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대로 산책하며 살라는 장자의 사상 ‘소요유(逍遙遊)’에서 이름을 따온 소요서가다.
철학이 취미가 되기를 꿈꾸는 소요서가에는 일과가 끝나면 서점에 들렀다 가거나
한 달 계획을 짤 때 소요서가의 프로그램을 중심에 두는 독자가 생겨났다.
막연한 호기심으로 철학에 발을 디뎠지만
결국 철학은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하는 윤상원 대표를 만나보았다.
Q 지인들의 공부 모임에서 소요서가가 탄생했다고 들었어요. 그 배경에 대해서 좀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를 비롯해서 몇몇 소요서가를 같이 시작하신 분들이 계신데요, 처음에는 비슷한 나이대에 있는 중년의 사람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철학이나 다른 주제를 가지고 독서 모임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모임을 더 발전시켜서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을 한번 출간해보면 어떨까, 하는 계획을 가지고 출판사를 먼저 차렸고요. 출판사의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우리 책 외에도 다른 큐레이션을 사람들한테 소개하고 싶었어요. 만나서 같이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계획이 있어서 서점을 처음 하게 됐습니다.
Q 처음 소요서가를 만든 구성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A 저는 철학 공부를 오래 했고 다른 분들은 자기 직업이 있는 생활인이었어요. 저와 공동대표를 하고 있는 이정섭 목수도 계시고, 회계사도 있고 학교에 계신 분들도 있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 등 각양 각층의 생활인들이 있죠. 다들 어느 정도 나이대가 되면서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출판이나 서점 같은 일을 하면 더 보람 있고 우리도 즐겁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대표님은 대학 학부에서도 철학과를 졸업하고, 파리8대학에서 철학과 박사 과정까지 수료하셨어요. 철학을 처음 선택하게 된 계기와 대표님의 삶 전반에 철학이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A 오랫동안 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직업 학자가 되는 훈련을 오래 받았는데요. 긴 시간이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면 어떤 철학적인 물음이나 중요한 고민이 저한테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철학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어요. 주위에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근데 우연히 철학이라는 공부를 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런 분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태도가 되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또 공부를 하면서도 어느 정도 생계를 유지하면서 자기 소신을 잃지 않는 듯한. 어릴 때는 그런 삶의 태도가 참 좋아 보여서 나도 저런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철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니 그런 호기심으로만 되는 일이 또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좌충우돌하는 시간들이 있었어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철학이라는 게 결국 내 개인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일이 아니라 나의 삶의 태도, 공동체에서의 삶의 자세 같은 데도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 쪽으로 점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더라고요.
Q 대표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는 누구인가요? A 개인적으로는 정신분석에 관심이 많았어요. 프로이트를 친구들하고 많이 읽고 그 당시에 제가 고민했던 저 개인의 문제나 유년기의 일들을 돌이켜보면서 내가 나를 잘 이해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려면 프로이트를 공부하는 게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었고요. 유학을 갈 때 정신분석이나 철학을 종합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프랑스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서 직업적으로 학자가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할 때는 제가 예전에 가졌던 호기심만큼은 프로이트가 즐겁지 않더라고요. 경험이 쌓이고 칸트 철학도 읽게 되고 또 프랑스의 푸코도 공부하게 되면서 다른 쪽으로 관심을 틀게 되는, 그런 일들이 계속 있었습니다.
