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브러리(이하 ‘더’): 많은 분들이 감독님을 승리의 마에스트로라고 해서 SK 왕조의 감독으로 기억하시고 있지만, 오히려 진 선수에게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주신 감독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진다’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첫 질문으로 드립니다.
김성근 감독(이하 ‘김’): 정상적으로 볼 때 이기려고 하면 덤벼요. 이기려고 덤비면 수가 많아요, 패가 많아요. 작년 시리즈나 재작년 시리즈에서 봤지만, 지는 팀의 감독들은 전부 덤벼요. 순간에 덤비니까 결국 다음에 오는 길을 놓칠 때가 많아요. 그런 리더들은 거의 다 시리즈 놓친 감독들이에요. 그러니까 그 자체를 잡을 게 아니라 다음 열 개, 스무 개를 준비하고 들어가야 돼요.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순간적인 싸움은 못 이겨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내가 한화에도 있었고 SK에도 있었고 다 있었지만, 이긴 게임은 여유가 있을 때예요. 하나는 때리고 그 다음에 어떡하지, 이 생각 갖고 있을 때 승부는 넘어가요. 이기려고 덤비면 빨라요, 급해요 마음이. 그러면 한 순간이라도 놓쳐버리니까 다음에 움직이지 못해요.
한국 야구의 미래는 낙관적인가
더: 작년에 최대 야구 관중이 들었는데, 요즘은 과거처럼 직접 하는 야구에서 <최강야구>처럼 보는 야구, 즐기는 야구로 바뀌고 있어요. 감독님께서는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김: 야구에 깊은 것이 어디에 있나 싶을 때가 많아요. 전에는 관중석에서 야구의 묘미를 맛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즐거움만 봐요. 야구장 자체가 심하게 이야기하면 오락 프로그램 같아요. 사람들이 소리 내고 술 먹고 밥 먹고 이렇게 하면서 즐기니까, 야구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뭔가 생각하는 부분이 모자라지 않나 싶어요. 그게 선수 하나가 나왔다, 던진다, 감독이 지시했다 할 때, 그때 그 순간마다 깊은 것이 없어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우리도 시합을 해보면, 예를 들어서 고등학교 베스트 멤버가 와요. 이 멤버 같으면 우리가 이기기 힘들다 싶은 친구가 많아요. 그런 팀하고 할 때, 그 팀이 거꾸로 쓰러져 나간다고요, 우리하고 해보면. 요는 그 친구는 이기려고 덤벼드니까 수가 많이 없어져버려요. 우리는 수를 쥐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여유가 있어요, 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가겠지, 그때까지 막으면 되겠지 싶어. 이대로 가면 8회, 9회 거의 뒤집어요. 거꾸로 우리가 덤볐을 때는 8회, 9회에 져요. 그땐 우리도 암암리에 선수들이 이기려고 하는 그 속으로 덤벼들어버린 거예요. 요새 야구가 많이 바뀌고 있지 않나 싶어요.
얼마 전에 <최강야구>에서 덕수상고라고, 제일 잘 하는 팀이었는데 그 팀한테 우리가 역전승으로 이겼을 때도 실제 내용으로 볼 때는 우리가 원사이드로 지지 않았나 싶어요. 근데 그쪽 애가 제일 중요한 부분에서 덤벼 들어왔다고. 예를 들어서 이대호를 하나 잡았다, 직구를 던지는데 이대호가 못 쳤다. 그 투수는 작년에 고등학교에서 넘버원 투수야. 한 150 가까이 던진 아인인데, 그 친구는 그 순간에 잡겠다 하는 마음이 앞에 갔지 않나 싶어. 그러니까 이대호한테 그걸로 잡혀버렸어요. 그 순간, 그 싸움으로. 그 생각 속에 싸움으로 진 거고 그 애는, 이대호는 그거 갖고 이긴 거야.
