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은 책에 영향을 받아 삶의 전환점을 맞은 분을 인터뷰 해서 책의 가치를 꾸준히 알린 더라이브러리의 대표 콘텐츠이다.
2025년부터 <다독가들>의 형식을 특정 분야의 필자를 인터뷰 해서 그 분야의 책을 읽는 N가지 방식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2025년 4월호로 《애도의 미학》의 저자이자 예술철학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한선아 작가를 초대했다.
Q 학부에서 고고미술사학과 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예술이론과 철학을 전공했다. 올해 출간한 첫 책 《애도의 미학》은 철학자 9인과 예술가 14인의 시선으로 동시대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미학자로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주목하고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대학생 때 유럽을 여행하면서 폴란드에 들러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희생자의 신발, 칫솔, 안경과 물컵, 그리고 잘린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수십 미터의 밧줄을 보게 되었다. 막연하게 수치로만 알고 있던 어떤 비극의 물질적 참혹함이, 나의 망막 위로 선명하게 기입되었던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2톤에 달하는 머리카락 밧줄이 양쪽 진열창 안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복도를 걸어가며, 그리고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사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전시장을 지나가며, 나는 수첩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수치로는 체감되지 않는 것을 절실하게 와 닿게 하는 물질적 증거의 힘. 내가 조형예술을 공부하고 계속 공부할 이유.’
아마 그날부터 나는 비극적 죽음을 기리고 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동시대 미술의 ‘감각’적 가능성에 더욱 집중하게 된 것 같다. 《애도의 미학》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면에 인쇄된 보도 문자나 건조한 수치와 달리, 감각적인 것으로서 우리에게 미시적인 파장으로 다가오는 비극의 묘사법은’ 따로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 한 장의 힘(이토 바라다), 혹은 비참한 현실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온몸으로 전달하려는 하나의 몸짓(윌리엄 포프. L)과 같이…… 돌이켜보면 나를 울게 만들고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작품들은 언제나 미적 쾌감을 선사하기보다도 비극의 단면을 감각적인 방식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작품들이었던 것 같다. 《애도의 미학》의 모든 챕터는 그러한 작품을 독자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으며, 사회적 죽음이 반성 없이 반복되고 있는 오늘날 예술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초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음의 문장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
…… 생존자의 떨리는 음성이 미세한 진동으로 고막에 닿았을 때라든가, 학살 희생자들의 머리카락이 수십 미터의 밧줄로 동여 망막에 잊을 수 없는 이미지로 각인될 때와 같이. 음성, 이미지, 냄새 그리고 장면으로 묘사되는 비극은 ‘이해’를 대신하여 어렴풋이나마 ‘체득’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참을 수 없이 거대한 폭력에 대해 예술은 그 무엇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오갈 때, 나는 감각과 상상을 동원하는 이 시대의 예술만이 달성할 수 있는 어떤 정감적 효과를 생각하며 그러한 비관을 반박하고 싶어진다. 예술이 말하는 비극은 인과가 아니라 그 크기와 정도에 대한 체험과 대입이기 때문이다. (본문 p. 55)
Q 《애도의 미학》을 보면 '살아가기 위해 언제나 서로를 의지하며 보조해야 한다‘는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성 이론과 '소외된 자의 죽음을 예술의 주제로 전면적으로 드러낸' 테레사 마르골레스의 작품같이, 철학자와 미술가의 사례를 엮어서 독자가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를 엮기 위한 탐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책을 고르는 미학적 기준이 있나.
A 예술과 철학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한 단면에 대해 사유한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시각적인 방식으로, 후자는 문자적인 방식으로 그 성찰을 남겨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두 영역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술사와 미학을 같이 공부하다 보면 논의의 이론적 기반이 될 철학 사상과 그것을 비의도적일지언정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품 사례를 매칭하는 것이 일종의 습관이 된다. 따라서 하나의 공통된 주제(예컨대 아동 학대, 취약성, 인권의 문제, 학살의 재현 등)에서부터 시작해 이론과 책을 찾고, 또 그 이론을 가장 적합하게 설명해주는 작품을 찾는 것이 내가 글을 완성하는 일반적인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책을 고르는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주제를 정한 다음 도서관에서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나오는 모든 책과 논문을 가능한 한도 내에서 폭넓게 읽어보려고 한다. 그중 특히 관심이 가는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을 따라서 읽어볼 자료의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연구하고 싶은 철학자가 확정되면 영문 또는 국문 원서를 정독한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해설서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다양한 자료를 읽어보면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자연스럽게 선별할 수 있게 된다.
