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독서, 내 마음의 코어
하지현_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04-1800:01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쓰기와 읽기, 그리고 일을 병행하는 노하우는 무엇인가.
A 읽기는 특별히 정해 놓은 시간이 따로 있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게 여기저기에 책을 늘어놓는다. 책상 위에는 새로 구매한 책들이 주로 있고, 소파에는 에세이나 소설이, 침대 옆에는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다시 보고 싶은 책들이, 그리고 화장실에는 만화책이 있다. 쓰기는 주말에 주로 한다. 아침형 인간이라 글쓰기는 아침 일찍부터 점심 전까지 주로 한다.
나는 글쓰기를 중국요리 만들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시간이 꽤 걸리지만, 막상 불을 강하게 올리고 웍 안에 준비한 재료를 던져 넣고 요리를 하는 시간은 금방이다. 이렇듯 준비만 잘 되어 있다면 글을 써나가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물론 일은 오래 해온 것이니 규칙적으로 잘 하고 있다. 쓰기와 읽기, 일이 각각 선순환을 하도록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여러 분과 중에서 정신의학과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
A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있었고, 정신분석에 특히 관심이 커서 선택하게 되었다. 막상 전공을 시작하고 경험을 해보니 정신의학은 심리, 뇌과학, 사회, 일반의학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한 학문이더라. 그런 점이 더욱 매력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Q 《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다수 집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A 주로 진료하는 환자군이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청소년기부터 청년기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과거 60년을 수명으로 보고 20년 단위로 잘랐던 인생 주기를 90년 수명을 기준으로 30년 단위로 나눠서 보기도 한다. 그렇듯이 청소년기도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이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고 본다. 이런 청소년기의 특징적 발달 과제를 이해하고 보면 이 시기 마음의 문제가 잘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
Q 독서 외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무엇보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피곤한 날이면 일찍 자려 하고, 개운하게 자고 나면 피로가 많이 풀리는 걸 몸으로 느낀다. 다음으로 달리기를 좋아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주 3회 정도 5킬로미터 정도를 달리는데, 겨울 시즌에는 하기 어려워 피트니스 클럽에서 실내 자전거를 탄다. 점심식사는 주로 혼자 하는데 최대한 멀리 가서 식사하고 빙 돌아서 오는 것으로 평일의 운동량을 채운다.
책과 책이 만드는 풍경 ⓒpexels
Q 의학 분야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A 은사이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조두영 교수님이다. 한국에 정신분석을 정식으로 도입하기 위해 한국정신분석학회 창립을 주도하셨고, 정신분석이 학문이자 치료 방법으로 자리잡는 데 오랫동안 많은 기여를 하셨다.
Q 청소년 독서가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모바일과 인터넷의 시대로 짧은 콘텐츠가 대세다. 이럴 때일수록 한 권의 책을 완독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청소년용 책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성인용 인문서나 문학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어떨까 싶다. 다만 집어든 모든 책을 반드시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아직은 내가 소화하기 어려운 책도, 나와 맞지 않는 책도 많으니까. 그런 책들은 읽다가 뒤로 미뤄두고 다른 책을 집어들면 된다.
Q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은 어떤 책인가.
A 두 권의 책을 읽고 있다. 하나는 노년내과 의사 정희원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시계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운동, 식이습관, 마음가짐 등 내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다양한 근거를 들어 설명한 책이다. 또 하나는 중학교 교사 김미연의 《여학생이 사는 세계》.여자 중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보이지 않게 발화해서 커져가는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의 갈등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진료실에서 보게 되는 10대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개인 도서관을 만든다면? ⓒpexels
Q 만약 개인 도서관을 만든다면 그 도서관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가.
A 심리와 인문 관련 서적이 주로 있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재기 있는 에세이가 편한 의자가 있는 열람실 서가에 꽂혀 있는 그런 공간을 그려본다. 무엇보다 창밖으로 나무와 하늘이 보이면 좋겠다.
