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의 수석 전문위원이자 유튜브 채널 ‘지구본 연구소’를 운영하는 최준영 박사를 만났다.
전쟁과 평화, 세계화 이후의 질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책의 힘에 관한 최준영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영상 차례*
[1. 세계는 왜 이토록 싸우는가]
01:34 세계는 왜 이토록 싸우는가
03:09 고통을 부추기는 대리전 양상
05:29 사업이 되어버린 전쟁, 국제규범과 평화는?
08:35 그린란드를 넘보는 미국과 나토(NATO) 정신
13:13 분쟁 속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2. 책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관점과 지혜]
17:08 인생을 함께해온 '책'
18:50 '지구본 도서관'의 도서 선정 기준은?
21:46 100년 후를 한 장의 지도로 그려본다면
24:14 번역서를 고르는 기준과 작업 과정
26:35 AI의 시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의미에 대하여
28:46 방대한 양의 콘텐츠 제작을 돕는 나만의 지식 창고는?
30:31 지금 우리 사회,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는
전쟁의 위협 앞에서
Q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쟁이 다시 일상이 되는 시대에 들어선 듯합니다. 현재 국제질서는 전쟁을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분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쟁의 위협이 몸소 느껴지는 요즘인데요, 세계는 왜 이토록 싸우는 걸까요?
A 많은 분들께서 2026년이 시작되자마자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시면서 많이들 불안해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뭐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지금 무너지고 있는 거죠. 항상 같은 편이었을 것 같은 미국하고 유럽하고 뭔가 투닥거리는 모습도 그렇고, 그다음에 러시아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고, 중동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고. 이러다가 정말 큰일 벌어지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근데 어떻든 지난 80년 정도의 세월을 잘 생각해보면 전쟁이라는 것이 완전히 없던 시절이 별로 없었어요. 1990년대엔 전쟁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했던 거죠.
어떻게 보면 그때는 잘 모르다가 지금은 많이 불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30년 정도 세계화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무슨 문제가 생기면 잘 해결해줄 거야, 라는 강력한 믿음을 갖게 된 거죠. 그 와중에 우리는 전쟁이라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됐고 모두가 한 울타리 안에서 같이 아웅다웅하지만 그래도 잘 살아가는 그러한 세상을 너무나 당연하게 본 겁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인류 역사를 통해서 보면 지난 30년 강대국들끼리 서로 전쟁을 치르지 않고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던 그런 시절은 인류 역사상 매우 드문 시기였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매우 드문 시기를 살다가 이제 평균적으로 다시 회귀하는 그러한 시점에 와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내년서부터, 어느 순간부터 큰일이 벌어지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죠. 역사라는 것은 정해진 순리대로 가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저와 이 방송을 보시는 여러분들 그리고 이 지구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더 원하게 되면 평화로 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상황들이 올 텐데, 어쨌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인류는 항상 더 좋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최근 전쟁을 보면 대리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대국들이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고통을 부추기는 형태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데요. 왜 이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A 우리가 알고 있는 강대국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강대국들은 사실 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해서 4년째 끌고 있습니다만, 직접 자기들이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꺼리는 상황이 됐죠. 당장 러시아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많은 병력들이 대부분은 대도시,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스크바라든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우리도 알지 못하는 시베리아 아니면 중앙아시아 어디 깡촌에서 돈으로 다 불러와서 사람들을 투입하고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이제 모든 사람들, 모든 나라들이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뭔가 전쟁을 해서 나의 영향력을 더 확대하고 나한테 제기되는 위협을 제거하고 싶어. 그것을 위해서는 힘을 필요로 해.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자국 국민들이 희생됐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반대 여론 그리고 정권에 대한 불만 이런 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은 거죠. 뭐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도 마찬가지고요.
더더군다나 우리가 권위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러시아나 중국조차도 이러한 불만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리전 또는 민간 군사 기업들, 뭐 이런 것들이 등장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거죠.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라마다, 국적에 따라서 사람의 목숨값이 다른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인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에서 돈 몇 푼에 속아서, 또는 자원해서 오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의 경우를 보면 많은 국가들이 스스로 전쟁으로 자기 국민들을 희생시켜서 무엇인가를 얻어내려고 했던 제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아프간 전쟁은 뒤끝이 다 좋지 않았다고 생각들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러한 것들은 피하고 자기의 희생은 최소화하되, 돈은 쓸 수 있으니까 그것을 대리하는 누군가를 이용해 전쟁을 벌이는 거죠. 그 누군가는 어떤 개인일 수도 있고 기업일 수도 있고 국가일 수도 있겠죠. 그러다 보니까 우리에겐 뭔가 강대국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휘둘리는 약한 국가들, 아니면 제3세계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이는데, 어떻게 보면 이런 것들은 그나마 강대국들이 직접 충돌을 해서 더 큰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너무 잔인할까요? 하지만 어떻든 이러한 양상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Q 요즘 전쟁의 흐름을 보면 전쟁이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현실과 이익을 따지는 일종의 사업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국제규범이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평화가 가능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규범, 국제법 그리고 국제기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질서들은 1945년 이후에 등장을 한 거예요. 그러니까 2차 세계대전이라는 너무나 끔찍한 전쟁을 겪고 난 다음에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그 전쟁에서 승리했던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들이 그러한 노력들을 해오면서 지난 80년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국제규범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따라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죠. 하지만 평화는 완벽하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냉전이라는, 전쟁인 것 같기도 하고 전쟁이 아닌 것 같기도 한 시절이 한 44년 정도 이어지다가 1991년 구 소련 붕괴 이후에 평화가 찾아온 것이죠. 그런데 사실 군대라는 것은 만약을 위해 대비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적절한 수준의 무력을 확보하고 그것을 위해서 나름대로 한 사회가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에요.