이거를 야구의 묘미로 보는 야구인들이 몇 사람 있고, 팬들이 몇 사람 있고, 해설자가 몇 명 있나 싶어요. 그 순간이 어마어마한 깊은 순간이었다고. 이대호가 그대로 홈런 쳐서 넘어가버렸는데, 그 순간 이기려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이대호를 포볼로 내보내든지 하지 왜 승부를 걸어왔나 싶어요. 벤치에서 볼 때는. 이대호 내보내고 다음 타자와 승부해도 되는 거였거든. 그게 요새는 야구의 묘미라고 하는 것에서 좀 벗어나요. 그니까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이 왜 이렇게 쓰러져 나가나 싶은 케이스가 무지 많아요. 일본에서 돌아와서 3년 동안 봤지만 그런 야구가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보고 있을 때 깊이가 없어요. 아, 이렇게 야구를 하는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부상자가 많이 나와요, 지금도. 자기네 스스로가 제구력이 없어서 타자를 내보내고 내보내고. 왜 이렇게 야구하나 싶어요. 야구는 힘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묘미란 게 있어요. 초구는 이렇게 던지고 2구는 이렇게 던진다, 하는 야구의 깊은 맛이 있는 건데. 타자가 인코스에 던지겠다 싶은 공을 투수가 아웃코스에 던지는 게 야구에요. 그런데 지금은 타자가 던지겠다 싶은 공을 투수가 그 코스에 던져요. 그러니까 얻어맞아요. 그 공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야구 하나 싶어요. 그걸 바깥에서 볼 때는 와 홈런 쳤다, 맞았다, 이 속에만 들어와 있지, 내용은 전혀 모르고 야구를 보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 걸 볼 때 슬퍼요. 이건 아닌데 싶어요.
야구의 깊은 것은 바로 승부
더: 좀 전에 야구의 깊은 것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야구의 깊은 것’은 무엇일까요?
김: 모든 게, 야구만이 아니고 인생이라고 하는 게 승부죠. 그쵸? 빨리 덤비는 사람은 진다고. 덤비는 놈을 기다리는 사람은 이겨요. 예를 들어서 무사끼리 싸움을 할 때 움직이는 무사는 져요. 상대방 몇으로 움직이는 무사는, 그 사람은 스스로 기다리고 있다고. 그리고 해가 이렇게 떴을 때 나는 햇빛을 받아야 된다고. 그쪽은 햇빛을 안 받아요. 그리면 그쪽에 유리한 거예요. 이쪽에 불리한 거예요. 그 사람이 덤벼 나와요. 그 사람은 그렇게 덤비다 이쪽한테 당한다고. 조금 전에 이야기를 했지만 여기서 투수가 공을 던져가지고 하나 주고 하나 잡았다. 그것만 해도 투수는 앞으로 세 개는 던질 수 있는 볼을 갖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하나 갔는데 하나 갖고 또 들어온다고. 이 투수는 반드시 져요. 지금 우리나라 야구가 어린아이들이나 고등학교나 대학교나 프로도 그런 게 너무 많아졌어. 많아졌다면 그만큼 세밀한 야구를 안 하고 있다는 얘기야.
타자도 마찬가지야. 우리도 가끔 야단쳤지만 야구라고 하는 것은 베이스에 나가는 게 우선권이에요. 그게 첫째 조건이야. 출루하는 사람이 베스트 멤버야. 반드시 히트 치지 않아도, 포볼로 나가도 되는 거야. 그러면 팀에 그만 한 공헌을 해줬고 길을 열어놓은 거야. 그런데 무조건 치려고 그래. 치려고 할 때 어떻게 치느냐가 문제예요. 지금도 볼 때 이런 낮은 볼을 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거는 안 쳐도 되거든. 그리고 투 스트라이크 될 때까지 기다리는 아이들은 자기 볼을 기다려. 안 될 때는 투 스트라이크 잡혔을 때 비로소 자기 볼이 어떤가 생각하는 아이들은 깊다고. 이런 깊음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1, 2구를 무조건 쳐요.
우리나라 야구가 갈수록 어느 순간부터 재미없어요. 실제로 바깥에서 본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야구가 재미없어졌다. 선수들이나 벤치나 다 그걸 알고 있나 싶어요. 쳤다, 던졌다, 뭐 했다, 그것만 하지 그 안에 이런 계산을 하고 있나 싶어요. 야구를 이기고 진 원인을 찾아서 말하는 사람이 있느냐. 해설자도 없고, 신문기사도 없고. 깊은 속에 진미라고 하는 게 없다, 그 원인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게 없는 거예요. 또 하나 이야기를 하면 재작년에 시리즈에서 KT가 LG한테 졌다고. LG가 홈런을 쳐서 뒤집었다고. 그걸로 벤치에서 만세 치고 난리가 났어요. 집에서 테레비 보다가 졌다 싶었어요. 그 순간 이미 수가 일고여덟 개 들어와 있어야 돼. 딱 하나니까 그다음에 거꾸로 뒤집어버렸다고. 그 감독이 나한테 “감독님 이래서 졌어요” 해서 내가 “야, 너 때문에 졌다” 이야기해줬다고. 모든 게 준비라고 하는 게 중요한 거지. 수가 두 개, 세 개, 일고여덟 개, 수가 많이 나올 텐데 만세 부를 때가 아니지. 하나만 갖고 끝날 이닝인데.
