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은 책에 영향을 받아 삶의 전환점을 맞은 분을 인터뷰 해서 책의 가치를 꾸준히 알린 더라이브러리의 대표 콘텐츠이다.
2025년 부터 <다독가들>의 형식을 특정 분야의 필자를 인터뷰 해서 그 분야의 책을 읽는 N가지 방식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2025년 첫 호로 《가장 젊은 날의 철학》의 저자이자 유튜버로 이 시대에 철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이충녕 철학자를 초대했다.
Q 대중과 소통하는 젊은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텍스트 힙을 떠올린다. 철학 분야에도 텍스트 힙 경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한병철의 책이 철학의 텍스트 힙을 이끄는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한다.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 짧은 분량, 디지털 시대와 관련한 메시지 등을 보여주며,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젊은이들에게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전통적인 철학은 엄청나게 근본적인, 거의 종교적 레벨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지루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원래도 각 시대의 철학자들은 자기 시대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하고 있었다. 다만 거대하고 깊은 이야기에 덮여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아예 실생활과 맞닿은 부분만 축약해서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하려는 철학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도 안 읽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
Q 그동안 책을 많이 냈는데 어떤 책들을 냈나. 그리고 MZ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
A 다양한 철학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실생활의 문제들에 적용하는 책들을 주로 썼다. 《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과 그 이상의 사랑의 가능성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러 철학자들이 사랑에 대해 남긴 말들을 참고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가장 젊은 날의 철학》에서는 실존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누구나 할 법한 젊은 날의 고민들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자 했다. 커리어, 인간관계, 감정 문제 등을 다뤘는데, 지금까지 낸 것 중 가장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책이다.
Q 최근에 젊은 층에서 좀 편중되기는 하지만 철학책을 읽는 경향이 생긴 듯하다.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그런 경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A 조금 더 근본적인 생각이 중요해진 시대에 대한 응답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어른들이 깔아놓은 길만 따라가서는 솔직히 답이 잘 안 보인다. 지금 평범한 사회 초년생 연봉으로는 내 집 마련도 쉽지 않고, 심지어 앞선 세대의 삶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도 않는다. ‘내 미래도 저건가?’라는 생각을 젊은 층이 많이 하게 됐다. 그러면서 아예 삶의 구도 자체를 바꾸고 더 근본적으로 혁신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철학은 그걸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청년층뿐만 아니라 장년층에서도 쇼펜하우어와 불교를 필두로 여러 철학 사상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분들 역시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이게 내 삶의 결과인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막상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은 현실을 마주하며,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복잡한 정신을 발전시킨 존재로, 단순 의식주 이상의 삶의 거시적인 의미와 지향점을 필요로 한다. 철학적인 생각을 통해 자신의 삶과 세계의 질서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건 사회 전체의 균형점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인간은 뭐가 됐든 의미를 필요로 하는데, 스스로 의미를 고민하지 않으면 결국 주변에서 주어지는 의미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 결과는 사회의 획일적인 질서에 자신을 맞추는 것인데,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장기적으로 큰 위험을 초래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관점들 사이의 토론에 기초하기에, 획일화가 일어나면 타격을 많이 받는다.
Q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어떤 책인지 소개해 달라. 그리고 독서 루틴, 습관은 무엇인지, 혹시 독서 모임 같은 데 참여하는지, 독서 중에 자주 하는 딴짓이 있는지 등도 궁금하다.
A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의 《더 인간적인 건축》을 읽고 있다. 현대의 건축물들이 왜 따분해졌는지, 우리는 얼마나 불행한 건물들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지, 더 나은 건축은 무엇인지 제시하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분야를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독서를 하려고 한다. 철학책을 가장 많이 읽긴 하지만 교양 과학, 예술, 경제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를 두루 읽는다. 이게 결과적으로 철학적 통찰에도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책을 아주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글 읽는 속도가 느렸다. 속으로 글자를 일일이 소리 내어 읽지 않으면 내용 인지가 안 된다. 그래서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써도 적은 양밖에 못 읽는다. 특히 소설의 경우 엄청 오래 걸린다. 대사를 일일이 진짜 대화나 독백처럼 생생하게 읽지 않으면 내용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습관 탓에, 하루에 몇 시간 이상 독서에 투자하는데도 독서량은 한 달에 3~4권 정도다. 권수를 늘리기보다는 내용 흡수에 더 초점을 두고 독서를 한다.
조금 특별한 독서 습관이라면, 꽤 상세하게 내용 정리를 하며 읽는다. 핸드폰 메모로 몇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나와 있는지, 그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지 등을 기록하며 읽는다. 다 읽고 나면 메모 내용을 컴퓨터 워드 파일로 저장해놓는다. 사실 모든 책을 이렇게 상세히 정리하지는 않는다. 책을 두 종류로 나눈다. 1) 스쳐 지나가도 상관없는 책, 2) 두고두고 기억할 중요한 책. 전자의 경우는 그냥 빨리빨리 읽으면서 핵심만 메모하고 넘어간다. 반면 정말 중요한 책의 경우, 400페이지짜리 책을 읽고 A4용지 80페이지 정도 메모가 나오기도 한다. 책 한 권으로 묶어도 될 분량이다.
현재 한 업체를 통해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나가는데, ‘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철학책을 읽고 함께 토론한다.
독서 중 딴짓은 하지 않는다. 독서를 하든지 아니면 딴짓을 하든지 둘 중 하나를 명확히 선택하는 편이다. 독서는 내게 단순 취미가 아닌 직업이어서, 진지하게 임해야만 한다. 남들이 본업에 열중하는 만큼 치열하게 독서하지 않으면 특별한 지식을 창출할 수 없다.