그런데 지난 한 30년 동안을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계속 냉전 속에 있었기 때문에 국제 표준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고, 반대로 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 드디어 핵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송두리째 내던져버리는 과격한 전환을 했던 거죠. 단적인 예로 네덜란드는 냉전 시절에는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4천 대가 넘는 전차를 운영하던 나라였어요. 그런데 지금 네덜란드에는 전차가 몇 대 있을까요? 한 대도 없습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의 강대국이 가진 전차 전체를 다 모아도 대한민국의 4분의 1도 안 됩니다.
어떻게 보면 그 나라들이 너무 평화에 강한 확신이 있었고 이것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 또 다른 불안을 가져온 요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지난 80년 동안 자기들과 함께 있던 미국이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 거야, 라는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된 겁니다. 다급해진 유럽 국가들은 자기들이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방위산업을 키운다든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무기를 사 오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죠. 그 와중에 우리나라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추가적으로 비용을 들였던 것을 회수하는 단계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즐겁고 좋은 일이기는 합니다만, 과연 그 끝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두렵고 무섭기도 합니다.
어떻든 간에 인류 역사를 통해서 보면 전쟁을 항상 준비하는 자에게 상대적으로 평화가 있다는 점은 또 모순된 사실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할수록 다음 전쟁을 더 준비하고 냉정하게 그것을 바라봤어야 했는데, 지난 30년 동안 인류 역사에서 되게 특이한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고 봤던 많은 국가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황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평화라는 것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1960년대, 70년대 냉전 시절에도 사실은 개개인들은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1980년대도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평화의 여러 가지 단계들이 있는데요, 지금 같은 경우 1990년대 옛 평화스러운 시기에서 좀 불안한 시기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바로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해요. 왜? 너무나 많은 나라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거기에서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송두리째 부서뜨리는 일을 할까, 그러한 판단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서 보면 제1차 세계대전, 그러니까 1914년도 유럽을 중심으로 했던 세계는 지금과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왕들이 서로 친척이고 서로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고 대서양을 건너서 많은 물자들이 오가고 있었고요. 누구도 전쟁을 해서 이득을 볼 수가 없는 상황인데 전쟁이 발생했단 말이죠. 역사적 교훈을 누군가 되살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전쟁이 나지 않을 것 같고, 만약에 그것을 잊어버리고 또 본성대로 움직인다고 하면 전 세계는 더욱더 위험한 곳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Q 그린란드의 경우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로 미국이 넘보고 있는데요, 나토(NATO)를 설립한 미국에서 이런 욕심을 보이는 것이 나토 정신에 위배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그린란드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남의 나라 땅을 자기가 갖겠다, 내놔라, 팔라, 아니면 뭐 돈으로 사겠다, 기타 등등 이야기 나오는 걸 보고 상당히 당혹스럽고 어떻게 이게 가능하느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린란드와 미국의 관계를 나름대로 한번 이해해볼 필요도 있어요. 원래 그린란드 그리고 북극하고 미국은 관련이 없다, 우리는 보통 그렇게 쉽게 생각을 합니다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지도를 펼쳐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만약에 핵전쟁을 벌인다고 생각하면 미사일이 어느 쪽으로 갈 것 같으세요? 우리 지도를 보면 대한민국이 가운데 있죠. 그리고 오른쪽에 미국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위쪽에 있는 러시아가 동쪽으로 미사일을 쏘고 미국은 서쪽으로 미사일을 쏘는 그러한 방향을 생각하게 돼요. 그렇게 되면 그린란드는 저 북쪽에 있으니까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구를 북극에서 내려다본다고 생각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집니다. 러시아가 동쪽에 있고요, 그다음에 북극점을 사이에 두고 서쪽에는 캐나다 그리고 알래스카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을 벌인다면 대다수의 핵미사일은 북극을 넘어서, 그리고 그린란드와 캐나다를 지나서 미국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자기들을 지키는 하나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 그린란드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사실 미국과 그린란드의 인연은 꽤 깊습니다. 한 19세기 때부터 미국 사람들이 그린란드 북부를 자기들의 어떤 포경기지처럼 생각하면서 많이 정착을 하기도 했었고요.
