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옆]은 각 지역의 여러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가 아니라 도서관 옆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하듯 탐방하는 코너이다.
춘천시립도서관 입구 ⓒ전석순
도심 어딜 가나 도서관 근처인 춘천
대학을 졸업하고 글을 계속 쓰고자 고향인 춘천에 내려와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후 2, 3년에 한 번씩 자리를 옮기면서 방을 구할 때마다 꼼꼼하게 따져봤던 건 난방 방식이나 주변 편의시설이 아닌 도서관과의 거리였다. 도보로 이동하기에 괜찮은지 가늠해보다가, 오가는 길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마음에 들면 비좁은 방이나 세면대가 없는 화장실도 얼마간 괜찮아 보이곤 했다. 그렇게 춘천 안에서 서너 번쯤 이사하고 나니 작업실과 도서관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게 되었다. 춘천 도심이라면 어디든 대개 도서관 근처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춘천에는 8개의 공공도서관을 비롯해 2개의 교육도서관과 15개의 작은도서관이 흩어져 있다. 강원점자도서관과 대학도서관까지 합치면 도시 곳곳에 30여 개의 크고 작은 도서관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그래서인지 춘천 어디에서나 가까운 도서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 기준으로 1관당 인구수가 약 6만 명이라고 한다. 춘천 인구가 29만 명인 점을 참작해볼 때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수의 도서관이 있는 셈이다. 지역주민들의 독서를 책임지고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문화적인 역할까지 맡고 있는 도서관을 떠올리면 춘천이 저절로 풍성하게 부풀어 오르는 듯하다. 그중 춘천시립도서관은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사람과 숲이 책을 통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는 공간
춘천시립도서관의 역사를 따라가보면 1960년에 닿는다. 당시 도립도서관으로 개관했다가 1990년 삼천동으로 이전했다. 의암호 근처 고즈넉한 위치에 자리 잡아 오랫동안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사이 도서관을 드나들던 학생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아이 손을 잡고 다시 도서관을 찾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이후 2017년 석사동 자리에 기존 도서관의 1.6배 규모로 신축해 지금까지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산 32-1번지’라는 예전 주소가 말해주듯 새 도서관은 나무에 둘러싸여 안겨 있는 모양새다. 멀리서부터 건물 외관이 그려내는 미려한 곡선이 눈에 띄는데, 건축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통 공간인 루(樓)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통해 멀리 내다보는 시선과 안정적인 포근함이 한꺼번에 느껴진다. 2019년 강원건축문화상 우수상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장난감 · 어린이 도서관을 지나는 계단 ⓒ전석순
개관 당시 전국에서 가장 큰 장난감도서관이 함께 문을 열어 호응이 잇따르기도 했다. 언제든 아이들의 온화한 웃음이 가득한 장난감도서관을 지나면 동화책이 가득한 어린이도서관을 찾아볼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 문화교실과 널찍한 자료실까지 차례차례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느 창을 내다봐도 울창한 숲과 만날 수 있다. 3층 정보검색실과 장애인을 위한 공간까지 지나고 나면 춘천시립도서관은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밖으로 나와 너른 주차장에 들어설 때까지도 공간이 주는 여운은 길게 남아 있다. 그쯤에서 주차장 끄트머리에 비밀처럼 돋아난 샛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춘천시립도서관보다 먼저 둥지를 튼 국립춘천박물관을 만나볼 수 있다.
망자들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시간
돌계단을 내려가는 길에서는 저절로 걸음을 늦추게 된다.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아름다운 풍경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면 나뭇잎에 타닥타닥 부딪히는 빗소리의 리듬이, 눈이 오면 유난히 더 적막해지는 풍경이, 더운 날이면 땀을 식혀주는 촘촘한 그늘과 가느다란 바람의 보드라운 질감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계단까지 내려와 둘러보면 여기저기 세워진 문인석을 마주할 수 있다. 여기가 박물관 뒤편에 조성된 ‘기억의 정원’이다.
국립춘천박물관 기억의 정원 ⓒ전석순
안내판에는 ‘조선시대의 무덤에는 망자(亡子)의 신분에 맞게 여러 석물(石物)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 의미도 다양해서 망자의 사후 세계를 지키고, 살아 있는 후손들의 번성을 기원하기도 합니다’라는 설명이 있다. 정원을 느릿느릿 거닐다 보면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긴 목소리를 차근차근 떠올려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분주하기만 했던 마음이 일순 차분해지고 어느 때보다 내면의 목소리에도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된다.
