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닥친 시니어 천만 시대! 이제 도서관에서도 열람실을 이용하거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실버 세대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독서, 그리고 독서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여가 선용을 하거나 자기계발, 자아실현을 하는 시니어들이 도서관의 주 이용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독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독서 활동을 하며 삶을 완성해가는 실버 이용자 두 분을 만나보았다.
Q 정독도서관을 어떻게 처음 찾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독도서관을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께 소개해주신다면요?
A 선형기: 우리나라에는 많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을 필두로 국회도서관, 100년 역사를 가진 그 유명한 남산도서관,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기업도서관 등 2만여 개 이상입니다. 물론 도서관 선진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0여 년간 우리나라도 국력만큼이나 도서관도 활성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많은 도서관들 중에서 내가 정독도서관을 찾게 된 이유는, 서울에서 교직생활을 한 분들이 그렇듯 정독도서관에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현직에서 현안 업무에 시달릴 때는 한가하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명상과 사색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답니다. 정독도서관은 분위기, 환경, 입지도 좋고, 교통이 편한데다가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발상지(1900년 한국 최초의 관립중학교, 1906년 관립 한성고등학교, 1951년 경기중고등학교, 1977년 정독도서관으로 재탄생)라는 점에서 애착이 가는 곳이죠.
특히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도 한번 방문하면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감탄하곤 합니다. 지금 도서관이 공부하는 학생이나 수험생의 시험 준비 장소로만 이용되는 곳이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힐링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인데, 정독도서관도 그에 걸맞은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들에게는 이러한 이점들이 금상첨화라 할까요. 더불어 우리가 문명국에 살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까지 느끼게 됩니다.
A 조승자: 정독도서관 본관에 서울교육삼락회 사무실이 있었고, 매월 연수회나 행사가 정독도서관 강당에서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평생교육 차원의 프로그램도 다양해서 어느 누구라도 만족스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몇 년 전 아침 7시에 동작과 호흡법이 결합된 태극권을 여성 강사에게서 배웠죠.
Q 독서 동아리는 어떻게 처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A 선형기: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무수히 많은 독서 동아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중 노인들을 위한 동아리는 아니지만 정독도서관의 ‘마음을 두드리는 book소리’(book do learn, 북두런)라는 동아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같은 세대의 생각과 독서 경험을 공유하고 정보 교환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일 없고 무료한데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노인들의 발목을 잡으니 뭐 좀 좋은 프로그램이 없을까 수소문하던 중이었죠. 옆에 계시는 조승자 교장선생님의 소개로, 오래 전부터 정독도서관 어문학교실이 중심이 되어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Silver(Senior) 독서실’을 운영하는데 서울 시내 퇴직 교장들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결과(독후감)를 토론한다는 데 관심이 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독서를 통한 지적 만족뿐 아니라 정보 교환, 건강 유지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A 조승자: 제가 정독도서관 독서 동아리에 참여한 것은 2008년경입니다. 중간에 잠시 쉰 기간도 있지만 회원 가운데서는 제가 가장 오래 참여한 것 같습니다. 어느 해는 자서전 책을 만들기도 했어요. 독서 동아리에 참여하지 않으면 독서가 쉽지 않습니다.
Q 독서 동아리는 선생님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나요.
A 선형기: 나이 먹은 남자 퇴직자의 경우, 퇴직 후의 생활이 무료하고 단조롭습니다. 몇몇 학구적인 분들 아니고는 대부분 등산, 골프, 여행, 당구, 바둑 등을 즐기지만 이들은 그래도 여유 있는 분들이에요. 대부분은 집에서 소일하면서 ‘삼식이’ 소리를 듣고 산답니다. 팬데믹이 오기 전부터 독서 동아리에 참여해 책을 가까이했습니다. 자주 헌책방 순례를 하다 글을 쓰기 시작해 2019년에는 시와 수필로 문단에 등단했고, 2020년에는 한국문인협회 정회원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초라하지만 책도 몇 권 내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으니 수준 높은 시니어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A 조승자: 정독도서관 독서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매월 동아리 회원들로부터 삶의 활력을 얻습니다. 저자의 글에서 얻은 간접 경험을 동아리 회원과 공유하는 것이 개인적인 독서 활동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감동, 사랑, 감사, 존중, 배려 등등 좋은 덕목을 체득하게 됩니다. 독서 동아리는 저의 삶의 방향과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읽은 책 내용을 서로 토론하면서 동료를 이해하게 되고, 같은 내용도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지고 지혜가 생겨 ‘나를 완성해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나에게 도서관이란 삶에 활력을 얻는 곳이며 인생의 길을 찾아주는 곳입니다. 퇴임 이후 찾아갈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하고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도서관 동아리에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책 속에 우주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진리도 있습니다. 도서관은 편안한 나의 휴식처이자 좋은 친구를 사귀고 만나고 행복을 나누는 곳이에요. 저에겐 도서관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공간으로 여기서 삶의 활력을 얻어 소년원 등 여러 곳에서 봉사도 하게 되었죠.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은 믿음이 가고 대화가 잘 돼 늙음이 외롭지 않습니다. 어느 해는 교보문고 등이 선정한 ‘올해의 도서’ 10여 권을 모두 읽기도 했습니다.
