가 맛있습니다.
조서진:심학산 아래 맛집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는 출판단지인데, ‘지혜의숲’이나 카페, 책방 등 볼거리가 많아요.
니카미 유리에:도서관 근처에 있는 ‘해밀애선인장칼국수’를 좋아합니다. 선인장을 넣은 면이 쫄깃쫄깃해요.
이정은:도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동네 토박이 맛집 ‘돈모닝’이 있어요. 가족이 운영하는 고깃집인데 이 동네만의 밑반찬 요리를 맛볼 수 있어요. 그 집 3대가 교하의 청석초등학교를 나왔죠. 도서관 뒤 중앙공원에서 뒷길로 넘어가면 다른 마을이 있고, 거기서 길을 따라가면 심학산과 만나요. 동네를 누리며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어요.
“책을 기획할 때의 가장 기본적인 소스는 역시 책입니다.”
조성웅 ⓒTHE LIVERARY
《우리말 어감사전》 《책의 말들》 등 책읽기, 글쓰기 분야의 책을 많이 펴내는 유유출판사 조성웅 대표는 교하도서관을 주로 업무와 관련해 이용하는 편이다. 출간할 책의 아이디어를 얻고 출판사를 경영하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문교양, 사회과학 분야의 신간을 희망도서로 신청한다. 교하도서관에서 희망도서를 가장 많이 신청하는 이용자로 꼽힐 정도다. 수없이 쏟아지는 신간들을 모두 구입해서 보는 건 불가능한 일, 도서관 희망도서로 책을 받아 보면서 독자의 관심사를 살피고 신간을 파악한다. 조성웅 대표는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도서관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장 잘 정돈된 내용이 담겨 있는 매체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일해보고 싶은 저자가 있으면 먼저 해당 저자의 신간을 찾아봅니다.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 싶었지만 다루지 못한 것, 필력 등을 확인하지요. 책을 기획할 때의 가장 기본적인 소스는 역시 책입니다.”
유유출판사의 모토는 ‘독자의 공부를 돕는 책을 만들겠다’이다. 공부의 기본이 읽기와 쓰기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책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는 도서관, 출판사, 서점 등에서 책을 매개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펴내고 싶다고 한다.
“읽기, 쓰기 분야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책은 강유원 선생님의 《책과 세계》입니다. 짧고 간결하지만 내용의 농도와 함량이 높아서어떤 분이 읽으셔도 만족하실 거예요.”
“한국은 낯설었지만 도서관은 일본에서도 자주 접하던 공간이라 친숙했어요.”
니카미 유리에 ⓒTHE LIVERARY
니카미 유리에 씨는 배우자의 직장과 관련한 일로 교하에 살게 되었다. 한국은 낯설었지만 도서관은 일본에서도 자주 접하던 공간이었기 때문에 친근하게 여겨졌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알았지만 잘 하지는 못해서 그림책을 읽는 데도 애를 먹었는데, 도서관에 오면 사서 선생님들이 일본 책이 있다고 알려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어 삶의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림책을 함께 읽는 다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좀 더 마음을 열게 되었어요. 다문화 프로그램으로 만난 분들과 인연이 계속 이어져 일본 그림책 읽기, 일본 소설 읽기 모임 등을 가지게 됐지요.”
니카미 유리에 씨는 쩜오책방에서 일본어를 가르친 일을 계기로 지금은 쩜오책방에서 일하고 있다.
“일본의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려오는 곳이었다면 교하도서관은 사람과 교류하고 사람으로부터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에요. 사서 선생님들께 품고 있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도서관 안에서 그분들이 하는 역할이 훨씬 크고 대단하다고 느껴요.”
“동네 책방과 도서관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책 생태계를 함께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정은 ⓒTHE LIVERARY
이정은 책방지기는 교하도서관 독서 동아리에서 만난 분들과 쩜오책방을 열었다. 협동조합 시스템을 동네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책방을 떠올렸다. 지역 주민이 직접 독서 관련 모임이나 강의를 기획하고 책을 큐레이션할 수 있는 게 동네 책방의 매력이라고 한다.
교하도서관에서 시작한 독서 동아리를 13년째 이어가고 있는데,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에른스트 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처럼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챕터별로 여럿이 같이 읽는다. 올 상반기에는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 이강환의 《우주의 끝을 찾아서》를 읽었고,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함께 읽고 있다. 독서 동아리는 다양한 사람이 발제하고 의견을 나누기 때문에 서로에게 책이 되어주는 모임이기도 하다.
“생태계는 다양성이 생명이에요. 동네 책방과 도서관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며 책 생태계를 함께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방과 도서관이 출판단지의 특색 있는 출판사 대표와 편집자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북데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지요. 앞으로도 도서관과 계속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 자체가 힐링이어서 시간을 쪼개서라도 책을 읽어요.”
