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2023년 말부터 등장한 거대 언어모델 기반 생성형 AI는 2년여 만에 대중화되었다. 그런데, 이 도구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을까?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이 새로운 기술 도구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활용하고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4)의 디지털 격차 보고서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에 있어 일반 국민과 취약계층 간의 현저한 격차를 명확히 보여준다. 일반 국민의 AI 서비스 경험률은 51퍼센트인 반면 취약계층은 30.7퍼센트에 불과하며, 특히 고령층과 농어민의 경험률이 각각 27.8퍼센트와 27.1퍼센트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AI 서비스 이용 역량에 있어서도 취약계층은 모든 항목에서 일반 국민 대비 약 20퍼센트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여덟 가지 AI 서비스 인지율 조사에서는 취약계층의 25.1퍼센트가 아는 서비스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학습 관련 AI 서비스의 경험률이 취약계층에서 더욱 낮게 관찰되었다.
AI 서비스 미이용의 주요 원인으로는 일반 국민과 취약계층 모두 ‘이용할 기기/제품이 없어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세부적으로는 농어민의 경우 ‘이용할 필요성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높았고, 장애인은 ‘가격/요금이 비싸서’와 ‘신체적 제약으로 이용이 어려워서’를, 저소득층은 ‘이용할 기기/제품이 없어서’를, 고령층은 ‘이용 방법이 어려워서’를 상대적으로 높게 언급했다. 이러한 결과는 AI 접근성, 필요성 인식, 경제적 부담, 신체적 제약, 그리고 사용 난이도 등 다양한 요인이 취약계층의 AI 서비스 이용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Chat GPT가 생성한 이미지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사례에서는 한국보다 세부적인 이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인 멘로벤처스(Menlo Ventures, 2025)의 조사에 따르면, AI를 사용해본 미국 성인은 61퍼센트이고 전 세계 사용자는 약 17억 명에 달한다. AI는 더 이상 기술 애호가나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 중 45퍼센트가 AI를 사용해본 적이 있으며 11퍼센트는 매일 AI를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AI는 세대와 성별을 넘어 다양한 이용자가 일상 속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AI 서비스의 수익 모델 측면에서는 유료 구독자 비율이 매우 낮다. 멘로벤처스 보고서는 AI 소비시장 규모가 약 120억 달러(2025년 추정)에 불과하며, 1.8억 명의 사용자가 월평균 20달러의 구독료를 낸다고 가정하면 4천 320억 달러 규모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 시장은 120억 달러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이는 사용자 가운데 약 3퍼센트만이 유료로 AI를 이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챗GPT의 사례도 비슷하다.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 2025)는 오픈 AI의 유료 구독 서비스 이용자가 2024년 말 1천 550만 명에서 2025년 4월에는 2천만 명으로 증가했지만, 주간 이용자 5억 명 중 유료 구독률은 5퍼센트 이하에 머문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챗GPT 플러스’ 이용자는 1천만 명 이상이며 비즈니스 및 팀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가 100만 명 정도라는 점도 알려져 있다(DemandSage, 2025). 많은 사람들이 무료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지만 고급 기능과 최신 모델은 유료 서비스에만 제공되어 접근성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AI 이용률은 소득과 고용 여부 등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멘로벤처스(2025)는 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의 74퍼센트가 AI를 사용한다고 답한 반면, 5만 달러 미만 가구에서는 53퍼센트만이 AI를 사용해 소득 격차가 뚜렷했다. 고용 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존재하는데, 취업자의 75퍼센트가 AI를 이용하는 반면 비취업자는 52퍼센트만이 이용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또한 학생들의 AI 이용률은 85퍼센트로 가장 높아 교육 환경에서 AI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계는 AI 이용이 경제적·교육적 자원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격차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Daepp & Counts(2025)는 챗GPT에 대한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는 검색 빈도가 미국 해안의 대도시에서 높은 반면 남부·중서부·애팔래치아 지역은 낮다고 밝혔다. 검색 빈도가 높은 지역은 평균적으로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높으며 기술·금융 분야 일자리가 많았다. 이들은 교육이 생성형 AI 인지도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이며 초기 이용 격차가 공간적·사회경제적 격차를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간적 격차는 국가 내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도 나타난다. 시라큐스대학의 2024~25년 AI 플루언시 보고서는 AI 디지털 격차가 교육 기회, 지리적 위치, 기관의 AI 투자 등 여러 요인에서 발생하며, AI 특허와 혁신의 고농도 국가와 대기업이 특정 지역을 지배해 다른 지역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인 수준에서도 AI 기술에 대한 교육과 훈련 기회가 각자의 혜택을 결정하며, 불투명한 블랙박스 모델은 일반 시민이 AI의 한계와 편향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 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Syracuse University Newhouse School of Public Communications, 2025).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AI 접근 비용 구조가 향후 새로운 계층화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비영리 연구기관 카리부(Caribou, 2025)는 오픈 AI가 8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가운데 직접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은 주로 부유한 계층이며, 월 구독료나 신용카드 결제를 통한 ‘컴퓨팅’ 구매력의 한계에 곧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사용자가 AI를 이용하는 방식이 API 이용·소비자 구독·자체 호스팅·기관 후원·앱 내 탑재·플랫폼 내 무료 제공 등 여섯 가지로 나뉘고, 이러한 다양성이 비용과 경험의 차이를 만들어 사용자 간 포괄성과 배제의 양상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플랫폼에 무료로 탑재된 AI는 광고나 데이터 수집을 통한 간접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새로운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도서관의 역할: AI 접근권 보장을 위한 플랫폼
도서관은 역사적으로 정보 접근의 평등을 실현하는 사회적 장치였다. 공공도서관의 존재 의미는 자료를 소유하지 못하는 시민 누구에게나 지식과 문화 자원을 제공하는 데 있다. 디지털 시대에 도서관은 단순히 책과 자료를 제공하는 장소를 넘어 인터넷과 정보 기술을 무료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역할은 AI 시대에는 더욱 중요하다.
