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도서관과 건축] 특집 인터뷰 코너에서는 ‘친환경 건축’을 주제로 건축가 김정임을 만난다. 김정임이 지은 공원 속 ‘책쉼터’는 원래 터를 지키고 있던 수형이 예쁜 감나무를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어두웠던 공원 한 켠을 은은하게 밝히는 오두막집처럼 존재한다(넘은들공원 책쉼터). 주민들의 일상과 주변의 환경을 껴안으며 구불구불 어우러지는 ‘공원 같고 거실 같은’ 도서관 건축과, 김정임이 생각하는 ‘친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The Liverary> 4월호 특집 ‘도서관과 건축’에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A 30년째 건축 일을 하고 있는 건축가 김정임입니다. ‘서로아키텍츠’ 대표로 11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는 기분이라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김정임 건축가 ⓒTHE LIVERARY
Q ‘넘은들공원 책쉼터’와 ‘양천공원 책쉼터’ 작업을 하셨는데요, 김정임 건축가님의 전체 작업에서 도서관은 어느 정도 비중인지(양적인 면에서도), 그리고 도서관 설계를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 두 곳 모두 ‘책쉼터’라고 부르는 이유는 법적으로 도서관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도서관은 도서관법에 의해 갖춰야 할 설비나 운영규정 등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보다 자유로운 형식을 선택한 거죠. 책을 매개로 한 공간을 설계하는 것 자체에는 굉장한 관심이 있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자 노력해요. 업무 공간을 설계할 때도 라이브러리적인 성격이 있는 공간에 대해서는 여러 제안을 드리고 실현하려고 하죠.
Q 책과 관련한 공간에 대해 적극적인 제안을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건축을 하는 젊은 친구들은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잘 찾기 때문에 종이책을 보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종이책이 갖고 있는 물성을 좋아해요. 책장을 ‘후루룩’ 넘겨볼 때의 질감이랄지, 그렇게 넘기다 우연히 만난 페이지 속에서 제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과 만나는 순간이요. 눈에 띄지 않던 구절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순간의 우연 속에서 아이디어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연결된다는 느낌이 있어요. 건축도 그렇고 종이책도 그렇고, 그런 우연이 연결되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Q 앞에 얘기한 두 작업과 관련해서 ‘공공건축물 하나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는 취지의 보도들이 있었죠. 두 작업에 대한 평가 중 이용자들이나 사서 분들의 이용 후기 등, 가장 마음에 드는 코멘트(아티클 포함)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한 분은 사서 분인데, ‘양천공원 책쉼터’에서 일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거예요.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는 대로 그 공간에서 일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요. 설계할 때 종종 놓치는 게, 그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근무자라는 사실이에요. ‘학교’라고 치면 아이들을 중심으로 설계하느라 ‘선생님’을 놓치는 식으로요. 실무자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었다는 것에 기뻤죠.
또 한 분은 양천구청 공원녹지과 과장님인데요, “이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 이 주변 동네 분들이 행복해졌어요. 생활의 질, 정서적 질이 높아졌어요”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양천공원 책쉼터 ⓒ서로아키텍츠
Q 양천공원 책쉼터 설계에서는 도서관을 마치 ‘거실’처럼 설계했다고 하셨는데, 기존에 공원이 있고 그 안에 도서관을 짓는 거라서 위치 선정 등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이랄까, 중요하게 고려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A 저는 그 부지를 특별하게 여겼어요. 사실 처음 설계해야 할 부지는 책이 들어갈 자리에 수령이 오래된 큰 나무들이 있었거든요. 나무를 베야 하는데, 저는 그게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시 도시공원심의회와 협의해서 부지를 옮기기로 했고, 그렇게 찾은 게 지금의 자리예요. 예쁜 감나무가 있어서 그 나무를 제자리에 두는 방향으로 출발점을 잡았죠. 저 스스로 ‘감나무’라는 제약을 설정하는 방향으로요. 나무가 자랄 때 문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무와 건물이 어우러지는 설계를 했어요. 네모반듯하지 않은 이형의 부지이지만 스스로 정한 방향이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다른 설계에 비해서 쉽게 한 기분이에요.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던 감나무를 출발점으로 삼았더니 억지로 만든 느낌이 아니라 편안하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넘은들공원 책쉼터 ⓒ서로아키텍츠
Q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건축된 면적이 굉장히 작은 데 놀랐는데요, 이곳의 경우 처음에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작업하셨는지요.
