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방 곰곰을 한두 줄로 소개하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늘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방”이라고 소개한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우리 책방에서 좋아하는 그림책을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실 처음에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방’을 표방했다. 세상에 그림책은 너무 많고 우리 책방은 너무 작았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나온 무수한 그림책들을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소수의 성인 그림책 독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런데 보통 그림책 하면 어린이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네 어린이들이 손님으로 들어왔다. 어린이가 선택할 만한 책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미안했다. 그래서 초등학생 손님이 왔다 가면 초등학생이 읽을 만한 책들을, 4~6세 유아가 왔다 가면 그 나이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책들을 부랴부랴 주문했다. 결국은 모두를 위한 그림책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림책방 곰곰에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그림책을 어떤 기준으로 고를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며 질문을 한다. 수많은 책들 중에 소수의 책을 선별하는 기준은 솔직히 개인의 취향이 가장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 동네책방마다 개성이 다른 이유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조화롭고 아름다운 책, 서사가 좋은 그림책, 새롭고 신선한 그림책, 여자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그림책, 작은 것들을 눈여겨보는 그림책, 약자나 소수자를 비하하지 않는 책, 동물의 삶과 죽음에 진심인 그림책들이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그림책, 깔깔 웃게 하는 그림책, 볼수록 새로운 것이 보이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책방에 들어온 사람들을 자석처럼 이끄는 큐레이션 책장
책방의 한쪽 벽면엔 그림책들이 표지가 보이게 놓인 책장 두 개가 있다. 책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석에 이끌리듯 그쪽을 향해 간다. 아름다운 그림책들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오른쪽 책장에는 신간들이 놓이고, 왼쪽 책장에는 그때그때 다른 주제의 책들이 놓인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연말에는 겨울이나 눈을 주제로 한 책들과 크리스마스 책들이 놓인다. 그리고 연말연시에 선물하기 좋은 책들도 빠질 수 없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책들, 기분 좋게 하는 책들, 응원하는 책들, 시작하는 책들을 준비해둔다. 연말연시의 선물용 그림책은 의외로 어른 손님들 용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시적인 글과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짧은 시간에 큰 감동을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겨울 큐레이션(좌), 누군가가 좋아하는 그림책 큐레이션(우)
이렇게 계절이나 명절, 날씨, 특별한 날에 따라 큐레이션을 하기도 하지만, 책방 자체 이벤트나 손님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 책방에서 운영하는 북클럽 회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들을 모아놓을 때도 있고, 동물 얼굴로 초상화 그리기 이벤트를 할 때는 동물들이 주인공인 책들로 큐레이션을 한다. 때때로 독자들에게 큐레이션 기회를 드리는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손님들이 추천해 달라는 책들을 모아서 꾸미기도 한다.
최근까지 우리 책방 손님들에게 추천했던 그림책들을 소개해본다.
☆ 일곱 살 아이 생일날 선물할 그림책
아이와 엄마가 서로에게 읽어주면서 생일을 더욱 뜻 깊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태어났어》(핫토리 사치에 글 그림, 이세진 옮김, 책읽는곰, 2020)
아기가 머나먼 우주의 별에서 엄마 아빠에게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아이 화자가 들려준다. 위기가 닥쳐도 주저하지 않고 용감하게 맞서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씩씩하게 가는 여정이 꽤 감동적이다.
《엄마와 복숭아》(유혜율 글, 이고은 그림, 후즈갓마이테일, 2020)
엄마는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가 아기를 만나러 가는 길. 무섭고, 두렵고, 막막했지만 동물들과 함께 오래 걸어 아기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 역시 감동스럽다.
☆ 초등학교 3학년이 읽을 만한, 그림이 예쁜 그림책
《특별 주문 케이크》(박지윤 글 그림, 보림, 2022)
귀여운 동물 캐릭터와 특별한 맞춤 케이크, 아기자기한 소품, 갖가지 들꽃과 열매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한다. 인생의 소중한 순간, 관계, 감사와 사랑, 응원하는 마음이 담긴 그림책이다.