Q 소요서가 옆에는 조명 집도 있고, 전자기기를 파는 곳도 있어요. 특별히 세운상가에 철학 서점을 여신 이유가 있나요. A 세운상가에 처음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결정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같이 출판사와 서점을 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가장 만나기 쉬운 장소가 을지로 세운상가였어요. 그런데 여기 들어와 보니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시겠지만 세운 상가가 요즘도 여러 가지 논란의 중심에 있잖아요. 특히 정치적인 영향에서 좀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까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복원하는지 허무는지 재개발 여부가 큰 관심사가 되는 거예요. 1960년대에 여기가 주상복합으로 처음 세워져서 그 당시의 산업화나 근대화의 흔적들을 다 기억하고 있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일제 강점기 때는 여기가 빈 공터였어요. 왜냐하면 미군이 공습해 들어와서 일대에 다 불을 지르면 서울이 전소가 될 수 있으니까 일본이 피해를 방지하려고 여기를 다 비워뒀거든요. 해방 이후 빈 땅에 도시 빈민과 월남한 사람들이 일종의 거대한 촌락을 형성하다 보니까 거기서 온갖 여러 가지 음성적인 사업들이 또 있었던 거고요. 이 일대의 역사를 좀 알고 보니 세운상가는 우리 근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흔적들을 다 간직하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여기 왔을 때 단순히 철학 서점이라는 이름을 건 세입자로만 있을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철학이라는 게 모더니티의 문제에서 보면 ‘오늘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칸트 이후로 철학이 던지고 있기 때문에, 을지로라는 곳이 가지고 있는 현대적인 의미 그 안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삶의 흔적들을 철학 서점을 통해 기록하고 또 그런 문제를 사람들하고 공유해보자, 하는 고민들요. 만약에 어떤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면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일들을 우연히 여기 들어와 지내면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Q 처음에는 철학 서점이 여기 세운상가에 들어온 게 생소했을 텐데, 홍보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생소한 게 오히려 홍보하기 좋았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몇 년 전부터 작은 지역서점이나 독립서점들이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잖아요. 근데 특화된 장르를 내세워서 운영하는 서점은 많지 않은데, 저희가 철학이라는 장르를 메인으로 해서 한다는 게 낯설고 생소했지만 그 점이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어요. 을지로의 이 지역, 세운상가 일대의 많은 업체들, 특히 경공업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철의 특징이 철학이라는 이름과도 어울리면서, 사람들한테 홍보했을 때 다들 흥미 있게 생각하더라고요.
Q 소요서가에서는 책도 출판하고, 아카데미소요를 통해서 철학 강의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불교철학을 작년에 이어서 열고 있는데요, 철학 강의를 기획하실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요소 등 운영 철학이 있다면? A 서점에서 강의나 문화 활동을 하는 게 저희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또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거든요. 왜냐하면 서점이 책을 파는 아주 기본적인 기능만 가지고 있을 때는 인터넷 서점 같은 곳과 경쟁할 수 없죠. 대형 서점과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서점들에서 줄 수 없는 문화적인 체험들을 이 작은 서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줄 수밖에 없어요. 문화적인 체험을 제공하면서 독자들이 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고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대중성을 신경 쓸 수밖에 없고요. 그러나 대중성을 신경 쓴다고 해서 모두가 다 좋아하는 것에 맞춰가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철학을 통해서 저희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소요서가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면, 그 메시지로 단순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게 아니라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었어요. 그렇기에 대중성을 생각하되 어느 정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려고 하고요. 불교철학 말씀해주셨는데, 불교철학도 당연히 대중성을 보고 기획한 거예요. 몇 년 전부터 불교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굉장히 인기잖아요. 저희가 벌써 시즌을 두 번 해서 여덟 번의 강의를 했거든요. 초반에는 불교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나 또 기존의 불교 신자들이 오셨는데, 어느 정도 아카데믹하게 난이도가 조금 올라가니까 바로 사람들이 등록을 안 하시더라고요. 아직도 대중성을 표방하지만 어느 정도에서 선을 잡아야 소요서가의 정체성과 사람들의 요구, 시대적인 흐름과 맞출 수 있을지는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Q 최근에 기획하신 프로그램 중에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대표님도 만족하셨던 기획이 있을까요? A 최근에 저희 신간 모임을 진행해주시는 구수경 선생님께서 민주주의를 주제로 네다섯 권의 책을 선정해주셨어요. 시의적으로도 맞고 또 민주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론적으로,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획을 제시했는데.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시고 등록해주셔서 최근에 했던 저희 행사 중에는 제일 만족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Q 소요서가에서 출판한 책 중에 민주주의에 대한 책도 있잖아요. A 저희가 제임스 메디슨 전기이자 일종의 사상사 책 《미국의 설계자 제임스 메디슨》을 출간했는데요, 준비한 지는 오래됐습니다. 한 3, 4년 되었는데 많이 지체되었죠. 