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어린이와 청소년이 과학의 세계에 흥미를 느끼길 기원하며 다양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구현할 방안을 고민해왔습니다. 시대에 따라 과학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서술하는 방식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긴 해도, 결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과학 소양(science literacy)과 과학적 소양(scientific literacy)을 기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과학 소양은 과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의문을 풀기 위해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며, 이를 실생활에 연결해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능력을 말합니다. 과학 방법으로 생산한 과학 지식을 배우고 익힐 출발점이 과학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 그 자체에 있는 것으로, 교육자들이 이런 목표를 제시하는 이유는 좀 더 많은 과학자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지요. 말은 엄청 쉬워 보이지만 이 목표를 이루려면 정말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과학적 소양이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 바깥, 그러니까 사회에서 문제가 된 어떤 사안으로부터 시작해 그 문제를 과학 방법, 과학 지식으로 해결하는 과정 중에 과학을 알아간다는 개념입니다. 과학 자체를 어렵게 여겨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과학의 세계로 데려오려면 동기가 필요하지요. 그 동기가 바로 주변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질 오염이 심한 지역의 학생들은 피부염, 장염 등으로 고생할 뿐 아니라 물을 사거나 얻기 위해 다른 지역의 학생들보다 많은 돈과 시간을 써야 합니다. 청소년들은 내가 속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사회적 해결과 더불어 과학적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겠죠. 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당위성도 생겨납니다. 그래서 과학적 소양을 기르려면 과학 자체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본 것이죠. 과학만으로도 벅찬데 거기에 사회적 요소도 고려해야 하니, 이 목표 역시 가야 할 길이 멀지요.
과학 소양과 과학적 소양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
그런데 이처럼 과학 소양과 과학적 소양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원래 과학에 호기심을 가진 청소년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과학 소양을 함양하는 길에 들어설 것이고,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이라면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과학도 알아갈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아니어서 평생 과학과 담을 쌓고 살게 될 청소년도 있겠지요.
이렇게 구분해보면 청소년의 성향도 자세히 구분해서 볼 수 있습니다. 원래 과학에 호기심이 충만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과학의 세계로 초대하려면 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죠. 청소년은 각기 개성이 다른 행위주체이므로 같은 방식으로 몰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에서는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평가를 합니다. 평가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므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개성, 환경, 동기, 욕구는 모두 달라도 같은 것을 가르치고 같은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선생님들도 애쓰고 있긴 하지만 모든 청소년이 자신만의 방을 만들 수 없습니다. 특히 SNS에 능숙한 요즘 세대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형식 교육의 한계지요.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학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과학 소양과 과학적 소양을 함양할 환경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그럼 SNS 세대에게 다가가려면 기성세대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요?
공유와 예민함으로 SNS 세대에게 다가가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공유와 예민함입니다. SNS에 올라온 글과 그림에 대해 세 가지 형태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보통 가장 왼쪽에는 좋아요, 중간에는 댓글, 오른쪽에는 공유 버튼이 있지요. 올라온 글이 고급 정보와 지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는 공유할 사안이지, 배우거나 가르칠 내용이 아닙니다. SNS가 지식과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인 셈이죠.
이게 무슨 말인지 조금 더 설명해볼까요. 과학자가 되려면 오랜 세월 과학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시간, 돈, 에너지가 아주 많이 들지요. 다른 전문 분야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숙련된 전문가가 생산한 지식은 논문의 형태로 다른 전문가에게 전달됩니다. 소수의 사람만 읽을 수 있고, 소수의 사람만 아는 고급 지식이지요. 결국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일종의 권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는 상하 관계에 놓이는 겁니다. 나아가 현대사회는 지식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공유하기라는 개념이 지구상 모든 이에게 퍼지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고급 지식은 소수의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고 그들 사이에서만 공유되지만,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많이 아는 사람이 무조건 존경의 대상이 아닌 시대가 왔다는 거지요.
SNS 세대는 많이 알 뿐 아니라 유연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물 사이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더 따릅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고,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이 많으며, 자신에 대해 알고자 애를 많이 씁니다. 남이 강요하는 것을 배우기보다 스스로 동기가 있어야 배우고 행동하는 청소년이 많아졌습니다. 반대 성향을 가진 청소년도 늘었다고 하는데, 정말 늘었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사는 데 급급해 놓치고 있던 사실을 이제 알게 된 것일 수도 있거든요.
