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verary는 2025년 6월 4일 새정부 출범을 기해 새정부에 바라는 도서관 정책,
도서관 인들이 향후 논의해야 할 이슈와 아젠더를 제안하는 전문가 칼럼 코너를 마련하였다.
문헌정보학자, 현직 도서관 사서, 협회장 등 총 네 분의 필자가 참여하는 이 칼럼을 통해
도서관이 AI 시대 지식정보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가 모이고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은 거리로 나선 국민들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언제 어디서나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진짜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진정 주인이 되는 나라는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일상에서 주인이 되는 경험을 쌓는 곳
국민이 주인이 된다는 것은 투표권을 가진 존재를 넘어 스스로 나라의 방향과 공동체의 질서를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존재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주인은 어때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지금 내 삶에서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많은 질문이 꼬리를 문다. 주인은 세상을 읽어내는 힘이 있어야 하고, 침묵이 아니라 일상 속의 불의와 비효율, 불공정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모든 활동이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곳, 일상에서 주인이 되는 경험을 쌓아가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로 살아가는 곳
도서관은 단지 책과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다. 도서관은 세상을 읽어내는 앎의 시작점이자, 자신이 살아가며 부딪치는 고민과 과제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길을 찾아가는 곳이다. 또한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의 공감과 공론을 통해 함께 대안을 모색해가는 장이다. 이웃과 함께하는 소소한 협력의 경험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로, 실천으로, 또 다른 모임으로 연결되고 확장된다. 도서관은 이렇게 국민들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확장하며 ‘혼자’가 아니라 ‘우리’로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국민과 국가를 연결하는 강력한 인프라
우리나라에 도서관은 약 2만 2천여 개가 있다. 학교·대학·공공·전문·병영·장애인 도서관은 전국을, 전 계층을, 전 분야를 모두 포용한다. 이런 공공 인프라는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이 유일하다. 단지 시설의 파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회복, 사회안전망 구축, 신산업 육성, 인공지능 인프라 조성, 풀뿌리 지역경제 활성화, 균형발전, 자치분권, 기후위기 대응 등 오늘날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 국정과제들은 모두 도서관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도서관은 국가정책을 국민의 일상과 연결하는 기본 중의 기본, 가장 근본적인 공공 인프라이다.
인식을 바꾸는 확실한 길, ‘경험’을 바꾸는 것
이런 막강한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국가정책을 제안할 때 도서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늘 버겁다. 아무리 말해도 도서관을 공부방으로, 독서 공간으로만 이용해왔던 정책 담당자들에게는 추상적인 이야기로만 들린다. 커뮤니티, 공동체 등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단어, 그래서 오히려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잡히지 않는 문장은 머리에 남지 않고 휘발되어버린다. 여기에 인력과 예산과 법 개정을 요구하는 순간, 여러 민원인 중 하나로 인식되기 일쑤다. 이제는 요구만이 아니라 도서관의 경험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험을 바꾸어야 인식이 바뀐다. 경험을 바꾸어야 도서관의 제안이 휘발되는 문장이 아니라 분명한 필요로 각인된다. 도서관 현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계를 넘는 혁신의 시작
이미 도서관 현장은 혁신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공간의 경계를 넘어 매년 사람들의 경험을 새롭게 확장하고 있는 서울 ‘야외도서관’, 독서를 힙하게 브랜딩한 ‘힙독클럽’은 이제 지식산업의 생산과 유통, 출판과 서점의 동반 성장이라는 과제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성북구의 도서관 공론장 ‘마을in수다’, 도서관을 거점으로 지역의 200여 단체 및 모임이 연결된 ‘네트워크:온’은 지역의 기관, 정보, 이슈, 주민을 가장 잘 파악하고 연결하는 중심에 도서관 사서가 위치한 모범적이고 안정적인 사례이다. 또한 용인의 느티나무도서관은 시민들 스스로 지역 혁신 활동의 비빌 언덕이 될 자조기금을 모으고 운영하는 ‘용인시민공제조합’,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세계 곳곳의 커뮤니티와 공유하고 확산하는 ‘글로벌 도넛데이즈’를 운영함으로써 도서관의 영역을 지역의 선순환, 시민의 실험실, 도넛경제를 통해 세계로 연결하는 것까지 끝없는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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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한민국의 출발점, 도서관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공일반지능) 전환기, 격변하는 사회 환경, 갈수록 복잡해지는 삶, 전 지구적인 위기까지, 이 모든 변화 앞에서 필요한 것은 국가보다 ‘국민’, 제도보다 ‘주체’이다. 그리고 그 주체로서의 경험, 즉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일상에서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새로운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중심의 민주공화국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도서관 정책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왜 지금까지 이토록 강력한 공공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는가? 우리는 정책 담당자들에게도,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정책 담당자들에게 요청한다. 만약 도서관을 아직도 ‘조용한 독서 공간’ 정도로만 경험해봤다면, 지금이라도 도서관 현장에 가보셨으면 한다. 현장을 보면 보완할 점이 보이고 정책의 방향이 보이며, 무엇을 지원해야 할지도 분명해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서관을 이용해본 국민들의 생생한 이야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도서관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길 요청드린다.
우리 도서관인들도 이제 주체로 나서 질문을 던지고 실천으로 답하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사회 변화에 호응하는 도서관의 변화된 역할을 모색하고, 국가 정책의 어젠다를 제시하며 우리가 가장 잘 하는 연결과 협력을 통해 사회의 변화, 삶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도서관협회도 이 모든 과정을 매개하고 연결하는 중심으로 제 몫을 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혁신의 첫걸음을 도서관에서 함께 시작할 것을 우리에게, 새로운 정부에게 제안한다.
이진우_사서, 한국도서관협회장
2025년 제32대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와 동 대학 교육대학원 사서교육학과에서 공부했다. 부천 동화기차어린이도서관 사서로 출발해 경기도 파주 교하도서관 팀장, 성북구립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이효석 선생을 만나러 봉평으로 떠나는 아침. 가을비가 촉촉이 내렸다. 몇 해 전 겨울, 이효석문학관을 찾은 적이 있다. 그날은 발목이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다. 메밀꽃이 없는 봉평, 허생원과 동이가 건너던 냇물이 없는 봉평의 겨울은 한없이 적막했다. 그 겨울바람 속에서 메밀꽃이 필 때쯤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선생은 소금을 뿌린 듯
“책방이 이럴 수도 있구나!”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산타페1860 거리의 엘 아테네오 그란드 스플렌디드(El Ateneo Grand Splendid)에 들어서면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된다. 1919년 문을 연 오페라 극장을 개조한 이 책방에서 책은 한 권 한 권이 주연배우가 된다. 귀족들이 도도한 표정으로 오페라를 관람하던 2층 좌우의 귀빈
우리 사회를 리드하는 인재들의 인상은 야무진 입매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요약된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의 인상 특징과 일치한다. 집중력이 강한 지혜로운 얼굴이다. 눈은 돌출된 뇌다. 사람은 두 눈, 즉 쌍안경으로 세상을 보고 인식한다. 두 눈으로 책을 읽으면 책 안에서 남극도 가고 북극도 간다. 책 속에서 신비로운 세상과 흥미로운 지식, 혹은 감동적인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