A 사실 공원에 시설물이 점유하는 걸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주민설명회 때도 공원 부지가 조그마한데 굳이 건물을 지어야겠냐는 의견도 있었고요. 제가 약속드린 건 ‘건물을 최소화해서 짓겠다’는 거였어요. 공원 초입의 레벨 차를 이용해 공원에서 볼 땐 단층짜리 오두막집처럼 보일 수 있게 했고, 공원이라는 특징을 살려서 저녁에는 건물 자체가 은은한 조명기구 같은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저쪽에 오두막집이 있네, 오두막집에 불이 켜져 있네’ 하는 기분이 들게끔 하고 싶었어요.
Q 두 작업 다 ‘책쉼터’라는 네이밍이 특이한데, 건축가가 건축물 이름을 짓는 데 개입하는지도 궁금합니다.
A 법적으로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구청 쪽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저도 ‘책쉼터’라는 말이 좋다고 생각했고요.
김정임 건축가 ⓒTHE LIVERARY
Q 도서관 건축 혹은 공공건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A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환대하는 메시지가 담긴 건축을 하는 거요. 동선의 경우에도 설계자가 계획한 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마음대로 다녀볼 수 있고, 마음먹고 들어선 이용자뿐만 아니라 건물 주변을 산책하는 분들도 건물을 관통해서 갈 수 있는 개방적인 성격을 갖는 거죠. 민간 건축에선 알게 모르게 ‘이곳은 특정 사람만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느끼는 심리적 배척 같은 거요.
Q 자연 속에, 혹은 자연과 어우러진 장소에 도서관을 건축할 경우 툭 트인 공간이 주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건축가로서 최대의 고민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요.
A 건축가의 큰 능력 중 하나는 ‘어떤 이슈를 찾아내는가’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찾아내며 드러낼 것이냐는 거죠. 그 답을 찾으려면 ‘이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 하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해요. 그러니 나무 같은 주변 환경이 반드시 제약은 아니에요. 일부러 만들려고 했다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형태가 나오잖아요. 저는 질문을 던졌고, 형태는 주변이 만들어준 거라고 생각해요.
Q 기후변화나 자연재해 등 건축도 이전에 비해 고려해야 할, 대비해야 할 요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친환경, 자연과의 조화 같은 철학은 건축에서는 얼마나 견지되고 있는지요. 예를 들면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지만 건축 재료 등도 친환경적인 재료가 있는지, 건축가는 그런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건축법상으로 정해진 ‘친환경 규제’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단열재를 두껍게 해서 열손실을 적게 하고, 트리플 글래스로 창문의 기밀성을 높여야 하는 식이거든요. 냉난방 장치를 고효율로, 태양광 패널을 붙여 신재생 에너지를 쓰고요. 저는 ‘진짜 친환경적인 건축물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어봐요. 20~30년 뒤에 철거하면 그게 다 폐기물이 되거든요. 건물이 수명을 다한 이후까지의 사이클을 보는 것, 물질도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관점으로 존중해야 할 하나의 존재라고 보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봐요.
