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동부 지방에는 시멘트 없이 나무로 지은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대안 건축 회사 컨디션 랩(Condition_Lab)이 이 지역 소수민족인 ‘동(Dong)’의 전통적인 건축 방식에 경의를 표하고자 ‘핑탄 북 하우스(Pingtan Book House)’라고 불리는 이 어린이 도서관을 지었다. 동(Dong)족은 수세기 동안 못을 쓰지 않고 나무로만 엮은 내진 구조물을 만들어 살아왔다. 핑탄 북 하우스에는 동(Dong)족의 문화를 지킨다는 취지 외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를 매우 많이 뿜어내지만,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탄소를 배출하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건축 방식보다 목조 건축 방식이 지속 가능한 지구에 더 가깝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에서 수여하는 친환경 도서관 상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해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도서관의 노력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 and Institutions)은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도서관에 매년 친환경 도서관 상(Green Library Award)을 수여한다. 2016년부터 시작된 친환경 도서관 상은 최고의 친환경 도서관(Best Green Library), 최고의 친환경 도서관 프로젝트(Best Green Library Project) 두 부문으로 나뉘며,최소한의 인력과 기술 등을 바탕으로 친환경 사업을 추진했어도 영향력이 큰 프로젝트라면 특별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2022년 최고의 친환경 도서관 상을 받은 싱가포르국립도서관위원회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은 초추캉 공공도서관(Choa Chu Kang Public Library) 리모델링과 관련해 싱가포르국립도서관위원회(National Library Board Singapore)에 2022년 최고의 친환경 도서관 상을 수여했다. 지난 2019년, 초추캉 도서관은 리모델링을 위해 폐관됐다가 2021년 10월, 보다 확장된 공간으로 재개관했다. 초추캉 도서관은 친환경적인 건축 소재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재연결((Re)Connect with Nature)’이라는 주제로,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과 환경 의식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었다. 초추캉 도서관은 일부 재활용되는 친환경 바닥재, 저휘발성 유기 화합물 페인트, 식물 기반 제품, 생분해성 포장재 등 지속 가능한 소재를 인테리어에 사용했다.
초추캉 도서관의 ‘그린 그로브(Green Grove)’라고 불리는 공간은 환경, 기후 변화와 관련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그린 그로브에는 수경재배 공간(Hydroponic Showcase)이 있는데, 도시 농업의 대안을 보여준다. 또 싱가포르 식량 안보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관련 워크숍과 관광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그린 그로브에 있는 증강현실 학습 로드(AR Learning Trail)는 이용자가 휴대폰을 통해 야생동물 종과 싱가포르 자연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다.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적은 사람일수록 변화를 준비하고 대처하는 게 어렵기 마련이다. 환경 문제나 기후 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초추캉 도서관은 환경과 기후에 대한 동등한 정보 접근권을 제공해 환경 약자가 미리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기반시설이 된 것이다.
2022년 최고의 친환경 도서관 프로젝트 상을 받은 프랑스 파리의 미디어 도서관
2022년 최고의 친환경 도서관 프로젝트 상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카노페 라폰텐 미디어 도서관(Médiathèque de la Canopée-la fontaine)에 주어졌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파리 사람들의 네트워크’라는 주제로 시범 도서관 프로젝트를 운영한 것이 수상 이유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카노페 도서관은 지난 2019년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새로운 서비스를 통한 순환경제 계획을 앞장서 실행해왔다. 카노페 도서관의 계획은 국제연합(United Nations)의 17가지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하고자 한다.
소피 보벳(Sophie Bobet) 카노페 도서관장과알리스 라르마냑(Alice Larmagnac) 프로젝트 리더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지속 가능한 발전 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재활용에 관한 워크숍뿐 아니라 강의, 토론, 도시 산책 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카노페 도서관은 ‘친환경 도서관 지침(Green library guide)’을 발표했는데, 소피 보벳 도서관장과 알리스 라르마냑 리더에 따르면 “이 지침은 사무 환경, 소통, 문화 프로그램, 대중을 위한 서비스, 미래에 대한 여러 상상력 등을 포함”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한번 망가지면 고쳐서 쓰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쓰레기가 되고 만다. 친환경 도서관 지침에서는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네임 태그, 사원증 케이스 등을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제시한다. 또 화물 운반에 쓰이는 팔레트 기구를 이용해 씨앗 도서관(Seed library)을 만들기와 플라스틱 소재의 책 표지 없애기도 제안한다.
씨앗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서로 씨앗을 교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알리스 라르마냑 리더는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환경을 재발견하고, 행동하는 것을 원한다”며 씨앗 도서관을 이용자의 요구에 걸맞은 서비스로 꼽았다. 소피 보벳 도서관장과 알리스 라르마냑 프로젝트 리더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성인 소설이 다른 종류의 도서에 비해 더 많이 훼손”되기 때문에 카노페 도서관은 “아동 도서와 성인 대상 비소설 위주로 플라스틱 소재의 표지를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카노페 도서관은 “이러한 시도가 독자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책에서 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기후 평등을 위한 친환경 도서관 선언문
영국 도서관정보전문가협회(Chartered Institute of Library and Information Professionals)는 2022년 7월에 ‘친환경 도서관 선언문(Green Libraries Manifesto)’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전달했던 친환경 도서관 지침에 비해 친환경 도서관 선언문은 의사 결정 시 환경적인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두고 우리의 지식을 쌓고 공유하자는 등의 다소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전 세계 70여 개의 도서관과 관련 단체들이 선언문을 채택해 지구와 공동체의 변화를 주도하는 비전에 동의했다.
2022년 초, 영국 도서관정보전문가협회는 몇몇 기관들과 함께 친환경 도서관 파트너십(Green Libraries Partnership)을 시작했다. 친환경 도서관 파트너십의 의장을 맡은 엠마 노이스(Emma Noyce)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평등과 포용의 문제가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기후 변화는 기존의 불평등을 더 심화시킬 것”이고, 심화된 불평등은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부족하거나 기후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도서관과 관련 단체들이 친환경 도서관 선언문을 채택한다면,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좀 더 평등하고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상 기후 앞에 선 도서관의 역할
서초동 현자, 신림동 펠프스, 강남역 슈퍼맨은 2022년 8월에 우리가 겪었던 수도권 침수 사태를 그나마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해줬다. 이상 기후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과 파키스탄에서도 재앙에 가까운 홍수 사태가 벌어졌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역대 가장 무더운 폭염이 이어졌으며,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있었다. 이제 기후 변화는 환경단체의 구호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일상에 미치는 영향도 어마어마하다.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적절하게 대처하는 데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일어날 이상 기후를 미리 막을 수는 없더라도, 도서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에 가까워질 수 있는 2023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 자료>
1. “This Rural China Timber Library Spotlights How to Build Without Cement”, treehugger.com, 2022. 12. 2., https://www.treehugger.com/pingtan-book-house-china-condition-lab-library-683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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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4년에 출간될 책을 위해 100년 동안 천 그루의 나무 심기노르웨이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Katie Paterson)은 2014년부터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Future Library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에서는 2114년에 출판될 책의 재료를 자급자족하기 위해 100년 동안 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수확한다. 케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