하나 더 보태면 내가 충암고등학교 감독을 했는데 걔네들 데리고 해외 원정도 가본 적이 없다고. 그런 속에서 연습을 했어요. 그거 갖고 우승했는데 왜 머리를 안 쓰냐 싶어, 다들. 방법이 있을 텐데 분명히, 그 아이디어가 왜 안 떠오르나 싶어요. 영하 10도, 15도가 되면 춥다고만 생각하지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뭔지,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 있나 싶어요. 없어요. 그냥 나가기만 하면 되고, 돈만 쓰면 된다고. 그러면 결국 거기서 뭘 하겠어. 야구장이 엄연히 모자라요. 올해 고등학교나 대학교 팀들이 50개 넘게 일본으로 갔는데, 야구장 한 군데에 두 팀 세 팀씩이에요. 왜 갔나 싶어요. 여기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무조건 배가 고프다, 돈이 없다, 뭐가 없다 하면서 세밀한 깊은 속에 안 들어간 거야, 깊은 속에. 그러니까 엉뚱한 이야기만 나와요.
인생은 순간이다!
더: 야구 감독이신데 특이하게 자전적인 요소와 야구에 대한 철학을 담은 책 두 권을 펴내셨어요. 책 내는 과정이 즐거우셨는지 궁금해요.
김: 제일 중요했던 거는 그 책 낼 때 독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꿨어요. 책의 뒤에 있는 그림이 원래 표지예요. 제일 앞에 거를 뒤로 갖고 와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책 자체가 뒤에서 무게가 생겨버렸다고. 그리고 글씨를 보니까 가늘어요. 그래서 출판사한테 이건 독자가 볼 책이다, 글씨가 작으면 책을 보나, 안 보는 사람한테 왜 이렇게 가늘게 쓰나, 했다고. 편하게 볼 수 있게 하라고. 내용도 선수를 말할 때 애들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그 내용부터 고치라고 했어요. 하나하나 고쳐갖고 말 자체를 볼 때 부드럽게 보고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남아야 된다고. 이 책을 보기 시작하면 두 시간, 세 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 달라 했어요.
시행착오를 통한 끝없는 교육
더: 감독님께서는 60년간 시행착오를 겪었고, 시행착오가 많은 인생이야말로 베스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삶에서 시행착오가 왜 중요한지 말씀해 주신다면?
김: 요새 아이들이 시행착오가 많다 하죠. 어른들이 많은 거예요. 어른이 그리 만들어가요, 세상을. 우리가 매일 테레비 보고 뭐 할 때 부담스러운 기사거리밖에 없어요. 한 순간이라도 편안한 시간이 없다고. 우리도 집에서 테레비 돌려, 그래요. 사람들은 사회 자체를 그렇게 만들어가요. 내가 한 20년 전엔가, 15년 전엔가 청와대 장관하고 은행장하고 셋이 앉아서 얘기하는데, 그 장관이 무슨 이야기를 하냐면, 요새 아이들은 참 골치 아프다고 해요. “그래요?” 했다고.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했다고. 국민학교 감독이 선수를 팼는데 선수가 감독한테 욕을 했대요. 학생들이, 요만 한 아이들이 어디서 그 말이 나왔겠느냐, 어른이 아니냐, 근데 왜 애들이 나쁘다고 이야기 하느냐고 했더니 그 순간부터 말을 안 하더라고. 그런 세상을 누가 만든 거예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거예요. 지금 교육을 잘 못 하잖아요. 얼마 전에도 강연하러 갔을 때 얘기했는데, “너희들 들어올 때 ‘실례합니다’ 하고 들어와봤어?” 했어요. 요즘엔 그런 아이들이 없어요. 그냥 쑥 들어와버리고 쓱 나가버려요. 제가 제일 많이 얘기하는 거는 “너희들은 사회 나가서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는 거죠.