Q 독서 루틴이나 독서 습관이 있나. 독서 모임 같은 곳에 참석하는지, 또 독서 중에 자주 하는 딴짓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내가 독서하는 목적은 어떠한 ‘문장’을 찾기 위해서다. 삶이 버거울 때마다 끝끝내 나를 살려줄 문장 하나를, 혹은 알기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완전히 달라지는 문장 하나를.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독서는 대체로 고독하며 개인적인 행위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독서 모임보다는 그때그때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홀로 집중하는 독서 방식을 선호한다.
독서 습관을 꼽아보자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남는 문장을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두고, 따로 모아서 개인 노트에 정리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또 매달의 독서 목록을 정리하고, 연말에는 독서 정산을 하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기록을 돌아보면 그해, 그달의 관심사나 정서 상태를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어 좋더라. 그리고 매년 개인적인 ‘5점 도서’ 역시 선정해두고 있는데, 그 기준은 ‘평생 다시 읽을 책’이다. 2024년의 5점 도서는 지안프랑코 칼리가리치의 《도시의 마지막 여름》이었는데, 언젠가 5점 도서 리스트만을 모아서 책을 읽는 작은 독서 모임을 주최해보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겠다.
《애도의 미학》, 《도시의 마지막 여름》 ⓒ한선아
Q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 예술의 전당의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 북서울미술관의 ‘뉴욕의 거장들: 잭슨 플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 전 등, 어느 때보다도 요즘 미술 전시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나만의 미술 전시를 보는 방식과 기록하는 방식이 있다면 더라이브러리 독자들에게 소개해달라.
A 전시를 볼 때는 되도록 사전 정보를 갖지 않으려 한다. 특정한 목적 없이, 우연한 마주침 속에서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을 만나는 경험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되면, 그때의 감상이나 인상을 휴대폰 메모장에 간단히 기록해두고, 나중에 글을 쓸 때 꺼내어 되짚어보곤 한다.
전시를 본 이후에는 관련 도서를 읽기보다 오히려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목소리로, 어떤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지를 듣는 과정에서 작품을 넘어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게 되고, 그런 흔적들이 어떻게 시각적 결과물로 이어졌는지를 짚어보는 일이 큰 즐거움을 주더라. 그래서 나에게 전시를 본다는 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러 가는 일이 아니라, 이 세계의 단면을 시각적으로 사유한 한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러 가는 일에 가깝다.
전시를 고르는 기준도 자연스럽게 ‘작가’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작가가 전속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면 가급적 찾아보려 하고, 《애도의 미학》 3장에서 소개했던 이보람 작가의 개인전도 오랜만에 열려 얼마 전에 다녀왔다. 지금은 책 2장에서 다룬 모나 하툼의 개인전이 화이트 큐브에서 열리고 있어 곧 방문할 예정이다.
책으로 비유하자면, 여러 작가의 책을 한 권씩 읽는 것보다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며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에 더 가까운 감상 태도인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전시를 섭렵하기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작가 한 사람을 깊이 알아가며 그의 작업 형식과 밀도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예외적으로 작가와 무관하게, 전시 기획 자체가 좋아서 종종 찾게 되는 공간도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이 그런 곳 중 하나인데,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시의 기획력이 좋고 공간 자체도 아주 조용하고 사색에 잠기기 좋아서 애정을 갖고 있다.
Q 살아오면서 경험한,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 하나를 소개한다면?
A 2022년,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포렌식 아키텍처’의 서베이 전 ‘Forensic Architecture: Witnesses’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세계 여행을 하면서 방문했던 미술관 중에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으로, 2022년 재방문을 하게 되었을 때 마침 포렌식 아키텍처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전시를 둘러보았는데, 작품 하나하나의 밀도는 물론 각 작업의 특성에 맞춰 치밀하게 구성된 큐레이션 방식 역시 너무나도 훌륭해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그 인상이 오래 남아 당시에는 구매하지 않았던 전시 도록을 결국 다음해에 온라인으로 주문했을 정도다. 그만큼 나에게는 깊은 영감을 준 전시였다.
