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녕하세요. 이번에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으로 임용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한국도서관협회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또 사무총장의 역할과 임기 등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이: 한국도서관협회는 1945년 8월 30일에 창립된 도서관 단체인데요, 공공도서관 외에 학교도서관, 대학도서관, 전문도서관이 모두 함께 회원으로 있는 연합체 성격의 단체입니다. 그동안 도서관법을 제정하고 또 개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고요, 정책의 파트너 역할과 동시에 도서관 현장의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서 대응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저는 제13대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으로 지난 3월부터 3년 동안 일을 할 예정입니다. 사무총장은 사무국을 총괄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합니다.
더: 《도서관문화》 6월호에 ‘제22대 국회의 적극적인 도서관 정책을 기대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셨어요. 22대 국회의 도서관 관련 공약에 대해 요점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 2010년과 2014년 선거 때도 도서관 공약을 분석한 적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한국도서관협회가 매번 정책 제안서를 발간해서 후보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것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를 보고 싶었어요. 분석을 해봤는데 과거에 비해서 출마하시는 분, 또 당선되시는 분들의 도서관 공약이 상당히 줄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일 것 같습니다. 작은도서관 공약을 내세운 분들이 거의 없었고 대신 국립도서관과 국회도서관, 광역도서관 등의 분관을 유지하겠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도서관계의 트렌드를 관심 있게 보신 것 같아요. 특성화도서관에 관한 것, 그리고 복합문화센터 같은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새로운 공약이었습니다. 현재 강원도와 충청북도가 대표 도서관이 없는데, 거기에 대한 공약이 없었습니다. 정치인들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좀 더 잘 갖출 수 있도록 우리 도서관계가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사무총장님이 바라시는 공약이 있다면요? 이: 저는 아무래도 도서관법이 2021년에 전면 개정되면서 도서관의 양적 확충보다는 질적 성장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인력이나 시설에 대한 공약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사무총장님이 필자로 참여하신 《사서가 말하는 사서》에서 도서관장 시절 아침에 출근하면 도서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부터 읽는다고 하셨어요. 도서관장에게 자유게시판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 도서관장에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무서운 메뉴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도서관 운영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이용자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민원성 글이 올라오면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만큼 이용자에 대해서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개인 차원에서의 민원성 글도 있지만 자유게시판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사서나 관장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유일한 소통의 창구입니다. 자유게시판에 의미 있는 글이 올라오면 제가 직접 전화해서 상세하게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더: 대학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하신 전문 사서이신데 어떤 계기로 사서가 되기로 결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저는 책과 굉장히 가깝게 어린 시절을 지냈던 것 같아요. 집에도 책이 많이 있었고요. 또 초등학교 때는 학급문고가 있었고 중고등학교 때도 학교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자주 읽게 됐고 국문학을 할까 영문학을 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근무하셨던 우리 작은어머니께서 사서가 되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도서관학과에 가게 됐어요. 아주 생소했는데, 가서 보니까 사서 일이 책을 마음껏 읽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한테 책을 제공하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잘못 왔나, 그런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재미있게 공부를 했죠. 첫 직장이 신문사였는데요,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 위해서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일을 우리 자료실에서 했어요. 그때 정보원과 이용자를 연결시켜주는 가교 역할을 사서가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용자의 정보 추구 행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또 사서의 지적 역량이 얼만큼 필요한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고요. 그것이 공공도서관으로 넘어오면서 일을 하는 데 가장 뒷받침이 됐습니다.
더: 사서는 어떤 직업인가요? 이: 사서직은 말 그대로 정보원도 알아야 되고 또 그 정보원을 요구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해요. 예전에는 우리 교수님들이 도서관만 알면 도서관학을 모른다고 하셨어요. 그때는 문헌정보학이 아니고 도서관학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교수님들이 이용자 중심의 도서관 서비스를 말씀하셨던 거예요. 정보원을 요구하는 이용자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죠. 예를 들면 어린이 서비스를 하면 어린이의 발달 과정과 학교 커리큘럼에 대해서 잘 알고, 필요한 것을 수동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사서라고 하는 직업이 ‘책만 안다’라고 하는 건 좀 모순이에요. 두루두루 다 알아야 하고, 사회의 변화에 따라서 또는 매체의 변화에 따라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를 알아야 해요. 그 사람의 개인적인 삶의 문제, 또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도서관이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직업이 사서라고 생각합니다.