내가 어느 대학교에 강의하러 가서 총장하고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그분이 “김 감독님, 나이 먹어 이렇게 야구를 하시면 어떻게 해요” 그래요. “저는요, 야구하는 목적이 어떡하든 애들 키우려고 그런 거예요. 애들한테 미래를 주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연습 많이 해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그랬다고. 지금 내가 이 애하고 나하고 부딪히고 있다 해요. 얘가 스무 살이야. 그러면 20년, 30년, 50년 후에 얘가 나를 보고 이 순간을 어떻게 생각하겠냐 싶어요. 30년, 50년 후에. “그거 나 신경 써요”, 그랬다고. 그러니까 선수들한테 압도적으로 내가 몰아간다고. 그래야 걔네들이 어른 됐을 때 길이 생기지.
그리고 강의를 내가 많이 하는데 “강의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했다고. 걔네들이 나중에 이거 갖고 밑에 애들을 지도할 줄 알아야 돼. 내가 가르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얘네들이 가르치게 하려고 내가 덤빈 게 벌써 40년, 50년 됐다고. “그래서 내가 책을 보기 시작한 거예요. 요새 책 보는 사람 있어요?” 했다고. 없어요. “요새 교육자는 다 피하지 않나”, 했어요. 무슨 문제가 있으면 하지 말자고 하고, 힘이 들면 파고들고 밀고 가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게 무슨 교육자인가, 했다고. 총장이 아무 소리 안 해요.
요 몇 년 사이에 스포츠가 해외에 나가서 거의 다 패하고 들어왔어요.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청와대나 문교부나 어떤 방향으로 해결했어요? 전부 다 지도자를 자를 생각만 하죠. 요새 학생들이 지도자한테 덤비지 않느냐, 했다고. 올림픽 갔다 온 아이가 덤비는 거예요. 왜 세상이 이렇게 됐냐. 이거 다 지도자가 문제점이라 했거든. 평상시 교육이 어땠나 싶어. 시합 가서 지고 들어왔을 때 안 가르치고 있는 거는 지도자야. 학교도 야구하지 마라, 운동하지 마라. 사고 나면 자기네들이 책임 못 지니까 그런 거야. 그리고 돌파하려는 의식이 하나도 없다고. 그러니까 얘네들이 마음대로 난리를 치는 거야, 선수들이. 감독 보고 “안녕하세요” 하지도 못해요. 쓱 가버려요. 그러니까 그거를 교육하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파울은 실패가 아니다!
더: 혹시 지금 실패로 인해 비관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씀을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김: 실패는 당연한 거예요. 우리가 시합에 져요. 잠이 안 와요. 내가 어느 팀한테 졌다 할 때 하루이틀 끙끙 앓아요. 끙끙 앓는 속에 아이디어가 나와요. 실패로 실패 속에 있으면 다음 방법이 영원히 나오지 않아요. 아까 우리가 시합에 졌다 이겼다 할 때도, 재작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타자가 이만 한 거 쳤어요. 만루에서 이 볼을 안 쳤으면 우리한테 한 점 들어온 거예요. 선수가 쳐버렸어요. 어마어마하게 야단맞았어요. 왜냐하면 왜 조직으로 생각을 안 했냐 싶은 거예요. 자기가 나가면 세 개를 칠 수 있었는데, 그때. 스트라이크 안 들어오고 노 쓰리인데. 이걸로 왜 손 뗐냐 싶은 거지. 이거를 기다리고 기다렸으면 세 개 동안에 하나라도 올 거란 말이야, 퍼센티지로 볼 때. 그 하나를 왜 안 택했냐 싶었어요. 그래서 그 선수한테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 집에 가버리라고 했어요. 나중에 뭐 난리가 나고, 그 선수 프로에 못 갔어요. 뭐 언론에서 카메라로 찍고 하기에 하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왜 하지 말라고 했는지 알아요? 사람은 슬플 때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고. 잘 나올 때 칭찬하고 카메라로 찍어주라고, 나쁠 때 하지 말라고, 평생 애한테 붙어 다니는 낙인이라고. 왜 그걸 사진으로 찍고, 뭐가 즐겁냐 했어요. 대판 야단쳤어요. 나중에 보니까 걔가 못 갔어요, 프로에. 아버지, 엄마하고 아들이 안고 울어요. 이 울음이 누구한테 책임이 있어요? 대한민국 사람한테 다 보여준 거 아니야. 낸 사람들, 그거 갖고 즐거운 거야. 그 바람에 프로에 못 갔어요.