《애도의 미학》 4장에도 소개되었던 ‘포렌식 아키텍처’는 2010년 설립된, 런던 골드스미스대학교의 리서치 에이전시로, 국가, 경찰, 군대 그리고 기업이라는 거대한 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 침해 행위와 은폐된 폭력 사건을 디지털 모델링 기술로 재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지속해오고 있다. 피해자/생존자/목격자의 증언, 시민이 촬영한 영상, 다양한 데이터와 물질적 증거(예컨대 미사일 폭발이 남긴 벽의 자국, 폭발로 인해 일그러진 구름의 형태, 학살의 전후를 묵묵히 기록하는 지표면 등)를 바탕으로, 전쟁과 정치적 갈등으로 고통받는 개인과 공동체를 대신해 진상 규명과 책임을 촉구하는 조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그 내용과 방법론 모두에서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이 전시는 그들의 작업을 가장 훌륭한 방식으로 소개해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나는 전시로 남아 있다.
포렌식 아키텍처 전시 도록 페이지 ⓒ한선아
Q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주제나 쓰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
A ‘포렌식 미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더욱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 아직은 하나의 체계적인 장르로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개념이지만, 이 용어는 내가 《애도의 미학》 1장에서 테레사 마르골레스의 작업을 소개하며 언급했던 ‘포렌식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확장한 것이다.
포렌식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는 사건 현장의 각종 증거 물질(포렌식)을 가장 간결하고 아름다운 방식(미니멀리즘)으로 승화하는 마르골레스의 시적 작업을 가장 잘 요약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부검한 시신을 닦은 물로 만든 비눗방울, 국가 폭력으로 실종된 이들의 유품을 도시 공원의 한복판에 묻어두는 설치, 혹은 경제적 이유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아이의 무덤을 어머니 대신 만들어주는 작업 등은 포렌식적인 접근법을 통해 죽음의 흔적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예술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마르골레스의 놀라운 작품과 같이, 나는 실제 증거 물질, 즉 ‘포렌식’적인 재료와 방법론을 작품에 도입하고 있는 더욱 다양한 예술 사례를 수집해, ’포렌식 미학‘이라는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책으로 펴내 소개해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Q 미학자가 보는,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나.
A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세 가지로 요약하고 싶다. 바로 ‘혐오의 중단’, ‘책임감의 인식’, 그리고 ‘무력감에 지지 않고 끝끝내 희망을 유지하는 일’이다.
《애도의 미학》이라는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한 것은 물론이고, 나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준 문장이 있다. 바로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라는 책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이다: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은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과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비참함 앞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일이다. 그것은 동료들이 거둔 승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돌멩이 하나를 놓으면서 세계를 건설하는 데 일조한다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
이 문장에서 특히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비참함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야말로 인간됨의 본질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의 고통에만 몰두한 채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바라보는 법조차 잊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말하자면 타인의 고통을 보려 하지 않고, 볼 수 있는 방법 자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혐오와 폭력이라는 편리한 도구에 편승해 복잡한 세계를 단순하게 살아가려는 경향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1인칭적 세계 속에서 우리는 과연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은 본래 상호 의존적인 존재이며, 서로를 돌보지 않고서는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이런 현실을 다시 인식하고, 타인의 죽음을 ‘돌이킬 수 없는 상실’로 받아들이며 그에 대해 슬퍼할 이유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인간이 된다는 것은 나만의 고통뿐 아니라 내 것이 아닌 고통 앞에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부끄러움을 아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다정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데 기꺼이 참여하는 일원이 되는 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국 세븐시스터즈의 해변가 풍경 ⓒ한선아
