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무거운 마음으로 한 해를 닫았다. 그리고 여느 해와 다르지 않게 분주했다. 중원도서관 역시 당해 사업을 정리하고 2025년을 기약함은 물론, 여러 가지 교육 이수를 하고 새로운 인력을 배치하거나 함께 근무했던 동료를 떠나보내며 예산을 확정하고 행정사무 감사에 임했다. 묵은해를 돌아보니 한류 열풍은 K-pop에 이어 영화를 비롯하여 각종 OTT에서의 콘텐츠와 함께 K-food로 대한민국을 알렸다. 거기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까지 받아 참으로 풍성한 한 해였다.
필자가 몸담은 중원도서관은 분당, 판교, 위례로 알려진 신도심과 달리 구도심 소외계층 이용 시민이 다수를 이룬다. 따라서 생계를 위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그들에게 휴식을 취해야 하는 주말, 도서관 이용은 어쩌면 호사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중원도서관은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과 인구통계학적인 데이터, 지리적인 환경을 이유로 시민의 도서관 이용을 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중원도서관, 혁신을 만드는 시험대로
성남 구도심은 정부가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위해 1969년 청계천 판자촌의 철거민을 경기도 광주군 성남출장소의 광주대단지로 집단 이주시켜 조성되었다. 오늘날 해당 지역은 재건축과 재개발로 이주 인구가 상당하다. 한편 분당구의 경우도 도심 조성이 30년, 판교가 20년, 위례도 10년을 맞는다. 이렇게 성남은 서울 강남권 진입이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신도심 조성과 구도심의 재건축, 재개발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수정구와 중원구의 인구가 10년 가까이 정체 상태다. 이러한 배경은 구도심 독서인구 증가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도서관에 엄청난 리스크가 된다. 그럼에도 중원도서관은 직원의 38퍼센트가 사서로 구성되어(현원 39명 중 사서 15명) 독서문화 증진을 위한 노력과 참신한 시도들로 그저 즐겁다. 지난해 중원도서관이 혁신의 시험대를 자처한 시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하나, 공공도서관에서 예술을?
중원도서관은 몇 해 전 ‘여가(餘暇)법석’이라는 라이브러리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원도심 도서관을 방문한 시민에게 단편적인 경험이 아닌 입체적인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에 프로그램을 다각화하기 위한 시도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주관 ‘예술로’ 사업에 참여했다. 예술인과의 협업으로 참신한 경험을 시민에게 제공하리라는 기대가 더해졌다. 그리고 ‘ART-곳곳’이라는 타이틀로 문화기획자를 포함한 예술인 다섯 명과 협업, 행사를 기획했다. 북큐레이션 <예술인의 서재>는 참여 예술인의 추천도서와 그들의 활동에 영향을 준 동기들을 모아 로비에 전시하고 볼거리를 제공한 기획이었다. <내 삶의 한 장면을 예술로>는 시민의 삶을 예술인과 함께 연극과 음악으로 표현하는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다음으로 <소리와 음악>은 작곡가가 시민 인터뷰를 스토리로 만들어 작곡하고 공유하는 이벤트로 기획되었다. 마지막으로 전시 <흔적, 사라져도 괜찮은>의 경우 시민의 메모를 모아 예술인이 드로잉 또는 글을 덧붙여 북카페와 도시락 코너 등 도서관의 숨어 있는 공간 여러 곳에 전시하여 찾아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모아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는데, 이러한 노력의 결과들이 예술인 파견지원-예술로 협업 사업 우수사례에 선정되어 성과 공유회에서 전시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성남시중원도서관은 올해 처음 예술로 사업에 참여함에도 사업의 이해도가 높고, 담당자가 여섯 번째 멤버처럼 예술인들과 소통하며 협업의 취지를 훌륭히 구현했다. 도서관의 상황과 정보를 자세하게 공유하고, 예술인의 기획을 현실화하며 조율자 역할을 수행했다. 시민 참여형 예술 워크숍 <도서관 곳곳에서 예술로 만나고, 보고 읽고, 드러내다-ART 곳곳>과 전체 프로젝트 내 <북큐레이션 예술인의 서재>를 운영하는 등 예술인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며 협업 모델을 제시해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행할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예술인복지재단 우수사례 심사평)
둘, K-food의 향수에 젖어보다
음식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고 했던가. 지난해는 원도심 공공도서관으로서의 매력을 발산하고자 노력을 경주한 한 해였다. 특별히 동료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시민의 발길을 도서관으로 향하도록 향수어린 K-food를 나눠보자는 아이디어를 실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과 달고나를 만들고, 학기말 시험 기간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오뎅과 물떡꼬치를 제공했으며, 절편을 와플 기계에 넣어 만든 일명 떡플에 공정무역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마스코바도를 녹인 시럽을 더해 시민들과 나누었다. 특히 이들은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사례에 선정되어 받은 포상금을 시민에게 환원하겠다는 의지로 물품을 구매해 남다른 의미도 담았다. 한정된 예산이지만 풍성하게 시민들과 나누고 싶은 사서들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랐다. 음식을 함께하고자 줄을 선 시민들과 따뜻한 음식으로 즐겁게 만나면서 관리자와 이용자로 나누었던 벽이 허물어지는 것 같았고, 무언가로 연결되는 듯한 공감이 새로웠다.