추석날 쉬는 날이에요. 내가 이틀 동안 집에서 잠을 못 잤어요. 왜 못 잤냐 하면, 얘 미래를 누가 없애버렸나 싶었어요. 중요한 거는 얘가 자라올 때 초등학교 중학교 지도자, 고등학교 대학교 지도자야, 그 다음에 프로의 지도자예요. 이거 다 걸려 있는 거예요. 제일 먼저 김성근 너가 문제라고 스스로 결론 내렸어요. 추석 3, 4일 노는데 애들 불러내서 운동장 빌려서 가르쳤어요. 어떻게든 보내려고. 결국 한 명 보냈어요.
욕하는 사람이 많아요. 시합 졌다 할 때, 그 순간에, 야구장 전깃불 끄지 말라 하고 연습해요. 그때부터 가르쳐요. 보내버리면 그 선수는 다시 찾아오지 않아요. 그 길을 만들 때 천 개면 천 개, 500백 개면 500백 개 쳐서 키워야 해요. 그 감각이 있는 사람이 없어요. 그 사이에 하나둘 가요. 재작년에 프로에 간 아이들이 두세 명인가 살아 있어요. 제가 이전에 스물세 명인가 프로 보낸 해도 있는데 그 과정을 아나 싶어요. 365일 안에 쉬는 날 3일밖에 없어요. 선수가 쉬는 날이 내가 쉬는 날이에요.
김성근이 영원한 현역인 이유
더: <최강야구>의 인기가 대단해요. 감독님이 영원히 현역이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박근혜가 대통령 되기 전에 내가 얘기한 적 있어요. 박 대통령한테 “부모의 마음이라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렇게 말했어요. 박대통령도 “저도 그래요” 했다고요. 부모의 마음이 나라 잡는 마음입니다. 그게 안 되니 세상이 뒤집어버린 거죠. 누가 봐도 사람이 믿지 않게 돼버렸죠. 부모는 어떤 상태가 되어도 자식을 안 버려요, 그랬다고요. 지도자가 감독이에요, 내가. 연습하러 나왔어. 쉬자, 간단하게 할 수 있어요. 왜요? 야, 나 간다, 해도 돼요. 야, 너희들 해. 벤치에 앉아 있어도 돼요. 지도자만 갖고 있는 하나의 권리인 줄 알아요. 이 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조직을 못 만들어요. 내가 암 세 번 걸린 거 갖고 연습 쉰 적이 없다니까, 없어요. 아프다고 집에서 쉬는 동안에 기다리는 아이들은 뭐 하냐 싶어요. 급해져요. 내가 편하게 집에 있는 게 하나도 좋은 거 같지 않아. 그 사이에 얘네는 어떻게 되는가. 요는 얘네들이 죽어가는 게 제일 중요한 거야.
고민 고민할 때 나오는 게 아이디어예요. 편안할 때 아이디어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나와요. 헤매고 있을 때는 밤낮 끙끙끙끙 앓아요. 어떡할까, 어떡할까. 그리고 제일 먼저 나오는 건 밤에 나와요. 아침이 되면 다른 아이디어가 나와요. 밤에 내는 아이디어는 감정이 들어가 있어요. 아침에 나오는 아이디어는 감정이 없어요. 그거 갖고 야구장 나올 때가 제일 즐거워요. 왜 즐거우냐. 희망 갖고 가보라, 될까 말까 될까 말까 그래. 그거 갖고 야구장 가면 될 리가 없어요. 안 될 때가 많아요. 가면 또 끙끙끙끙 앓아요. 그게 리더야. 리더는 그 속에 살고 있는 거예요. 리더는 엄마하고 똑같아요. 착한 리더로는 조직을 못 만들어요. 리더는 고독하고 독해야 되고, 편하고 사이좋게 하는 리더로는 어느 회사도 될 리가 없어요.
