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한국도서관협회와 13개 산하협의회가 준비한 도서관 축제가 한껏 무르익은 가을과 함께 찾아온다. 마침 푸른 섬 제주에서 열린다고 하니 여행을 겸해 떠나봄직한 핫스폿 4곳을 소개한다.
‘발전의 60년, 함께하는 도서관의 미래’를 주제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펼쳐지는 ‘제60회 전국도서관대회·전시회’. 다양한 국내외 도서관 관련 정책과 신기술을 만나볼 이곳을 목적지로 정했다면, 눈을 즐겁게 할 아래의 명소들을 경유지 삼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탐라도 속 또 하나의 나라, 탐나라공화국
탐나라 공화국은 남이섬을 국제적 핫플레이스로 만든 멀티아티스트 강우현대표가 10여년 공들여 만든 작은 나라이다. 메마른 땅에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심어온 30년, 황무지가 울창한 숲이 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속 이야기가 어딘가 존재하길 바랐다면 바로 이곳이다.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 자리한 탐나라공화국은 나무도 물도 없는 돌땅에 숲을 일구고 80여 개의 빗물 연못을 만들어 이제는 그 아름다운 풍경으로 세계 각국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는 제주의 숨은 명소다.
방문을 위해 예약은 필수고, ‘탐나라공화국’이라는 이름답게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도 구성되어 있어 마치 타국으로 여행 온 것 같은 설렘을 준다. 특이한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업사이클의 명소로도 유명한 ‘탐나라공화국’은 쓸모를 다해버린 처치 곤란의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입장료 대신 받기도 한다. 무사히 이 땅에 발을 디디면 ‘스토리투어’라는 이름으로 탐나라공화국을 손수 가꾼 직원들로부터 공간마다 품은 값진 이야기를 얻을 수 있다.
이곳은 ‘상상의 나라’로도 일컬어지는데, 그 이유는 시설과 조형물의 70% 이상에서 다양한 재활용 사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의 ‘업사이클 환경생태교육 대행기관’으로 선정된 곳답게 전국에서 버려진 헌책 30만 권으로 채운 헌책도서관, 제주 화산석을 녹여 도자나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관 등이 의미를 더하고, 오감을 만족하는 다채로운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방문객 누구나 너른 들판에 나무를 심거나 채소를 가꿀 수 있어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로도 입소문이 나 있다. 이방인들의 작은 손길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공화국이 된 사연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그래서 이곳이다.
‘작은 마을의 작은 글’이라는 뜻의 소리소문은 제주도 서쪽에 자리한 동네 책방으로, 벨기에 Lannoo Publishers가 꼽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의 서점 150’에 한국 서점 최초로 이름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이 화려한 타이틀에 걸맞은 책방의 매력은 제주도의 옛 돌집을 다듬고 꾸며 공간이 주는 따뜻함도 한몫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책방지기의 마음과 태도가 크게 작용한 덕인지도 모른다.
언제든 들러 구하고 싶었던 책을 찾을 수 있도록 온갖 다양한 책들이 작지 않은 공간 이곳저곳에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자리해있다. 공간별로 주제를 달아놓는데, 한 공간에는 두 달마다 책방지기가 직접 한쪽 벽을 손 그림이나 책 속 글귀로 채우고 화제를 모은 단어들을 꼽아 관련 책들을 배치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 다른 공간인 ‘작가의 방’은 방 이름대로 실제 작가의 집필실처럼 꾸미고, 매달 알리고 싶은 작가와 작품을 선정해 소개하고 그 작품을 필사할 수 있도록 책상과 필사 노트도 마련해두었다.
‘오로지 책으로 말하는 공간, 책이 존중받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이 스며서인지 소리소문은 SNS에서도 인기 있는 동네책방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책방 앞마당에 펼쳐진 제주의 너른 품 때문에라도 오래 머물고 싶은 곳, 책방지기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가 꾸준히 인기 도서로 자리한 곳, 특별한 이야기와 여유가 스민 이곳이라면 제주를 여행할 때 일정에 넣어볼 만하다.
