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블루에서 챗GPT까지, AI가 가져온 혁명적 변화

필자가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것은 미국 시애틀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199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IBM이 개발한 딥 블루(Deep Blue)가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이기는 장면을 TV 생중계를 통해 보았다. 195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된 ‘인공지능(AI)’ 개념은 인문학을 공부하던 필자에게 매우 생소하고 충격적이었다. ‘기계가 단순한 계산을 넘어 생각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 후 2016년,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Alpago)가 이번에는 바둑 세계 챔피언인 이세돌 9단을 이기면서 인공지능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서막에 불과했다. 필자가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픈AI(OpenAI)는 2022년 11월, 컴퓨터와 인간이 일반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챗GPT(ChatGPT)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챗GPT 출시 이후,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교육은 물론 의료, 금융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람들의 일상생활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진정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과 인간이 결국 컴퓨터에 종속될 수 있다는 의견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대두되었다.

미국 도서관들의 AI 활용법

그렇다면 현재 미국의 주요 도서관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대도시의 공공도서관―예를 들면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는 AI를 활용해 도서 분류 및 정리, 사용자의 과거 대출 기록과 온라인 검색 기록을 분석해 맞춤형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챗봇(Chatbot) 기술을 도입해 이용자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도서관 자료 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는 오픈AI의 챗GPT와 비교하면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특별한 사례로 2021년, 캔자스주 주립대학교(Kansas State University) 중앙도서관은 AI 스튜디오를 개설했다. 이곳은 학생과 교수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열려 있어 챗GPT와 DALL·E 같은 웹 기반 생성 AI 플랫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나공공도서관(Santa Ana Public Library)은 Moxie라는 움직이는 AI 로봇을 도입해 5세에서 10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회화 학습과 학습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 도서관계는 14개의 주립 도서관(State Library)과 대형 공공도서관 및 대학도서관의 사서들을 주축으로 AI 개발자, 담당 행정공무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워킹그룹(the State Libraries and AI Technologies Working Group: 일명 SLAAIT)을 결성했다. 이 워킹그룹은 AI의 도입을 통해 도서관 관련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AI 기술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며, 맞춤형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정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정부 기관인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은 최근 AI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프레임워크(AI Planning Framework)를 수립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LC Labs와 같은 부서를 신설해 AI 기술을 자신들이 보유한 방대한 콘텐츠에 실제로 적용하고, 정보의 접근성과 사용성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내부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외부 여러 대학 및 연구기관의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특성에 맞는 AI 환경 만들기가 관건 

짧게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의 미국 도서관계의 AI 활용도는 아직까지 놀라운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않았다. AI 도입은 시간과 비용의 문제일 뿐, 도서관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AI는 도서관의 미래에 중요한 열쇠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한국은 과거 짧은 시간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종이 자료를 전자 자료로 바꾸는 작업을 그 어느 국가보다도 먼저 그리고 많이 해낸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사서들이 주축이 되어 공동 대응팀을 만들고 단기적 및 장기적 정책을 수립해, 무조건적 벤치마킹을 지양하고 한국 특성에 맞는 AI 환경을 만들기를 젊은 사서들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AI를 통해 도서관은 지식의 저장소를 넘어 지능형 정보 서비스 제공자이자 커뮤니티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AI가 사서의 역할을 대신해 서서가 없는 도서관이 될 것인지는 결국 인간인 사서들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