리더는 악인이 되어야 해요. 김성근이 하여튼 지독하고 아주 나쁘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나빠도 상관없어요. 나는 선수와 같이 여기에 가는 게 목적이지 얘하고 편하게 지내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그러면 선수가 “아이 씨” 해요. 나는 처음에 ‘아이 씨’가 무슨 말인 줄 몰랐어요. 영어 쓰는 줄 알았는데 대판 나를 욕하고 있는 거예요. 중간쯤 오면 뭐가 생기냐 하면 신뢰가 생겨요. 선수가 신뢰를 가져요. 감독이 나를 키우려고 하는구나, 생각해요. 정상에 올라가면 얘는 알아요. 이 과정이 필요했구나. 그게 리더가 조직을 만드는 방법이에요. 괴로움이라든지 힘이 드는 걸 조직이 안 하려고 그런다고, 지금은. 전부 편하게 가려고 그러고. 그래서 못 만들어요. 고마움을 가져요, 애들이. 근데 나는 고마움이 필요 없어, 신뢰만 있으면 되는 거야. 보통 사람들이 존경한다, 그런 말을 하더라고. 존경이라는 건 죽기 전에 듣는 이야기지, 살아 있을 때는 존경이 필요 없다고.
리더는 악마다
더: 오랜 세월 야구를 하시면서 깊게 영향받은 인물이나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리더는 악마가 되어야 한다’, 그게 제목이에요. 일본 책이에요. 악마라 하는 건 자기가 그 속에 들어가야 돼요. 내가 잘 되려고 하는 악마는 아니에요. 키우려고 하는 악마야. 내가 한화에 있을 땐데, 그 당시에 암 수술했어요. 간 수술했다고. (못 깨어날까 봐) 마취를 안 한 거야. 어마어마하게 아프다고. 안에 있는 걸 떼어야 되니까 연기가 막 나와요. 맥박이 다 끊어져버렸어요. 의사들이 난리가 났어요. 그 속에서 살았다니까, 그 속에서. 내가 일요일 날 시합 마치고 갔는데 가족도 아무도 몰랐어요. 병원에 보호자 없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을 거야. 시합이 그 다음날이야. 밤에 뭐 아픈 것도 문제가 아니에요. 결국 수술 끝나고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가볍게 죽 먹고 시합장에 간 거예요.
시합장에 갔는데, 인천까지 갔는데 숨도 못 쉬지 뭐. 선수는 몰라요. 아프다는 이야기는 할 자격이 없어요, 나는. 감독이 아프다 하는 거 자체가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야구장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는 거야. 결국은 시합 하면서 타일레놀 여섯 알 먹었다고. 시합 도중에. 그래 가지고 결국 시합에서 이긴 거예요. 아무도 모르지. 차타고 호텔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가버렸어, 아무도 못 들어오게. 그 안에 쓰러져버린 거야.
사람은 능력을 갖고 있어요. 다음날 아침에 뭘 했냐 하면, 빨리 회복 해야지 싶어서 관악산에 올라갔어요. 숨이 가쁘고 힘이 들어서 이리 이리 걸어서 관악산 3분의 1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온 거야. 그래 가지고 4일 만에 정상으로 돌려놨다고, 4일 만에. 요는 리더라고 하는 게 어느 위치에 가든 간에 진짜 어려운 사람은 그 순간에 들어가 있더라고. 사람이 여유를 가져버려, 조금 쉬었다 하자, 그런 사람은 이미 진 거예요.
내가 감독으로서 한 거는, 예를 들어서 내가 일본 코치를 데려왔다, 우리나라 야구장에 비난이 많았어요. 왜 한국 선수가 있는데 외국사람 데려오냐고. 이건 중요한 이야기예요. 야구인이 이만큼밖에 없어요, 지도자가 될 만한 사람은. 그러면 이 지도자가 얼마큼 노력하고 얼마큼 갖고 있냐 싶어요. 작년 가을에도 그랬지만 시즌 지나면 코치를 자꾸 바꿔요. 감독도 바꿔요. 그러면 그 조직의 사장이나 이런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냐 싶어. 우리나라는 지나가는 사장이지 일하러 오는 사장들은 아니라고. 그거는 분명해요. 그러니까 자기네들이 책임을 기피하려고 그러는 거지, 그리고 선수를 바꿨다, 코치를 바꿨다, 돈만 많이 써요. 그렇게 돈을 많이 쓰는데 그만 한 가치가 있나 싶어요. 어떤 의식을 갖고 가나 싶어요.