더 빨리 출간을 하고 싶었는데 정치적인 시국과 맞물리고 또 지금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출판사들에서 헌법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내고 있거든요. 일종의 독자들의 관심 속에서 이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미국 헌법이 어떤 배경과 맥락 속에서 등장했는지, 미국 헌법을 만들어내던 그 시기에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잘 소개하는 책이에요. 옛날 이야기지만 많은 나라들이 미국 헌법을 모토로 참고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어서 오늘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책이 아닐까. 당연히 출판한 입장에서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을지로에 우연히 왔다가 소요서가에 방문하는 젊은 사람도 꽤 있을 것 같아요. 책 추천도 많이 해주실 것 같은데, 젊은 층에게 추천하는 철학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철학사로 관심을 좁혀서, 서양철학을 대표하는 두 명을 꼽으라고 하면 플라톤과 칸트가 있을 것 같아요. 꼭 철학이 아니라 교양이나 취미로 책을 읽는다고 했을 때도 두 사람의 생각하는 방식, 사물을 보는 눈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도움이 될 만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플라톤 책을 추천드린다면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권하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플라톤이 자기 스승이었던 소크라테스가 철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죽는 걸 목격한 뒤에 소크라테스의 삶을 기록한 책이거든요. 특히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아테네 시민들을 앞에 두고 자기가 아테네인들의 미움을 받았지만 왜 철학을 권유하는 삶을 살았는지 변론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사람들의 지적인 성장을 위해서 권유한 게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동시에 아테네 공동체를 더 좋은 정치체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권유하고 있어요. 그런 책들은 나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요즘에도 중요한 귀감이 되고요. 2천 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와서도 가장 유명한 고전의 반열에 있다는 건 검증되었다는 얘기잖아요. 칸트 같은 경우는 플라톤과는 다르지만 칸트의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타인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또 스스로의 생각을 위해서 기꺼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릴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플라톤과는 결이 다르지만, 혼자서 자기 힘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소요서가는 학교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대표님은 철학을 취미로 하는 철학 중산층을 키우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소요서가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A 학교 같다는 말씀은 참 감사한 말씀인 것 같아요. 소요서가가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이곳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고 동시에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어서요. 서점이 일종의 학교의 역할을 하고 커뮤니티 기능을 한다는 건 공공의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저희가 어쨌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이지만 운영상의 이유건 저희의 어떤 원칙에 따라서건 결국 공공의 역할을 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당연히 서울시나 중구청에서 요청하는 시민교육 사업, 평생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거든요. 책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일종의 시민으로서의 정치 학습이다, 라는 생각도 들어요. 왜냐하면 꼭 정치적인 현안이나 정치적인 문제를 가지고 자기 입장을 토론하는 것만 정치는 아니잖아요. 우리가 철학 책, 문학 책, 예술 책을 가져와서 서로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또 반박하면서 공통의 의견을 도출해가는 과정이 공공의 장에서 공론의 기능을 만들어가고 합의해나가는 과정이니까. 이런 일을 서점에서 연습하고 각자의 삶의 현장, 각자의 직장으로 돌아가면 또 자신들의 삶에서 정치적인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떤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학교의 역할과 공공의 기능을 한다고 봤을 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시민성을 서로가 서로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시는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대학 다닐 때 취업을 위해서 노력하고 직장에서 한 6, 7년 정도 일하다 보면 대학생활이 후회되고, 또 ‘직장생활에서 내가 과연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 ‘어떤 어려움이나 불합리한 것들을 마주쳤을 때 혼자서 해결하지 않고 뭔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질문과 바람들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소요서가에 와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Q 시대 변화에 따라서 새로운 질문을 철학으로도 하고, 또 각자의 개인적인 어려움 같은 것을 꺼내놓고 질문하고 대화하는 과정 자체가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가는 것 같아요. A 익명의 관계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최소한 매개체가 있는 익명의 관계죠. 저희가 독서 모임에서 책이나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서로가 공적인 차원에서 더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되는 것 같고요.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서로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듣고 말하는 과정들이 공공의 기능을 하는 것 같습니다.