결정적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은 그린란드를 자기들의 군사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조약을 멋대로 체결합니다. 그러니까 덴마크가 점령된 상태였는데 워싱턴에 있던 덴마크 대사가 본국의 명령이나 지시 없이 단독으로 미국과 조약을 체결하죠. 그래서 미국은 열네 곳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유럽에 비행기를 보내는 루트 중의 하나로 그린란드를 활용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그린란드의 가치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거죠.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다음 1945년에 전쟁을 정리하는 와중에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덴마크한테 1억 달러에 상당하는 금을 줄 테니까 그린란드를 달라고 이야기를 했었죠. 그 정도로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린란드가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덴마크가 거부하면서 여기에 대해서 일단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다음에 같은 나토로 묶이게 되니까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냥 이 정도 상황이면 괜찮겠다고 생각을 했던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더 이상 전 세계를 지킬 수도 없고 지켜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나는 내가 지킬 테니까 너희들은 너희들이 지켜’라고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러면 미국은 ‘내가 나를 지킨다’라고 생각했을 때 취약점이 어딘가를 살펴보게 됩니다. 미국이 봤을 때 취약한 지점 몇 군데가 보여요. 이를테면 북극해. 북극은 사실 바다죠. 그러니까 누구든지 다닐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얼어붙어서 잘 못 다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배들이 다닐 수가 있겠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미국이 아무런 영향권이 없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두려운 이야기고요.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러시아와의 핵전쟁은 미국의 안보 시나리오에 항상 단골로 꼽히는 주제입니다. 그럴 때 먼저 앞쪽에서 경보를 울려주고 그다음에 미리 요격을 해줄 수 있으면 훨씬 좋은 거죠. 그러니까 나의 대문을 그동안 다른 나라한테 맡겨왔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하겠어, 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게 어떻게 보면 가능해? 라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이라는 슈퍼 파워는 그동안 사실 하고 싶은 대로 많이 해왔습니다. 그런 것들이 노골적으로 좀 더 드러났다고 보시면 되겠죠.
특히 지난 1월 3일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경악을 하셨을 텐데, 어떻게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전통적인 서방국, 즉 아메리카 대륙 전체, 북극 그리고 그린란드 이런 곳들을 자기들의 영향권으로 생각하고 여기에서 경쟁자들을 다 밀어내고 미국의 안정적인 세력권으로 만들겠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눈엣가시 같았던 베네수엘라, 쿠바를 무너뜨리고 그다음에 안전판으로서 그린란드를 확보하면 미국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과연 그렇게 하면 진짜 미국이 안전해질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죠. 어떻게 보면 미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나라가 그렇게 생각을 하면 또 세상은 그렇게 움직이고 대응을 하게 되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놀랍고 좀 충격을 받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Q 분쟁이 점점 더 많이 생기는 가운데 앞으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며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요? A 대한민국은 지난 30년 동안 엄청나게 성장을 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잘 몰라요. 우리가 얼마나 성장을 했고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잘 모르십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됐고요, 그중에서도 돈 많은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끝마다 “대한민국은 돈 많은 나라”라고 이야기할 정도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엄청난 수의 벤츠 S-Class를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벤츠 S-Class가 중국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나라예요. 포르쉐가 네 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돈이 정말 많은 나라예요. 그러니까 그런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은 급속하게 성장을 해왔죠.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를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 시대에 가장 잘 적응한 나라였어요. 모든 국경이 무너지고 모든 상품들이 관세 없이 전 세계에 퍼져나갈 수 있고 어느 나라든 싼 인건비와 싼 생산 비용을 찾는 나라를 먼저 가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에 물건을 팔면 얼마든지 팔려나가는 그러한 시장을 우리는 잘 공략을 해왔던 것이죠. 그러니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세계화 시대에 가장 모범생, 1등이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근데 문제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경쟁자로 부상을 한 것과 동시에 이제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죠.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것은 더 이상 메이드 인 코리아, 메이드 인 차이나, 메이드 인 베트남이라고 적혀 있는 물건들이 마음대로 국경을 넘어서 유럽이라든지 미국 시장에 팔릴 수가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물건 만들고, 유럽에서 물건 팔고 싶으면 유럽에서 만들라는 것이 새로운 룰이 되고 있는 거죠. 그럼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있는 공장 뜯어서 미국으로 가고 유럽으로 가고 해야 할 상황을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두려운 시대가 점점 찾아오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거를 막연하게 두렵다, 라고 생각할 필요는 또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왔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러한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게 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한반도 조상들의 역사를 쭉 돌이켜보면 고려 같은 나라는 그걸 참 잘 했어요. 그러니까 중국에서 갑자기 무슨 일이 있고 우리나라를 쳐들어온다든지 우리한테 압박을 하면 ‘얘네들이 도대체 왜 이러지?’ ‘이렇게 해서 얻는 이득이 뭘까?’