우리는 번번이 외부의 목소리에 이리저리 뒤흔들릴 때가 많다 보니 오롯이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 더없이 귀하게 여겨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남겨놓을 문장 하나쯤 건져 올릴 때도 잦다. 어쩐지 기억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독서와 닮은 것 같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계절과 시간에 관계없이 매 순간 고요한 정원이다 보니 사색의 시간이 더 세밀하게 이뤄지는 듯하다.
국립춘천박물관 ⓒ전석순
서로에게 가닿아 번지고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기억의 정원을 돌아서 나오면 국립춘천박물관 입구와 만난다.
국립춘천박물관은 강원도 최초이자 열한 번째 지방 국립박물관이다. 1994년부터 계획되다가 2002년 10월 30일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문을 열었다. 국보 제124호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 등 천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춘천뿐만 아니라 강원도가 거쳐 온 역사와 문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그중 ‘청풍 부원군 김우명 상여’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상여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눈길이 간다. 조선 중기 상여를 알 수 있는 귀한 자료로 1982년 중요민속자료 제120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원래 묘가 있는 춘천시 서면 안보리에 보존되어오다가 국립춘천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현묘의 정원 가는 길 안내판(좌), 상설전시실에서 내다본 현묘의 정원(우) ⓒ전석순
박물관을 빠져나온 이들 중 몇몇은 곧장 출구로 향하지 않고 근처를 서성인다. 상설전시실에서 내다본 정원에 마음을 빼앗긴 탓이다. 정면에서 보면 박물관 왼편에 자리한 현묘의 정원이다. 박물관 설명에 따르면 ‘현묘’란 《삼국사기》에서 인용한 말로 유교, 불교, 도교를 두루 통합하는 우리 민족의 고유 사상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설명을 되새기다 보면 어느 시대고 서로 경계하면서 날을 세우고 공격하는 자세보다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 끝에 현묘의 정원을 바라보면 시선이 한층 깊어진다.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 ‘강원 여러 산천의 절터에서 나온 통일신라와 고려의 불교 문화재들을 양양 낙산사 담장 아래 모았습니다’라는 문장의 의미도 되새기게 된다.
이 모든 게 일정이 바쁜 날에도 도서관을 나와 가까운 버스정류장이 아닌 박물관으로 통하는 샛길을 찾는 이유다. 겨우 30분쯤 돌아가는 길이지만 그사이 지나치는 시간은 수백 년을 넘어선다.
눈으로 뒤덮인 현묘의 정원 ⓒ전석순
얼마 전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일부러 춘천시립도서관을 찾았다. 그 길은 소설에 쓰일 자료를 찾아보기 위한 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눈으로 뒤덮인 기억의 정원과 현묘의 정원을 보고 싶은 마음을 채우기 위한 길이기도 했다. 비슷한 마음을 품은 이가 더 있었던지 정원에는 이미 발자국이 여러 개 남아 있었다. 발자국을 따라간 덕분에 눈길 산책이 좀 더 수월했다. 발자국을 덧대며 한참을 서성이다가 넉넉한 사색에 잠기고 나서야 다시 작업실로 향할 수 있었다.
문득 눈길에서 앞선 사람의 발자국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게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나와 정원을 지나 박물관을 둘러보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앞으로 내딛는 걸음에 조금 힘이 실렸다. 내가 걷던 길 뒤로 누군가 발자국을 보태고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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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옆]은 각 지역의 여러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가 아니라 도서관 옆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하듯 탐방하는 코너이다. 도서관이 도피처가 돼버렸다. 이사를 하면서다. 뉴스로 접하던 층간소음이 내 문제가 될 줄이야······. 처음엔 낯선 환경 탓이려니 하며 적응해보려 애썼지만 한 달도 못 가 위층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위층 여
[도서관 옆]은 각 지역의 여러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가 아니라 도서관 옆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하듯 탐방하는 코너이다. 여천천 옆 아름다운 산책로를 거느린 명당울산은 강변마다 생태공원을 조성해 산책로가 잘 이루어져 있다. 여천천 산책로는 공업탑에서부터 출발해 태화강역 근처까지 이른다. 6킬로미터가 넘는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다. 주민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