☆ 여자아이를 응원하는 그림책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키스 네글리 글 그림, 노지양 옮김, 원더박스, 2019)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만 입던 시대에 바지를 입은 메리 이야기다. 학교의 여자 친구들이 바지를 입고 등교한 대목에서 꽤나 뭉클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 전개와 예쁜 그림으로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책이다.
☆ 《긴긴밤》처럼 뭉클하고 감동적인 그림책
《나는 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입니다》(이현 글, 최경식 그림, 만만한책방, 2019)
차가운 금속 로봇이 시커먼 배경에 있는 표지를 보면 감동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아무도 없는 낯선 행성에서 기대 수명의 60배를 넘는 기간 동안 홀로 임무를 다하는 오퍼튜니티의 모험을 함께하고 나면 첫인상과 달리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다.
☆ 이웃집 아기의 첫 그림책
《기차 와요?》(기쿠치 치키 글 그림, 김보나 옮김, 천개의바람, 2021)
기차를 기다리고, 맞고, 보내는 동물들의 설렘과 기쁨은 아기뿐 아니라 어른까지도 즐겁게 한다. 이웃집 아기가 책을 꼭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는 후기를 들었다.
☆ 아침이 우울한 동생에게 위로가 될 그림책
《아침에 창문을 열면》(아라이 료지 글 그림, 김난주 옮김, 시공주니어, 2013)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화집을 보는 듯한 그림책이다. 화려한 색감의 다양한 풍경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름다움으로 물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동네 고양이 짱이를 하루 동안 따라다니며 관찰한 기록이다. 산책하고, 밥을 먹고, 낮잠을 자는 모습을 통해 고양이의 생태와 습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고양이의 움직임이나 습성에 따른 화면 구성이 너무나 절묘해서 눈이 즐겁다.
☆ 맘껏 싫어하고 싶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나는 물이 싫어》(에바 린드스트룀 글 그림, 이유진 옮김, 단추, 2021)
알프는 물이 싫다. 수영장도, 물웅덩이도 싫다. 친구들은 알프에게 물에서 같이 놀자고 강요하지 않는다. 알프는 마음껏 싫다고 말하고, 이야기는 싫은 걸 좋아하게 하는 것으로 끝을 맺지 않는다. 싫어하는 가운데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그림책.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
《이파라파냐무냐무》(이지은 글 그림, 사계절, 2020)
이 책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책방에 들어온 어린이들이 뭔가에 이끌리듯이 이 책의 표지를 향해 가는 걸 여러 번 봤다. 이갈이 시기의 어린이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통해 재미난 얘기를 펼치면서도 낯선 이에 대한 혐오를 경계하는 메시지까지 준다.
☆ 잘 우는 또는 잘 울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네가 분수가 된 것처럼 펑펑 울어 버린다면》(노에미 볼라 글 그림, 홍연미 옮김, 웅진주니어, 2022)
눈물 많은 각종 동물들이 눈물의 장점 수백 가지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갈 만큼 재미있다. 오히려 깔깔 웃을 만한 책이다. 너무 울거나 너무 울지 않는 사람들에게 울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책.
전미경_그림책방 곰곰 대표
그림책방 곰곰 대표. 책에 관한 거의 모든 일을 하고 있다. 책을 기획하고, 쓰고, 편집하고, 출판하고, 팔기까지! 쓴 책으로는 《몸, 잘 자라는 법》 《옷, 잘 입는 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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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와 함께 그림책을 천천히 넘기며 들여다보는 도서관에서의 하루,도서관은 손녀를 무한한 지식의 신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손녀와 손잡고 도서관 가기는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손주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보는 게 나의 버킷리스트 항목 중 하나였다. 첫 손녀가 기특하게도 책을 좋아하여 늘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 손녀가 30개월이 되
"번역도 하고 영문학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독서모임도 하고, 참 다양한 일을 하시네요.” 처음 만난 이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참 다양한 일을 한다는 말. 대체로 나는 하하, 그렇다고, 단 하나에 매섭게 몰두하는 편이라기보다는 이 일에서 저 일로 철새나 물고기처럼 이동하면서 나 스스로를 조금씩 변모시키는 쪽을 더 편안해한다고, 명징한 전문성이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