이용 정보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동길 8-31
이용 시간
목~월 11:00~18:00 (화·수 정기휴일)
홈페이지
instagram.com/sorisomoonbooks
문의
0507-1320-7461
제주 자연과 예술과 안도 다다오의 시선, 본태박물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 예술을 제주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건축가를 대표하는 노출 콘크리트와 빛, 물의 조화는 제주의 수려한 자연이 품어 더욱 고요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전통과 현대 공예품을 통해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인류 공통의 아름다움을 탐색할 목적으로 세웠다는 설립 의도는 ‘본래의 모습’이라는 뜻을 담은 박물관 이름(본태: 本態)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느긋하게 건축가의 시선을 따라 걷다가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총 다섯 개의 전시관이 차례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제1관은 우리네 전통 공예품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다채로운 빛깔의 자수와 문양이 일상 안으로 끌어들인 예술을 곱씹게 한다. 제2관은 백남준, 피카소, 로버트 인디애나 등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예술가들의 현대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이다. 제3관은 거대한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의 상설전시관으로 꾸며져 있으며, 제4관은 우리나라 전통 상례 전시실, 제5관은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전시관은 물리적으로 서로 거리가 떨어져 있어 여유롭게 사색하며 예술을 감상하도록 한 건축가의 배려가 묻어난다. 전시관과 전시관 사이사이 안과 밖이 공존해 자연이 비스듬히 전시 공간 안에 스며든 듯하다. 본태박물관은 사람과 사람, 자연과 건축, 전통과 현대, 세계와 한국이 서로 만나는, 공존의 시간을 그대로 담아낸 심미적 공간이다.
이용 정보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산록남로 762번길 69 (상천리 380)
이용 시간
10:00~18:00 (연중무휴)
홈페이지
bontemuseum.com
문의
064-792-8108
제주의 낙수와 둥근 찻잔이 있는 풍경, 왈종미술관
복잡해서인지 더 지루했던 도시와 거리를 두고자 떠난 제주, 그곳에 20년 넘게 뿌리내리며 작품 활동에 몰입하니 동양화가의 붓은 종이에서 벗어나고 시선은 알록달록 색을 입더니 조각, 도자기, 보자기 등으로 확장되었다.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활동하던 화가 이왈종은 이제 ‘서귀포 화가’로 불린다. 친숙해진 별명에 보답이라도 하듯 제주에서 느낀 행복감을 되돌려주고 싶어 작가는 작업실을 겸한 300평 규모의 미술관을 짓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하여 자신의 이름을 붙인 왈종미술관은 2013년 5월, 눈 시리게 탁 트인 제주의 풍경이 바라다보이는 정방폭포 인근에 문을 열었다.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의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왈종미술관은 조선백자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말대로 둥근 찻잔을 연상케 하는 이색적인 외형부터가 눈길을 끈다.
1층에는 수장고와 도예실이 자리하며, 2층에는 화가의 평면회화를 중심으로 도예, 미디어아트 등이 전시되어 있다. 3층은 화가의 작업실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볼거리를 더한다. 건물 안에 오밀조밀 다채롭게 구성된 작품들을 감상하고 옥상에 오르면 화가가 준비한 깜짝 선물처럼 제주의 풍경이 눈앞에 바짝 다가온다. 계절은 물론 그날 날씨에 따라 제 모습을 바꾸는 풍경이야말로 화가가 의도한 가장 큰 작품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서울도서관이 가정 냉·난방비 부담을 해소하고 탄소 배출량의 감소를 위해 ‘도서관은 핫하다’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2023년부터 2년째 겨울철에 시행하고 있는 이 캠페인은 여름에는 ‘도서관은 쿨하다’로 변신한다. 서울도서관에서 왜 계절마다 “끄고, 도서관으로! (Off & Library)”를 이야기하는지 들어보자. 추울 때도 더울 때도 도서관
도서관과 ESG 세 번째 칼럼으로, 경제·사회·문화적으로 ESG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지금, 도서관의 교육프로그램과 문화행사에 ESG를 주제로 할 때 주안점에 대해 살펴본다. 도서관에 ESG 바람이 불고 있다도서관학자 랑가나단(S.R. Ranganathan)은 도서관학의 5원칙에서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고 주장하며 사회변화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평생 출판·교육사업을 펼쳐 한국의 정신문화를 재건하는 데에 힘쓴 故 우촌 이종익 선생(1923~1990).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우촌 정신을 미래세대로 잇기 위해 ‘신구문화상’이 제정됐다. 8월 한달간 그 첫 번째 수상자 공모를 받는 신구문화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땅을 딛고 서라. 끌려 가거나 실려가는 것이 아니라, 제 걸음으로 당당히 걸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