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을 이루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게 되고, 시간은 어느덧 훌쩍 새벽이 되어버리고 만다. 혹시나 잠이 달아날까 봐 일어나서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지새우는 밤은 참 길다. 이럴 때는 의외로 책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힘들고 피곤해도 도저히 잠을 이루기 어려운 불면증은 생각보다 많이 고통스럽다. 잠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TV나 스마트폰을 켜면 잠이 더욱 멀찌감치 도망가버리기 일쑤다. TV와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대뇌를 각성시키기 때문이다.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
실제로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조철현 교수팀이 취침 전 빛에 노출됐을 때 일어나는 생체 리듬의 변화를 분석해보았더니, 자기 전 4시간 동안 인위적인 강한 빛에 노출되면 우리 몸의 시간조절중추가 활동을 늦게 시작했다. 즉, 우리 몸이 '이제 늦었으니 자야겠다'고 판단해 수면 모드로 전환하는 시간이 TV나 스마트폰을 보면 그만큼 늦춰진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수면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수면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피로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헌정 교수는 “잠들기 최소 30분 전부터는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건강한 생체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대신 이것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바로 ‘잠들기 전 독서’다.
잠들기 전 30분 독서, 스트레스 줄인다
잠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와 몸이 편안한 상태여야 한다. 하지만 수면장애가 있다면 편안한 상태가 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잠이 안 와 뒤척이다가 결국엔 '잠이 안 들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지고 심박수, 호흡 등이 증가하면서 교감신경이 살아난다. 불면증을 걱정하다 불면증에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각성 상태를 줄이는 데 자기 전 30분 독서가 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책을 읽으면 우리의 주의를 잠에서 책의 내용으로 돌리게 돼 뇌의 각성 상태가 나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30분이 지나도 잠이 들지 않는다면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는 차라리 독서를 하는 것이 더 좋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아일랜드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연구를 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 99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자기 전 독서를 하게 하고 다른 쪽은 책을 읽지 않게 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나 잘 잤는지를 조사했더니 책을 읽은 그룹이 안 읽은 그룹보다 ‘15% 더 잘 잤다’고 답했다.
이보다 앞선 2009년 영국 서섹스대학교 인지신경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의 연구에서도 ‘잠들기 전 독서가 무려 68%나 스트레스를 낮춰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시에 심박수도 떨어뜨리고 기분을 전환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 결과, 독서는 음악 감상이나 산책 등과 비교해 봤을 때도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효과가 월등히 높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잠들기 전 독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침대에 누운 채로 책 읽기는 No!
잠이 오지 않아 뒤척대다가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면, 독서 장소가 침대여서는 안 된다. 편안히 누운 자세로 책을 보면 좋겠다 싶지만 결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침대에서 다른 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뇌는 더 이상 침대를 잠들기 위한 장소로 인식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TV를 보는 장소, 업무 처리는 물론 애완동물과 노는 장소조차도 침대가 없는 다른 방, 다른 공간이 좋다. 침대는 잠을 자는 곳이라는 단순한 연결만을 남겨두는 것이다.
평소보다는 조명의 밝기를 조금 낮춘 채 식탁이나 책상 등에서 책을 읽다가 졸음이 오면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해보자. 너무 춥거나 너무 덥지 않은 곳, 내 몸의 신경을 가만가만 다독여줄 수 있는 분위기라면 더욱 좋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함께 듣는 것도 추천한다.
어떤 책이 수면에 도움이 될까?
잠들기 위해 선택하는 책들은 어떤 종류가 좋을까? 일본 오사카부립대 의학박사 시미즈 교수는 “늦은 밤 독서에 적합한 책은 '지루한 책'이 제일 적격”이라고 말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공포, 판타지 소설 등은 우리를 쉽게 흥분시킨다. 또 긴장감에 주먹을 쥐며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이야기도 밤에는 펼치지 않는 편이 좋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나 수필, 교양서적 등을 추천한다.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잔잔한 이야기들이다. 아이들에게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는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게 만드는 명언집, 종교 서적들도 내 몸을 편안한 상태로 만드는 탁월한 선택이다.
늦은 시간 책을 보는 데 눈이 피로하다면 오디오북도 좋다. 장작 타는 소리, 풀 벌레 소리 같은 긴장 이완을 돕는 자연의 소리를 배경으로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듣다가 잠이 오면 침대로 향해보자. 한결 편안하고 빠르게 단잠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전자책도 괜찮을까?
그렇다면 전자책은 어떨까? 지난 2017년 Jiang & Zhu 연구팀은 《Displays》라는 연구지에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전자책과 종이책이 잠들기 전 독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역시나 문제는 ‘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하는 블루라이트’라고 밝혔다.
블루라이트 탓에 우리 몸에서 잠에 들게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고, 시각적 각성 탓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종이책을 읽은 사람보다 졸린 느낌도 덜 느꼈다. 또 잠든 뒤 수면 뇌파를 분석해보니 깊은 잠이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은 책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발생했다. 전자책을 보는 것은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최근 미국 보스턴에 있는 브라이엄 앤드 위민즈 병원의 안네 파리창 박사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12명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첫 5일 동안은 잠들기 전 4시간 동안 전자책을 읽게 했고 다음 5일 동안은 같은 조건에서 종이책을 읽도록 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은 ‘똑같이 8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전자책을 읽은 다음날 아침 정신이 더 멍하고 흐릿했다’고 밝혔다.
기분 좋은 잠에 빠지기 위해 선택한 늦은 밤 독서가 오히려 상쾌한 아침을 해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선택이 될 것이다. 침대에서 벗어나 편안한 음악과 함께 잔잔한 이야기를 읽다가 나른함이 느껴지면 잠자리에 드는 습관, 오늘 당장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다. 반복하다 보면 우리 몸도 독서가 잠을 위한 의식임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더불어 하루하루 쌓여가는 지식과 지혜는 내 삶의 또 다른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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