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책읽기’란 모든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활동을 말한다. 온책읽기를 하는 건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한두 권 정도 읽는 데 그친다. 그럴 땐 가족과 함께하는 온책읽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독후활동은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읽은 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것은 이해력과 기억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책을 읽은 뒤 이야기를 나누면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여러 명이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과제를 해결할 때 더욱 커지게 된다. 가족이 같은 책을 읽는 온책읽기를 진행한 뒤 함께 할 수 있는 독후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문해력의 시작, ‘요약하기'
흔히 '책을 봤다'고 말하지만 사실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맹족'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로 최근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교과서만 읽게 해봐도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단어가 속출한다. 그런데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는 아이는 드물다. 대부분 “대강 알 것 같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강 알 것 같은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전혀 다른 답을 하기 일쑤다. 대부분 함께 실린 삽화나 앞뒤 문맥을 보고 미루어 짐작한 경우다. 책은 '보기만' 한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읽어야' 한다. 독서는 책의 내용을 읽고 그것을 자신의 지식으로 습득하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요약하기다. 책의 핵심 내용을 길지 않게 줄여보는 것인데, 초등학교 고학년을 기준으로 A4 용지 반쪽 정도, 10문장 정도로 줄일 수 있으면 된다. 단, 요약할 때는 책은 덮어둔 상태여야 한다. 베끼기는 요약이 아니다. 책을 온전히 소화하고 내 머릿속의 정보를 가지고 짧은 글을 짓는 것이 요약이다. 가족들이 함께 책을 읽은 뒤 요약 글쓰기를 하고 발표를 해보자. 같은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서로 방점을 찍는 부분이 다르구나, 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책의 핵심 내용에 대한 이해에 문제가 있다면 발표 뒤 서로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이러한 활동을 반복하다 보면 독서 교육의 목표인 문해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큰 틀에서 요약하기를 마친 뒤에는 책의 주요 장면별 느낌 나누기를 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만복이네 떡집>을 읽은 뒤에 만복이가 친구들에게 나쁜 말만 내뱉는 장면에 대한 느낌, 만복이가 찹쌀떡을 먹고 입이 딱 달라붙어서 더 이상 욕을 하지 못하게 된 장면에 대한 느낌 등 주요 장면을 미리 꼽아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는 것이다.
내용을 정리하고, 장면별 느낌을 말하고 나면 이제 책 전체에 대한 총평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과 의견을 버무려서 한 번에 정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다른 책과 비교도 해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가족과 같은 책을 읽고 이러한 독후활동을 거친다면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같은 활동을 할 때보다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다. 온책읽기의 큰 장점이다. 서로 다른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눈다면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는 수준에 그치기 쉽다. 하지만 온책읽기 뒤의 토론은 이미 자기 의견을 가진 상태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점에서 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읽은 내용 다지기 : 다양한 생각 활동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 습득과 저장의 측면도 중요하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 과정을 즐겁게 만들어줄 장치를 사용해보자. 아이들의 승부욕을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나 퀴즈 형식을 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모든 책에는 등장인물이 있는데, 사람마다 정이 더 가는 캐릭터나 주는 것 없이 미워 보이는 캐릭터가 있게 마련이다. 가족들이 저마다 등장인물에 대해 좋아하는 순위를 매겨보는 것도 재미있다. 단, 그렇게 선정한 이유를 반드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등장인물 선호도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책의 줄거리와 장면들을 떠올리게 되는 효과가 있다.
독서 퀴즈도 흥미를 끌 수 있다.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책을 읽으면서 퀴즈를 뽑아 서로에게 문제를 내는 형식도 재미있다. 문제를 낼 때 한 번, 풀 때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니 말이다. 한 가지 팁은 육하원칙 가운데 '어떻게'와 '왜'에 관한 문제를 낼 경우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퀴즈를 잘 풀고 싶은 욕심에라도 다음 책을 읽을 때는 한층 더 꼼꼼하게 책을 읽게 될 것이다.
토론, 가족과 함께 생각 나누기
책 내용도 정리했고, 느낌도 나눴고, 퀴즈를 풀며 세세한 내용까지 다졌다면 이제는 모든 걸 정리해서 자기 생각을 말해볼 차례다. 온책읽기의 최대 장점은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 가운데 찬반을 가를 수 있는 주제를 정해보자. 주제를 정하는 건 아이들보다는 부모님의 몫이다. 열린 질문일수록 좋다. 예를 들면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같은 책을 읽은 뒤에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은 환경보호를 위해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편익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것만이 옳은 길일까’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에서부터 '다른 측면에서는 생각해볼 수 없을까' 같은 문제까지 다양한 토론 주제의 도출이 가능하다.
아이의 시각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어른의 시각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다 보면 아이는 생각의 깊이가, 어른은 이해의 깊이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자신의 생각을 담은 짧은 글을 써보는 것도 좋다.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은 차이가 있다. 토론을 통해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상대의 반박도 듣고 이를 또 반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꼭 길지 않아도 된다. 다만 생각과 근거를 밝히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교육부 시스템 '독서로' 활용
사실 이런 독후활동지를 매번 가족이 스스로 준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를 기억해두면 좋다.
먼저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독서교육 통합 플랫폼 '독서로'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국어 교과과정에서 온책읽기를 하고 있다. 또 교육부에서 추천하는 학년별 도서와 각 학교 사서 선생님들의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자료가 담긴 플랫폼이 '독서로'다. 교육부가 지난 4월 시스템을 완성해서 운영을 시작했다. 학년별로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과 함께 독후활동 자료도 많이 올라와 있다. 책의 장르와 내용에 따라서 각기 다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가정에서 온책읽기 책을 선정하고, 독후활동을 할 때 참고하면 좋다. 비슷한 학년의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은 책들, 교과과정에 수록된 책들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남들 앞에서 말하기 부끄러울 때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걸 주저한다. 너무 나서는 것처럼 보일까봐, 혹은 틀릴까봐, 혹은 민망한 상황이 발생할까봐. 아이들은 이유나 생각을 묻는 말에 “그냥요”를 달고 산다. 그렇다고 “그냥요”만 연발하며 살 수는 없다. 분명한 자기 생각을 키우고 말하는 일은 아이들의 성장에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가족 온책읽기는 이런 측면에서 조용히 내 아이를 지지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조금이라도 더 친숙한 가족 앞에서 생각을 말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새 한 마디라도 내 생각을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그림책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이용해 심리 상담과 치료를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김영아 그림책 심리성장연구소장이 그림책 치유가 필요한, 오늘도 큰 문과 마주선 부모들에게 그림책으로 읽는 위로를 소개한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종종 눈물이 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가 안타까울 때도 있고, 엄마의 마음이 나와 같아서 울컥할 때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