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옆]은 각 지역의 여러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가 아니라 도서관 옆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하듯 탐방하는 코너이다.
한라도서관 진입로, 방선문계곡 숲길 ⓒ강영아
도서관과 자연의 조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수잔이 옷장 문을 열고 신비한 세계로 진입하는 경험을 하듯 이곳, 제주에도 비밀의 문을 가진 도서관이 있다. 한라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바깥 공기를 쐬며 놀던 아이들이 “와, 여기 숲이 있다”라고 해서 들어가게 된 곳이었는데, 그곳이 바로 방선문계곡이 있는 숲이었다. ‘신선이 방문하는 문’(訪仙門)이라는 뜻의 바위 이름이 붙은 방선문계곡은 한천의 상류에 위치했는데 한라도서관에서 진입할 수 있다.
계곡 물소리가 안내하는 곳을 따라 움직이면 왼쪽엔 한라도서관의 책 냄새가 코끝을 맴돌고, 오른쪽엔 물과 나무와 새 소리가 귓가에 감긴다. 끝없이 펼쳐지는 계곡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지성의 미를 찾아 움직이는 또 다른 나를 보게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이곳은 봄에 가면 꽃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여름에 가면 풍부한 그늘을 내어주고, 가을에 가면 짙은 단풍을 선사하고, 겨울에 가면 깨끗한 겨울 냄새를 맡게 해준다.
한바탕 아이들과 자연을 따라 걷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구나, 느끼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왔던 길로 돌아오지 않으면 해질녘이 되기 전 집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들과 자연에 너무 심취되지 마시길.
자연과 어린이가 어울리는 것만큼이나 도서관도 자연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친구다. 방선문계곡과 한라도서관처럼 말이다. 한라도서관 바로 옆 계곡 길로 연결된 통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이들보다 먼저 발견하려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포착의 기회를 주면 좋겠다. 아이들의 뒤를 따라 다니다 신비한 곳을 만나게 되는 우연은 여러 곳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아이들이 포착한 비밀의 숲은 숲속의 숲, 겨울 속 겨울처럼 진하게 펼쳐진다. 책과 자연을 벗 삼아 놀다 온 아이들의 밤은 까무룩 잠이 들어 좋은 꿈을 꾸기에도 그만이다.
일반자료실 전경 ⓒ강영아
외국자료실과 우리 아이들 ⓒ강영아
도서관 속 자기만의 방
집집마다 거실의 분위기가 다르듯 ‘길 위의 거실’인 도서관은 분위기가 참 다양하다. 세련되고 기능적인 것을 넘어 인간미 넘치는 한라도서관도 다채로운 분위기를 로비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많은 책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 곳 도서관에서, 각자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를 찾듯 분산되어 성기게 연결된 느낌을 받게 되는 여유 있는 시공간이 펼쳐진다.
단아하게 정리된 잔디밭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우리는 너희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어린이 그림책 방이 있다. 그곳은 온돌로 되어 있어서 겨울철에 가면 뜨끈한 아랫목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형들을 따라온 막내조카는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중앙 로비는 2층 외국자료실, 지하 일반자료실, 미국문화관, 전시관으로 가는 길이 방사형으로 연결되어 있다. 처음 찾는 분들도 무리 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사람의 움직임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람들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의 의지로 공간을 선택하고 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가치는 공공도서관이 갖는 공공성과 공평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린이, 청소년, 어른, 노인 등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각자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도서관 속 자기만의 방을 찾아 나선다.
최근에 공간이 구현된 ‘아메리칸 코너’에서는 영어책을 읽는 북클럽이 성황리에 모집되고 유지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책 읽기와 토론을 통한 건강한 흐름도 돋보인다.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독서 모임과 독서 운동으로 책읽기와 토론의 문화를 탄탄하게 형성한, 스스로를 계몽하는 스웨덴의 ‘스터디 클럽 사회’로 지역사회가 전환을 꾀하는 것도 머지않았다.