하지만 매해 반복되는 사회적 죽음이 우리의 마음속에 어떤 필연적인 무력감을 피워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극적 죽음이 너무 자주 반복되다 보면, 그것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 혹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기에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 안에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 그것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의 전부일까? 반복되는 사회적 죽음을 우리는 조금도 막을 수 없을까? 그것이 자꾸만 반복된다고 해서 우리도 반성과 대비를 포기해버려야 할까? 이렇게 질문을 전환해본다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무력감에도 불구하고 선뜻 포기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요컨대 사회적 죽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유토피아를 상상하기도 어렵겠지만, 처음부터 유토피아라는 것은 단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 뿐만 아니라 ‘상상하지 않기도 어려운 것’이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상기하며 희망을 놓지 않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죽음을 목격하며 생겨나는 애도의 슬픔을 오히려 계기 삼아, 우리가 책임의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사회적 죽음에 대한 애도란 어쩌면 ‘살릴 수 있었던 죽음에 대한 슬픔 속에서 책임감을 인식하는 일’이라고 개인적인 결론을 짓게 되었다. 사회적 죽음은 종종 우발적인 사건이나 개별적 불행으로 환원되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제한된 이해를 넘어 그것을 제도적 문제의 결과로 조명하고 책임의 영역 안에 재배치할 수 있는 사유가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때의 그 ‘책임’이란, 단순한 개인적 윤리를 넘어선 거시적이고 인류애적인 책임이며, 생텍쥐페리가 말한 바로 그 ‘인간이 된다는 것’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렇게 타인의 죽음을 곧 우리 모두의 죽음으로 간주하는 태도의 전환. 내가 당신을 놓쳤고, 내가 당신을 살리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인식하는 일. 그러니까 이름 모를 타인의 죽음에는 사실 우리 모두의 거시적 책임이 부과되어 있었다는 부채감을 직시하는 일.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애도의 방식이며, 지금 우리 사회에 꼭 있었으면 하는 가치 중 하나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한선아가 추천하는 미술책 세 권
《태도가 작품이 될 때》(박보나)
다양한 동시대 미술 작품을 아름다운 문체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해보기에 좋은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서른셋의 나이에 돛단배를 타고 북대서양을 건너고는 홀연히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바스 얀 아더르의 작품, 그리고 얼어붙은 톈안먼 광장을 자신의 작은 호흡으로 녹여보고자 한 정치성을 내보인 송동의 작품을 알게 되어 인상 깊었다. 이처럼 다양한 독자가 개인의 관심사에 맞춰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일독을 추천한다.
《애도하는 미술》(박영택)
부제 ‘죽음을 이야기하는 98개의 이미지’를 통해 알 수 있듯, 죽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의 사례가 소개된 책이다. 시신, 해골, 제사 등 여러 세부 키워드를 통해 ‘죽음’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소개하며 이를 구체적인 작품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애도의 미학》을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유사한 주제에 대해 더 많은 사례를 알고자 할 때 참고하기에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미술 강의》(조주연)
서론의 제목처럼, ‘현대 미술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발전사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고 학술적인 공부를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다소 난이도가 있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에서 오는 지적인 자극이 분명한 책이며, 나 역시 학창 시절에 읽고 큰 영감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 추천하고 싶다.
한선아_예술철학 에세이 작가
예술철학 에세이 작가. 한국에서 미술사와 미학을 전공했고 영국에서 예술이론과 철학을 공부했다. 쓴 책으로 《애도의 미학》(2025)이 있다. 포렌식 미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현실과 유리되는 법이 없이 약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아름다운 시각성으로 대변하는 모든 동시대 미술을 사랑한다.
아마존은 AI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 1만 4천 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잭슨 황은 사내 일부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인공지능(AI) 사용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AI로 일자리를 잃을 것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ChatGPT를 만든 기업 오픈 AI는 AI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A
Book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입니다. 1월호에서는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자 연구가인 유지원을 만났습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타이포그래피 분야에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된
이번 호 석학 인터뷰에서는 최근 《정의와 도시》를 출간한 서울대 건축학과 백진 교수를 만났다.“건축학을 넘어 철학, 역사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방면의 방대한 지식을 통해 진정으로 인간을 위한 건축과 도시는 어떤 것인가를 제시해준다.” 런던대학교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가 《정의와 도시》를 위와 같이 추천했다.또 2024년 프리츠커상 수상자 야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