라고 스케일 크게 중국 전체를 놓고 보면서 우리가 어떠한 움직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판단하면서 잘 대응을 했죠. 그래서 500년 동안 나름대로 생존을 하고 번영을 누려왔는데, 어느 순간 대한민국을 보고 있으면 이 한반도라는 지역에 대해서 과도할 정도로 집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과도할 정도로 높이 평가해요. 대한민국이 위치하고 있는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세계 4대 강국이 모두 여기에 대해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 중립을 잘 지키면서 있으면 돼, 라고 쉽게들 생각을 하십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한반도보다 훨씬 중요한 지역들이 많아요. 그러한 지역들의 중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 어찌 보면 한반도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좀 떨어져요.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 이 한반도에서 평화를 지키고 우리가 지금처럼이라도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우리의 눈을 더 넓게 키워야 합니다. 최소한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전체 지역으로까지 우리의 관심을 넓히고 그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고민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지나치게 그런 데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점이 저는 제일 불안한 요소다, 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 태국에서 총선을 치렀다 그러면 그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총선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그 지역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던 특파원들이 기사를 쓰고 그 기사가 1면에 실립니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가서 연설을 하고 나면 신문 1면에 전문으로 번역이 돼 가지고 올라와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 훨씬 넓은 세상을 보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잘 알고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해외 투자를 많이 하면서 외국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좋은데, 대한민국이 위기라면서 과거의 방식으로 계속 더 잘 해보자 그러면 해결이 안 됩니다. 지난 30년 동안 잘 해왔던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이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넓은 시야 그리고 세상의 일에 대한 호기심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관점과 지혜
Q 지구본 연구소에는 ‘지구본 도서관’이라는 코너가 있는데요, 박사님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셨나요? 책과 본인 인생의 친밀감을 표현해주신다면요.
A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활자 중독까지였을까요? 저는 72년생인데, 뭐 사실 70년대 제가 어릴 때는 재미없던 시절이었죠. 친구들하고 노는 것이 좋기도 했지만 또 갈등도 많았고, 텔레비전은 저녁 6시가 돼서야 켜지는 그러한 세상을 살다 보니까 어떤 글자를 알았을 때 새로운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이 되게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어린이 잡지들 뭐 이런 것들을 여섯 살 일곱 살 때부터 봤던 기억도 나고요. 옛날 기억을 더듬다 보면 여러분이 많이들 기억하실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이원복 교수님께서 당시에 유학 생활을 하시면서 어린이 잡지의 만화를 그려서 우편으로 보내주시던 게 생각이 나요.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고 세상의 많은 지식을 얻게 된 거죠.
힘이 들 때나 어려울 때나 책을 한 권 붙잡고 있으면 최소한 두 시간이나 세 시간 동안에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그러니까 책을 단순히 무슨 도구로 생각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책이라는 것이 그냥 좋았고, 책에 있는 무엇인가를 새로 아는 게 좋았고, 그것을 통해서 시간이 지나면 ‘좀 커졌네?’ ‘나 좀 많이 알게 됐네?’ 하는 것들이 스스로 뿌듯했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까지도 책을 좋아하고 많은 분들이 책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지구본 연구소라는 채널 한켠에서 ‘지구본 도서관’도 운영하게 된 거죠. 안타까운 점은 제가 나이를 먹다 보니 점점 노안이 심해져요. 그러다 보니까 예전처럼 편하게 책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서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구본 도서관’에서 다룬 책들을 보면 이념 지향적인 책들보다는 세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와 경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책이 많아요. 예를 들면 지정학과 에너지, 세계 경제와 공급망, 패권 경쟁과 국제질서를 수치, 지도,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는 하드보일드한 스타일의 책들이 많습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여러 가지 사항들이 있죠. 사실은 제 사심이 좀 들어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책들 좀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다른 한편으로 보면 여러분이 봐주셔야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 많이 나온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약간 의무감을 가지고 지도가 많이 들어간 책들을 많이 추천해드렸어요. 사실 지도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놀라운 정도의 인포그래픽입니다. 한 장의 지도에 많은 정보를 욱여넣고 그것을 통해서 쉽게 한눈에 세상을 볼 수가 있는 거죠. 그래서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강대국이라고 했던 나라, 제국을 운영했던 나라들은 지도 만드는 기술이 탁월합니다. 그러니까 먼 곳에서 구구절절하게 수백 장의 리포트를 쓸 필요가 없어요. 한 장의 지도에 그리고 숫자를 집어넣고 색깔로 칠하고 하면 본국에 있는 사람들한테 아주 간단명료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주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는데,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사회과부도 열심히 보셨나요? 안 보신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러다 보니까 좀 의도적으로 이러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초창기에는 지도가 있는 책들을 많이 소개해드렸습니다. 사실 지도가 들어가는 책들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요. 제작비도 많이 들고, 또 해외 서적을 번역했을 경우 지명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번역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쨌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재미를 느끼시고 다양한 책들이 나오게 됐던 것 같고요.
