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며 도서관에서도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니어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도서관의 문을 개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도서관을 만나본다.
초고령화사회를 앞두고 도서관들이 시니어들의 독서환경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시니어들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 도서관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이미 시니어 서비스를 시작한 도서관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지난 2021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시니어 전문 도서관, 가원시니어도서관
국내 최초의 시니어 도서관, 가원시니어도서관
지난 9월 21일, 가원시니어도서관에서는 여느 목요일과 마찬가지로 <달관장과 함께하는 별난 독서모임(이하 ‘별난 독서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2021년 개관한 가원시니어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시니어 도서관으로, 시니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별난 독서모임>은 문옥선 관장이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니어들이 함께 책을 읽고 마지막에는 짧은 자서전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시니어들과 함께하는 가원시니어도서관의 <별난 독서모임>
2022년 1월에 개설된 이후 벌써 3기 참가자들과 함께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별난 독서모임>은 보통의 도서관 독서모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한글에 서툰 시니어나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미리 책을 읽어 온 후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매주 함께 짧은 에세이를 한 단락씩 소리 내어 나눠 읽으면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다 읽고 나면 에세이를 읽고 떠올린 자신의 과거 일화나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책을 읽는 것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도 힘들어하던 참석자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매 기수마다 모임에서 꺼내놓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묶어 자서전을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하는데, 처음에는 자기가 어떻게 자서전을 쓰냐며 손사래치던 시니어들도 완성된 자서전을 보며 감동하곤 한다.
교육용 키오스크, 해피테이블 등을 통해 기기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하는 시니어들
시니어에게 특화된 도서관인 만큼, 가원시니어도서관에서는 다른 도서관에는 없는 색다른 서비스도 만날 수 있다. 키오스크를 어려워하는 시니어들을 위한 교육용 키오스크, 두뇌 운동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가 삽입된 해피테이블, 노안으로 책 읽기가 어려운 시니어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큰글자책 등이다. 프로그램들 역시 시니어들에게 최적화되어 있어서 ‘영어 간판 읽기’, ‘시니어 블록 교실’, ‘인문학 독서동아리 문화탐방’ 등을 통해 시니어들의 두뇌활동을 장려하고 그들이 급변하는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는 걸 돕고 있다.
시니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후원을 통해 큰글자책을 구입하는 가원시니어도서관
가원시니어도서관 이용 정보
위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1576 태진프라자 804호
이용 시간
(이용시간) 월-금: 10:00~17:00, 토: 대관 이용만 가능
(휴관일) 매주 일요일, 법정공휴일, 대체공휴일, 근로자의 날
홈페이지
http://www.시니어도서관.com
문의
031-916-0804
INTERVIEW – 문옥선 가원시니어도서관 관장
“집과 복지관 사이에 위치한 시니어 도서관”
문옥선 가원시니어도서관 관장
Q. 가원시니어도서관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가원시니어도서관은 2021년 9월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민간 시니어 도서관입니다. 지금보다 시니어들의 도서관 이용률이 높지 않았던 때, 이사장님의 80대 노모가 책을 보려고 도서관에 갔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해서 발걸음을 돌린 적이 있다고 해요. 돌아오셔서 ‘왜 노인들을 위한 도서관은 없는지 아쉽다’고 하셨던 거죠. 그 말에 노인들에게 문턱이 낮은 도서관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사장님이 준비 끝에 가원시니어도서관을 개관하게 됐어요.”
Q. <별난 독서모임>의 시니어들은 적극적으로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적극적인 건 아니었어요. 참여한 분 중에는 글 읽기를 어려워해서 자기 차례가 되어도 읽지 않으시는 분이나, 글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어서 떠듬떠듬 읽는 분도 계세요. 처음에는 독서모임을 무척 힘들어하셨죠. 하지만 저희는 절대 강요하지 않아요. 독서량이 느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책을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쉽게 구성했어요. 이분들에게는 여기 오는 것도 큰 용기였을 것을 아니까 계속 응원해드렸고요. 1·2기 때 참석했던 분들도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그렇게 조금씩 독서모임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는 자서전 쓰는 것도 별거 아니었다며 자신감을 보이며 무척 만족해하셨어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노인의 수는 많아지는데, 급변하는 시스템을 따라가기에는 교육 프로그램이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집과 복지관 사이에 시니어 도서관이 있습니다’라고 얘기해요. 은퇴하고 자식들에게 피해 안 주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시니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들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예를 들어 요즘 키오스크 모르면 햄버거도 못 사 먹잖아요. 여기 오시는 시니어들은 교육용 키오스크로 연습해서 이제는 어떤 키오스크도 능숙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어요. 영어 간판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어하던 분들도 <영어 간판 읽기> 프로그램을 통해 주변의 간판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요.”
시니어를 위한 공간을 구성한 군포시 산본도서관
산본도서관은 2021년 리모델링을 시작해 2023년 재개관을 하면서 도서관 1~2층 일부 공간에 시니어들을 위한 실버도서관으로 ‘여유당’을 선보였다.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여유당’이란 이름은 정약용 선생의 다산문학전집 ‘여! 겨울의 냇가를 건너듯 하고, 유! 사방이 두려워하는 듯하거라’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여유로운 마음과 깊이 있는 사색을 의미한다.
여유당은 컴퓨터 이용에 미숙한 시니어들을 위해 터치스크린 대형 모니터가 설치된 시니어 전용 컴퓨터, 저시력자를 위한 확대경 등 독서 보조기기 등을 설치해, 정보 서비스 소외계층이 되기 쉬운 시니어들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시니어들을 위한 테마 추천 도서코너, 치매 관련 도서코너, 시 낭송 아카데미, 노후 준비를 위한 재무설계 교육, 그림책을 읽고 쉽게 요리할 수 있는 한 끼 만들기 수업 등 시니어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맞춤 프로그램과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여유당을 실버도서관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곳은 다른 세대와 시니어를 구별하기 위해 별도로 마련한 공간이 아닌 ‘소통의 공간’이다. 때문에 여유당은 개방형 공간으로 조성되어 세대간의 소통과 공감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1층 입구 근처에 신문, 잡지 등을 볼 수 있는 공간과 가벼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여유담소방이 마련돼 있어서 도서관을 찾는 모든 세대가 함께 소통하고 도서관을 즐기고 있다.
“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른 도서관 이용자 계층의 변화와 산본도서관 리모델링 설계 시 시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나온 실버공간 확대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공간을 확보하고 여유당을 조성하게 됐습니다.”
Q.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독서 문화,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으나 여전히 도서관은 젊은 층들이 이용하기 편한 환경으로 조성돼 있습니다. 문화 프로그램도 유·아동이나 일반 성인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시니어들이 은퇴 후 남는 많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고, 도서관을 방문하는 시니어들도 신문, 영화 등을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개인적인 공부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대다수죠. 시니어분들이 책을 즐기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휴식하며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실버 문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기존 도서관에서 시니어 이용자들을 위해 마련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글자가 작은 일반 도서는 읽기가 힘들고 관심 분야 역시 다를 테니, 기본적으로는 시니어를 위한 큰글자책 구입, 시니어를 위한 북 큐레이션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더해 다양한 도서나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방법을 안내해 주고 같은 고민을 가진 시니어들을 동아리로 엮어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게 해서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해소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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