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출판학회 제46회 정기학술대회 주제는 ‘청소년을 위한 세계 독서교육_한국, 미국, 일본, 독일’이다.
청소년을 위한 세계의 독서교육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이 학술대회는 독서교육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네 개 나라 독서교육의 현황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의 효율적인 청소년 독서교육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THE LIVERARY는 이 심포지엄과 관련해 백원근 소장(책과사회연구소)의 칼럼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지난 10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학지사 마인드빌딩 대회의실에서 (사)한국출판학회의 제46회 정기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의 대주제는 ‘청소년을 위한 세계 독서교육’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글에서는 해외 사례에 대한 주제발표 내용의 개요를 살핀 후 시사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독립적인 독자로 성장시키는 독서 역량 키우기
미국의 청소년 독서교육에 대해 발표한 오선경 성공독서코칭센터 대표는, 미국에서 매년 4학년에 진학하는 아동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130만 명이 기본적인 독서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는 현실부터 짚었다. 특히 이민자, 유색인종,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나 학습장애아 등의 읽기 부진 정도가 심각하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독서교육 정책이 시행되었다. 2002년 부시 행정부 때 제정된 ‘아동 낙오 방지법(NCLB)’을 발전시켜 2015년에 제정한 교육법(ESSA)은 모든 아동과 청소년이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직업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성취 수준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를 위해 3~8학년의 읽기와 수학 능력에 대한 성취도 평가,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시험을 거치도록 했다. 교육 매개자인 교사의 독서교육 전문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고 학생들의 읽기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장애아 및 소외계층 자녀들을 위한 예산도 지원한다. 또한 다양한 성과 지표를 개발해 학교와 학습자의 상황에 맞춤한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보다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데 주력한다.
미국의 ‘국가 교육 성취도 평가(NAEP)’는 1992년부터 전국 공사립학교의 4·8·12학년 시기에 500점 만점의 성취도 평가를 한다. 2022년의 경우 8학년 학생의 4퍼센트가 고급 수준, 31퍼센트가 능숙 수준, 나머지가 기본 읽기 수준이었다. 상급 학년이 되면서 고급과 능숙 수준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청소년 독서교육에서는 학습적 언어, 이해력 향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글쓰기 활동을 통해 독립적인 독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둔다. 국가교사자격위원회는 과학적인 독서교육을 위해 세분화된 다섯 가지 정책을 정하고 교사 양성 과정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중등 교사들은 문식력(文識力), 어휘력, 유창성과 관련한 기초적 독서교육을 실행하며 학생들의 독서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정기학술대회 장면 Ⓒ백원근
학생들이 책을 읽게 만든다, ‘아침독서’ 운동
한편, 일본 사례를 발표한 신혜란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본 청소년들 가운데 일반 도서를 전혀 읽지 않는 비독자 학생의 비율이 높은 현실을 진단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선 초중고에서 도입한 것이 ‘아침독서’ 운동이다. 전국 초중고 학교 중에서 약 76퍼센트가 참여하고 있는 이 운동 덕분에 학생들의 독서율과 독서량이 장기적으로 크게 개선되었다.
지난해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가 조사한 제68회 학교독서조사 결과를 보면, 5월 한 달 간의 비독자 비율은 초등학생 7.0퍼센트(1993년에는 12.1퍼센트), 중학생 13.1퍼센트(1993년 51.4퍼센트), 고등학생 43.5퍼센트(1993년 60.8퍼센트)로 30년 전인 1993년에 비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30년 사이에 한 달 독서량은 초등학생이 6.4권에서 12.6권으로, 중학생은 1.7권에서 5.5권으로, 고등학생은 1.3권에서 1.9권으로 모두 증가했다. 이러한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아침독서’ 운동인데, 한국에서는 9시 등교제 실시 이후 시행 학교가 거의 사라진 것과 대조적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기반의 취약계층 중심 독서교육
독일 사례에 대해 발표한 강진숙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독일의 청소년 독서교육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소개했다. 독서교육의 핵심 역량은 읽기와 쓰기를 기반으로 책과 영화, 디지털 미디어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초점을 둔다.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와 각 주의 교육부는 유기적인 연계와 협력 아래 독서교육 강화 정책과 사업을 추진한다. 읽고 쓰는 역량은 교육과 삶의 기초 역량으로서 교육과정의 의무화 제도를 통해, 특히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를테면 함부르크주 교육부는 읽기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2024년 초까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필수 읽기 과목을 도입했는데,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부터 의무화하고 다른 지역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참여 학교에는 읽기 훈련을 위한 도서구입비를 지원하고 거의 매일 20분간의 독서 시간을 편성해 독서교육에 할애하도록 했다. 교사의 큰 소리로 읽기, 합창 읽기, 읽기 능력이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이 함께 읽는 ‘탄템(언어교환) 읽기’ 등이 활용된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독서 앱 사용 및 교사들이 수업에서 기본 어휘 모음 책자를 활용하는 철자법 습득 교육,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읽기 역량 증진을 위한 앱(온라인 독서실 ‘Leseraum Online’) 활용 등 매체 환경을 반영한 독서교육 방식도 눈에 띈다.