그다음으로 저는 에너지라든가 자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우리는 사실 땅 파면 아무것도 안 나오는 나라예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는 땅 파면 뭐든지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나오지가 않죠. 거의 모든 것을 수입하는 나라인데, 그러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을 해야 되는데 신기할 정도로 대한민국 사람들은 에너지와 자원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모든 것을 해외에 의존하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저는 여기에 대해서 위기감도 좀 있고 그래서 이러한 자원이나 에너지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고 바꿔왔는지,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갈 것인지 등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해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쪽의 책들이 좀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여러 권의 책들을 소개해드렸고요.
그 와중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첫 번째 든 생각은 아무리 영국, 미국, 영미권이 쇠퇴하고 있다고 해도 영어로 책을 쓰는 사람들, 영국이나 미국 사람들의 넓은 시야들, 그리고 저널리스트 출신들의 어떤 묘사력 이런 게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글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도 참 좋구나, 물론 그러니까 번역을 했겠죠. 다른 한편으로 우리 옆 나라인 중국을 우리가 절대 무시하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소개해드린 책 중의 한 권이 중국 저자가 쓴 책인데, 사실은 소개하면서 되게 조심스러웠어요. 중국이라는 단어를 한마디도 쓰지 않고 소개하느라 많이 고생을 했습니다. 왜? 대한민국 사람들은 중국을 여전히 낮춰봅니다. 어떨 때는 과도할 정도로 두렵게 생각하고, 어떨 때 보면 과도할 정도로 무시하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 광물 자원을 가지고 중국 저자가 쓴 책을 보면서 정말 놀랐어요. 역사를 넘나들고 현대 과학을 넘나들고 하면서 너무나 잘 썼고, 어떻게 보면 영미권 사람들이 아닌 동양 사람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 느껴지는 그 책을 보면서 ‘아, 중국이란 나라 절대 무시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전 세계를 좀 넓은 주제로 바라보고 어떨 때는 역사도 좀 관련이 있고 그다음에 에너지 자원이나 특정한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문학이라든지 외교, 지리 이런 쪽과는 좀 거리가 있는 다양한 분야들이 녹아 있는 책들을 그동안 많이 소개를 해드렸던 것 같아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과학도 되게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에는 많이 읽지 못하다 보니까 제가 소개를 좀 못 해드리는 게 아쉽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Q ‘지구본 도서관’에서 다룬 책 《앞으로 100년: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가 기억납니다. 박사님께서 예측하시는 100년 후를 지도 한 장으로 그려보신다면 어떤 지도가 될까요?
A 《앞으로 100년: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라는 책을 제가 한번 소개를 해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그 지도라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분들께서 관심을 가지시면 참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특히나 프랑스 《르몽드》에서 나오는 지도를 통해서 만든 책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래도 주기적으로 번역돼 나오는데 꼭 한번 보관하시면서 봐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런 지도로 돼 있는 책들은 한글로 쓰인 책처럼 쭉쭉 읽어 내려가는 책들이 아닙니다. 지도 한 장을 그냥 펴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러한 책들인 거죠. 그걸 보다 보면 세상의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100년 후를 지도로 표현해본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서 사실은 정말 모르겠다는 답변밖에 드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지난 30년 사이에, 아니 지난 10년 사이에 생긴 변화만 해도 엄청납니다. 한번 생각을 해볼까요? 제가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처음 쓰게 된 것은 2009년부터입니다.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거는 2010년 2011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 한 15년 정도 된 상황인데 그 사이에 어마어마한 변화들이 많이 발생을 했죠.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15년 전에는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 곁에는 AI가 놀라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죠. 저도 사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AI를 쓰면서 여러 가지 도움들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친구들이 앞으로 세상을 또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예상도 할 수 없는 거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는 1972년생인데 제가 어릴 때는 국제전화도 아니고 시외전화를 걸려고 그러면 전화국에 교환원분들을 불러서 요청을 드리면 몇 분 후에 연결이 되곤 했어요. 국제전화를 하려고 그러면 “며칠 있다 오세요” 시간 정해주면 가서 통화를 하던, 그러한 시절을 겪었어요. 그리고 50년 동안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변화를 겪었단 말이죠. 아찔한 변화입니다. 그런데 그만큼의 시간보다 두 배라고 생각하면 글쎄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져 있을까요? 가끔은 생각하면 막 가슴이 뛸 정도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처럼 정말 우리는 화성에 가서 살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다음에 평균 수명 120세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더 이상 질병의 공포가 없는 세상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말 100년쯤 후에 지구상에 사람이 살고 있을까, 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됩니다. 기후변화라든지 전쟁이라든지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는 거죠. 어쨌든 100년 후라는 생각을 해보면 아찔합니다만, 그래도 제가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많은 분들께서 그렇게 먼 이야기는 나랑 관련이 없어, 라고 생각하고 그냥 던져버리기 쉽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분들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죠. 