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
올해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 사후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Ein Buch muss die Axt sein für das gefrorene Meer in uns”
우리가 다 얼어붙어 있지만, 그것을 깨는 도끼, 그것이 한 권의 책이라고 한 카프카!
전주에서 서점 카프카를 운영하는 강성훈 대표를 만나 소설가 카프카와 서점 카프카에 대해 들어보았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전주에서 서점 카프카를 운영하는 강성훈입니다. 책과 커피를 팔고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Q 서점 이름을 카프카로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표님은 소설가이시기도 한데, 카프카를 평상시 좋아하셨나요?
A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이 프란츠 카프카입니다. 사실, 그 질문은 처음 카프카 문을 열었을 때부터 계속 들었습니다. 매번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하다가도, 가끔은 다르게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카프카가 쓴 작품의 미로에 빠져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은 많지만 그중 여러 번 반복해 읽은 책이 카프카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카프카’라는 미로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서점 카프카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싶은 마음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서점 카프카에서는 소설 쓰기 모임, 에세이 쓰기 모임, 소리 내어 시 읽기 모임 등 다양한 창작·강독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카프카는 낮에는 보험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글을 썼죠. 카프카 글쓰기 모임의 구성원은 주로 누구인지, 창작을 통해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궁금합니다.
A 서점 카프카를 처음 열었을 때, 카프카는 창작하는 공간이기를 바랐습니다. 등단 작가들과 합평회를 하는 모임도 있었고, 10주 동안 매주 A4 한 장씩 써와 A4 열 장 분량의 단편소설을 완성하는 단편소설 쓰기 모임도 있었습니다. 단편소설 쓰기 구성원 중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도 있습니다.
카프카에서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 많은 분이 신청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자신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글을 내놓고 합평회 형식으로 평가를 받는 건 힘들어합니다. 칭찬과 날카로운 지적들이 오가는 모임이기에, 끝까지 완주하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남은 분들은 부족하지만 분명 하나의 작품을 완성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정확히 인식하는 시간이 됩니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창작은 아이디어보다는 완결을 통해 이뤄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프카에서 하는 글쓰기 모임은 특별한 비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글을 쓰게 만들고 완결을 통해 자신의 글이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합니다. 글을 함께 쓰는 타인을 통해서요.
Q 카프카 사후 100주년이 되었습니다. 카프카가 이 시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카프카가 이 시대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정확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저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있습니다. 서점 카프카에는 카프카 읽기 모임이 있습니다. 솔출판사에서 나온 카프카 전집을 열 명 정도 되는 인원이 함께 읽는 모임입니다. 이미 한 번 전집을 읽었지만, 다시 읽어도 새롭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모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의견이 더해집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하나지만, 나오는 입구는 너무도 많습니다. 그래서 출구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 읽고 나면 다시 입구에 도달한 느낌입니다.
이런 현상은 모임뿐만 아니라 시대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구는 카프카의 첫 문장이지만, 출구는 시대마다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새로운 것 같고,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Q 카프카의 저서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과 구절이 있다면?
A 너무 많이 알려진 문장이지만, 저는 이 문장을 추천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변신 단편전집》, 프란츠 카프카, 솔, 109쪽)
카프카의 <변신> 첫 구절입니다. 카프카와 처음으로 만난 문장이죠. <변신>은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 현재의 저를 항상 지각하게 도와주는 작품입니다.
카프카 문학의 조금 특이한 점인데, 다른 소설과 비교하면 첫 문장부터 바로 본론 또는 결론 가까이에서 시작합니다. 다른 소설이라면 그레고르 잠자가 왜 벌레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만들어주기 위해 서론이 길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카프카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과감히 삭제합니다. 벌레가 된 이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 벌레를 어떻게 보고 행동하는지가 중요하니까요. 즉, 우리 인생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이미 무엇입니다. 개연성과 합리화, 또는 변명을 위해 과거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변신은 항상 현재를 말합니다.