Q 소요서가의 다양한 철학 강의나 독서 모임 같은 걸 통해서 독자의 삶이 변화한 일화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A 소요서가가 취미 활동입니다, 라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일과 끝나고 서점에 들렀다 가고, 한 달 계획을 짤 때 소요서가 프로그램을 항상 중심에 두고요. 우리가 기획하는 일과 우리가 책과 큐레이션을 통해서 던지려고 하는 물음이 누군가의 삶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보람 있습니다. 큰 책임감을 느껴요. 어떻게 하면 더 잘 소통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한두 번 모임에 오셨다가 단골이 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러다 거의 모든 모임에 의무적으로 다 신청해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책을 다 읽을 수 있으세요?” 물어보면 “꼭 책을 읽어야 오나요?”라고 하시면서요. 여기 와서 이야기 나누고 독서 모임을 이끌어주는 선생님들이 설명하는 걸 듣는 게 자신들에게 교양으로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으면 흥미롭고요. 저희가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건 저희가 출간하는 책도 독자들에게 더 잘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거든요. 저희가 출간하는 책들이 아주 대중적인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가에게도 가볍지 않고 애호가에게도 무겁지 않은, 그 중간층의 독자들에게 잘 읽히는 책이기를 늘 생각하고 있어요. 표현하자면 철학 중산층인데, 그런 독자들을 겨냥해 서점에서 큐레이션을 하고 독서 모임도 그런 방향으로 잡고요. 문화적인 체험을 통해 소요서가에서 즐기는 독자가 많아질수록 저희가 제시하는 큐레이션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서점과 출판사와 독자가 함께 성장한다는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아카데미소요에는 철학뿐만 아니라 서양미술사 강의도 있고, 소요서가에서는 미술 서적을 출판하기도 하죠. 홈페이지에서 출간 예정인 도서도 볼 수 있는데요, 소요서가만의 책을 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철학 서점과 동명의 출판사, 그리고 아카데미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이 세 개의 사업을 동시에 하면서 일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철학이라는 콘텐츠를 가운데 두고 철학 주위에 어떤 장르들을 잘 배치해서 사람들이 철학으로 올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까, 라는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철학을 단순히 특정 장르가 아니라 어떤 물음이나 또 오늘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비판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철학적 물음으로 올 수 있는 여러 길을 준비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이나 문학이나 과학이나, 이런 여러 장르들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독서 모임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고, 출판은 특히 예술 쪽에 많이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철학과 예술 도서가 주로 나올 거고요. 지금 출간된 철학책 중에 가장 대표적인 책은 《소크라테스》가 있고요, 그다음에 예술책은 《문명: 예술 과학 철학, 그리고 인간》(케네스 클라크)이라고 존 버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서양의 예술 문명사를 정리한 책이 있는데요, 각각 예술과 철학을 대표하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얼마전에는 세잔과 졸라가 주고받은 서간집 《교차된 편지들》을 출간했습니다. 출간 준비 중인 책으로는 국내작가 철학책이 하나 있습니다. 과학책으로는 갈릴레오를 다룬 책이 하나 있고요. 그다음에 역사책으로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분열된 상태였던 아테네의 상황을 다룬 책이 있습니다. 올 하반기 출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Q 대표님은 철학적 글쓰기 수업도 하고 계신데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를 보고 많이 영감을 얻었어요. 에세이가 자기 이야기를 쓰는 글이고 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잖아요. 근데 철학에서도 자서전이라는 건 되게 오래된 장르예요. 특히 18세기에 자서전 장르가 많이 발달했고, 그 이전 헬레니즘 시대의 명상록 이런 책들도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어쨌든 요즘에 자기 이야기가 과잉일 정도로 사람들이 다 자기 이야기를 안 하고 싶어하면서도 하고 있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지만 어떻게 그게 문학적으로 연출될 수 있을까. 어떻게 특정한 상황 속에 적합한 페르소나를 창조할까. 의외로 자기 이야기를 그렇게 연출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내가 특정한 상황 속에서 어떤 자아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걸 글쓰기에서 한번 고민해보고 싶어서 그 방법을 많이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요. 그러다 보면 사실 그 상황 속에서 오히려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지, 내가 먼저 있어서 투영시키는 방식이 아니게 되더라고요.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나를 찾아가는 탐구의 장이 되는 거죠. 먼저 나를 담으려 애쓰기 보다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적절한 상황을 창조하는 데 집중하는 거예요. 