조서진 ⓒTHE LIVERARY
조서진 학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독서 모임을 꾸려왔고, 텀블벅을 통해 《책이 책으로만 남지 않도록》(공저)을 출간했다. 독립출판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의지가 있으면 책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이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나눈 글을 엮어 책을 만들었다.
“스물한 살 때 갑작스레 심장이 내려앉는 불안증이 생겼어요. 심리적인 불안정을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우연히 책방에 들어가 책을 읽었는데, 무엇을 해도 편치 않던 마음이 신기하게 진정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책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어요.”
십대 때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책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다고 한다. 지금은 책 자체가 힐링이어서 시간을 쪼개서라도 책을 읽는다. 도서관이나 책방을 둘러보다가 흥미를 끄는 책을 읽거나 추천받은 책을 읽는다.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과 독서 모임을 만들어 책 얘기를 나누고, 계절이 바뀌는 교하의 풍경을 그림에 담은 교하 다이어리(마을잡지 《디어 교하》의 2021년 지역문화진흥원 지원사업)를 제작했다. 이 그림을 교하도서관에 전시하기도 했다.
“빈백이나 캠핑 의자를 설치해 피크닉 온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도서관 이용자로서 도서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조성웅:일반 코믹 분야의 만화책을 구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도서관 이용률이 훨씬 높아지지 않을까요?
조서진:도서관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산으로 연결된 산책로가 나와요. 그쪽에 빈백이나 캠핑 의자가 설치되어 있으면 피크닉 온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니카미 유리에:인문학 중심의 작가 강연이 많은데, 그림책 같은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작가님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이정은: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공짜 책, 무료 강연을 보고 듣게 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많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에 더 충실해졌으면 해요. 새로 이사 온 사람이 도서관에만 오면 그 지역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은 식으로요.
교하도서관에서 나누는 도서관 이야기 ⓒTHE LIVERARY
Q 도서관을 이용하는 나만의 팁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정은:원하는 책을 빌리러 오는 게 아니고 서가를 거닐다가 나를 부르는 책을 찾는 거예요. 그렇게 몇 번 감동적인 책을 만났어요.
니카미 유리에:도서관은 사람을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죠. 저처럼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온다면 도서관에 계신 여러 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좋은 팁이라고 생각해요.
조서진:저는 도서관에 오면 신간 코너와 독립출판 서적 코너를 먼저 둘러봐요. 또 시집 코너를 좋아하는데 시집과 그 제목을 쭉 훑으면 특별한 전시를 맛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조성웅:의외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던데 희망도서를 신청하는 거예요.
Q 내게 도서관은 무엇인가요? 짧은 명사 하나로, 혹은 문장으로 답하셔도 좋습니다.
조성웅:도서관은 제게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입니다. 책이라는 매체가 잠시 잠깐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한 공간에 남아 있는 물성을 가졌다는 걸 느끼게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지요.
조서진:도서관은 침대입니다. 침대는 잠을 자며 꿈을 꾸는 공간일 뿐 아니라 꼭 필요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죠. 도서관이 꼭 침대 같습니다.
니카미 유리에:마음의 안정 기지라고 생각해요. 부족함과 답답함을 느낄 때 오면 쉴 수 있는, 마음이 안정되는 기지 같아요.
이정은:도서관은 프리패스 티켓입니다. 2010년에 도서관 현수막을 오려서 패니어에 붙이고 유럽 자전거 여행을 갔는데, 그걸 보여주면서 도서관 탐방을 다닌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어요. 파리국립도서관, 퐁피두센터 도서관, 파리 아랍도서관, 델프트 공대 도서관, 위트레흐트대학 도서관, 암스테르담 도서관 등을 방문해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어요. 또 서가에서 책을 만나 펼치면 시공간의 점핑이 가능하잖아요. 진짜 멋진 티켓이죠.
1977년 록 밴드 ‘산울림’으로 데뷔하면서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김창완 뮤지션의 전시 〈꽃이라는 것〉(Art Bloom)이 성수 SKV1 빌딩에서 3월부터 5월까지 열리고 있다.“그림이 꽃처럼 보인다면 ‘희망’을 보고 계신거라고” 말하는 김창완의 〈꽃이라는 것〉 연작을 만나본다. 전시 장소 : 성수 SKV1센터 (서울 성
The Liverary에서는 2022년 9월 창간호부터 다독가들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로,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되어 독자들의 호응이 큰 연재물이다. 이번에 The Liverary 에디터 팀에서는
서울시립대 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책이 아닌 ‘사람’을 빌릴 수 있다. 2000년 봄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로부터 시작된 ‘사람책’ 프로젝트는 현재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처음에 사람책은 난민이나 소수자 등 쉽게 만나기 어렵고, 목소리를 잘 들어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누구나 사람책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