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팟”은 독립서점, 도서관, 북카페, 복합문화공간 등 책과 관련된 이색 공간을 소개하고 해당 장소에 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입니다.
안녕하세요. 가늘고 길게 - 새로운 책방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북스팟 기획팀의 김선임입니다!
오늘은 산과 고개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는, 고려 시대 장군 강감찬의 출생지라고 알려진 그곳!
‘봉천동’을 우뚝 지키고 있는 책방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강감찬생가터: 서울 관악구 봉천동 218-9
밝은책방: 서울 관악구 봉천로 540-1 2층
관객의취향: 서울 관악구 관악로 204 3층 301호
책이는당나귀: 서울 관악구 당곡6길 6
우선, 봉천동의 역사를 짧게 살펴볼까요? 1970년~80년대에는 봉천동 대부분의 지역이 판자촌이었지만 90년대 재개발 이후 관악구청, 관악소방서 등 주요 행정기관이 본격적으로 들어섰습니다. 이어서 강감찬의 시호를 딴 인헌초등학교, 인헌중학교, 인헌고등학교가 개교했는데요. 또, 매년 10월 낙성대공원에선 ‘관악강감찬축제’가 개최되고 있으며, 강감찬가요제, 장이요! 멍이요! 장기 대국, 낙성대 야별회, 강감찬 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먼저, 유형문화재 ‘강감찬 생가터’로 우선 향했습니다.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된 이곳은, 고려 시대의 귀인 · 명장이자 거란의 10만 대군을 무찌른 - 인헌공 강감찬 장군(948년-1031년)이 태어난 집터입니다. 그가 이끈 1019년의 귀주대첩은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과 함께 3대 대첩으로 역사가 기록하고 있는데요.
멀리서 찾아온 저를 반기듯, 햇살이 내리쬐는 ‘낙성대 유허비’와 처음 마주한 순간입니다. 유허비를 한 바퀴 둘러보면서 장군의 기운과 내공이 담긴, 웅장하고 멋진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왼쪽부터)낙성대 유허비, 김강찬 생가터, 향나무
여러분은 ‘낙성대’라는 뜻이,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날 -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부끄럽게도…저는 종종 지나치던 낙성대의 어원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고려 시대의 사리탑식 3층 석탑을 세워 그곳을 기념하고 있으며, 한쪽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향나무(강감찬 나무)는, 강감찬 장군과 더불어 자랐다고 전해지는데요. 1996년 조경공사를 통해, 수령 150년 된 대체 향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의 모습입니다.
<강감찬 장군의 일대기가 그려진 봉천동 벽화>
가볍게 생가터 인근을 산책하면서 강감찬 장군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좋은 기운을 선물받고 설레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첫 번째 책방으로 향했습니다.
밝은책방: 서울 관악구 봉천로 540-1 2층
변호사가 운영하는 동네 책방, ’밝은책방’은 인문사회예술서점으로 책방지기의 본업이 변호사인 것이 특징입니다! 법과 인권을 중심으로, 인간과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 책들을 두루 선정하고 있습니다.. 인권과 법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 밝은책방과 법률사무소 ‘물결’의 간판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책방 한쪽에 물결 법률 사무소를 개소했다고 합니다.
봉천동의 ‘밝은책방’은 ‘김소리 변호사’와 ‘류하경 변호사’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요. 김소리 변호사의 언론 인터뷰를 입구에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문화공간’이자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며 문을 연 밝은책방! 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모임이 다채롭게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합니다.
변호사가 운영하는 인문학 서점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에 맞게 이곳에는 인권과 법 관련 서적들이 많았고, 노동권, 여성인권 등 기본권을 중심으로 책이 분류돼 있습니다. 법조인의 손길이 닿았다는 정체성과 전문성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노동권, 주거권, 환경권 등 여성, 아동, 장애인, 동물, 소수자 등의 인권별로 분류해 특색 있는 큐레이션을 시도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문학, 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인문서적도 한쪽을 채우고 있었는데요. 익숙함 속의 새로움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인권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쟁점 강연, 법 토크, 사회 이슈 북토크, 초청 강연, 책 읽기 등 20평 공간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재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책을 구매한 경우에는 책방에서 읽는 것이 가능합니다. 만약 구매하지 않고 책방을 이용할 경우에는 2시간당 이용료 3천 원을 받는 점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개인 소장 책을 읽거나 공부, 업무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고 하네요. 구매를 통해 나의 책으로 만든 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밝은책방에 머무르는 동안, 공간을 방문했던 모녀가 있는데요. 둘이서 함께 책을 고르고 읽다가 귀가하는 모습에 제 마음까지 편안해졌습니다. 잠시 방문객을 구경하러 나온 마스코트 강아지 ‘로마’와도 인사를 마치고, 다음 책방을 향해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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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에서 방문한 다음 책방은 바로, 영화 전문 서점 ‘관객의 취향’이었습니다.
관객의취향: 서울 관악구 관악로 204 3층 301호
‘사진이 진실이라면, 영화는 초당 24번의 진실이다.’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가 영화에 관해 남긴 말인데요. 스크린 속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에도 - 관객에게 남은 진실을 음미할 수 있는 ‘관객의 취향’에 도착했습니다. 저와 함께 들어가 보시죠!
