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뒤로 하고, 새로이 다가올 2024년을 맞아 도서관계의 화두를 점검한다. 2024년에 도서관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어려움이 예상되는 2024년
2024년, 도서관 대부분이 재정적으로나 인적으로나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것으로 생각된다. 한 해를 전망하는 데 밝은 희망보다 어두운 전망을 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우선 정부의 2024년 예산안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내년도 도서관 정책 관련 예산이 크게 줄었다. 건전재정의 기조 속에서 많은 부문 예산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기조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미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교부금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공공도서관 건립 예산도 이미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예산 부족은 도서관 활동을 크게 제약할 것이기에 벌써부터 우려가 크다.
IMF 경제위기 당시에도 자료 구입비 부족 현상이 도서관 현장을 크게 흔든 적이 있었다. 예산 부족 상황은 도서관 분야 산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거기에 더해 도서관 활동과 관련된 독서진흥 예산이나 출판 분야 등의 예산 사정에도 어려움이 많다. 2024년에는 예산 부족을 겪지 않으면 좋겠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다만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예산안을 논의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때 도서관 예산이 제대로 확보돼 지금의 걱정이 기우가 되길 기대한다.
두 번째는 도서관 관련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다. 우선 올해로 끝나는 제3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에 이어 곧바로 2024년부터 제4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이 수립, 시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지난 10월 개최된 제60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서 계획(안)이 공개됐다. 그러나 계획은 아직 최종 계획으로 확정되지 않고 있다. 계획을 확정하고 실행을 주도해야 할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가 2022년 4월 제7기의 임무를 마친 이후 지금까지 무려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위원장과 민간 위원이 위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 기구로 위상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위원회를 구성해 필요한 정책적 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거기에 더해 국가 도서관 시스템에서 중요한 자리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공석 사태도 벌써 1년을 훌쩍 넘어섰다. 국회 국정감사 때도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언제쯤 국가도서관위원회가 구성되고 국립중앙도서관장이 임명돼 국가의 도서관 정책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게 될지 오리무중이니 이 또한 내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세 번째는 2022년 12월 8일 전면 개정돼 지금 시행 중인 새 「도서관법」에 따른 도서관 정책과 제도의 변화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도서관등록제 등의 정착이 중요한데, 이 또한 명확하지 않다. 등록의 핵심 조건인 사서 직원 배치 기준 등 법률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해서 등록할 수 있는 공립 공공도서관이 그리 많지 않아 현장에서는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은 이미 법률 개정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기준을 그렇게 만들었다면 추진한 국회나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법적 기준을 지킬 방안을 찾는 것이 순서 아닐까? 안 된다고 해서 무조건 뭉그적거리거나 기준을 무력화하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2024년 언제쯤에야 정책 기구가 정상화되고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할 것인지가 내년 한 해가 어떻게 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네 번째는 내년 4월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이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자치단체 선거 결과 새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입장이나 도서관에 관한 생각 등에 따라 도서관 운영 방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도서관과 사서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공평하고 공정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활동해 왔지만, 그건 도서관과 사서들의 바람일 뿐이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근래 특정한 주제의 책에 대한 검열과 사회적 도전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지자체장이나 의회 의원들까지 가세해서 도서관 장서 구축과 서비스에 대해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가 내년 총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거꾸로 총선의 결과는 과연 도서관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라 더 걱정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시대의 심화,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 국제분쟁이나 양극화 심화 등도 여러 측면에서 도서관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긍정적이지 않은 듯하니, 2024년은 도서관의 기본 또는 근본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기에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굳건히 지켜야 할 도서관의 기본 철학이나 이념,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연대의 힘으로 이겨낼 도서관
어려운 시기지만,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 되는 사서들도 자신의 직업적 소명과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외부적 압력이나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함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서관과 사서들이 같은 철학과 이념, 소명감을 가지고 서로를 보듬고 격려하고 힘을 보태는,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어려울수록 시민에게 더 다가가고 그들과 힘을 모으는 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랭커스 교수는 ‘위대한 도서관은 공동체를 만드는 도서관’이라고 했다. 위대한 도서관은 도서관과 사서들의 연대에서 시작해, 이용자와 공동체를 품으면서 ‘성장하는 유기체’가 돼야 가능하다.
2024년은 도서관 내외 모두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오히려 새로운 상상과 무모할 정도의 혁신과 도전으로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기 좋은 때라고 믿는다. ‘연대는 힘이 세다, 새로운 세상은 가능하다’라는 믿음으로 2024년을 준비하고 담대하게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용훈_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도서관문화비평가이자 전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현재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 도연문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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