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팟”은 독립서점, 도서관, 북카페, 복합문화공간 등 책과 관련된 이색 공간을 소개하고 해당 장소에 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입니다.
정릉동을 방문한 적이 있나요? ‘정릉’은 조선 최초의 국모, 즉 태조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능을 말합니다. 정릉동은 남쪽으로 정릉을, 북서쪽으로는 북한산의 일부를 품고 있습니다. 국민대학교와 서경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기도 한 정릉동은 주민들의 오랜 흔적을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오늘은 정릉동만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방 네 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정릉의 문화공간, ‘대원서점’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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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원서점: 서울 성북구 정릉로 241, 1층 대원서점
‘대원서점’은 초록색 간판과 입구의 꽃들이 눈에 띄는 책방입니다.
입구 초입에 신문이 꽂혀 있는, 칠이 벗겨진 책장을 보노라면 ‘대원서점’의 오랜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점에 들어가면 어린이들을 위한 책과 어른을 위한 잡지가 함께 진열돼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책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안쪽까지 책이 꽉 찬 ‘대원서점’은 이번 북스팟에서 방문했던 책방들 중 가장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가에는 분야별, 출판사별로 책들이 꽂혀 있는데, 빼곡하게 꽂힌 책들이 서점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보통의 동네 책방처럼 초중고 학습 도서들이나 문구들도 많았으며, 넓은 공간만큼 다양한 소설, 베스트셀러, 신간도서 들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마음 방울 채집》: ‘행복하다’ 말하는 법을 잊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언어를 소개하는 도서
신간 도서가 놓여 있던 서가에서 귀여운 그림책이 눈에 들어와 잠시 읽어 보기도 했는데요, 아기자기하고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따뜻함을 담은 내용이 책방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또, 대원서점의 한쪽에 놓여 있는 식물들이 책방에 아늑함을 더해 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책방을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대원서점’을 나와 도보로 8분 정도 걸어 ‘호박이넝쿨책’에 도착했습니다. 참 멋있는 서점 이름 같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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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박이넝쿨책: 서울 성북구 아리랑로 120-10, 1층 호박이넝쿨책
지금 자리로 이전하기 전 ‘호박이넝쿨책’은 아리랑시장 내 상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해당 상가는 원래 ‘호박이넝쿨째’와 ‘야채’라는 간판이 붙어 있던 채소가게였다고 합니다.간판값을 아끼고 싶었던 사장님은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째’를 빼고, ‘야채’는 ‘야’를 빼고 ‘채’에 ‘ㄱ’을 받쳐 ‘책’으로 바꿨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가게 이전을 하면서 새로운 간판을 달아 전에 사용했던 간판을 볼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서점을 이용했던 동네 주민들에겐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입구부터 가득 쌓인 책들을 볼 수 있는 ‘호박이넝쿨책’의 서가는 모두 사장님이 추천하는 책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방에선 독서 모임도 진행되는데요, 현재 7개의 독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가에는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책들도 진열되어 어떤 주제로 모임이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독서 모임에서는 주로 낭독회를 하거나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고 하니 관심이 있으신 분은 문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정릉동에 둥지를 틀게 된 스토리를 살짝 들어보았습니다. 과거 사장님이 현재 공간을 대관해서 북토크를 진행했는데, 그때 장난삼아 공간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던 것이 이곳에 책방을 열게 된 시작점이 아닐까 하며 호탕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곳이 ‘호박이넝쿨책’의 운명을 가졌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박이넝쿨책’에는 ‘핫한 책’과 ‘나끌책’이라는 사장님이 만드신 코너가 있습니다. ‘핫한 책’은 말 그대로 현재 도서계에서 핫한 책을 말하고, ‘나끌책’은 ‘나를 끌어당긴 책’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사장님과 정릉 주민분들이 읽었던 도서들 중 마음에 들었던 도서를 진열한 후 서점에 온 사람들이 해당 도서에 관심 갖게 되기를 바라는 사장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낚이고 싶은 마음에 여러 책을 들었다 놨다 했답니다.ㅎㅎ 해당 코너는 책방의 안쪽에 위치해 있으니 방문하시는 분들은 안쪽으로 들어가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사장님과 정릉 주민들의 취향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처음 보는 책이 많아 즐거운 마음으로 탐방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서가엔 한 권씩 준비된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만큼 알찬 도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함께 운영하는 카페도 있어 음료를 마시며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책을 읽으며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정릉 주민들이 모여 만든 ‘정릉야책’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젠 더 이상 만들지 않지만, 한동안 주민들의 글을 엮어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책방 한 켠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쓴 시도 볼 수 있고, 독서 모임에 함께하는 분들의 일러스트 전시도 볼 수 있습니다. 정릉 주민들만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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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정릉의 헌책방, ‘문화서점’을 방문했습니다.