정기학술대회 참가자들 Ⓒ한국출판학회 홈페이지
청소년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편견
디지털 다매체 환경 등의 영향으로 인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은 세계적인 양상이다. 한국에서는 이에 더해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과 수험 준비로 책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위의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시사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교육 매개자인 교사가 독서 전문가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요즘 젊은 교사들 중에서 독서를 좋아하는 교사의 비율은 매우 낮다. 스스로 즐기지 않고 유용한 정보도 많지 않으니 능동적으로 좋은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거나 책 읽기를 수업에 활용하는 이들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교사 양성 과정에서 이를 충실히 뒷받침하는 교육과정을 갖춘 미국의 사례처럼 독서교육이 교사의 핵심적인 자질이 되도록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교육 행정이 필요하다. 교사의 수준이 곧 교육의 수준이므로, 교사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일깨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독서환경의 중요성이다. 모두가 함께 참여해 읽는 분위기 조성을 통해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 청소년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아침독서’와 같은 프로그램을 모든 학교에서 도입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함께 읽기 시간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 사회시설 등 다양한 공간과 시설에서도 필요하다. 공동체의 의지만 있다면 실행 가능한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독서환경 조성 방안이다.
셋째, 디지털 환경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관심과 눈높이에 맞춘 독서교육 및 독서 생활화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서 습관을 기르고 독서의 재미를 발견하는 앱, 청소년의 관점으로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하는 북큐레이션 앱 등은 일상 속에서 청소년을 책으로 이끌고 습관화하는 데 유용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틴넷’ 등의 청소년 책 추천 사이트나 정기적인 교사 책 추천 목록들이 있으나 본격적인 앱으로까지 발전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청소년들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시각은 독서교육에 대한 열정이 없는 어른들의 편견이거나 핑계다. 청소년이 책과 가까워지도록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독서교육이 재구조화되어야 하겠다.
백원근 _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이며 한국출판학회 상임이사 겸 출판정책연구회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실행이사, 책의해추진단 추진위원,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자료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 《도서정가제가 없으면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이 사라집니다》 《미디어 문해력의 힘》(공저), 《브랜딩으로 성장하는 유기체, 도서관》(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책의 소리를 들어라》(다카세 쓰요시 지음) 등이 있다. <한겨레> <한국독서교육신문>, 일본 <문화통신> 등에 책 관련 동향을 연재한다.
올해 한국출판학회 제46회 정기학술대회 주제는 ‘청소년을 위한 세계 독서교육_한국, 미국, 일본, 독일’이다. 청소년을 위한 세계의 독서교육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이 학술대회는 독서교육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네 개 나라 독서교육의 현황과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의 효율적인 청소년 독서교육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물리적 공간에 디지털 감각이 융합한 피지털‘피지털(Phygital)’은 물리적 오프라인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Physical)’과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다. 오프라인의 단점과 온라인의 단점을 서로 간에 유기적으로 보완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만족도를 높이고, 상품 구매에 대해 좀 더 편하고 직관적인 정보 제공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로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면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도서관에서 일하다 보면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의 의미를 종종 되새기게 된다. ‘인사만사’는 누군가에게는 꽤 진부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어색하지만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 있듯이, ‘인사만사’는 진부하면서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다. 도서관에는 아르바이트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