그래서 가끔은 100년 후 같은 먼 미래를 다루는 책들도 한 번쯤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서 나온 조지 프리드먼의 《100년 후》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 보면 돌고 돌아서 여러 나라들이 강대국으로 부상을 하고 사그라들고 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데, SF소설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냉정한 국제 질서를 또 저렇게 책 한 권에 집어넣을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까 100년 후를 지도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잘 감이 안 오고요. 어떻든 간에 100년 정도 후 지금 인터뷰 화면에서 저를 보시는 분들의 자녀분들도 아니고 손주들 정도 되면 아마 그때쯤 세상을 열심히 살고 계실 텐데, 그 손주들을 생각하면서 미래를 같이 한번 꿈꿔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지구본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소개해주고 계신데요,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선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중 어떤 쪽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A 사실 저는 긍정적인 책, 그러니까 ‘우리 잘 살고 있어, 별 문제 없어, 세상 안 망해, 걱정하지 마’ 이런 책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참 많아요. 그런데 그런 게 참 드뭅니다. 왜냐하면 그런 책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죠. 뭔가 걱정스럽고 어떻게 될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책을 선택하고 보기 때문에 그러한 책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고요. 저는 그러한 책들을 통해서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점들이 무엇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대안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그렇다고 과도할 정도로 비관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어요. 사실 저는 원래 환경을 전공했던 사람인데 30년 전에 환경단체와 같이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30년 후에는 도대체 어떻게 돼 있을까’라고 생각을 많이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30년 지나서 지금 2026년 대한민국을 바라보면 그 당시에 걱정했던 많은 문제들 중 한 95퍼센트는 해결을 했어요. 물론 해결하지 못한 5퍼센트가 있고요. 그 30년 사이에 새로 등장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또 있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놓고 보면 1995년보다는 지금이 훨씬 좋은 세상으로 바뀐 거예요. 여러 가지 안 좋은 점을 보면 안 좋지만 좋은 점을 보면 좋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 서점에서 책을 고르실 때를 위해 저는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자극적인 제목도 많고 세상이 망할 것 같은 비관주의도 점점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책에 있는 내용이고 콘텐츠일 뿐이에요. 우리는 그것을 통해서 더 큰 위험을 피해나가고 조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힘을 합치면 되는 거지, 책에 써 있는 대로 아주 급격한 변화라든지 위기가 찾아온다,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책이 넘쳐날수록 우리는 더욱더 중심을 잡고 평안을 유지하면서 가야 할 것 같은데, 이 기회를 빌려서 도서관에도 좀 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책이 독자들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있으면 좋겠고 출판사 관계자분들도 좀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책들을 내는 노력을 해주시면 어떨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박사님께서는 번역도 많이 하시는데요, 번역을 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나 번역할 책을 고르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작업을 하시나요?
A 번역은 제가 번역서를 목표로 하는 게 있습니다. ‘1년에 한 권 정도는 꼭 내보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왜 그런 목표를 가졌는지 생각해보면 사실 저는 지구본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가 어떻게 이걸 하지? 어떻게 이걸 하고 있지? 제 전공 분야도 아니고 제가 이걸 하겠다고 작심하고 달려든 적도 별로 없어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해외에서 나온 여러 책들을 어떻게든 번역을 해서 소개해주신 많은 분들 덕택에 그래도 지식을 넣고 여기까지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받은 만큼 제가 돌려드려야겠죠. 그러다 보니까 저의 한정된 역량으로 어떻게든 좋은 책을 골라 번역해서 여러분들 앞에 내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고요. 번역서의 경우 대한민국에서 번역되는 책들은 매우 좋은 책들입니다. 매우 좋은 A급의 책들만 번역이 돼요. 우리나라에 많은 저자분들이 계시지만 책이라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면 A부터 F까지 여러 등급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번역되는 책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상위의 책들이 번역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훌륭한 책들이 많고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어떻든 우리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영어를 쓰지 않는 다른 나라의 책들은 찾아보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근데 뒤집어 보면 전 세계에서 경쟁력 있고 좋은 내용들은 다 영어로 돼 있는 게 또 현실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영어권 책들 중에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책들을 소개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요.
저는 참 인연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난번에 번역했던 《두 개의 인도》도 그렇고 최근에 번역했던 《21세기 지정학》도 그렇고 저자가 다 인도계예요. 영어로 쓰긴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사람이 아니고 인도 사람이 쓴 책을 번역했는데 여러 가지로 참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도 지식인 특유의 아주 어려운 영어, 시니컬하고 자기 지식을 과시하는 듯한 것들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그런 번역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책을 한 절반쯤 번역을 하면서 좀 어려워지기도 하고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하는 거예요. 근데 꾸역꾸역 하다 보니 어느 시점인가 저자하고의 싱크로가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 페이지 넘기면 이런 이야기 나올 것 같아. 그 이야기가 나오면 저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이 페이지, 이 장을 썼을 때는 저자가 진짜 신나게 썼겠구나, 하는 생각. 이런 몇 번의 경험을 하게 되면서 저 뒤까지 꾸역꾸역 넘어가게 되는 거죠.