아무튼 요즘 청소년들은 앞선 어느 세대보다 예민합니다. 그들은 예전 기성세대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려면 예민해야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그런 예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SNS는 그런 성향을 더욱 키웁니다.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우리 마을의 이슈가 무엇인지 살펴본다면
그렇다면 도서관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처음으로 되돌아가 살펴보면, 과학 소양보다 과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작업이 조금 더 유리할 듯합니다. 우선 도서관이 있는 지역의 사회 이슈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뉴스를 잘 보는 일입니다. 지역 공동체, 국가, 세계가 어떤 문제를 가장 뜨겁게 다루고 있는지 알아야 해요.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에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마을 공동체이니 지역의 이슈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고요.
만약 두드러진 문제가 있다면 이와 관련이 있는 사회, 경제, 정치, 역사, 과학, 예술, 문학책을 큐레이션합니다. 가능한 모든 분야와 장르를 다 다루는 것이 좋습니다. 청소년의 관심이 어디에서 발현될지 모르니까요.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청소년들이 이 사회구조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나는 순간 정해지는 나의 위치, 곧 사회구조 안에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풀지, 정치로 풀지, 아니면 문학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큰 그림이 그려지니까요.
요즘 떠오르는 간문학 연구, 융합교육이 추구하는 바가 바로 이것입니다.
융합교육의 목적은 어떤 사안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 보다 나은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회 문제는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가 복잡하게 얽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임을 스스로 알아채는 거지요. 어른들은 청소년이 그러지 못하리라 생각하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훨씬 예민하니까요. 그리고 도서관은 학교가 아니므로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청소년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 한 셈이니까요.
SNS 세대에게 맞는 과학 소양과 과학적 소양 함양 방법을 한마디로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한 일의 효과를 10년 또는 30년 후에야 알 수 있으니 이 방법이 옳은지도 모릅니다. 지난 과학교육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교육자들은 과학 소양과 과학적 소양을 번갈아 강조하며 갈팡질팡해왔습니다. 정답을 모르는 거지요.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은,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혼자 살지 않으며 사람이 모인 공동체에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 문제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나아가 SNS 세대는 기성세대가 가지지 못한 개성과 능력과 문제해결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그들이 타고난 재능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판을 열어주면 됩니다. 가능하면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말이지요.
이지유_작가
작가. 서울대학교에서 지구과학교육과 천문학을 공부했다. 독자들이 발견의 기쁨을 느끼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과학책을 쓰고 그리는 일을 한다. 펴낸 책으로 《이지유의 이지 사이언스》 시리즈, ‘과학 쫌 아는 10대’ 시리즈의 《기후 변화 쫌 아는 10대》 《지진과 화산 쫌 아는 10대》 《백뱅 쫌 아는 10대》,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1~8권 외 다수가 있다.
#12024년 11월 6일 점심 무렵 도쿄 쿠니타치역 부근에서 서경식 선생을 뵈었다. 아니, 서경식 선생께서 양손에 스틱을 쥐고 다리를 절면서 나를 마중 나오셨다. 몸이 불편하시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지만 그렇게 심한지는 몰랐는데, 그래도 선생의 따스한 목소리와 반겨주시는 몸짓은 여전하셨다. 점심식사 시간 즈음이라 우리는 함께 택시를 타고 자주 가신다는 단
“1974년 2월 개관한 ‘로욜라도서관’은 국내 최초로 완전 개가식 체제로 출발했다.” 요즘은 도서관을 빼고 문화생활을 말할 수 없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공연, 강좌, 다양한 커뮤니티 등으로 우리 생활의 중심에 서 있다. 도서관은 새로운 지식정보와 문화를 생산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지식·정보·문
영화적 외상봉준호처럼 대중과 평단 모두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는 감독은 드물다. 아니, 한국영화사에 그러한 감독은 존재했지만, 이 같은 강도는 흔치 않았다. 그 세계의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끌어당기고 호기심과 탐구 열정으로 끌어들이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여러 방식으로 응답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봉준호의 세계는 미지의 영역을 품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