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출판학회 제46회 정기학술대회 주제는 ‘청소년을 위한 세계 독서교육_한국, 미국, 일본, 독일’이다.
청소년을 위한 세계의 독서교육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이 학술대회는 독서교육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네 개 나라 독서교육의 현황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의 효율적인 청소년 독서교육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THE LIVERARY는 이 심포지엄과 관련해 백원근 소장(책과사회연구소)의 칼럼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책보다는 스마트폰과 노는 청소년들
어느 나라에서나 청소년기의 독서율 하락 문제는 고민거리다. 눈과 감각, 관심을 사로잡는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을 치르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인생 성장의 황금기에 공부 이외의 활동을 거의 하기 어렵고, 책 읽기의 재미를 체득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외견상으로는 우리나라 대다수 청소년이 책을 읽고 있지만, 과제 해결을 위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본인이 능동적으로 읽는 비율은 매우 낮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교과서를 제외하고 1년에 단 한 권의 일반 도서조차 읽지 않는 비독자 비율이 중학교 1학년 단계에서 약 8퍼센트나 된다. 학교와 가정, 사회의 청소년 독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현실이다.
여가 활동은 청소년의 관심사를 그대로 반영한다. 책과사회연구소에서 청소년의 여가 생활과 책, 도서관 이용 실태에 대해 전국 청소년 2천 명을 조사한 <청소년이 가고 싶은 도서관: 청소년의 공공도서관 이용 실태 및 수요 조사> 보고서(도서문화재단씨앗, 2024.4.)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평소에 주로 하는 여가 활동(복수응답)은 스마트폰 등 온라인 활동(61.0%), 텔레비전/동영상 매체 이용(52.4%), 게임(48.0%), 친구 만나기(43.1%) 순이었다. 책 읽기를 비롯한 독서 관련 활동(17.8%)은 후순위였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책에 대한 선호도는 좋아함(46.1%), 보통(37.8%), 싫어함(16.1%) 순으로 나타나 책을 좋아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여가 활동의 우선순위에서만 밀릴 뿐 책과 독서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청소년의 여가 활동(복수응답, 단위: %)
출처: <청소년이 가고 싶은 도서관>, 도서문화재단씨앗, 2024.4.
카페 같은 분위기에 청소년이 좋아할 책이 많은 도서관
그럼 청소년들이 시간 날 때 주로 찾는 공간은 어디일까? 2순위까지의 복수응답 기준으로 카페(39.5%), PC방(27.5%), 노래방(24.0%), 편의점(18.0%), 쇼핑몰/상점(17.3%), 공원/놀이터(13.4%), 영화관(10.5%), 운동시설(10.3%), 도서관(6.3%), 핫플레이스(5.3%), 게임장(5.1%), 서점(3.3%)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주로 집 근처의 상업적 공간을 이용하며, 책과 관련된 도서관이나 서점의 이용 비중은 낮은 현실을 보여준다. 여가 공간을 이용하는 목적은 ‘재미, 친구 만남, 접근성, 경제성,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가 대부분이다.
<그림 2> 청소년이 여가 시간에 주로 이용하는 곳(단위: %)
출처: <청소년이 가고 싶은 도서관>, 도서문화재단씨앗, 2024.4.
한편, 청소년의 책 읽기와 관련해 공공도서관이 해야 할 일로는(항목별 필요성, 복수응답) ‘카페 같은 분위기 조성’(58.6%),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새 책 보유’(42.1%), ‘꿈‧진로 관련 독서 안내와 상담’(39.1%), ‘청소년실 운영’(35.2%)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런 도서관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공공도서관은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청소년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청소년을 환대하는 도서관을 만들지 못하고, 수요자 맞춤형의 서비스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그림 3> 청소년의 책 읽기를 위한 공공도서관의 역할(항목별 필요성, 단위: %)
출처: <청소년이 가고 싶은 도서관>, 도서문화재단씨앗, 2024.4.
이제 공공도서관은 역동적 성장기인 청소년들에게 공부나 학습 공간만이 아니라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 공간과 콘텐츠,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 증가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 ▲청소년의 수요를 반영한 공간‧콘텐츠‧프로그램 혁신, ▲학교 및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구축, ▲청소년 서비스 전문 인력인 청소년 담당 전문사서 양성, ▲공공도서관의 청소년 서비스 기준 마련 및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나아가 창의력 함양과는 거리가 있는 입시제도의 개선, 청소년이 도서관을 찾도록 하는 다양한 계기 마련, 사회적 소통과 활동의 장으로서 도서관의 역할 증진에 대한 관심 제고가 맞물려야 할 것이다.
청소년에게 책이 희망이 되는 사회를 위해
이에 못지않게 가정과 학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청소년들은 부모님에게 바라는 점으로 ‘책 읽기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으면 좋겠다, 가족과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을 이용하면 좋겠다, 책을 더 많이 사주시면 좋겠다,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를 꼽았다. 학교에 대해서는 ‘수준과 관심에 맞는 책을 소개해주면 좋겠다, 학교도서관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싶다, 학급문고에 많은 책이 있으면 좋겠다, 독서 시간을 만들거나 늘리면 좋겠다’ 등을 꼽았다. 이들 항목 모두 부모와 교사의 적극적인 관심과 솔선수범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꿈꾸며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려면, 입시 준비에 모든 시간을 쏟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과 책 읽기로 내일을 설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도서관과 서점에 가도록 계기를 만들어주며, 부모와 교사가 좋은 책을 소개하여 읽기를 자극하고, 청소년이 자신의 내일을 책으로 준비할 수 있는 재미있고 다양한 진로·독서 융합 프로그램을 지원했으면 한다. 독서 동아리 활동 지원을 통한 지속적인 독서 생활화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교육정책과 독서정책의 혁신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관점을 반영한 독서교육정책(교육부 및 교육청), 청소년 대상의 독서정책(문화체육관광부)은 아직도 빈자리다. 몇몇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지만, 어떤 환경에 있는 청소년이든 소외되지 않고 독서 활동에 누구나 참여하도록 하려는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 청소년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돕는 환경 조성, 독서 동기를 유발하는 계기 마련, 좋은 책과 만나도록 하는 흥미로운 북 큐레이션 제공 등 해야 할 일은 차고도 넘친다. 청소년 독서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방임하면서 독후감 쓰기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낡은 관행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겠다.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 책이 희망이 될 수 있다.
백원근 _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이며 한국출판학회 상임이사 겸 출판정책연구회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실행이사, 책의해추진단 추진위원,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자료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 《도서정가제가 없으면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 《미디어 문해력의 힘》(공저), 《브랜딩으로 성장하는 유기체, 도서관》(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책의 소리를 들어라》(다카세 쓰요시 지음) 등이 있다. <한겨레> <한국독서교육신문>, 일본 <문화통신> 등에 책 관련 동향을 연재한다.
올해 한국출판학회 제46회 정기학술대회 주제는 ‘청소년을 위한 세계 독서교육_한국, 미국, 일본, 독일’이다. 청소년을 위한 세계의 독서교육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이 학술대회는 독서교육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네 개 나라 독서교육의 현황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의 효율적인 청소년 독서교육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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