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세계는 지금] 설계되는 방식부터 운영되는 방식까지, 지역사회 도서관의 다양한 ESG 활동
서우민_자유기고가
2023-12-1200:01
지난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전체가 진행했던 ‘인종차별 반대 프로젝트’는 구조적인 인종차별과 편견의 영향을 해체하는 데 주력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소장품 개발 총책임자인 사라 맥클렁(Sarah McClung)과 동료들은 도서관의 인종차별 반대 도서와 기사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했다. 사라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시스템의 도서관 직원들은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 문제를 따로 또 같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은 ‘포용적인 피부색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다양한 피부색에 대한 의학적 상태를 보여주는 문헌 자료를 늘렸다. 사라는 “확실히 과거에 비해 지난 2년 동안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에 대해 학술 도서관에서 더 많이 언급되었는데 인종차별 반대를 위한 업무는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내가 매일 해야 하고 투쟁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대학교도 2020년에 인종차별 반대 업무를 하는 사서직을 채용하며 연간 최대 24만 300달러(약 3억 986만 원)의 급여를 제공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용자 계층을 위해 여러 도서관들이 사회적 책임 경영에 힘쓰고 있다.
안전한 지역사회를 위해서 사회복지사와 함께하는 도서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드러먼드빌시는 지난 2021년에 전례 없는 주거 위기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직면한 가운데, 드러먼드빌공공도서관(Drummondville Public Library)에서 일할 사회복지사를 고용했다. 퀘벡의 공공도서관협회 이브 라가시(Eve Lagacé) 협회장은 “마약 사용, 언어폭력, 때때로 사서들을 향한 신체적 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 도서관이 개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드러먼드빌시에 따르면, 도서관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6월 사이에만 심리사회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 400건 이상의 긴급 상황에 개입했다. 이브는 “도서관을 통해 사회복지사들이 정신건강이나 약물 남용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식량 원조나 의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사람들을 안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러먼드빌시의 사례는 지역사회의 취약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함으로써 여러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이점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드러먼드빌시의 홍보 담당자인 앤 엘리사베스 벤자민(Anne-Elizabeth Benjamin)은 “드러먼드빌 공공도서관은 직원들과 대중 모두에게 더 안전한 장소가 되었다”고 전했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파크엑스탕시옹 공공도서관(Bibliothèque de Parc-Extension)을 관리하는 마크 앙드레 위오(Marc-André Huot)는 “예산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이민자들의 이민 서류 작업을 돕는 것이 도서관의 소명 중 하나가 되었다”며 “도서관이 사회복지사와 함께하는 것이 지역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큰 활자로 인쇄된 도서를 배치하고, 오감을 통해 책을 감각하게
일본 도시마시립중앙도서관(Toshima City Central Library)은 지난봄에 ‘링고 노 타나(Ringo no tana)’라는 새로운 코너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촉각적인 즐거움과 독서의 편리함을 위해 고안된 책꽂이가 있으며, 큰 활자로 인쇄된 도서들이 있다. 도서관은 의식적으로 ‘장애’라는 표현을 피하면서 ‘다양성을 고려한 책’과 같은 표현을 선택했다. 시력 저하는 장애인만 겪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경험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증장애인 작가 사오 이치카와(Sao Ichikawa)가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수상하며 기자회견에서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은 권리 침해”라는 말을 남겼다. 도서관 사서인 노리코 이시카와(Noriko Ishikawa)는 “이 발언은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각성의 순간”이었다며 “장애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의 속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특징에 있다”고 말했다. 노리코는 “우리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도서관 설계도 윤리적인 방식을 고민
미국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뉴케이넌도서관(New Canaan Library)은 건축 자재 공급망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뉴케이넌 도서관의 리사 올덤(Lisa Oldham) 관장은 자재 공급 과정에서 강제 노동을 없애기 위한 운동에 기여하는 것을 우선시해왔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에 따르면, 2천 500만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폭력이나 협박 또는 조작된 부채 등으로 노동을 강요받는다.
2022년 9월, 도서관은 355석 강당과 야외 테라스 등을 포함해 4만 2천 641평방피트(약 1,198평)의 새로운 시설을 짓는, 3천 600만 달러(약 470억 원)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도서관의 지도부는 이 프로젝트에 환경 관리, 경제성, 사회적 형평성을 위한 지속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실히 알기를 원했다. 리사는 이 프로젝트가 자재 조달 방법론에 기여하고 현대 노예제도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도서관은 건축 자재 및 제품의 출처와 이러한 자재를 생산하는 회사의 윤리에 대해 더 많은 투명성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다. 건축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의 80여 명 전문가와 지도자들이 건축 공급망의 강제 노동을 없애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컨설팅했다.
도서관은 뉴케이넌에 기반을 둔 그레이스 팜 재단(Grace Farms Foundation)의 이니셔티브인 ‘자유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Freedom)’과 협력했는데, 자유를 위한 디자인 웹사이트는 도서관이 건설 및 개조 프로젝트에서 윤리적인 설계 요구 사항을 지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샘플 언어, 그리고 프로젝트에서 선택한 자재를 입력하고 추적할 수 있는 템플릿을 제공했다.
그레이스 팜 재단의 설립자인 샤론 프린스(Sharon Prince)는 “공정한 디자인의 다음 단계는 건축 자재 공급망을 조사하고, 사회적인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샤론은 “건설 산업이 노동 투명성과 관련해 오랫동안 불공정한 관행을 지속해온 것을 묵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곧바로 뉴케이넌도서관은 자유를 위한 디자인의 첫 번째 시범 프로젝트에 서명했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의 ESG 담당자인 미카엘라 폴타(Micaela Porta)는 “이 건물이 우리 도서관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고 핵심 가치가 실현되는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뉴케이넌도서관의 프로젝트를 통해 생성된 문서는 향후 전 세계의 도서관 건축 프로젝트들이 더욱 윤리적으로 자재를 조달하는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영국 런던도서관(London Library)은 도서관의 활용 범위와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재정을 균형 있게 회복하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기반을 만드는 전략을 2018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했다. 이 전략의 주요 목표는 도서관에 대한 접근 및 참여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고, 도서관의 회원비가 큰 장애물이 되는 시민들을 위해 도서관 가입 또는 이용 방법을 마련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 마련 모금 수익이 도서관 전체 수익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난 5년간, 도서관은 반값 청년 회원권의 나이 상한을 24세에서 26세로 높였으며 두 명의 젊은 회원을 이사회 멤버로 추대했다. 2022년에는 배우 헬레나 본햄 카터(Helena Bonham Carter)를 도서관의 첫 여성 의장으로 선출해 도서관에 새로운 이용자가 많이 늘도록 했다. 더 많은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도서관은 예산 대비 모금을 잘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 9월부터 저녁 운영 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ESG를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로 비꼬기도 했고, ESG가 오히려 기업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을 가능하게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인 PwC에 따르면, ESG에 중점을 둔 기관 투자가 2022년에서 2026년 사이에 84퍼센트 급증할 정도로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ESG 약속을 기꺼이 지지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도서관도 환경, 사회, 지배 구조를 고려하여 행동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변화와 사회적 문제에 관한 주변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도서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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