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하면 무엇이 생각날까? 한옥마을, 비빔밥, 전동성당, 경기전? 그런데 이제 곧 누구라도 전주와 함께 ‘도서관’을 떠올리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전주의 특성화 도서관에서 경험하는 도서관 여행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전주 여행에 빠지지 않는 장소가 ‘도서관’이 되었다. 그렇게 전국 최초로 ‘도서관’을 여행의 타래로 빚어낸 전주. 특성화 도서관이 시 곳곳에 속속 개장하고 이어 2021년부터 시작된 ‘전주 도서관 여행’은 전주의 개성 있는 도서관과 책 문화를 연결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책과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시작은 전주 시민을 위한 여행이었지만, 도서관 여행만의 매력이 전국으로 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주도서관 도서관 산업과 도서관 여행 담당 이효정 주무관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주를 방문한 816명의 타 지역 여행자 중 91%가 ‘전주 방문의 주된 목적이 도서관 여행’이라고 답할 정도로 전주 도서관 여행은 전주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성장했다.
전주를 대표하는 풍경과도 같은 ‘한옥마을도서관’ 내 ‘마음곳간’의 전경 @전주도서관
도서관, 전주의 새 아이콘이 되다
2021년 7월 첫 선을 보인 도서관 여행의 누적 참가자 수는 현재까지 약 3,100여 명이다. 단순한 도서관 투어에서 한옥마을 산책, 가족코스, 자연코스 등 주제를 개발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보강했다. 그 결과 운영 3년차였던 2023년에만 누적 참가자의 절반이 넘는 1,799명이 방문하며 전체 평점 95.1점의 높은 만족도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도서관 여행은 전주의 새로운 매력’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책과 자연, 도서관과 전주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으며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하려는 발길도 이어졌다. 2023년에는 52개의 기관이 도서관 여행을 참고하기 위해 전주를 방문했다.
전주 도서관 여행, 어떻게 구성될까?
이러한 도서관 여행의 중심에는 전주의 특성화 도서관이 있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콘셉트에 기반해 조성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성화 도서관은 그 자체로도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도서관은 전주시청 로비에 만들어진 ‘책기둥 도서관’이다. 각자의 용무로 오가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도서관 특유의 조용함은 없지만, 천장까지 높이 솟은 책기둥은 그야말로 책의 도시를 표방하는 도시의 도서관 모습으로 손색이 없다.
전주역 앞에서 여행자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은 도서관 여행자가 아니라도 전주에서의 첫 걸음을 책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하다. 빨갛고 긴 컨테이너 두 동은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1동은 예술 관련 도서 위주의 큐레이션으로, 2동은 전주 여행을 주제로 한 책으로 서가를 꾸며 여행자의 첫 발길을 붙든다.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여행자를 위해 잘 차려진 전주의 상찬에 비견될 만하다. 여행을 설계하는 ‘다가독방’, 여행자를 맞이하는 ‘다가오면’, 서로의 여행을 소통하는 ‘머물다가’, 새로운 여행을 기대하는 ‘노올다가’로 구성된 다가여행자도서관은 풍성한 여행도서는 물론 다양한 아티스트북과 LP레코드 컬렉션을 갖춰 여행자의 영감을 무한히 자극한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도 인기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주인이 되는 공간’이라는 뜻의 ‘우주로1216’은 12세부터 16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데 가장 인기가 높다. 우주로1216에서는 책을 읽고 해당 책의 매력 포인트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드는 활동,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직접 조사하는 사람책 프로그램 등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단, 해당 연령의 청소년만 참여할 수 있다. 이외의 어른은 ‘지구인’(지켜봐주고 필요한 것을 구해주는 사람)으로, 도서관 여행에 우주로1216 탐방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지켜볼 수 있다.
