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는 물론 사회문화적으로도 ESG가 주요 경향으로 떠오른 지금, 도서관들도 이용자들에게 ESG의 개념과 실천, 활동 방향을 일깨우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여러 도서관들이 교육·문화 프로그램으로 ESG를 기획하고 있는데, 근래 ESG 강좌가 진행된 인천광역시교육청북구도서관을 찾아 교육 내용과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인천광역시교육청북구도서관에서 진행된 ‘녹색지구를 위한 ESG’ 프로그램
지난 10월 중순, 토요일이었지만 10여 명의 사람들이 인천광역시교육청북구도서관을 찾았다. 이날 진행된 프로그램은 ‘녹색지구를 위한 ESG’. 최근 경제·사회적으로 중요한 키워드가 된 ESG에 대해 이해하고 탄소중립과 ESG를 보드게임으로 즐기며, 친환경 제습제를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문소라 환경교육사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120개국이 넘는다”며,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이 되면서 인류의 생존 위협에까지 다다르자 여러 국가들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일반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책임과 경영 개념을 도입하면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을 찾게 됐다. 이것이 바로 ESG(‘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알파벳을 딴 용어)로, 이제는 기업과 기관들이 우선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가 됐다.
보드게임으로 만나보는 ESG, ‘더 가깝게 느껴져요’
‘녹색지구를 위한 ESG’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조를 이뤄 앉은 자리에서 보드게임이 펼쳐졌다. ‘제로힛(ZERO HIT)’이라는 이름의 이 보드게임은 할리갈리 게임을 기반으로 환경교육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탄소를 배출하는 요소(+)와 탄소를 저감하는 요소(-)의 수가 같을 때 재빨리 종을 쳐 승자를 가르는 방식인데, 탄소중립의 개념을 익히고 일상에서 탄소를 배출하고 저감하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탄소중립, 지구온난화 등 어렵게 생각했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대처 방안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탄소중립을 주제로 즐겨보는 환경교육 보드게임 ‘제로힛’
뒤이어 염화칼슘과 폐 일회용컵을 활용해 간단하게 제습제를 만들어보는 순서를 가졌다. 종이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고, 염화칼슘을 담은 컵 위를 덮어 만드는 방식이었다. 참여자들은 환경, 가족 등을 주제로 하거나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림으로 그리며 나름의 미적 감각을 뽐냈다. 세 살 아이와 동행한 한 참가자는 “ESG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 좋았고, 주말에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서 이러한 행사를 즐겨보니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친환경 제습제 만들기에 몰두하는 참여자제작 완료된 제습제들
인천광역시교육청북구도서관 조수빈 사서는 ’녹색지구를 위한 ESG’ 프로그램에 대해 “요즘 화두가 되고 있지만 조금은 어려운 개념인 ESG를 지역주민이 쉽고 재밌게 학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체 교육기부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환경과 ESG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정기적인 환경교육과 강의 개설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도서관은 환경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에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통해 ESG를 실천해왔습니다. 생각해보면 도서관에 ESG 관련 제도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이 됩니다.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각 도서관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ESG 프로그램을 제공해 ESG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ESG(그중에서도 환경)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만큼 관련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ESG 도입에 주역이 되는 도서관 사서들에게 ESG 개념과 방향성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도서관이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ESG 교육 프로그램
한편, ESG는 최근 여러 도서관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슈다. 먼저 서울 강동도서관은 ESG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10~11월에는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는 쓰레기 없는 생활’을 주제로 한 4회의 강좌를 열어, 지속가능한 지구생태를 위한 조건과 기후위기에 대해 이해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개인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에서 찾아봤다. 회차별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는 쓰레기 없는 생활
1회차 (10/24)
-지구 지속가능성의 조건을 알아본다. -기후위기란 무엇인지 이해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알아본다.
2회차 (10/31)
-쓰레기 없는 생활이 기후위기 극복에서 중요한 이유 -쓰레기 없는 생활을 위한 개인 실천 방법
3회차 (11/7)
-의식주(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곳) 살펴보기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방법
4회차 (11/14)
-‘알맹이만 주세요’부터 ‘알맹상점’, ‘수리수리 다수리’까지! 알짜들의 활동 이야기
지역주민 1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강좌는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일상에서 ESG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밖에 강동도서관은 지난 8월 ‘1회용품 ZERO 챌린지’와 환경 큐레이션 ‘우리,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요?’, 4월 인문학 강좌 ‘식탁 위에 부는 기후변화의 바람’, 1월 생태전환교육 ‘영화로 알아보는 기후위기’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그만큼 ESG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는 증거다.
강동도서관이 운영한 ESG 환경교육 프로그램광진정보도서관이 운영한 ESG 환경교육 프로그램
그런가 하면 서울 광진도서관은 ‘도서관 ESG스쿨’을 진행하면서 초등학생 참여자들이 햄버거 포장지를 활용한 휴지케이스를 만들고 폐유리와 펄프로 완구와 학용품을 만드는 등 다채로운 기획으로 호응을 얻었다. 성남 수정도서관의 경우 ‘찾아가는 ESG교실’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교재와 교구를 사용해 7개 초등학교, 700여 명의 학생들이 책 읽는 즐거움과 ESG 실천 방법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남양주 정약용도서관의 경우 ‘ESG랑 놀자’라는 영유아 놀이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 영화와 업사이클링 놀이터 등을 체험하며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의 혜택을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도서관들이 ESG 프로그램을 시도, 운영하면서 자연적으로 지역사회와 연계가 이뤄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도서관이 여기에 동참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조수빈 사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에 ESG에 대한 교육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게 큰 수확입니다. 도서관에서 새로운 지식·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지역,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됐어요. 앞으로 도서관이 ESG와 같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필요한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녹색지구를 위한 ESG’에 참여한 인천 지역 대학생들
INTERVIEW- 문소라 환경교육사
“ESG 이슈에 귀 기울이는 도서관이 되기를 바라요”
문소라 환경교육사
Q. ESG와 환경 경영의 구분을 모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얼마 전만 해도 환경 경영이 트렌드 중 하나였는데, 최근 ESG 경영이 부각되면서 혼동하는 분들이 있어요. 엄연히 구분되는 용어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구분하기보다는 환경 경영을 첫 단계라고 하고, 발전적으로 전문화된 것을 ESG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것 같아요. ESG는 환경 경영보다 내용이 풍부해지고 전반적인 사항이 업데이트됐다고 보면 됩니다.”
Q. 도서관에서 ESG를 주제로 문화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 어떻게 기획하면 좋을까요?
“가장 쉽게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은 재활용이나 자원순환 등 생활과 관련된 아이템부터 시도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팩을 모음으로써 북극곰을 살린다거나 친환경 재료로 제습기를 만드는 것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호응도가 좋거든요. 폐기해야 할 도서, 그림책 등을 가지고 새로운 책을 만드는 수업도 가능하죠.”
Q.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ESG 관련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점검해본다면?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도서관에서 진행했던 교육들은 너무 한정적이었어요. 하더라도 여름방학, 겨울방학 등 짧은 기간에 진행되면서 교육의 연속성이 떨어졌죠. 프로그램 참가자의 소감을 살펴보면 많은 분들이 꾸준하게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기곤 하거든요. 따라서 프로그램별 간격을 좀 더 두더라도, 한 달에 1회씩이라도 지속적으로 ESG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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