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인사이트에서는 2023년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표방한 책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출간한 이소연 작가를 만나 기후위기 시대 소비하지 않는 일상에 대해 인터뷰 했다.
쇼핑을 중단하고 새롭게 만나게 된 세계와 변화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Q 7년 전,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장면이나 사건이 있었나요? 그때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요. 사고의 큰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사실 저는 옷을 정말 좋아하던 사람이었어요. 예쁜 옷, 액세서리를 사서 잘 꾸미는 게 즐거웠죠. 그러다 미국을 가면서 쇼핑의 신세계를 경험했어요. 천국이 따로 없더라구요. 우리나라보다도 옷이 훨씬 싸고 다양하고 예뻤어요. 매일 예쁜 옷을 사서 돌아오는 게 삶의 낙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싸도 너무 싼 패딩을 발견했어요. 가격이 1.5달러,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2천 원도 안 하더라고요. 한 번만 입고 버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려고 했는데, 문득 어떻게 ‘겨울 패딩’ 새 제품이 이 가격일 수 있나 의아했어요. 그때를 계기로 패스트패션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와 배경을 좀 살펴보았는데, 충격적이었죠. 자연과 환경, 인간을 착취해야만 가능한 가격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옷이라면 그걸 입는 것이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멋에 대한 기준이 바뀐 거죠.
Q 옷을 사지 않기로 한 선택은 개인적인 차원의 선택인데 전 지구적인 문제, 즉 자본주의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A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큰 확장을 생각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단순하게 ‘옷 만드는 과정에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었네? 그럼 안 사야겠다, 안 사고 싶다’는 쪽이었어요. 그런데 나름대로 공부를 하다 보니, 지극히 작고 소중한 개인적 취미라고 여겼던 ‘쇼핑’ 뒤에 거대한 자본주의와 산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 문제를 지적하는 책까지 쓰게 되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옷을 안 사는 게 단순히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바꾸는 일이란 걸 점점 체감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원래 제 쇼핑 습관은 구두가 조금 낡거나 찢어지면 버리고 바로 새로 사는 거였거든요. 그게 싸기도 싸고, 예쁜 새 제품을 이때다 싶어서 새로 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수리해서 다시 써요. 그런데 바느질도 쉽지 않고, 수선 비용도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 비싸죠. 합리성과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쩌면 어리석은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의 기준대로 나의 선택을 한다는 의미에서 수선 같은 작은 것에도 의미가 생기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옷을 사고 안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껴요.
Q 처음에는 옷을 사지 않겠다는 욕망이 정신적 압박이나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을 텐데요. ‘자유’로 느껴지기까지 심리적 고통은 없으셨는지요?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자유로운지 궁금합니다.
A 지금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싸고 예쁜 옷은 지금도 많거든요. 옷이 점점 더 저렴해지고 있으니까 유혹도 더 크게 느껴지죠. 하지만 지금은 옛날보단 나아요. 그때는 안 사고 싶은 게 아니라, 사고 싶은 걸 꾹 참는 것에 가까웠거든요. 처음 1~3년 정도까지는 정말 힘들었어요. 저는 나름대로 이 악물고 쇼핑을 참고 있는데,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날에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쇼핑을 할 때는 특히 허무하고 화도 나고 그랬어요. 하지만 책을 쓰고 산업에 대해 더 공부하면서 정말 안 사고 싶어지는 단계로 접어들더라고요. 화려하고 예쁜 패션 산업의 이면을 알게 되니 그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거죠. 하지만 이런 사실들은 주로 뒤에 감추어져 있고, 소비자들은 화려한 카탈로그와 할인 쿠폰을 먼저 보니 쇼핑 중단이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죠. 저도 예쁜 옷, 싼 옷을 보면 여전히 고개가 돌아가요. 그만큼 쇼핑에 대한 유혹이 정말 큰 사회인 것 같아요.