Q 그동안 읽으셨던 책들 중 인상에 남았던 책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A 선형기: 한 권의 책을 콕 집어 소개하기는 곤란하지만 독서 동아리에서 토론한 책들 중 젊은 작가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을 들고 싶습니다. 어느 퇴직 교사의 퇴직 후 살아가는 이야기라 공감이 갔습니다. 독서 동아리를 통해서 읽은 것은 아니지만 박경리의 《토지》, 최명희의 《혼불》 그리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등이 기억에 남는군요.
A 조승자: 《열국지》는 BC 770~221년 춘추전국시대 550년의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시황제가 통일을 이루는 진나라 시대 이야기엔 고사성어의 70퍼센트 이상이 되는 사건들이 있고 시기심, 물욕, 권력 암투, 애요(愛樂), 의심, 모함, 배반, 유언 날조, 가짜뉴스, 거짓말 등은 2,500년 전이나 오늘날 인간 세계나 하등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강태공이라는 절대 권력자와 국가에 제후국이 조공을 바치는 것도 지금과 같습니다. 《열국지》 이후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 순서로 중국 역사소설이 있는데, 다른 책은 한두 번 읽으면 시들해지지만 《열국지》는 그 내용이 무궁무진해 여러 번 읽어도 새롭습니다.
Q 독서 동아리 말고 도서관을 어떤 이유로 방문하고 계신가요. 참여하시는 도서관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선형기: 자료 열람, 정보 수집, 친목 도모, 신작 소개 그리고 산책길 걷기에 도서관만 한 곳이 없습니다. 특히 정독도서관의 분위기는 노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입니다. 제 경우 여러 문학회 활동으로 활발한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외에 헌책방 순례도 하는데 서울 시내 그 많던 헌책방이 자꾸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A 조승자: 독서의 중요함은 누구나 알지만 본인의 의지로만 하기 어려운 면도 있기에, 독서 동아리를 만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방식이 필요하지요. 회원 각자의 직·간접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저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독도서관은 관내 수목과 잔디, 등나무 그늘이 너무 좋고, 봄이면 벛꽃 가을이면 단풍까지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너무나 많아 서울의 명소 중 명소라 할 수 있지요. 방문할 때마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성씨 족보에 관한 강좌도 들었고 새벽 태극권 운동 프로그램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Q 실버 이용자를 위해서 새롭게 생겨났으면 하는 도서관 프로그램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선형기: 노인들만 모여서 토론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전문가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노인들 대상 동아리 담당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실내가 아닌 교외나 야외를 이용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날씨가 좋은 날에 나가보고 싶습니다.
A 조승자: 실버 이용자를 위한 금융 관리, 디지털 리터러시 소양 교육,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등이 필요합니다. 실버 세대가 봉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죠. 또 인성에 필요한 덕목을 선정해, 그것을 실천하고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특성화된 매뉴얼을 개발 보급할 수 있다면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Q 선생님에게 도서관이란?
A 선형기: 우울증 환자에게 도서관은 ‘내게 맞는 별을 찾는’ 재미가 있는 곳입니다. 겨울에도 도서관 돌계단은 차갑지가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빌 게이츠도 말했죠. “오늘날 날 있게 한 것은 도서관이다. 소중한 것은 하버드의 강의실보다 도서관에 있었다”라고요.
사색하고, 명상하고,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도서관 가느라 운동하고, 옛 동료들 만나 안부 묻고, 새로운 얘기 듣고, 그리고 맛집도 찾아가고, 노인들에게는 최고의 호사입니다. 노인들에게는 육체적으로 힘든 등산이나 골프보다 도서관에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새 책 사기 힘드니 도서관을 이용하면 매우 효과적이죠.
특히 정독도서관은 내 집 같은 분위기예요. 봄 벚꽃, 가을 단풍, 구내의 산책길, 주변의 맛집 순례, 북촌의 전통거리 걷기 등 노인들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 안국역이나 광화문 혹은 삼청동 쪽을 걸어 다니면 적당한 운동이 됩니다.
A 조승자: 나에게 도서관이란 삶에 활력을 얻는 곳이며 인생의 길을 찾아주는 곳입니다. 퇴임 후 찾아갈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하고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도서관으로 가라. 책 속에 우주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진리도 있습니다. 도서관의 ‘관(館)’에는 ‘밥 식’ 자가 들어 있는데, 말 그대로 도서관은 정신적인 양식을 제공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양분을 주는 곳이지요. 정독도서관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서관으로서 양질의 도서를 구비하고 있으며, 도서관을 찾는 모든 분들의 독서 활동에 큰 도움을 주는 매우 훌륭한 도서관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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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소개 양지윤 사서 · 번역가우연히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 매료되어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도 단골 동네 책방을 수시로 들락날락할 만큼 책과 책방을 좋아한다.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에세이 《사서의 일》을 썼으며, 《앞으로의 책방 독본》 《빨강머리 앤이 가르쳐준 소중한 것》 《
게스트 소개 윤은성 시인2017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시집 《주소를 쥐고》가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아직 오지 않은 시》 《9+i》 《시 보다 2022》가 있다. 2022년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기후위기에 선 창작자들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고양이 랭보, 벤야민과 함께 지내고 있다. 비폭력적인 세계를 꿈꾸며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