Q 정신과 의사로서 겪는 기쁨과 슬픔이 있을 것 같다.
A 의사로 일하면서 경험하는 기쁨은 아무래도 환자의 쾌유다. 정신과는 외과처럼 기적적인 호전이 일어나는 일은 많지 않지만, 정확한 평가와 적절한 개입으로 길지 않은 기간 안에 꽤 좋아지고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는 사람을 볼 때 기쁨을 느낀다. 당장은 아니지만 마침내, 결국, 드디어란 마음으로 환자와 함께 간다. 슬픔은 거꾸로 생각만큼 좋아지지 않을 때다. 기대한 만큼 나도 노력하고 환자와 보호자 모두 함께 노력했지만 증상이 생각보다 좋아지지 않을 때 무력감과 함께 슬픔을 느낀다.
Q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 꼭 비치되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책이 있다면?
A 청소년들이 오는 곳이라면 내 책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대기실이라면 글이 많은 책보다 그림책들이 좋을 것 같다. 제자가 개원한 병원에 갈 때 선물한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와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이 좋겠다.
하지현이 추천하는 책 다섯 권
《슬램덩크 완전판 프리미엄 박스판》 24권(이노우에 타케히코 글 그림)
내 인생의 책이다. 강백호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와 바스켓맨이 되어가는 과정은 내가 힘들 때마다 꺼내보게 만든다. 슬램덩크를 읽고 난 후 나는 그전보다 힘을 빼고 살게 되었고, 오늘에 집중하게 되었다.
《인생에 거친 파도가 몰아칠 때》(러스 해리스)
고통스러운 사건이 벌어지면 ‘왜 내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기 쉽다. 이 책은 ‘고통도 내 인생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받아들이고 그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려보라고.
《눈 감지 마라》(이기호)
한국을 사는 20대 청년들의 외로움과 고립, 막막한 절망감을 짧은 호흡으로 묘사한 이기호의 소설.
《최선의 고통》(폴 블룸)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 적당한 수준의 고통은 우리가 필요로 하기도 하고(사우나에 들어가듯) 그 이후를 위해서 충분히 감내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읽고 나면 여름의 청량감이 느껴진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첫 소설로 50대에 발표한 첫 책 같지 않은 완성도가 돋보인다. 20대의 초보 건축가가 70대 노 건축가의 사무실에 들어간 첫 여름, 가루이자와로 떠난 합숙소 생활에서 경험한 일과 그곳에서 시작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하지현_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다. 병원과 학교에서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고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활자중독자로 1년에 150여 권의 책을 읽고, 20여 권의 책을 썼다. 2008년과 2022년에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고민이 고민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 등 다수의 책이 있다.
스토리 책갈피는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특별한 책갈피입니다. 꽃에 관한 책이라면 클립 윗부분에 꽃 모양을, 요리에 관한 책이라면 요리 사진을 붙여 책을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김은주 작가님은 영상에서 나무에 관한 스토리 책갈피를 만드는 방식을 알려줍니다.책에 뾰족뾰족 장신구를 달아두는 것 같기도 하죠.스토리 책갈피 함께 만들어 봐요.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의 저자이자 노년외과 의사 정희원 교수는 쉽게 소비하는 경향과 바짝 벌어서 편히 쉬는 ‘파이어족’ 현상을 우려한다. 100세 시대에 오래 살기 위해서는 몸 건강과 함께 인지 건강을 높여야 하고, 평생 학습을 해야 한다. SNS와 쇼츠 영상 같은 인지 기능을 떨어트리는 자극제가 만연한 시대에인지 건강을 높이는 방식으로
Q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통해 유럽과 한국의 그림책 작가를 인터뷰하셨어요. 그림책 작가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나요.A 그림책은 5세 어린이도 볼 수 있지만 50세의 어른도 볼 수 있는, 그래서 저마다 연령대에 맞춰서 자기 삶의 키워드를 얻어갈 수 있는 놀라운 매체라고 생각하는데요, 평화나 사랑이나 우정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