Q 쇼핑을 끊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A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이 많이 생긴다는 거예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지만, 사실은 쇼핑을 하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쇼핑을 안 하면 주말에 백화점에 갈 것도 아니고, 출퇴근 길에 쇼핑 앱을 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 시간에 제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옛날에는 쇼핑하는 것이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됐어요. 쇼핑보다는 중독적인 습관에 가까웠던 거죠. 옷을 사지 않고 생긴 시간과 돈을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일에 쓸 수 있게 되어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느껴요. 예컨대 저는 다이빙이나 독서라는 취미를 발견하게 됐죠.
Q 가끔 사고 싶어 마음이 흔들리는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마음을 통제하셨는지, 개인의 솔직한 욕망을 통제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었는지요.
A 가치관을 토대로 자신의 생활 양식을 바꾸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가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를 알면서도 육식을 끊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강력한 의지를 갖는 것보다도 자신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게 마음을 컨트롤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것을 싫어하는구나, 이런 것에 약하구나, 나에 대해 이해하다 보면 소비 충동도 조금씩 더 자제할 수 있게 되죠.
사실 초반엔 통제를 못 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땐 지금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저의 도전을 알린 시기도 아니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즈음이니까 그냥 사버린 거죠. 근데 그때 포기하지 않은 것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아요. ‘하나 사버렸으니까 그냥 포기하고 계속 사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내가 그 옷을 왜 사게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안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정리했어요. 그러면서 익명의 다수에게라도 나의 실천을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생각해서 브런치 같은 곳에 저의 다짐을 공개했죠. 그때 충동적인 소비로 발견하게 된 사실이, 제가 싼 가격에 약하다는 거였어요. 그렇게 저의 취약점을 알고 난 후에는 소비에 대한 가짜 충동을 막을 수 있었어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소비사회이다 보니, 충동 소비를 한 번 했다고 해서 그대로 무너질 게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정비하고 나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엄마의 옷을 입는다든지 기존 옷을 재활용한다든지 교환, 수선하는 실천도 보여주셨는데요. 이 과정에서는 어떤 보람이 있었는지요.
A 돈을 주고 소비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도 옷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보통 돈을 주고 사는 것만이 유일한 쇼핑 방식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나누어 입고, 바꿔 입고, 물려 입는 것으로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고 더 재미있다 는 것을 경험하게 됐죠. 엄마 옷을 입는 것은 특히 더욱 의미가 있었고요. 그런 방식들을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Q 작가님의 그런 선택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다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너 하나 안 산다고 안 바뀐다’, 이런 게 가장 컸죠. 쇼핑을 좋아하던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으니까, 친구들이 제 눈치를 보거나 저에게 변명을 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때 아차 싶더라고요. 착취적인 산업 구조가 잘못된 것이지, 쇼핑을 많이 하는 개인이 나쁘거나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우리가 소비자나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하고 설득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엄마 옷 입기, 옷 교환 행사 같은 일들을 소개했죠. 이게 꼭 환경이나 사회를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돈도 아끼고 재미도 있는 그런 대안 쇼핑을 즐겨보자,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이런 고민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이 힌트가 된 것 같아요.
물론 응원을 해주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어요. 저의 고민에 공감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자기도 옷을 좋아하는데 옷장이 옷 무덤이 되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옷 사는 게 더 이상 즐겁지 않아졌다, 등등. 사람들이 소비를 개인의 영역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소비 권하는 사회’에서 더 이상 소비는 개인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죠. 그래서 옷을 사지 않겠다는 저의 다짐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쓰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인 실천의 차원에서든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추구하는 측면에서든 최근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A 두 번째 책을 집필 중인데요. 마찬가지로 소비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번 주제는 ‘웨딩’이에요. 정확히는 ‘K-웨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30 여성들이 대학교와 직장을 거치며 쇼핑을 한참 하다 결혼을 할 즈음에는 그 모든 관심사가 ‘웨딩 준비’로 넘어가요. 이 과정에서도 정말 많은 소비가 일어나죠. 이 과정에서 어떤 사회적·환경적 문제가 있는지 짚고, 우리가 ‘완벽한 결혼식’을 하려는 욕망이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는 책을 쓰고 있어요.