한편 반려견을 동반한 입관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민원이 몇 차례 제기되면서 고민스러웠다. 성님시 조례상 현재는 도서관에 동물을 동반한 이용이 불가하다. 더군다나 반려견을 잠시 두고 대출이나 반납을 하고자 할 경우 시민의 어려움도 공감이 되었다. 스스로 소극적인 서비스를 반성하기에 이르자 강아지를 키우는 사서와 머리를 맞대었다. 전체 이용자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는 날, 반려견을 키우는 시민을 초대해 재미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살아가는 훈훈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그리고 ‘전지적 참견(犬)시점’이라는 타이틀로 강아지와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퀴즈를 맞히며 관련 책들도 읽어볼 수 있도록 코너를 만들었다. 시정 소식지 등 다양한 홍보 채널을 통해 행사를 알게 되었다며 멀리서 차를 타고 달려와준 시민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다가올 미래를 읽고 소비 성향을 분석한 책들은 2025의 트렌드로 ‘일상의 여가화와 여가의 레벨업’을 꼽았다. 올 한해, 중원도서관은 이를 어떻게 도서관에 녹여내고 시민과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오늘도 고민한다.
김효숙_성남시 중원도서관 평생학습지원팀장
성남시 중원도서관 평생학습지원팀장. 2023년 국립장애인도서관 장애인서비스 관련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 서비스에 관심이 많고, 공공도서관 리모델링에 관한 현장에서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도서관 건축의 이해》(한국디지틀도서관포럼, 2005)가 있다.
도서관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전하는 유기적인 단어, 서림(書林)오래된 책과 새 책 사이에서 나는 종이와 잉크 냄새, 소리와 습기를 빨아들이는 서가들, 책의 변색을 방지하면서도 열람실 방문객에게 기분 좋은 빛을 전달하려는 햇빛과 인공조명, 책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무게감, 한순간 지구 중력을 떠난 듯한 공간감, 책을 읽는 사이 외부의 시간과 단절되어 시간 감각
나무를 통해 위기의 시대 도서관이 짊어져야 할 시대적 사명 탐구! 도시에서의 나무 심기도시는 사람보다 먼저 다른 생명들이 살림을 이어가던 보금자리였다. 나무들이 먼저 숲을 이루어 살았고, 나무 그늘에는 여러 짐승이 모여 살았다. 그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냈다. 나무 곁에서 살던 짐승들도 더불어 떠나야 했다. 원초적 자연은 망가지고, 사람 중심의
문학관 기행은 문학관이 배경으로 하는 문학인의 삶을 소개하고 문학관이 설립된 마을을 둘러싼 문학적·공동체적 가치를 전달하는 코너이다.문학관 기행 연재를 맡은 신구도서관재단 이창경 이사가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을 방문하고 쓴 에세이를 10월호에 싣는다.문학가의 삶과 태도가 현대로 와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지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난여름 한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