어쨌든 저는 번역서는 좋은 세상을 보는 창구다, 싶어서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 있어요. 해외에서 유명한 책들은 저 말고도 많은 훌륭한 번역가들이 번역을 해주시니까 그건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저는 저의 관점에서 좀 독특하지만 여러분이 아시면 좋을 것 같은 책들을 번역해서 소개시켜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항상 강조드리지만 우리는 영국 사람도 미국 사람도 아닙니다. 우리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좀 더 다양한 관점을 소개해드릴 수 있는 책들을 골라서 번역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책 많이 좀 소개해주세요.
Q AI에 의존적인 경향을 보이는 지금 시대에 글을 쓰고 책을 소개하는 것이 회의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
A AI를 쓰다 보면 정말 놀라운 기술 진보를 느껴요. 2021년인가요? 22년인가요? 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는 재밌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됐어요. 그러다가 2024년쯤 되니까 이 친구가 괜찮은 대학교 한 2~3학년 정도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이 되니까 이제는 박사학위를 받은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AI가 넘나드는 세상이 됐어요. 더 이상 동네 피트니스 클럽에서 디자이너한테 부탁해서 전단을 찍지 않습니다. 다 관장님들이 AI로 뚝딱 만들어내는 세상이 됐습니다. 신문 칼럼들이라든지 여러 가지 기사들을 읽다 보면 ‘어 이거 AI다’ 싶은 느낌이 드는 내용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본인들이 손을 대셨는지 안 대셨는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만, 제가 봤을 때는 AI가 점점 우리 옆에 찾아오고 있단 말이죠.
어려운 일이 있으면 AI한테 물어보면 다 설명해줍니다. 그림도 그려주고요. 설명도 해주고 찾아도 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힘겹게 두 시간 세 시간씩 앉아서 책을 보고 그것을 정리하고 머릿속에 집어넣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결국 중요한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에 판단마저 AI한테 넘기는 세상이 되면 우리의 존재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AI가 할 수 있는 일들은 AI한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람한테. 이런 식의 역할 구분이 점점 많이 되겠죠. 1980년대 제 아버님은 전화번호를 보통 200개 정도 외우고 다니셨어요. 주요 거래처부터 시작해서 주요 친인척들 전화번호까지. 저도 한 100개 정도는 외우고 다녔던 것 같아요. 여러분들 지금 몇 개 외우시죠? 정말 배우자 전화번호 하나 정도 외우시면 아마 잘 외우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사람들이 멍청해졌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스마트폰 전화기에 맡기고 우리는 다른 쪽에 또 머리를 썼던 거죠. 결국 사람들이 이 기술과 도구라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바뀌는 거죠. 중요한 점은 우리는 그동안에 AI가 할 수 없는 일을 찾고 이거는 AI가 못 할 거야, 싶은 일을 찾아서 그쪽으로 가려고 노력해왔어요. AI가 창조적인 일은 못 할 것 같다고 했는데 AI가 제일 잘하는 일이 창조적인 일입니다. AI가 손발을 움직여서 하는 일은 못 할 것 같다고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면 또 그것도 바뀌는 거죠. 결국 우리는 이 친구들과 멀어지는 게 아니고 더 가깝게 있으면서 이 친구들을 도구처럼 활용하는 것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도한 두려움도 과도한 기대도 이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이 등장했다고 전 세계가 평화로워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기존 세상에서 새로운 영역이 덧붙여지면서 긍정과 부정이 있던 것처럼 AI도 똑같다고 생각이 되는 거죠. 중요한 것은 AI가 우리한테 제시해주는 많은 내용들, 많은 길들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다, 그래서 책을 본다는 것과 내가 생각하고 내가 글을 쓰고 하는 것은 그러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좋은 도구다, 라는 점이라는 것에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Q 방대한 지식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계신데요. 그 엄청난 작업량을 감당하는 노하우와 콘텐츠의 깊이를 유지하기 위해 참고하시는 특별한 자료가 있나요?