한라도서관 근처 고기국수 식당 ⓒ강영아
따뜻한 한 끼
도서관에서 사람과 책을 만나고 유유히 산책을 하다 보면 밥 짓는 소리가 한라도서관 구내식당에서 흘러나온다. 어른의 시선이 머물기도 전에 아이들은 달려가는데, 아이들을 따라 들어가면 함께 식사하기에 그만인 정갈한 정식과 돈까스 등이 준비되어 있다. 자신들의 시선에서 고를 수 있는 음식이 있어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곳이다. ‘매점’이 구내식당 모퉁이에 있는데, 밥을 먹고도 설레는 표정으로 다소곳하게 두 손을 포개어 경건하게 과자 앞에 서는 아이들이 참 귀엽다.
가끔은 한라도서관 근처로 나가 제주의 고기국수를 맛보는 것도 좋다. 가까운 곳에 있는 ‘골막국수’ 집이 그곳인데 레스토랑, 유명 맛집처럼 위엄은 없지만 음식에 소박한 정이 분명 서려 있다. 고기국수와 수육을 한데 섞어 먹으면 책과 숲에서 얻었던 좋은 기운이 한데 모이는 듯 충족감이 차오를 것이다.
도서관 옆 음악관
어느 날엔 아이들과 책을 읽다가 어스름이 지고 집에 가려는데 주자창 뒤로 불빛이 보였다. 그 불빛을 따라 가봤더니 제주아트센터에서 주최하는 제주도립교향악단의 정기음악회가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예술 행사인데 운이 좋았다. 살포시 객석으로 들어가 클래식의 선율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자연과 예술의 기운이 나란히, 조화롭게 있는 한라도서관은 제주도민들이 마르고 닳도록 찾는 도서관이자 장소성과 인간성이 깃든 공간이라 표현하고 싶다.
방학이 되면 사는 곳을 벗어나 아이들과 한 번쯤은 여행을 하게 되는데, 여행지의 도서관을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그곳에 가면 오랫동안 그 지역의 사람들이 오고 갔던 시간의 지층과 사람의 흐름을 알게 되는데 그보다 더 지역적인 여행이 있을까 싶다. 내 경우 그 지역의 사람들이 많이 읽었던 책을 보며 ‘이곳에서는 이 책이 인기가 많구나’, 다양함을 감각적으로 느껴보고, 책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 곁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함께 숨을 쉬어본다. 아이들에게도 도서관은 쉼과 벗이 되는 공간이며 너와 나의 해방 공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제주를 여행하신다면 도서관, 특히 자연과 음악과 사람을 통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한라도서관에 오시면 좋겠다.
도착한 도시의 모습은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뾰족뾰족한 첨탑이 도시 곳곳에 있었고 조약돌로 시작되었다는 로열 마일(Royal Mile)의 도로가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잠시 낭만을 즐기고 있을 때면 “우와, 저것 봐요. J. K. 롤링이 《해리포터》 주인공들의 이름을 지었다는 공동묘지가 나와요!”라고 소리지르는 귀여운 여행 메이트
여름휴가를 제주에서 보내기로 결정한 후로 나는 줄곧 도서관을 생각하고 있었다. 올해 4월, 돌이 갓 지난 아이와 제주에 방문했을 때, 제주 토박이인 친구가 회심의 미소를 띠고 우릴 데리고 갔던 곳을 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곳은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기적의 도서관(2004)이었다. 장난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삼각 형태의 외형을 지닌 이 도서관은
[도서관 옆]은 각 지역의 여러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가 아니라 도서관 옆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하듯 탐방하는 코너이다. 사직도서관 가는 길광주광역시립 사직도서관은 양림동에 있다. 양림동은 동명동과 가깝다. 나는 언젠가 동명동에서 양림동으로 이동한 적이 있다. 도보로 이동했으나, 머릿속에서 약도는 지워진 지 오래였다. 친구를 따라 걸었을 것이다. 친구는 양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