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기간, 여성들은 신체와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하루하루가 혼란스럽다. 첫 아이라면 생전 처음 겪어보는 변화가 무섭고, 둘째여도 그 당혹스러움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권유받는 것이 ‘독서태교’다.
'태교전도사'로 유명한 한양대 산부인과 의사 박문일 교수는 여러 가지 임상 자료를 토대로 신생아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에 대해 분석한 결과, 자궁 내에서 들은 ‘엄마의 소리’가 최고라고 말한다. 아기들은 음악이나 여타 소리보다 엄마의 소리에 더 큰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엄마 목소리가 가지는 ‘힘’이며, 태교에 있어 엄마의 소리가 중요한 이유다. 다만, 태아는 특히 시끄러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안정적인 환경과 분위기도 중요한 포인트다.
태아의 발달 정도, 엄마의 건강과 정서 상태에 따라 좋은 태교법은 달라질 수 있는데, 독서태교 역시 임신 주 수에 따라 다른 방법, 다른 책을 선택해야 한다.
엄마도 안정이 필요해! 임신 초기에 좋은 책은?
임신 초기에는 무엇보다 엄마의 신체적 변화, 호르몬의 변화가 산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시기의 독서태교는 책을 통해 엄마의 불안을 낮추고 안정감을 가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장르가 태교에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엄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장르’가 답이라 할 수 있다. 그림책처럼 편안한 책,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골라 읽는 것은 곧 아이와 마주하게 될 임신부의 불안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꼭 그림책, 동화책이 아니더라도 장르 불문 산모의 마음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엄마 마음’과 관련된 책, 아이가 태어난 뒤 성인이 되기까지의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책이면 된다. 중요한 건 진심이 담긴 엄마의 목소리니까.
《우리가 곧 부모가 됩니다》는 맘카페 커뮤니티에서 추천을 받은 책이다. 예비 엄마들의 불안에 현실적인 위로가 된다. 결혼하고 임신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아가는 예상 가능한 삶을 살고 있지만,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불안한 상황 속에 미리 그 길을 걸어본 선배의 이야기만큼 위안이 되는 건 없기 때문이다. 챕터 별로 중간중간 ‘실천하기’라는 이름의 체크리스트도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남편과도 진중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빠 목소리가 좋다고? 임신 중기 본격 독서태교
17주부터 태아는 바야흐로 청각이 발달하고, 24주 무렵부터는 청력이 완전히 발달해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독서태교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게 되는 시기다. 그래서 임신 중기에는 아름다운 묘사 등이 있는 시집이나 에세이, 영유아를 위한 그림책 등 다양한 책을 낭독하는 것이 좋다. 특히 매일매일 꾸준하게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태아는 엄마 목소리보다 아빠 목소리에 더 잘 반응한다. 중저음이기 때문이다. 태아는 양수 속에 있는데, 중저음이 물을 더 잘 통과한다. 아기에게 도달하는 소리가 더 또렷하다는 이야기다. 아빠가 아무리 어색해해도 낭독을 시켜야 하는 이유다. 그림책 주인공들의 역할을 나눠 엄마, 아빠가 함께 읽어주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빠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두뇌와 연결되는 청각 신경의 완성 시기인 20~24주차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과, 감성이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기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순간부터 교감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태교에 관한 서적과 강의마다 이에 대한 분석은 상이한 편이니, 태교의 효율성 혹은 교감 가운데 어디에 더 방점을 찍을 것인지는 예비 엄마 아빠의 몫이다.
다만, 아빠의 독서태교에 주의할 점이 있다. 앞서 말했듯 태아는 시끄러운 소리에 예민하다. 아빠의 음색은 양수를 더 잘 통과하기 때문에 너무 큰 소리로, 배에 직접 대고 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너무 크게 말하면 태아의 청력을 손상시킬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아빠가 읽어주는 짧은 태교 동화 《하루 5분 아빠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속삭이는 태담도 싣고 있어서 아직까지 태담이 쑥스러운 예비 엄마 아빠에게 친절하게 그 방법을 알려준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은데 어떤 책을 고를지 모르겠다면 《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를 권한다. 14년 방송작가 생활을 했던 저자는 아이가 읽으면 좋을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감동과 기쁨을 적었다.
임신 후기엔 마치 역할극처럼 그림책을
아이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조금은 더 익숙해지는 시기에는 본격적인 그림책 읽기를 시작해보자. 동화책을 읽을 때 주인공의 이름을 배 속 태아의 태명으로 부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엄마와 아빠가 마치 역할극을 하듯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 자연스러운 태담이 된다.
2022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인 그림책 《마음버스》는 예비 엄마, 아빠 그리고 어쩌면 배 속의 아이마저도 미소 지을 만큼 따뜻한 이야기다. 저자는 ‘마음이 담긴 따뜻한 말들이 모이면 세상을 좀 더 환하게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힘들고 지친 날들을 견뎌온 우리에게 '마음버스'가 작은 응원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책에 담았다고 한다.
《목소리 태교》는 어떤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을 걸면 좋을지 알려준다. 중저음이 좋다는 건 알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면 일독한 뒤 시도해볼 만하다. 아이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네는 법, 생동감 있게 책을 읽어주는 방법,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는 어떤 발성을 통해 낼 수 있는지 등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엄마도 피곤해’… 꾀가 날 땐?
매일매일 꾸준함이 생명이라지만 임신부의 컨디션이 매일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소중한 나의 아이를 위한 태교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럴 땐 책 읽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평소 읽던 이야기 책을 소리 내 읽고 녹음한 뒤 편안한 자세로 들으면 엄마도 아이도 모두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태아의 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주는 방법에 관한 강의들도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도서관의 태교 강좌에서는 독서태교에 활용 가능한 책들을 소개해준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난감할 땐 이런 강의를 듣고 추천도서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책을 선별해 읽어보는 것도 꿀팁이 될 수 있다.
부모가 우울감을 극복하는 건 자신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엄마의 우울감은 아이에게 어떻게 전해질까? 우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김영아 그림책 심리성장연구소장이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그림책 2권을 추천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의 감정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는 아이의
학업 스트레스 때문인지 유독 짜증이 늘어난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품은 마음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을까? 어쩌면 ‘책’으로 그 방법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아이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을 알고 싶어 직접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책을 매개로 한다면 좀 더 쉽게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다. 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고 대화를 나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