책방지기님의 취향으로 채워진 공간
영화 전문 도서와 독립출판물, 큐레이션 도서를 판매하는 작은 책방이라고 소개된 ‘관객의 취향’! 들어서는 순간부터 영화 전문 책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공간에 들어서기 전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 재개봉 포스터가 반기고 있었는데요. 입구에서부터 영화 포스터를 만나고 나니 정말 영화가 가득한 책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관객의 취향’은 커피와 음료, 간단한 다과도 판매하고 있어 영화와 문화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가슴이 뛰는 공간!
영화를 좋아한다면, 관취 (관객의취향) 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책방지기가 7년 동안 영화 현장의 제작팀으로 일했던 ‘영화인’ 출신이기 때문인데요. 낮엔 영화 책방을 운영하고 밤엔 글을 쓰면서 지낸다고 해요. ‘영화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업을 가진 멋진 분이었습니다. 봉천동을 자주 오고 간다면 -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영화를 만나기 위해 책방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겠어요.
관객의취향에서는 선물 포장과 택배 발송도 가능한데요. 책방에 방문한 후에, 다른 약속이 있어도 문제없죠. 부담 없이 책을 소장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또, 눈길을 끄는 파트는 ‘릴레이 블라인드 북’이 있었는데요. 아무개 손님이 다음 손님에게 직접 편지를 작성해 책을 추천해 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책을 통해 다른 이와 연결되는 묘함이 매력적이지 않나요?
영화적인 책방의 곳곳
관객의취향에선 별도의 도서 판매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고 해요. 방문하는 이들의 선택을 모든 책들이 고루 받을 수 있게하기 위함이죠. 저도 책방 안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구경하다, 여운이 미결된 <헤어질 결심>의 각본을 마침내 마주했습니다.
한참동안 공간을 구경하다가 안개에 홀린 듯 <박찬욱의 오마주>를 구입했는데요. 살짝 읽어보니, 관객의취향에서 보낸 시간이 공허하지 않았답니다.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다음 책방으로 다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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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봉천동 책방은, 20분여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책이는당나귀’입니다!
책이는당나귀: 서울 관악구 당곡6길 6
책이당 - 여기 있어요
’책이는당나귀’는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는 작은 책방입니다. 골방 작가와 쫄보 사서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요. 관계자들의 귀여운 소개 때문인지 책이당이 더욱 궁금해졌답니다. 다양한 분야와 소재의 책들을 판매하며, 책과 함께 마실 거리도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크나큰 책장에 마음이 풍족해졌는데요. 무엇보다도 한때 여행작가였던 책방지기의 여행의 흔적들로 채워져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창문 아래에 직접 다녀온 여행지에서 수집한 엽서들이 붙어 있어, 감히 책방지기의 경험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적인 책방의 곳곳
커다란 책장은 판매용 책과 헌 책(소장용)으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새 책은 구매한 후 읽어야 하고, 책장 둘째 줄의 헌 책은 마음껏 꺼내 읽어볼 수 있습니다. 드립 커피를 주문한 뒤 보다 꼼꼼하게 책장의 큐레이션을 둘러보았습니다.
‘여행이 범람하고 여행에 중독된,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 대체 여행이 뭐길래 우리는 떠나고 돌아오고를 반복하는걸까?’ 저는 ‘책이는당나귀의 주인장이 쓴 여행 에세이’라고 소개된 코너에 눈길이 갔는데요. 마침 양옆에 놓인 도서들도 책이당의 기획부장, 공식 디자이너의 저서였습니다. 작가로도 활동한 멋진 이력을 보니, 이 공간이 더욱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아 또, 책장 곳곳에 붙은 마스킹 테이프가 귀여웠습니다! 캐릭터가 잘 보이게 뜯겨진 채로 이곳저곳에 꼼꼼히 부착해 있었거든요.
따뜻하게 내려주신 드립 커피를 마시며, 헌 책 <도쿄의 서점>을 잠시 읽었답니다. (커피도 너무 맛있었어요!) 서점에서 서점에 관한 책을 읽는 제 자신에 잠시 취했던 시간입니다. ㅎㅎ 평화로운 충전을 마친 뒤 몸을 일으켰습니다.
나가려는 길에 책방지기의 추천으로 얻은 Donkey post! 바로 책이는당나귀 서점 격월간 소식지 <당나귀 통신>을 무료 배포하고 있었는데요. 커스터마이징을 하듯 도장을 고르게 찍고, 인사를 한 뒤 책방 밖으로 나섰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봉천동의 대표 독립책방 세 곳은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변호인, 영화인, 여행인 등 - 책방지기들의 직업이 인상적인 곳들이었죠. 그래서일까요? 이색적인 본업을 가지고 있거나,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그분들의 시간이 책방 곳곳에 묻어 있었습니다. 나와 다른 길을 걷는 이들의 책 이야기, 봉천동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내일은 어떠신가요?
취재/글 : 김선임
*성수에서 한나절을 보내는 사람. 기획하고 원고 쓰고 - 가끔 디자인도 한다. 활자 읽는 지구력 훈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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