Q 작가님이 보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가장 큰 문제는 불안을 부추기는 산업과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권해지는 불필요한 소비, 꼭 필요한 가치는 내면에 집중하는 것.
Q 소비, 옷과 패션, 지속 가능성, 미니멀리즘 등의 측면에서 MZ가 읽을 만한 책 세 권 추천 부탁합니다.
A 먼저 이송희일 감독의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이 책은 환경을 위해 개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왜 환경에 대한 책임이 반복해서 개인에게 돌아오는지를 집요하게 묻고 있어요. 옷을 덜 사려는 개인의 실천은 분명 중요해요. 그러나 그보다 먼저, 환경 회복의 의무가 어떻게 정부와 기업에서 개인에게 전가되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죠. 저자는 ‘개인의 실천’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기후위기를 개인의 도덕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권력, 자본의 문제로 다시 위치시킵니다.
다음은 J. B. 매키넌의 《디컨슈머》. 이 책은 ‘만약 우리가 소비를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사고 실험에서 출발해요. 저자의 질문은 소비와 성장을 당연한 전제로 삼아온 사회의 질서에 균열을 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규정된 삶은 과연 행복한가. 소비가 멈추면 경제가 붕괴된다는 불안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디컨슈머》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우리가 ‘정상’이라 불러온 삶의 기준을 근본부터 다시 묻게 합니다.
세 번째로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입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자유 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어요. 대용량 상품을 고를 자유, 수십 가지 색의 립스틱 중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일상에 넘치죠. 그러나 이러한 선택의 풍요 속에서 우리는 과연 자기다운 삶을 살고 있는가. 프롬은 산업화 이후 인간이 개인으로 분리되자마자 그 자유가 낳은 고립과 불안을 견디지 못한 개인이 다시금 사회의 기준과 권위에 자신을 맡기게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자유를 얻었음에도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인간의 역설을 통해, 이 책은 넘쳐나는 선택지 속에서 ‘가짜 자유’와 ‘진짜 자유’를 구분하는 감각을 되묻습니다.
이렇게 세 권 추천드립니다.
이소연_작가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했다. 싼 가격에 ‘득템’하는 재미에 푹 빠져 기쁘나 슬프나 옷을 사다, 2019년부터 새 옷을 사지 않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에서 3년간 에디터로 일하며 기후위기, 환경, 포스트 팬데믹, 뉴노멀에 대한 글을 썼다. 바닷속과 바닷가의 쓰레기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가 됐고,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바다 깊은 곳에 버려진 폐어구를 수거하는 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생태전환 매거진 《바람과물》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릿터》 《코스모폴리탄》 《1.5도씨매거진》 등 다수의 매체에 기후위기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2019년 아산정책연구원 영펠로로 선발돼 워싱턴에서 미국의 분리배출 및 폐기물 정책 디자인을 연구했고, 2020년 제2회 아야프(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십)에서 국내 재활용 정책 및 현황을 연구했다. 그 밖에 스브스뉴스 〈뉴띵〉, 모비딕 〈밀레니얼 연구소〉, EBS FM 〈전효성의 공존일기〉, KBS 라디오 환경의 날 특집 같은 예능·교양 콘텐츠에 출연하거나 환경 교육 및 특강을 진행하는 등 일상적인 방식으로 기후위기, 그린워싱, 패스트패션의 허와 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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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석학 인터뷰의 주인공은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이자 유튜브 ‘김영익의 경제스쿨’ 운영자인 김영익 교수다. 가장 어렵고 복잡한 경제학의 기본은 문학 독서라고 말하는 애널리스트 김영익 교수를 모시고, 금융 교육의 중요성, 경제학의 중요성, 향후 대한민국 경제의 흐름에 대해 들어보았다. 온 국민의 금융 멘토 김영익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 그리고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