이렇게 상황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창조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유로 이어져요. 글이라는 상황 속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고 창조하는 경험은 기존의 나에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물음을 던지는 계기가 되거든요. “나는 왜 그때 그렇게 행동했을까?”, “이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주는 의미는 뭐지?”와 같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이게 곧 철학적 성찰의 시작이 되는 거죠.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니체 철학의 실천적 적용과도 맞닿아 있어요. 과거의 경험이나 기존의 권위, 혹은 과거의 나에게 종속되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니체가 말한 노예 상태와 같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과거가 만든 틀 안에 갇혀 살아가잖아요. 철학적 글쓰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해요. 과거의 특정 순간을 글 속으로 다시 불러와서,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나를 새롭게 창조하는 거예요. 이건 과거의 사실을 바꾸는 게 아니라, 과거에 대한 나의 해석과 관계를 바꿔서 현재의 나를 해방시키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글쓰기는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서, 삶의 주인이 되어 철학적 물음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념을 서사화하는 철학과 서사를 개념화하는 문학이 반드시 함께 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글쓰기는 문학적 방식으로 철학하는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Q 대표님이 좋아하시는 철학 구절 같은 게 있을까요. A 저는 칸트를 좋아하는데요, 아까 소개해드린 《칸트의 계몽이란 무엇인가》의 시작 부분에 그런 얘기가 있습니다. ‘계몽은 미성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미성년 상태란 자기 자신의 나태함 또는 비겁함 때문에 타인의 지도와 권위 없이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과감히 생각할 용기를 가져라. 그게 칸트가 이야기하는 계몽이거든요. 본의 아니게 우리 사회가 너무 계몽이라는 단어를 오염시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단어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대표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요? A 한 문장으로 대답되지 않는 게 철학인 것 같습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물었잖아요. 어쨌든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철학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저의 질문이 필요하죠. 남들이 다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제가 던질 수 있는 질문, 그리고 그 질문으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질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기꺼이 자기 질문을 던졌을 때 그 질문을 경청하고 같이 답하기 위해서 고민하려고 하는 것. 근데 질문에 인색하잖아요. 남의 질문을 듣지 않고 폄하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많으니까요. 용감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 내 질문이 하찮은 질문일지라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 칸트가 이야기하는, 용기 있게 자기의 이성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그런 게 철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윤상원_소요서가 대표
을지로에서 서점 겸 출판사 소요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철학 강의와 독서모임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프랑스철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글쓰기와 달리기를 좋아한다.
다양한 재질과 색상을 가진 종이는 어떻게 꽃 모양의 책갈피가 될 수 있을까요?종이 뭉치들은 어떤 꽃봉오리 모양으로 변해갈까요.김은주 작가님을 따라서 만들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꽃갈피를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책을 덮고 열면서 꽃갈피는 책을 읽는 페이지 속에 조용히 피어나고 있을 거예요.
스토리 책갈피는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특별한 책갈피입니다. 꽃에 관한 책이라면 클립 윗부분에 꽃 모양을, 요리에 관한 책이라면 요리 사진을 붙여 책을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김은주 작가님은 영상에서 나무에 관한 스토리 책갈피를 만드는 방식을 알려줍니다.책에 뾰족뾰족 장신구를 달아두는 것 같기도 하죠.스토리 책갈피 함께 만들어 봐요.
독서 기록을 위한 미니 북노트 만들기 독서를 하다 보면, 저자의 생각에 더해 나의 생각을 기록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책 위에 적자니 소중한 책이 상하는 것 같고, 이미 글자들이 빼곡하여 문장을 적기 어렵기도 하다. 그런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북노트’이다.북노트는 독서 중 떠오르는 생각을 적기 위한 순백의 노트로, 책 맨 뒷장에 붙여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