A 사실 1년에 그렇게 많은 콘텐츠를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하나, 그러다가 일주일에 두 개씩 꽤 오래 했죠. 그러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까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됐어요. 1년이 52주입니다. 그러니까 네 개씩 하면 1년에 208개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거고, 중간중간에 더 하다 보면 한 220개쯤 하는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죠. 당연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들을 각 잡고 앉아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그냥 숨 쉬는 것처럼 하다 보면 또 자연스럽게 되는 거죠. 많은 분들이 어디서 자료를 가져오냐고 이야기를 하는데, 여러분도 다 보실 수 있는 자료입니다.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해외에서 유명하고 검증된 자료들을 많이 보죠. 대표적으로 《뉴욕타임스》부터 시작해서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 타임즈》 뭐 이런 것들. 《월스트리트 저널》 《블룸버그》도 있고요. 물론 유료 구독을 하면 꽤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파이낸셜 타임즈》 같은 경우 1년 구독하는 데 디지털로 봐도 한 50~60만 원 이상은 당연히 들어갑니다. 그런데 투자를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저는 어쨌든 지정학이라든지 국제관계를 다루다 보니까 이와 관련돼 있는 《포린 어페어스》라든지 《포린 팔러시》 같은 전문지들도 보고 있고요.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번역이 AI를 통해서 쉽게 되다 보니까 각 나라에서 유명한 일들을 찾아보는 것들은 당연하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이 그냥 매일매일 나오는 뉴스뿐만이 아니에요. 누군가는 연구를 하고 누군가는 잘 취합을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해외에 있는 여러 싱크탱크들이라든지 정부 기관에서 나오는 보고서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OECD 이런 곳에서도 거의 일주일에 한 서너 개씩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찾고 정리하고 읽어보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어떨 때 보면 ‘아, 예전에 뭔가 좋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왜 기억이 안 나지’ 하는 적도 되게 많아요. 그러다가 한두 달쯤 지난 다음에 ‘아이구야, 그때 이거 써먹을 걸’ 하는 일도 많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지식 콘텐츠라는 것은 내가 a라는 걸 만들어서 a를 100퍼센트 다 써먹겠다고 하면 오래 할 수도 없고 너무 지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 본인이 재미있어야 돼요. 일단 재미있고 알아가는 그런 것들이 흥미롭고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나오면 그렇게 해가는 거죠. 콩나물에 물 주면 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습니다만 콩나물은 큽니다. 그런 것처럼 내가 무슨 콘텐츠를 만들어서 남들한테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이런 것을 원하시면 자연스럽게 그것이 나올 만큼 흠뻑 젖으시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지금 우리 사회,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우리 사회의 가치, 글쎄요. 뭐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꼰대 같은 이야기지만 노력과 성실함의 가치를 최소한 비웃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열심히 노력을 해서 무엇인가를 얻겠다고 하면 “아유, 해봐라. 꼰대 같은 이야기”라고 쉽게 웃어넘길 때가 많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면서도 유명해지고 싶고 돈을 벌고 싶고 일확천금을 꿈꿉니다. 결국 그러한 것들을 이룬 많은 사람들을 보면 나름대로의 노력과 나름대로의 일관성, 성실함이 있었다는 거죠. 우리가 하루하루 1년에 365일을 살아가고 있고 벌써 2026년이 시작된 지도 오늘 녹화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45일이 지나가고 있는 상황이죠. 그 시간을 누구는 어떻게 보내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바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아, 이런 거 다 필요 없어. 이런 꾸준한 노력들은 다 필요 없어. 허무해”라고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더군다나 책을 항상 옆에 두고 계신 분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런 이야기를 남들한테 하는 게 더욱더 힘들고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굳이 그러한 길들을 찾아서 꾸준하게 노력을 하면 결국은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길이 나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그동안 모든 사회 구성원들한테 노력을 하라고 강요했고 윽박질러왔습니다. 거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하기 싫어”라고 이야기를 했고, 또 더 나아가서 노력과 성실함에 대해서 가치를 폄훼하거나 비아냥거리는 것이 또 너무 넓어졌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이제는 그러한 가치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강요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 가치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는 하기 싫으면 안 해도 우리가 서로의 발목은 잡지 말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주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준영_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 유튜브 채널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운영자
법무법인 율촌의 수석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유튜브 채널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환경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행정부(문화체육관광부), 입법부(국회입법조사처)를 거쳐 법무법인 율촌에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자리》(2025), 《최준영의 교과서 밖 인물 연구소》(2023)가 있고 옮긴 책으로 《21세기 지정학》(2026), 《두 개의 인도》(2024),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2023), 《그리드》(2021)가 있다.
다독가들은 책에 영향을 받아 삶의 전환점을 맞은 분을 인터뷰 해서 책의 가치를 꾸준히 알린 더라이브러리의 대표 콘텐츠이다.2025년 부터 다독가들의 형식을 특정 분야의 필자를 인터뷰 해서 그 분야의 책을 읽는 N가지 방식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2025년 첫 호로 《가장 젊은 날의 철학》의 저자이자 유튜버로 이 시대에 철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첨예한 법 문제를 다룬 문학 작품을 꼽아 달라.A 고전으로는 아나톨 프랑스의 《크랭크비유》, 흥미진진한 현대 작품으로는 프리드리히 뒤렌마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나의 캐릭터들 중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A 모두 사랑한다는 빤한 답변이 목까지 차올랐으나, 꼭 하나만 꼽자면 ‘핍’이라는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