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 작은 도시 김천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시를 좋아하게 됐다. 좋은 시를 읽고 날마다 뭔가를 썼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이라 읽고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93년 시 〈강화에 대하여〉를 문학잡지에 발표하며 시인이 됐다. 이듬해에는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가 됐다. 이후로 줄곧 책 읽고 글 쓰는 삶을 살아왔다. 지금까지 《일곱 해의 마지막》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소설가의 일》 등 20여 권의 책을 펴냈고,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읽지 않은 책과 쓰지 않은 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다.
일년에 한 번은 경주에 가는 편인데, 그 이유는 모두 능 때문이다. 능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무덤이라면 어쩐지 무서운데 능이라고 말하면 평온하고 부드럽다. 말을 닮아 능은 둥글고 초록이어서, 또 제각각 따로지만 함께 모여 ‘능들’이어서 좋다.매번 같은 능을 볼 때도 있지만, 예전에 미처 몰랐던 능
이렇게 따뜻한 11월이 있을까 싶을 정도더니 12월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졌다. 계절은 순식간에 바뀌어 문득, 겨울이다. 무거운 외투를 걸치고 마산에 갔다. 80여 년 전 시인 백석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걸을 요량이었다. 그렇게 부둣가 어시장까지 이르렀다. 겨울 해는 이내 저물고 어둑신한 골목으로 짠물이 흘러갔다.오래 전 백석이 쓴 시를 떠올리니 어떤 마음
도서관에는 내가 읽지 않은 책이 있어서 좋다. 그것도 많이. 어떤 현안에 대해 아는 척하려다가도 그 책들을 떠올리면 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건 핑계일 수 있다. 점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차오른다. 매사에 젠체하며 살았던 일이 후회된다. 나의 경험과 지식은 손바닥만 한데 거기에 의지해 지금의 나와 이 세상을 판단하고
일년에 한 번은 경주에 가는 편인데, 그 이유는 모두 능 때문이다. 능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무덤이라면 어쩐지 무서운데 능이라고 말하면 평온하고 부드럽다. 말을 닮아 능은 둥글고 초록이어서, 또 제각각 따로지만 함께 모여 ‘능들’이어서 좋다.매번 같은 능을 볼 때도 있지만, 예전에 미처 몰랐던 능
이렇게 따뜻한 11월이 있을까 싶을 정도더니 12월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졌다. 계절은 순식간에 바뀌어 문득, 겨울이다. 무거운 외투를 걸치고 마산에 갔다. 80여 년 전 시인 백석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걸을 요량이었다. 그렇게 부둣가 어시장까지 이르렀다. 겨울 해는 이내 저물고 어둑신한 골목으로 짠물이 흘러갔다.오래 전 백석이 쓴 시를 떠올리니 어떤 마음
도서관에는 내가 읽지 않은 책이 있어서 좋다. 그것도 많이. 어떤 현안에 대해 아는 척하려다가도 그 책들을 떠올리면 절로 입이 다물어진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건 핑계일 수 있다. 점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차오른다. 매사에 젠체하며 살았던 일이 후회된다. 나의 경험과 지식은 손바닥만 한데 거기에 의지해 지금의 나와 이 세상을 판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