김정임 건축가 ⓒTHE LIVERARY
Q 최근 도서관 건축을 포함한 공공건축에서 이슈가 되는 것들이 있는지, 또 도서관 건축 혹은 라이브러리의 성격을 가진 공간을 건축할 때 꼭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A ‘거실 같은 도서관’이 추세인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도서관에서 활동, 공연, 전시 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건물 자체가 딱딱하지 않고 유연성을 가진 복합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의 경우에도 ‘지식의 보고’라는 식으로 너무 엄격하게 여기는 것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Q ‘(비평 언어를 포함해) 여성 건축가들의 언어가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부분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비평 언어가 부족하다는 말은, 근대 도시로 넘어갈 때 여성 건축가들이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면 우리가 좀 더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살 수 있었겠다 싶은 거예요. 늘 남자들이 이름을 걸었는데, 그들 곁에는 훌륭한 여성 조력자들이 있었어요. 알바 알토의 경우에도 아내 아이노 알토가 굉장한 실력자였어요. 그런데 늘 남자들의 이름을 거니 조력자로 역사에 묻혀버리는 거죠. 건축 비평가도 아직까지 대부분이 남성 비평가에요. 남성 비평가들의 언어로 남성 건축가들을 비평하는데, 여성 건축가들의 작품을 비평할 때 그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직선으로 뻗은, 매끈한 표면에 그늘이 없는 모더니즘적 건축을 저는 ‘여지가 없는 건축’이라고 표현해요. 저는 건물 내부 이용자는 물론이고 주변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잠깐씩 걸터앉아서 쉬거나 핸드폰을 볼 수 있는, ‘곁을 내어주는 건축’을 지향하고 있어요. 언젠가 글을 쓴다면 제 안에 막연하게나마 뻗어나가고 있던 지향점, 저도 몰랐던 인식, 제가 즐겨 쓰는 용어와 표현하는 건축언어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보고 싶습니다.
Q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A 《생동하는 물질》과 《생각한다는 착각》 두 권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저는 건축을 ‘물질들의 질서를 배열하는 일’이라고 정의해요. 사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배치하거나 쌓으면 건축이 되는 거니까요.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 자리에 두는 건축’이 ‘나무’라는 물질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듯, 건축을 할 때 사물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해봐야겠다는 결심으로 고른 책들입니다.
김정임_건축가, (주)서로아키텍츠 공동대표
건축가. ㈜서로아키텍츠(Seoro Architects) 공동대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건축가 김인철, 서혜림, 유걸의 사무소에서 20여 년 간 다양한 실무를 경험하고 2012년 서로아키텍츠를 설립, 마스터플랜과 건축 설계,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플래닝 등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 간의 상호작용과 관계성을 고찰하고 다양한 사용 풍경을 담는 총체적 환경(holistic environment)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서울스퀘어,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 디자인센터 내부 공간 설계, NEW 논현 사옥, 한남 라테라스, 애월_펼쳐진집, 양천공원 책쉼터 등이 있으며, 배재대 하워드관, 한남 라테라스로 건축문화대상을, 애월_펼쳐진집으로 제주건축문화대상, 양천공원 책쉼터로 서울시 건축상과 대한민국공공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교육청 ‘꿈을 담은 교실 만들기 사업’의 총괄건축가로 활동하며 교육공간혁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냈으며, 서울시 공공건축가 및 건축정책위원, 국가건축정책위원 등을 역임하며 공공분야에서의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1주년이 되었고 2025년에는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 등을 쓴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었다.이번 호에서는 그간 진행해온 노벨문학상 특집을 마무리하는 기획으로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이경재 교수를 만났다.한국문학과 세계문학에 대한 통찰이 담긴 이경재 평론가의 견해를 들어본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광화문 글판 시 풀꽃 1로 널리 알려진 시인 나태주를 만났다. SNS로 이루어지는 빠른 소통, 나날이 그 영역을 넓혀가는 인공지능(AI), 사회적 혼란과 분열 속에서 나태주 시인은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과 쉬어감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발걸음을 멈추고 한 줄의 시를 바라보는 사
반려견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국내에는 아직 독서 공동체로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모습이 낯설 텐데요.한국리딩독연구소 대표이자 동물매개심리치료 연구자 윤혜경은 리딩독(Reading Dog) 프로그램이 학습 부진 아동에게 정서 안정을 주고,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사회성이 좋아지게 한다고 말합니다.자기를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