3.
문화서점: 서울 성북구 정릉로 330-1
입구에서부터 ‘문화서점’만의 색다름이 느껴졌는데요, 보통 마트에 가면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노란 바구니가 입구에 놓인 것을 보고 오랜 시간 정릉동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책방의 역사가 궁금했습니다. 헌책방 방문이 처음이었던 저는 어떤 책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하며 들어갔습니다.
책방 ‘문화서점’의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책이 가득 쌓인 것을 보고 당황했지만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쌓여 있는 도서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 서점에서 볼 수 없는 절판 도서들이 많이 보였는데 다양한 고전문학 서적이 특히 많았습니다.
쌓여 있는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도서를 찾다 보니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층층이 쌓인 책들 중에서 원하던 책을 찾아낸다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답니다!
저는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숨어 있던 만화책 《슬램덩크》를 집어 들었습니다. 《슬램덩크》 외에도 추억의 만화책들을 찾아볼 수 있어 옛날 만화방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옛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추억의 책들을 둘러보니 과거의 추억을 공유한 듯한 기분이 들어 영화 <동감>이 살포시 떠올랐습니다.
문득, 책을 읽다 책방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책들 사이로 보이는 푸르른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니 다른 날에는 어떤 느낌의 풍경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멋진 풍경을 보며 사계절을 책과 함께 즐기실 사장님이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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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방문한 책방은 ‘햇살속으로’입니다.
4.
햇살속으로: 서울 성북구 정릉로 346 201
‘햇살속으로’는 책이 많은 북카페로, 카페보다는 책방의 느낌이 더 많이 들었던 곳입니다.
책방에 들어서면 카운터 아래쪽에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저도 책 한 권을 골라보았는데요,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마침 관련된 도서가 있어 자연스럽게 손이 갔습니다.
전체적인 책방의 모습입니다. 입구보다 안쪽으로 이동했을 때 더 많은 책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책방 이름처럼 ‘햇살속으로’ 들어온 듯,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나요?
책 구경을 위해 안쪽으로 이동했는데, 귀여운 인형과 서가 위 선반에 진열되어 있는 모형들에 눈길이 갔습니다. ‘햇살속으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가를 구경하다 보면 책마다 붙은 메모지를 볼 수 있는데요, 메모지에는 책을 추천한 장소(서점명, 위치), 발췌문, 역자의 한마디 등이 적혀 있어 책을 고르기가 쉬웠습니다.
곳곳에 붙여 놓은 메모들을 한참 동안 보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요, 메모지에 적힌 글에 이끌려 여러 개의 책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했답니다. 여러분도 메모지에 적힌 문구를 보고 책을 선택했던 적이 있나요?
책방을 구경하다 보면 일어 서적으로 채워진 서가와 그림책으로만 이루어진 서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어 서적에 관심이 갔지만 간단한 일본어만 가능해 책 제목 정도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림책 서가는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가득했습니다.
‘햇살속으로’는 낮엔 카페를, 저녁엔 바를 운영하는데요, 작가나 감독을 초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선생 김봉두>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감독님이신 장규성 감독님과 ‘영화감독과 함께하는 영화 이야기’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해당 공간을 관람했습니다. 이야기 그리고 만남을 좋아하신다면 ‘햇살속으로’에서 커피와 가벼운 술 한잔을 하며 책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릉동만의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네 곳의 책방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책방마다 모두 다른 안락함이 있었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책방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대원서점’, ‘호박이넝쿨책’, ‘문화서점’, ‘햇살속으로’는 언제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취재/글 : 민인턴
* 카메라를 좋아한다.
최근엔,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빠져 독학하고 있다. 필름 카메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것이 올해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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