Q 서점 카프카 입구에는 담쟁이넝쿨이 길게 자라 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면 나무 바닥으로부터 삐거덕 소리가 들리고 커피 향이 맡아집니다. 여행용 캐리어 위에는 판매하는 중고책이 놓여 있고, 책장에는 책을 추천하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공간을 구성하는 데 가장 고민했던 점은 어떤 것이었는지, 또 큐레이션의 기준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특별한 큐레이션 기준은 없습니다. 하나의 기준으로 책을 진열하기에 책은 너무도 다양하고 너무 많이 출간됩니다. 다만 고민은 있습니다. 어쨌든 책은 매일 들어오고, 누군가 구입해 비게 된 책장에 다시 책을 꽂아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점은 먹고사는 일입니다. 단순히 좋은 책,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책을 진열하는 개인 서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항상 비율을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책과 요즘 잘 팔리는 책, 또 서점 카프카를 찾는 분들이 찾는 책, 이렇게요. 내가 좋아하는 책과 손님이 찾는 책이 일치할 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바로 이 지점, 이 비율을 얼마나 적절히 찾느냐가 카프카의 큐레이션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Q 카프카는 사후에 자신의 책을 불태워 달라고 했지만 친구인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책을 출판했어요. 이후 카프카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죠. 카프카가 살아나서 생전에 방문한 적 없는 한국에 와 서점 ‘카프카’를 발견하면 정말 놀랄 것 같은데요, 카프카가 서점 카프카를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할 것 같은가요?
A <나무들>(《변신 단편전집》, 프란츠 카프카, 솔, 42쪽)라는 짧은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우리는 눈 속의 나무 등걸과도 같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들은 미끄러질 듯 놓여 있는 것 같아서 살짝만 밀어도 밀어내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그것들은 땅바닥에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그것마저도 다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단편 <나무들> 전문입니다.
카프카는 서점 카프카를 발견하고 자신의 문학이 이렇게 오랜 세월 땅바닥에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그러나 보라, 그것마저도 다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라고 중얼거릴 것 같습니다.
Q 서점 카프카를 운영하면서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A 서점이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손님이 오지 않아 운영하기 힘들면 불안합니다. 이상하게도 많은 분이 방문해 잘 운영되어도 불안합니다. 11년 동안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운영은 제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담담해졌습니다.
물론 열심히 서점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도 열심히 하지만 손님이 없는 곳도 많습니다. 결국은 선택되는 것이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운이라고 할 수도 있고, 유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는. 그래서 들뜨지 않고, 차갑지 않은 적당한 온기를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제가 지금 지키고 싶은 마음입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Q 서점 카프카가 전주에 있어서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전주에는 매년 전주국제영화제와 독립출판 북페어인 전주책쾌가 열립니다. 서점 카프카에서는 버클리 음대생들의 우쿨렐레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숨쉬는 상자 반도네온’이라는 행사를 통해서 아코디언인 반도네온 연주가 서점을 채우기도 합니다. 지역 서점은 마을의 문화복합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데, 카프카 서점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A 카프카에서 여러 공연을 함께 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제는 과거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고 하는 기획은 몸만 너무 힘들고, 오히려 서점을 비워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 매출이 줄어든 적도 많습니다. 문화복합공간이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다들 보상 없이 책방지기의 시간과 노력으로 이뤄진 행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2, 3년 전부터 카프카는 그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공연이나 강연보다는 가까이 사는 분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서점 카프카는 시끌벅적하지 않지만 함께 공부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차분한 공간을 꿈꿉니다. 철학과 문학을 함께 공부하는 공간으로요.
Q 요즘 즐겨 읽는 책이 있다면?
A 카프카 읽기 모임에서 솔 출판사에서 나온 카프카 전집을 다시 읽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문학책과 철학책 또는 문학이론서를 읽습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는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문학이론서는 조르조 아감벤의 《행간》과 테리 이글턴의 《비극》이 좋았습니다.
Q 책방이란? 또는 책이란?
A 책방은 책을 파는 곳입니다. 그러니 어떤 책을 파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떤 책을 파느냐, 또는 팔고 싶냐를 되묻게 됩니다. 즉, ‘내가 팔고 싶고 팔아야 하는 책은?’이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독서를 해야 합니다.
책은 단순한 사물이지만, 다양한 인생의 집합체이기에 결국 인생을 읽는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서점도 인생을 읽는 행위가 아닌가 싶어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직업으로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읽듯이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서점은 더 유리하고,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성훈_서점 카프카 대표
서점 카프카 대표, 소설가. 전주에 있는 서점 카프카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다.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물리학자이며 가수 '씨엘'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예술가 이기진을 만났다. 인터뷰는 그가 운영하는 전시 공간 창성동 실험실에서 진행했다. Q 아
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7월호에서는 경운초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글 쓰는 사서’ 강상도 선생님을 만났다.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A 안녕하세요. 경운초등학교 도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나의 캐릭터들 중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A 모두 사랑한다는 빤한 답변이 목까지 차올랐으나, 꼭 하나만 꼽자면 ‘핍’이라는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