더: 필자로 참여하신 《사서가 말하는 사서》에서 도서관 관장의 리더십과 파트너십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지자체나 정부 주무부처와의 협력 등 어려운 일들이 많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이: 리더는 조직에서는 소수이고 직원들과 화합하지 않으면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저는 팔로워십이나 같이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어요.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특히 도서관 사서들은 그동안에는 본인들이 주체가 돼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었고, 함께 뭔가를 만드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잘 해오지 않았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뭔가를 도모하지 않으면 이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기 때문에 저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려웠던 부분은, 제가 서울도서관장으로 있을 때 서울시에는 위탁도서관이 굉장히 많아서 조직이 너무 제각각인 거예요. 그런 것이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금 개선해보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도 필요하고, 정치인의 노력도 필요하고, 또 같이 일하는 사서들이 함께 해주는 게 굉장히 필요했는데, 그때 협업이 굉장히 어렵다는 거를 느끼게 됐죠. 조금 아쉬움이 있습니다.
더: 챗GPT와 디지털 기술 활용 등 가속사회라고 일컫는 한국 사회에서 지식과 정보의 허브인 도서관은 10년 후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이: 저는 지금 도서관 사서가 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예를 들면 대출 반납 데스크가 이미 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지금은 도서관 장서 점검한다고 휴관하는 도서관들이 있는데, 그 장서 점검도 기계가 하게 될 거예요.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딱히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일은 모두 기계가 하게 될 겁니다. 사서는 ‘AI 사서’의 지원을 받으면서 정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앞으로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AI는 빅데이터에 의해서 움직이는 기계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 AI는 인간만큼 살아서 뛰는 심장이 없잖아요. AI가 아무리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려고 해도 인간만큼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의 미세한 부분까지는 따라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인 사서는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에 여러 가지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죠.
더: 이 인터뷰를 계기로 도서관협회 회원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이: 제가 도서관협회 사무총장으로 간다고 하니까 열이면 열 전부 다 걱정하셨어요. 왜냐하면 한국도서관협회가 현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기대만큼 협회가 활동하지 않는다고, 실망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으셨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역할을 잘 못하니까 회원들에게 외면당하고, 외면당하니까 협회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런 과정을 계속 거치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리 협회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협회는 회원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고 회원이 함께하지 않으면 협회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쓴소리를 하더라도 협회에 직접 하시고 비난을 하시더라도 협회 안에 들어와서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도서관협회가 회원들의 참새 방앗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협회가 국립중앙도서관에 있거든요. 국립중앙도서관에 교육을 받으러 온다든가 아니면 회의를 하러 온다든가 하면 반드시 협회에 들러보시라고 해요.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제안도 해주고 이런 것들이 필요해요. 일부러라도 찾아오는 그런 협회가 됐으면 좋겠고, 젊은 사서들이 협회에 와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해주었으면 해요. 협회의 성장이 결국은 도서관 현장과 사서의 성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소박한 꿈을 갖고 있어요.
더: 사무총장님이 사서 직무를 해오시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던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으로 20년이 지난 책이에요. 제가 처음 도서관 관장이 됐을 때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할까 굉장히 많이 고민을 했어요. 이 책을 보고 나서 나도 이런 도서관 만들어야지, 생각했거든요.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은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의 얘기예요. 인구 850만의 뉴욕시에 뉴욕 공공도서관은 네 개의 전문도서관과 현재 약 90개 정도의 분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책에는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굉장히 잘 보여주고 있어요. 사람들이 꿈을 잘 만들어서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서의 역할에 대한 얘기들이 나옵니다.
실제로 제가 미국 뉴욕에 갔을 때 정말 감탄했는데요, 거기서 만난 사서들은 굉장히 자신감이 넘쳤어요. 또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본인이 대체불능의 사서라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걸 봤어요. 우리는 아직까지 그 정도의 경지에는 다가가지 못해요. 아직도 이 책은 많이 유효합니다. 절판이 된 책이지만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사무총장님에게 도서관이란 어떤 것인지요? 이: 저는 항상 도서관은 꿈의 사다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평등을 얘기하고 동등함을 얘기할 때, 산업사회에서는 똑같은 것을 사람들한테 주는 것이 필요했죠. 그러나 지금은 개별화되고 고립된 사람들이 많아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하는 사회가 됐거든요.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도서관에서는 AI 사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간이 인간에게 더 많은 것들을 줄 수 있어요. 한 사람이 자기가 갖고 있는 꿈을 펼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도서관이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서관을 꿈의 사다리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정수_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덕성여대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하고 숙명여대,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한국경제신문사 조사부 기자를 거쳐 서울 서대문구 구립도서관 관장, 서울도서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도서관 정보정책위원회 위원, 행정안전부 정부혁신협의회 의원, 공공도서관협의회 회장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쳤다. 저서로는 《사서가 말하는 사서》(공저), 《공공도서관 정책환경과 법제변동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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