AI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연결과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 경제적·지리적 요인으로 인터넷 접속이 제한되거나 개인이 유료 모델을 구독할 여력이 없는 경우, 도서관은 AI 접근권을 보장하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많은 도서관이 자동화 추천 시스템, 챗봇 안내, 데이터 분석 등 AI를 활용해 내부 업무를 혁신하고 있지만, AI라는 도구 자체에 대한 접근권을 확장하는 것이 더욱 본질적인 과제다. 학교·대학도서관의 경우 학습자들에게 AI 도구를 활용한 정보 탐색·분석 교육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AI 윤리와 저작권 문제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AI 작동 방식과 한계, 편향을 이해하는 AI 리터러시 교육이 도서관의 미션에 포함되어야 한다.
AI 서비스 접근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서관이 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공공 접속 지점으로서의 도서관 역할 강화이다.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용 컴퓨터, 고속 인터넷, 와이파이를 제공해 디지털 환경에서 필요한 기본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는 AI 구독료 공공 지원 및 라이선스 제공이다. 많은 AI 플랫폼이 무료로 기본 모델을 제공하지만 고급 기능과 최신 모델은 유료 구독에 묶여 있다. 대학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이 기관 단위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AI 모델을 공공재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도서관은 이러한 정책 실험의 시험장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AI 리터러시 교육과 윤리적 이용 가이드 개발이다. AI 도구는 강력하지만 오용의 위험도 크다. 도서관은 정보 윤리와 저작권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AI 윤리,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네 번째는 지역사회와 협력한 AI 활용 프로젝트이다. 도서관은 지역 교육기관, 비영리 단체, 지방정부와 협력해 지역 주민들이 AI를 통해 경제활동, 교육, 문화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업 지원을 위한 AI 코칭 프로그램, 농업·어업 종사자를 위한 AI 기반 정보 서비스, 노년층을 위한 챗봇 교육 등 지역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정책 및 연구 참여이다. 도서관계는 AI와 관련된 국가 정책과 규제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생성형 AI는 저작권·프라이버시·알고리즘 편향 등 다양한 공공 이슈를 발생시키며, 이러한 논의에서 정보 접근과 이용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또한 도서관 자체가 AI 연구와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AI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I 시대에도 도서관은 ‘모두를 위한 지식의 창’이어야 하며,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격차를 완화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공공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Caribou Digital. (2024). Is compute the new airtime? Paying for AI and the perpetuation of a stratified digital economy. Caribou. http://bit.ly/4mHea79
Daepp, M. I., & Counts, S. (2025, June). The Emerging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Divide in the United States. In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AAAI Conference on Web and Social Media (Vol. 19, pp. 443-456).
DemandSage. (2025, July 24). ChatGPT statistics & total users (2025): DAU & MAU data. DemandSage. https://www.demandsage.com/chatgpt-statistics/
Menlo Ventures. (2025, June 26). 2025: The state of consumer AI. Menlo Ventures. https://bit.ly/4l0B6wF
Yahoo Finance. (2025, April 2). ChatGPT crosses 20M paid users, OpenAI poised for record growth. Yahoo Finance. http://bit.ly/40Gzzoo
Syracuse University Newhouse School of Public Communications. (2025). 2024–25 Fluency Report: Bridging the AI digital divide. Emerging Insights Lab.
박진호_한성대학교 도서관정보문화트랙 교수
한성대학교 크리에이티브인문예술대학 도서관정보문화트랙(1트랙) 교수로 근무 중이다.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자료운영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정보관, 주식회사 리스트 기술연구소에서 디지털도서관, 오픈 데이터, 국제표준화 업무를 담당했다.
도서관과 ESG 두 번째 칼럼으로, 정보기술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도서관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인간은 소비를 멈출 수 있을까?인간은 생산방식, 기술발전, 경제체계, 정치체계, 문화와 종교적 특성 등 다양한 관점으로 인류역사를 구분한다. 어떤 관점이든 우리는 세상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는 전보다 지금이
새로운 시대의 거점이 왜 도서관이어야 하는가?The Liverary는 2025년 6월 4일 새정부 출범을 기해 새정부에 바라는 도서관 정책, 도서관 인들이 향후 논의해야 할 이슈와 아젠더를 제안하는 전문가 칼럼 코너를 마련하였다. 문헌정보학자, 현직 도서관 사서, 협회장 등 총 네 분의 필자가 참여하는 이 칼럼을 통해 도서관이 AI 시대 지식정보의 허브
도서관에서 폐기된 책이 태평양을 건너오다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에서 한국학 주제 전문사서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한국학 관련 자료를 선정하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주로 ‘bibliographer’ 혹은 ‘book selector’라 부른다. 수집 대상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와 해외 한인 사회를 아우르며, 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관련 연구서, 신문,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