Q 철학적 고민에 감정이나 욕망을 더해 사유하는 측면이 새롭다. 사실 기분이 중요하지 않나. 이런 시도를 하게 된 의도가 있다면, 또 독자들의 반응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A 처음 철학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삶의 의문과 고통이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랐기에 철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공부하면 할수록 사실 이성적인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수학자들이 식을 증명하듯이 삶의 답이 찾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결국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고유의 환경에서 나름대로의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평가를 내린다. 감정과 삶의 가치는 서로 떨어뜨릴 수가 없는 문제다. 이미 삶에서 많은 행복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이러이러한 논리적 근거에 따르면 당신의 삶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라고 말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가 이미 느끼고 있는 행복의 감정은 삶의 가치를 부정하는 세련된 논리를 뛰어넘는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많은 철학자들, 특히 서양의 철학자들은 감정보다 이성을 우월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이성은 인간의 가장 특징적인 능력 중 하나이며, 이성 없이 지금의 과학기술 문명을 상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의 의미는 이성보다 오히려 감정과 더 많이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잘 캐치하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삶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해도 계속 빙빙 돌게 된다.
지금까지 낸 책들 모두 감정을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다. 독자분들은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느낌이라 좋다고 많이 평가해주신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감정을 주제로 자주 다루는데, 한번은 한국인이 명품을 많이 구매하는 이유를 다루면서, 어딘가 의지할 곳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며 분석한 적이 있다. 해당 영상이 조회수도 잘 나왔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해주셨다.
Q 공부나 유튜브 운영 외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즐기는 취미가 있나.
A 농구를 좋아한다. 동네 농구장에 자주 나가 연습을 하고 가끔 사람들과 게임도 뛴다. 중학생 때부터 계속 하고 있는 유일한 취미다. 그 외에는 주식과 가상화폐를 비롯한 금융 소식을 매일 팔로업한다. 마음이 리프레시되는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철학이 현실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시대의 가장 결정적인 현실인 돈의 흐름을 잘 이해해야만 훌륭한 철학적 분석력도 갖출 수 있다고 믿는다.
Q 지금 쓰고 있거나, 다음에 쓸 책의 내용은 무엇인가.
A 철학사의 주요 개념들을 설명하는 책을 한 권 써놨다. 올해 중반에 출간될 예정이다. 다음에 쓸 책으로는 여러 후보가 있는데, 심심함이나 지루함, 악플, 똥 등이 있다. 지금까지 출간했던 책들은 출판사의 기획을 통해 썼던 것들이었다. 내가 100퍼센트 원해서 썼다기보다는, 출판사에서 원하시는 방향에 최대한 맞추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작업은 할 만큼 한 것 같다. 더 이상 이 작업 방식이 나에게 재미와 의미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당분간은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쓸 예정이다. 생각해놓은 주제가 정말 많다. 컴퓨터에 20개 정도의 아이디어 폴더가 있다. 일 년에 한 권씩만 써도 20년이 걸릴 텐데, 아마 아이디어가 늘어나는 속도는 더 빠를 것이다. 결국 이 아이디어들 중 대부분은 버려질 것이다. AI가 대신 써주는 게 아니라면.
Q 철학자가 보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나.
A 도전정신. 개인의 힘으로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는 차고 넘친다. 왜 그들은 되고 우리는 안 되는가?
현대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해석하는 얼마나 다양한 관점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어떤 철학책을 읽든, 이 책을 읽어놓으면 더 탄탄한 해석을 할 수 있다. 단, 난이도는 아주 높다.
《과학 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과학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그냥 사실로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과학은 수없이 뒤집혔다. 혁명은 단순히 이전으로부터의 연속적 발전이 아니다. 이전 세계와의 결별이다. 이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모든 사람은 혼자다》(시몬 드 보부아르)
제목과 달리,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다. 혼자서도 그냥 숨 쉬고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삶의 의미를 찾는 건 나 말고 다른 존재가 꼭 필요한 일이다. 나로서 유의미하게 존재한다는 게 뭔지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책이다.
이충녕_철학자
철학자와 기업가 사이 그 무언가로 살아가고자 한다. 현재 명확한 직업은 유튜버이자 작가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9년 대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배우는 철학 전공 지식을 충분히 일반 대중에게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유튜브 채널 ‘충코의 철학’을 개설했다. 현재 약 2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로 성장했다. 인문학의 고립 문제에 관심이 많다.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 전체가 결국 인간의 삶으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현대의 인문학은 전공자가 아니면 읽기조차 어려운 형태로 발전을 해버려서, 전체적인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와 저술 활동을 통해 인문적 통찰 자체를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쓰임 받는 방향으로 혁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 라이브러리 ‘석학 인터뷰’는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을 모시고삶과 독서에 관한 풍성하고도 깊이 있는 경험과 철학을 나누고자 기획되었다.이번 호에서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를 만나 삶을 더 창조적으로 만들어주는 독서에 대해 인터뷰했다. [인터뷰 개요]1.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삶 “스스로 생산하는 삶, 타인의 시선에 구속되는 게 아니라
'오르지 않는 건 내 월급'뿐이고, 그마저도 ‘통장을 잠시 스쳐갈 뿐.’재테크 용어들은 낯설고, 투자는 원금마저 잃을까 두렵기도 하다. 재테크 멘토 슈엔슈는 투자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고 소비에 대한 개념부터 바꾸자고 말한다.예금 적금은 재테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남들 따라 잘 모르는 주식을 덜컥 사본 사람,《전업맘, 재테크로 매년 3000만 원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사회학 중에서도 농촌사회학을 공부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A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정의 내리기도 어려운데 ‘농촌사회학’이 무엇인지 질문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