내가 감독 할 때, 코치 데려올 때는 일본 가서 한 달 두 달 찾으러 다녔다고. 어떤 사람이 있나 찾으러 다녀. 왜, 필요해서. 일본에서 그만둘 때도 거기 회장한테 그 이야기를 했지만 제일 잘 한 거는 인사(人事)였다고. 인사를 똑바로 해놔야지. 조직에서 인사가 파이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그리고 조직에서 제일 나쁜 건 사이좋은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요. 이 조직위는 다 망해요. 내가 이 사람이 좋아서 데려와, 이렇게 하는 조직이 많아요. 그런 조직이면 다 망한다고. 사람을 아무리 가까이서 데려와도 얘네들이 충성을 바쳐서 안 해요. 거의 다 배신해요. 내가 리더로서 볼 때 100명 데려오면 반 이상은 배신해요.
리더는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더: 감독님은 사람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김: 요새 일본 신문이나 우리나라 신문 보면 사망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자살했다, 뭐 했다 하는. 그거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나는 엊그저께 우리 집에 고양이가 죽었는데, 집에서 걸어 다닐 때마다 그 생각이 나요. 참 고양이가 있었을 때 우리 집이 행복했구나, 싶어. 얘가 없으니까 집 안이 완전히 죽어버렸어요. 그 고양이가 우리 집을 유지한 거고. 그 고마움을 갖고 있었나 싶어요. 고양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이 자체가 고마움이랄까. 있다가 없으며 전혀 기분이 달라요.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거는 삼성 있다가 그만뒀을 때인데, 집에 오니 막내가 이만 한 고양이를 주워왔어. 조그마한 거. 나는 할 일이 없구나, 그만두고 왔으니까. 고양이를 포켓에 넣고 돌아다니는 거야. 잘 때는 데리고 옆에다 재워. 그게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살게 된 시작이야. 지금 우리 집에 고양이가 여덟 마리인데 다 바깥에서 들어온 아이들이에요. 자기네끼리 바깥에서 새끼를 갖고 우리 집에서 다 낳아요. 나는 감독 하면서 걔네들한테 밥만 줬을 거야.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하다 보면 고양이도 정이 들기 시작한다고. 얘네들이 두 번 없어진 적 있었는데 동네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찾으러 다녔어. 김성근이 미쳤다 하는 사람 많았어. 막 찾으러 다녔으니까. 얘네들이 점점 귀여워지죠. 밥 주고 뭐 하고 이리 와라 하고. 그 순간이라고 한 거는 선수들 가르칠 때도 똑같아요.
(고양이가 죽는다는 건) 생각도 안 했는데, 그날 인천에서 연습하고 있었는데 몰랐지. 그 다음날 집에 왔을 때 집이 조용해요. 큰 아이가 얼굴이 부었어. “너 어디 아파? 눈이 아프냐?” 얘가 나한테 이틀 동안 연락을 안 한 거야. 그날부터 내가 완전히 멍한 거예요. 그날 저녁은 안 먹고, 못 먹지, 먹을 수 없지. 요새는 술을 안 먹는데 술을 먹었으면 밤새 먹었을 거야, 아마. 노 알코올로 세 병 먹었는데 그 자체도 힘이 든 거예요. (고양이가) 계단 올라올 때, 내려갈 때, 그게 다 머릿속에서 안 사라지니까. 얘가 없으니까 집 안이 완전히 죽어버렸어요. 집 안이 텅텅 비어버렸어, 그 고양이 하나 때문에. 그 고양이가 우리 집을 유지하고 있었던 거야. 사람들이 그 고마움을 갖고 있나 싶어요.
김성근_야구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구감독 김성근. 일본 가쓰라고등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왼손 투수로 활약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오래 뛰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1982년 28세에 OB베어스 코치로 프로야구에 몸담기 시작했다. 이후 OB베어스, 태평양돌핀스, 삼성라이온즈, 쌍방울레이더스, LG트윈스, 한화이글스, 고양원더스, SK와이번스 감독, 그리고 후쿠오카소프트뱅크호크스 코치와 감독 어드바이저로 일했다. SK와이번스에서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전력을 선보였다. 2022년부터 진행된 JTBC 리얼리티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최강몬스터즈 감독을 맡았다. 저서로 《김성근이다》 《인생은 순간이다》가 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어떻게 창의력과 연결될까.누군가 엄마로서, 창작자로서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엄마에게 주어진 돌봄의 일상과 창조성은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 불문학과 미술사학, 문화인류학 연구자로, 교수로, 번역가로 일하는 박재연 교수를 모시고, 육아에서 중요한 대화의 기법과 양육에 있어서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들어보았다. [영상 개요
Book 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6월호에서는 느린 학습자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학습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치마켓 함의영 대표를 만났다.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A 피치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