‘이팝나무 그림책도서관’이나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서는 그림책을 소개하고 읽어주기도 한다. 어린 시절 이후로 책을 읽는 역할만 해오던 어른들에게, 누군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경험은 몹시 색다르다. 유리창 너머에는 숲이 가득하고 책장 안에는 시집이 가득한 ‘학산 숲속 시집 도서관’, 전주의 또 다른 상징인 한옥 속의 도서관 ‘연화정’과 ‘한옥마을 도서관’, 옛 책방 골목의 추억을 간직한 동문거리의 ‘동문 헌책도서관’, 어린이 친화적 공간으로 가족 참가자가 많은 ‘금암도서관’ 등 전주의 보물 같은 도서관은 이처럼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전주 도서관 여행은 2024년 더욱 다양한 코스로 돌아올 예정이다. 도서관과 전주천년한지관 등 복합문화시설의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여행 코스를 준비 중이다. 이웃한 완주의 지역 문화 공간을 연계한 ‘완(주) · 전(주)한 도서관 문화 여행’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주 도서관 여행은 2023년에는 2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3회,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1회 운영되었다. 2024년 도서관 여행은 더욱 다양한 코스로 3월 9일(토)부터 새롭게 시작될 예정이다. 보다 풍성해진 도서관 여행은 전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2월 1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INTERVIEW. 전주 도서관 여행 김현, 전선영 해설사
“삶을 성장시키는 도서관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실 거예요”
전주 도서관 여행에는 특별한 동행이 있다. 바로 ‘여행 해설사’다. 여정을 함께하며 전주의 문화와 역사, 도서관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해설사들은 각 도서관 특성에 맞는 활동을 제안하고, 랜드마크 도서관을 둘러보는 여행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소양과 깊이를 더하는 해설로 도서관 여행의 의미를 배가한다. 지금까지 총 3기수가 선발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책의 도시 전주’를 홍보하고 여행자의 안전을 돕는 역할까지 맡아 전주 도서관 여행을 특별하게 만든다. 2023년 해설사로 활동한 김현, 전선영 해설사에게 전주 도서관 여행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전주 도서관 여행의 다양한 코스 중 참가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코스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박현 해설사 : “모든 코스가 다 반응이 좋지만 꽃심도서관의 3층 우주로1216 공간 탐방이 가능한 코스가 인기가 많습니다. 우주로1216은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이므로 해당 연령이 아니면 이용할 수가 없는데(12세~16세, 초5~중3까지 이용 가능), 도서관 여행을 통해 공간 탐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인지 신청 마감이 빠르고, 공간 탐방 후 반응도 좋습니다. 또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은 단순히 도서관 공간만 소개하는 게 아닌데요,이를테면 그림책 큐레이션이 집중되어 있는 도서관에서는 그림책을 소개하고 읽어줍니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는 게 특별한 경험이었고 그 시간이 좋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습니다.”
Q. 전국 각지의 전주 도서관 여행자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참가자가 있나요?
전선영 해설사 : “세종시 학부모 모임 동아리에서 도서관 여행 오신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 동아리라 하고 싶은 일들과 고민이 많은 분들이었어요.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를 하고 독서토론과 그림책 공유를 하는 데 그쳤다고 하는데, 도서관을 통해 성장한 사례를 말씀드리면서 여럿이 모여 할 수 있는 것들과 방향을 제시해주었습니다. 그 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그분들을 우연히 만났는데, 전주 도서관 여행 이후 그림책 작가를 초대하여 라디오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하셔서 감동받았습니다. 도서관 여행으로 만나 자극받고 성장하게 된 사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모녀 또는 가족이 함께 도서관 여행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Q. 전주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 해설을 담당하면서 느끼는 전주 도서관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현 해설사 : “전주 도서관은 다 같은 도서관이 아니라 각각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만들었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공간과 외형도 멋지지만 내용을 채우고 있는 책과 프로그램 역시 특화되어 도서관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이 직접 방문해도 좋지만, 도서관 여행을 하며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 도서관을 통해 여행하고, 휴식하고, 상상하고,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답니다.”
Q. 도서관 여행 해설사로서 여행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나 가치가 있나요?
전선영 해설사 : “평소에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도 여행을 통해 도서관을 만나면 시간 여유가 생겼을 때 자연스레 도서관을 떠올리며 방문하게 됩니다. 저는 여행을 마치며 마지막 인사로 ‘오늘은 해설사와 여행자로 만났지만 다음에는 도서관에서 이용자로 반갑게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도서관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도서관을 통해 삶이 풍성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믿습니다. 도서관에 일단 오면 마음이 가는 책이 있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도서관은 언제나 열려 있는 공간이고, 친구를 만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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